(상)
어느 시절, 퀸 Joe 가 다스리는 나라가 있었다. 그녀가 왕좌에 오른 지 20년 동안 나라는 태평 성대하게 번성했는데, 그녀는 원래 왕족 출신은 아니었지만, 그 전 Ahn 여왕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여왕의 유일한 후계자인 왕자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원로회에서 뽑은 여왕이었다. 그녀의 여왕으로서의 임무는 20년 계약직이었고 이제 곧 왕위를 양도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왕위를 이어받을 왕자의 이름은 Ahn Danny 라고 하였다.
<2004 한여름 밤의 꿈>
부제 : 백설기(白雪記)
후계자 데니왕자는 왕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나라에서 최고로 잘 생겼음은 물론이요 매력이 철철 넘쳤고, 누구보다 먼저 본인이 그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어쨌든 나라의 모든 여인들이 이 잘 생기고 매력 넘치는 왕자를 일단 한 번 보기만 하면 자존심들을 몽땅 내팽겨치며 온갖 방법으로 왕자의 눈에 들기를 소원했으며, 심지어 데니왕자는 신비남 컨셉이었으므로, 한 번 본 적 없는 여인들조차도 왕자에 대한 소문만으로 밤잠을 설치며 환상 속에서 상사병을 앓아야했다. 하지만 어떤 여인에 대해서도 데니왕자는 눈도 깜짝 하지 않았다. 이유는, 이제껏 살아오며 자기보다 이쁜 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Ahn 여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 데니왕자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어려도 너무 어렸다. 때문에 할 수 없이 원로회에서 뽑은 Joe 씨 가문의 혜련에게 왕위를 위탁해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졸지에 여왕의 자리에 오른 퀸 Joe 혜련에게 데니왕자는 결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쉬이 다룰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또한 그녀는 심지어 데니왕자에 대해 주제도 모르고 턱도 없는 시기와 질투를 하며 어떻게 하면 데니왕자를 꺾고 자신이 이 나라 최고의 미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어차피 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고민으로 그저 좋다는 미용 팩은 있는 대로 다 구해서 하는 둥, 어디서 새로운 명품이 나왔다 싶으면 어울리건 말건 나랏돈을 털어서라도 어떡해서든 사서 입는 등. 밤낮 이런 저런 처절한 노력으로 괴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본래,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남의 좋은 것을 넘보며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이렇듯 심히 괴로운 인생을 살기 마련인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퀸 Joe는 자신의 미모가 뛰어나 여왕이 된 줄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최고로 잘 생기고 매력까지 철철 넘치는 데니왕자는 눈치도 초고속으로 빨라서 진작부터 이 사실을 알고있었고 속으로만 여왕의 헛된 야망을 매우 가엽게 생각하면서도 이러든 저러든 상관도 안 했다. 퀸 Joe 정도의 미모는 그래봤자 도저히 죽었다 깨나도 데니왕자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일이란 게 너무나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가진 자의 여유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온 백성이 모르는 혜련왕비의 비밀을 데니왕자만은 알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퀸 Joe 에게는 스미골과 골룸의 두 인격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평소에는 오로지 선량한 스미골의 인격만을 보이고 있으며, 그 탐욕스럽고 비열하며 가증스러운 골룸의 인격은 음흉히 숨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슴처럼 초롱초롱한 데니왕자의 눈은 별처럼 아름답기만 할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쏘머즈보다도 강력한 투시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들이 보지 못하는 혜련왕비의 또 다른 탐욕스런 인격을 데니 왕자만은 일찍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평소 혜련왕비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데니왕자를 마치 친자식처럼 귀히 여기는 듯 행동했다. 이미 클 만큼 다 큰 청년 데니왕자를 특히 지난 번 파리를 한 번 다녀온 후로는 툭하면,
"애기야~ 가자~"
라고 모두에게 과시하듯 부르는가 하면, 일단 매력적인 데니왕자만 보면 이성을 잃고 겁 하나 없이 덤벼드는 처자들 때문에 속으로는 식을 줄 모르는 왕자의 잉끼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각한 질투를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우리애기 놀란 거 안 보여요?!"
라는 둥.
그럴 때마다 데니왕자는 기가 찼지만 그냥 참았다.
....................................................................그럴 리는 없고 그냥 참기만 했을 데니왕자가 아니었다.
데니왕자 : 여왕마마~
혜련왕비 : 오~ 우리 애기 왔구나~~
데니왕자 : 앗.. 여왕마마께서 절 그렇게 부르시니....꼭...꼭..
혜련왕비 : 부르시니...꼭..뭐...
데니왕자 : 꼭.... 그... 그...
혜련왕비 : 그래! 뭐! 어여 속 시원히 말을 해 바바바~~ 애기야~~
데니왕자 : 해도 되겠사옵니까?
혜련왕비 : 그냥 할래~ 맞고 할래 애기야~
데니왕자 : 그냥여~
혜련왕비 : 호호호.. 그래~ 어서 말을 해 보렴 애기야~!!
미련한 혜련왕비는 평소 데니왕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필살 미소에 또 한 번 속아넘어가 자신을 파리에 살고 있는 미스터 박과 닮았다는 말을 해 줄거라 기대했다. 미스터 박 신양은 남자 아닌가. 하지만 혜련왕비는 칭찬이라면 껌뻑 죽는 타입이라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그저 자신이 멋있는 사람과 닮았다고만 하면 무조건 다 좋았던 것이다. 말이 안 되도 그냥 그렇다고 치자. 하도 오랜만에 쓰는 거라 억지로 끼워 맞추기도 지금 힘들다-_- 드디어! 생글생글 해맑게 웃는 우리의 필살 미소 데니 왕자의 입에서 대답이 나왔다.
"발리에 사는 수미아주머니 같애여~~~~"
그 후로 혜련왕비는 다시는 데니왕자를 애기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한다.
혹시 여기까지 읽고 나면, 우리의 데니왕자는 그저 얄밉고 도도한 얼음 왕자 같다는 편견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진실이란 본래 그렇게 눈에 쉽게 드러나도록 단순하고 간단히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데니왕자는 장차 왕위를 이어받을 입장으로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영원무궁 언제까지고 이 나라를 삼천리 화려 강산으로 보존하고 번영시키고 싶은 강렬하고 진심 어린, 그러니까 다소 너무 거창한-_- 야망이 어떻게 해도 절대 식을 줄을 모르는, 믿거나 말거나 무려 속 뜨거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퀸 Joe의 입장은 이러했다.
그녀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렴치한 나즈굴에게 나라를 팔아 넘긴다는 협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은 나즈굴에 맞설 힘도 없고, 그렇다고 왕위를 포기하자니 그동안 맛 본 권력의 유혹은 너무 강했다. 그녀가 왕위에 올랐을 때 계약된 시간은 20년이었고, 천년만년 계속될 것 같던 시한은 어느새 곧 다가오고 있었으니, 그녀가 그토록 데니왕자의 미모를 시기하며 세간의 인기에 연연했던 이유도 바로, 나라의 민심이 데니왕자에게 쏠려, 안 그래도 일찍부터 영민하다는 왕자의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는 마당에, 아니 소문은 둘째치고 혜련왕비 자신이 먼저 데니왕자의 만만치 않은 진면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똑똑해서는 아니다. 그저 하도 당하다보니) 어쨌든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데니왕자에게 밀려날까 노심초사 전전긍긍 밤잠을 못 이루었던 것이다.
또한 영민한 데니왕자는 이미 짜장면을 싫어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곱 살 이후부터 이 문제를 깨우치고, 머리에 든 것은 없으면서 권력에 대한 허무맹랑한 욕심만 가득한 퀸 Joe를 자연스럽게 왕위에서 물러나게 하고 나즈굴에 맞서 나라의 자주적인 독립을 지켜나가야 할 최선의 방법을 연구............................................만 했다. 그것은 왜냐, 아직은 적절한 때가 아니란 것을 알고 지금은 퀸 Joe에게 자신의 야망을 숨겨야 할 때란 걸 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이제 곧 퀸 Joe의 여왕직도 시한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27살이 된 데니왕자는 더 이상 어린 왕자님이 아니었다. 또한, 모든 권력을 포기하고 얌전히 데니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퀸 Joe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것은 무엇이오?"
"예. 여왕폐하 이것은."
"뭐시라?! 그럼 이것이 바로 그 소문으로만 듣던, 무엇이든 물어보기만 하면
바로바로 가르쳐준다는 떠블류떠블류떠블류쩜 네이버닷컴의 지식검색보다도
정확하고 빠르다는 그 매직거울?"
"아니.. 여왕폐하 어떻게 아직 말도 안 했는데.."
"뭐시라?! 이걸 발리에서 성유리가 보냈다고? 하지원이 아니고?"
"발리의 하지원은 지난 겨울 조인성의 손에 죽었사옵니다"
"뭐시라?! 그럼 권상우는 어떡하고!"
"예. 그래서 권상우는 말죽거리를 떠나 신부가 되었다 하옵니다."
"뭐시라?! 그런 얼짱몸짱이 신부가 되다니. 몹시 아깝군. 알았소. 이만 물러가시오."
그렇다. 마치 꼭 백설공주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매직거울이 퀸 Joe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퀸 Joe는 모든 대신들을 물러가게 하고 홀로 거울 앞에서 물으나 마나한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정대신. 오늘 밤 은밀히 이 완이란 자를 잡아오시오"
"예. 헌데 무슨 일로 이 완이를 찾으시는데요?"
"내 그 누이에게 꼭 부탁해야 할 일이 있소"
"그 누이라면... 김태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내 그 이 완이란 자를 볼모로 잡고 김 태희에게 협상할 일이 있소""
"허나 여왕폐하. 그건 약간 문제가 있는데요"
"뭐가 문제란 말이오."
"그게... 그 여자가 최근에 날씨가 더워서 구미호가 됐거든요"
"정말이오? 이럴 수가.. 난 한 유린 줄 알았는데.. 그새 천국을 떠났단 말이오?
아니오. 그렇다면 더욱 잘 되었소. 어서 가서 그 이 완이를 잡아오시오."
"........"
"아니 뭘 꾸물대시오! 어서 당장 이 완이를 잡아오라니까! 혹시 정대신 이번에도?
알았소. 이번에는 또 무슨 안 좋은 추억이오! 할거면 빨리 해보시오!"
"예. 여왕폐하. 저는 거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답니다. 얼마 전 일이었어요.
평소 거울 보는 걸 즐기는 저에게 하루는 여자친구가 커다란 거울을 선물로 주었죠.
전 그 날 저녁 세수를 한 후 거울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거울아 거울아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니.. 그런데 그만!
거울이 제 미모에 놀라 기절을 하고 만 거에여..
당황한 저는! 기절한 거울을 들쳐 안고 여자친구한테 달려가서 얘기를 했죠
내 얼굴이 아무리 멋있어도 그렇지. 어떻게 딱 한번보고 기절을 할 수 있냐고.
내가 그동안 여러 거울을 봤지만 이렇게 심장 약한 거울은 처음이라고.
그랬더니 여자친구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제게 말했죠.
니 미모에 취해서 쓰러진 게 아니라. 니 얼굴에 놀라서 쓰러진 거라고.
하도 구리게 하고 다녀서 거울 좀 보라고 거울을 선물했더니.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냐고. 전 그 말에 화가 나서 여자친구한테 소리쳤죠.
내가 이래 뵈도 우리 집에서는 얼짱으로 통한다고!
그랬더니 여자친구는 그럼 앞으로 괜히 밖으로 나와 여러 사람 괴롭히지 말고.
집에서 평생 얼짱으로 살아가라고.
그 말에 충격에 받은 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무시당하는 건 질색. 그래서 나는 선택. 못 생겨 보이는 거울. 내가 깼어~ 내가 깼어~
날 얼짱으로 만들 거울 내가 깼어~ 내가 깼어~"
"정대신!!!!!!!!!!!!!!!!!!!!!!!!!!"
"네? 왜 그러세요"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래. 나 데니보다 못 생겼다. 근데 그거에 니가 보태준 거 있어?(퍽)
너 오늘 땀띠 나도록 함 맞아볼래?(퍽) 그리고 니가 에릭이야?(퍽) 깨긴 뭘 깨!(퍽) 뭘 깨 뭘 깨!(퍽)
너 오늘 어디 깨진 거울로 쌍코피 터지게 맞아볼래?"
"여왕폐하~~!! 맞는 건 질색~!! 니가 팼어~!! 니가 팼어~!!"
눈치 없이 여왕의 약점을 건드렸다 실컷 두들겨 패 맞은 정 대신은 그 날밤 퀸 Joe가 시키는 대로 김 태희의 동생인 이 완을 찾았으나, 이 완은 그새 나이가 들어 신 현준이 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 대신은 신 현준을 찾아갔고 그림을 그리고 있던 신 현준은 정 대신을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너 나 좋아 안 좋아"
"네? 왜.. 왜.. 이러세요.."
"너 나 좋아 안 좋아"
"왜 이러세요 정말~~"
"너 정서 아니야?"
"저는..저는... 정서 아니라 정준한데요"
그 날밤 정서가 아니란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정 대신은 신 현준에게 죽을 만큼 맞았다.
한편, 데니왕자는 퀸 Joe가 정 대신과 함께 자신을 독살시키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한 밤중 몰래, 꼭 청소부 아주머니 같은 여장으로 변장을 한 뒤 왕궁을 나왔다.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왕자는 이제 자신이 왕위에 오를 때가 곧 다가왔음을 알고, 사전에 민심이 어떠한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는데, 밤이 어두워 그만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가 아니라,
이 소설 전개상(제목이 백설기 아닌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그래서 일곱 난장이가 사는 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우리의 데니왕자. 어쨌든 알아서 일곱 난장이가 산다는 숲 속으로 찾아간, 청소부 아주머니차림의 데니왕자. 그런데 이게 웬 일. 난장이들이 사는 곳인 줄만 알고 찾아간 숲 속 오두막집의 문이 열린 순간, 그 안에서 데니왕자를 맞은 것은 쭉쭉빵빵 싸이즈 34- 24- 35의 아가씨들이 아닌가!
순간, 데니왕자는 생각지도 못한 대박에 쾌재를 부르면서도 속으로는, 이 작가가 나를 골탕먹인 거로구나, -_- ..............라는 걸 깨닫고 치졸한 질투쟁이 작가에게 어금니를 물고 치를 떨며 그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변장은 괜히 하고 왔다는 후회를 하며 분통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이렇게 진짜 왕자처럼 생긴 사람을,
이렇게 변장 시켜 버린 것이다.
왕자가 심히 분통해 할 만하다.(.....")(먼산)
역시 아니나 다를까!
사실 못생긴 것도 못생긴 거지만 너무나 후줄근 꾀죄죄한 차림의 데니왕자를 본 아가씨들은, 어디서 웬 거지가 찾아왔나 싶어 코를 틀어막으며 문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보다 잽싼 데니왕자는 황급히 문고리를 부여잡고 신분도 잠시 잊고 비굴하게 매달리며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달라고 특유의 장기 중 하나인 간드러진 목소리로 통 사정을 했다. 어쨌든 우리의 데니왕자는 아가씨들의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데니왕자의 신조가 원래 <안 되는 일 언제나 해내,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 였던 것이다.
일단 신분을 숨긴 채 집으로 들어오게 된 데니왕자는 싹싹한 태도로 아가씨들의 비위를 맞추었고, 그런 데니왕자의 태도에 아가씨들도 이 정도면 쓸만하다 싶었는지 갈 데가 없으면 자신들의 집에서 앞으로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구두닦이 등등의 식모살이-_-를 하며 지내라고 해주었다. 식모살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데니왕자는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다.이유는, 아무리 어떤 여자에게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데니왕자라지만, 데니왕자 역시...그 흔한 남자여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은, 자신을 눈앞에 앉혀두고 아가씨들은 노상 데니왕자에 대한 얘기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여.. 내가 데니왕잔데여.....................라고 이제와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민심을 살피기 위한 목적이었기에 데니왕자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아가씨들의 말을 듣기만 했다.
"아니 근데 그 쪽은 정말 데니왕자님을 모른단 말이에여? 아줌마 혹시 간첩 아니에요?"
"어머! 간첩이라뇨~~ 여기가 무슨 싸우스코리아도 아니고.. 호호.. 물론 저도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져.
그 데니왕자님이 그렇게 잘 생기고 매력이 철철 넘치고 목소리도 끝~~내주고 머리도 무지 좋고 세상에..
게다가 요새는 근육도 빵빵해 졌다면서여?"
"아는구나 아줌마도! 그렇다니깐요. 우리 데니왕자님은 정말 이 세상의 그 어떤 보석도 따라갈 수 없는
보석 중의 보석이라니깐요. 아... 정말 그 날 일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데니왕자님이 그 보석 같은
눈으로 나를 보는 순간... 정말 그 눈빛은.....눈빛은.... 이건 아무리 해도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니깐.....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오로지 나만을 쳐다보시는 거시야......"
'내가 언제? 난 지금 첨 보는 얼굴인디?'
"정말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지..... 하지만 어떡해......
내게 주어진 시간은 12시까지 뿐이었는걸...... 호박을 타고 왔다는 걸 들킬 순 없잖아....."
'뭔 소리야 대체'
"하지만 내가 누구야. 호호. 그 구두. 지금도 왕자님은 나를 찾기 위해서 그 구두를 들고
방황하고 계실걸. 그리고 언젠가는....언젠가는.....그 구두를 들고 나를 찾아오실 거야...."
'웬 구두. 이 여자 누구야?'
"저기요.. 말씀하시는데 죄송한데요.. 그 쪽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 데렐라요. 성은 신이구요. 하지만 그냥 렐라라고들 불러요."
"그럼 당신이 신데렐라?"
순간 데니왕자는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신데렐라에 대한 환상이 확- 깨지고 박살났다.
저런 순 구라 거짓말쟁이가 신데렐라의 실체라니.
"뭐 그 정도로 그래요. 난 말이에요.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사람이라구요.
신께서는 저에게 악의 무리로부터 데니왕자를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주셨거든요."
'얘는 또 뭐야. 웬 신의 계시'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그녀는 아까부터 손에 웬 봉을 쥐고 놓지를 않았다.
"저기요.. 또 죄송한데요.. 그 쪽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세일러요. 성은 문이구요. 사람들은 저를 세일러문이라고들 부르죠. 뭐 어쨌든 난 퀸 Joe를 믿지 않아요.
그녀는 분명히 나즈굴과 함께 우리 착한 데니 왕자님을 왕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방해할 걸요.
하지만 내가 있는 한! 걱정 없다구요. 두고 봐요. 내가 반드시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을 거에요!"
"그래. 세일러야. 니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우리 왕자님은 너무 착하기만 해서 말이지.
니가 꼭 퀸 Joe와 악독한 나즈굴로부터 우리 왕자님을 지켜 줘. 우린 너만 믿는다."
"그럼요. 걱정 말아요. 내가 원래 한 성질 하잖아요."
"그럼 그럼. 알지 알지. 너 승질 드러운 거"
'날 완전 허수아비 왕자로 아는 구만.'
스스로 남자 중의 남자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데니왕자는 그들의 대화가 너무 답답해 그만,
"얘들아 내가 바보니?????????!!!!!!!!!!!!!!!!!!!"
.............................라고 버럭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냥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리고 이 때, 방에서 나온 또 한 명의 아가씨가 있었으니, 그녀에게서는 어쩐지 범상치 않은 기운마저 돌았다. 그녀는 자다가 나왔는지 하품으로 흘러나오는 눈물이 맺힌 나른한 눈으로 데니왕자를 누구냐는 듯 쳐다보았다. 그리고 눈싸움이라면 절대 지지 않는 데니왕자도 그녀의 눈을 말끔히 쳐다보자 괘씸했던지 그녀가 물었다.
"넌 누구냐"
누구냐??? 누구냐??? 무슨 여자가 인상도 재섭는데 말버릇이 저래.
암만 내 행색이 초라해도 첨 보는 사람한테 막 반말을??
기가 차서 대답을 못하고 있자 그녀는 아가씨들에게 다시 물었다.
"이 거지같은 여자는 어디서 또 온 거니 얘들아"
컥....!!! 거지...거지...거지....ㅠㅠ
"공주님은 잠이나 계속 주무시지 왜 나오셨어요"
공주?? 뭔 공주.
"자다가 깼어. 니들이 시끄럽게 했잖아. 근데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우리 데니 왕자님에 대한 새 뉴스라도 있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뭐야. 고상한 척 하더니.
"무슨 일은요. 우리야 늘 왕자님에 대한 얘기라면 며칠 밤을 새고라도 할 수 있죠."
"쯧쯧. 소용없다니까 그러네. 니들이 암만 그래봤자, 남녀간에는 서로 레벨이 맞아야 하는 거야 레벨이.
왕자한테는 나 같은 공주가 제격이지. 그것도 나처럼 아름다운 공주. 아.. 정말 상상만 해도 환상적이지 않니?
하긴 뭐.. 내가 쪼끔 손해보는 면이 없지 않긴 하지만 데니 왕자님 정도라면 내 뭐 까짓 거 기꺼이..
아함~~ 어쨌든 난 가서 더 자야겠어. 이러다 왕자님이 갑자기 찾아오시기라도 하면 어떡해...
내가 쿨쿨 자고 있어야 왕자님이 마법을 풀기 위해 키스를 해 주실 거 아냐?"
아니.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는 주제에 키스 좋아하시네. 눈에 눈꼽이나 떼시지 공주님.
근데 잠깐, 그럼 저 여자가 설마........................................................슬리핑 뷰티????
진짜 오늘 밤 여러 번 깬다 깨.
공주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아가씨들은 일제히 그녀를 씹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아까부터 마른 멸치와 오징어를 계속 질겅질겅 씹고 침묵하던 아가씨가 제일 심했다.
"웃기고 있어 정말. 잠만 자면 다야? 엇다 대고 감히 우리 왕자님을 지보다 못하다고 하는 거야.
지가 잠자는 거 빼고 내세울 게 뭐가 있다고. 흥! 웃겨 정말. 왕자님이 저를 쳐다보기나 한대?
지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얘.. 너무 그러지 마라. 너도 뭐 어차피 같은 공준데 좀 이해해주지 그러니. 우리도 참는데.."
이 여자도 공주? 아니 이 여자는 또 무슨 공주??
"아 몰라요 몰라. 정말 저 여자만 보면 짱나. 나 열 식히러 수영 좀 하고 올게요."
아니 이 야밤에 무슨 수영을 한다는 거야.
그녀가 밖으로 나가고 나자 데니왕자는 또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저기여.. 저 지금 나가신 분은 어느 나라 공주님이세여?"
"쟤요? 보면 몰라요? 인어공주잖아요. 하긴 성형수술을 하도 많이 해서 알아보기가 힘들긴 하죠"
"예?? 인어 공주요??"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마른 멸치와 오징어를 씹고 있었던 거구나...
"근데.. 인어 공주는 말을 못하지 않나요?"
"쯧쯧. 이 양반이 이렇게 순진하시네. 그게 다 내숭이죠!"
"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뜯어 고쳤으면서 자긴 전혀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거 봐요.
아니 세상에, 다리 성형까지 했는데 그 쌍커플, 콧대, 입술, 턱이 오리지날이겠어요?
쟤가 얼마나 내숭이냐면, 왕자님이 왔을 때 벙어리인 척 하려고 평소에도 말 안 하는 연습을 한다니깐요.
거기다가, 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면요, 우리 왕자님이 언젠가 제일 감명 깊게 본 만화가
'인어공주를 위하여' 라고 했잖아요? 그건 아세요?"
"에.. 에...아니 전 몰라여.."
"암튼 그랬더니 그게 자기 얘기라고 생각한다죠, 흥. 누가 누굴 욕하는 지 모르겠네 정말."
헉...
데니왕자는 오늘 밤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나 착하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여자가 다 내숭이었다니..
하지만 오늘 밤 데니왕자가 놀랄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으악~~~!!!!!!!!!!!!!"
데니왕자가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
"그럼 왕자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거야..
설마... 퀸 Joe가 쥐도 새도 모르게 왕자님을 처치한 건 아니겠지?"
"설마는 무슨 설마야, 퀸 Joe 가 아니면 이런 짓을 벌일 사람이 누가 있다구"
"뭐? 그...그럼...우리 왕자님은...벌써 이...이..세상 사람이 아...아....아니란 거야?"
"그럴 리는 없어요. 만약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눈에 당장 띄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언니들 저 아줌마는 누구에요. 우리 얘기 안 했어요? 불쌍해라..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아요. 해치지 않을 테니까"
"으악~!!! 어...어....어.....어.....어버....어버버.......흐어......"
흰 소복을 입고 허공에 두 발이 둥둥 떠서 풀어헤친 긴 머리 사이로 밀가루를 뒤집어 쓴 듯한 얼굴. 입술에는 벌건 피를 흘리고, 눈동자에는 핏발이 서 있는 꼭 한국귀신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두 여자가 갑자기 벽을 뚫고 출현하는 바람에 왕자는 오금이 저리고 까무러칠 지경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그래도 나 정도 되니까 이나마 정신을 붙잡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두 여자는 귀신영화에나 나올 듯.................한 것이 아니라 진짜 귀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집안에 있는 여자들은 두 여자들의 그런 갑작스런 출현쯤은 익숙한 지, 덜덜 경기를 일으키며 엉금엉금 기어 두 여자, 아니 두 귀신이 뚫고 들어왔던 벽이 멀쩡한 지 손으로 확인하며 마른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왕자는 보이지도 않는지 상관도 안하고 두 여자, 아니 두 귀신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알고 보니 두 귀신은 매일 밤 궁전으로 찾아와 자신을 스토킹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귀신은 자매로 언니는 장화, 동생은 홍련이라 했다.
"근데 잘 찾아보긴 한 거야? 혹시 무도회장 가신 건 아니구?"
"내가 홍련이랑 왕자님이 평소 가실만한 데는 슝슝 다 찾아봤다니깐요"
"혹시 새로운 무도회장을 찾아내신 지도 모르잖아. 그 멍청한 정 대신한테 좀 물어보지 그랬어"
"물어봤죠"
"그래? 뭐라는데."
"자기가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는 편견을 버리래나 모래나.
이렇게 자꾸 물어보면 그건 자길 두 번 죽이는 일이래나 모래나"
"아니 그럼 왕자님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거야. 니들 눈을 벗어날 정도면 이거 심각한 거 아니니?"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왕자는 머리 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명언이 생각났다. "귀신을 속여라" 그렇다. 왕자는 오늘 밤 귀신도 속일만한 자신의 변장술에 뿌듯했다. 그나저나 충격이다. 그 동안 이 두 귀신이 날마다 궁전으로 찾아와 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니. 진작 알았다면 좀 더 폼 나게 하고 있었을 것을. 설마 그 늘어난 츄리닝 바지와 꽃분홍색 쉐타도 봤을까. 귀신을 본 충격에서 조금 벗어나자마자 왕자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줌마 이제 괜찮아요?"
"네? 네...괜..괜찮아요..."
"흠.. 근데 아줌마..."
"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언니귀신 장화의 시선에 데니왕자는 뜨끔해서 들키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저..저기요...다...다리 좀...아..아...아래로 하고 내...내려오시면 안 돼요..?"
"아줌마..."
"저...저기요..다...다리 좀...아....왜...왜...왜 이러세욧!"
"어머, 그게 뭐야?"
슬금슬금 다가오던 언니귀신 장화가 귀신같은 솜씨로........가 아니라 귀신의 솜씨로 왕자의 손을 잡아챈 순간..
"아니 이건.. 왕족들만 끼고 다니는 반지...아니니?"
"왜 아니겠어요."
"그래?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신데렐라와 세일러 문, 귀신 장화와 홍련을 비롯해 어느 새 수영을 마치고 돌아온 인어공주와 자겠다고 들어갔던 슬리핑 뷰티까지 이 집 모든 여자들이 슬금슬금 뒤로 내빼는 데니왕자를 둘러싸 가두었다. 왕자라는 것을 들키느냐 마느냐의 위기의 순간. 데니왕자는 세상 태어나 이렇게 여자들이 무서워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다. 왕자는 머릿속으로 초당 백만 스물 두 개의 뇌세포를 굴려 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느라 겉으로는 애써 의연한 척 필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래 공주님~ 이것 좀 드셔 보세요. 미인한테는 뭐니뭐니 해도 키위가 좋대요"
"됐고. 나 키위 알레르기 있어. 내가 그거 먹고 얼마나 죽을 뻔하다 겨우 살아났는데."
"어머, 공주님도? 저두요저두요. 저두 이 키위 먹다가 아주 죽을 뻔했잖아요. 이 나쁜 키위!"
"얘, 렐라. 그럼 넌 지금 나한테 그 나뿐 키위를 먹이려고 했단 거니?"
"아.. 그게 아니라요. 제 말은요"
"됐고. 난 딸기를 좋아하는데 딸기 없니?"
"에? 아.. 딸기요. 어머, 근데 저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딸긴데 호호.
공주님이랑 저는 역시 뭔가 통하는 게 있나봐요"
"딸기가 있어 없어."
"아.. 딸기.. 딸기..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주 금방, 금방 구해올게요"
"그러든지"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올래 공주의 정체가 누구인지 정도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렇다. 우리의 영특한 데니왕자는 일촉즉발의 위기의 순간, 초당 백만 스물 두 개의 뇌세포를 굴려 즉석에서 올래라는 이름의 공주를 만들어냈으니, 자신이 데니왕자의 숨겨진 이란성 쌍둥이라고 둘러친 것이다.
"그런데 공주님.."
"응? 왜."
"제가 뭐 공주님을 의심해서 이런 질문을 드리는 건 아닌데요.."
"근데 뭐."
"저는 공주님이 정말 공주님이시란 걸 믿어요. 정말. 정말 믿는데요
그러니까요.. 전 정말 올래 공주님이 올래 공주님이시라는 걸 확실히 믿는데요"
"아우~ 짜증나짜증나. 야, 세일러 문! 그래서 믿는데 뭐!"
"네.. 말씀드릴게요. 죄송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요.. 정말 올래 공주님이세요..?"
"너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니? 도대체 넌 내가 말할 때 뭘 듣고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
"아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저는 물론 공주님이 올래 공주님이시란 걸 확실히 믿는데요. 믿지만요..
제가 궁금한 건.. 왜 이제까지 공주님의 존재를 저희가 모르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곳에는 왜 오신 건지..
공주님도 저희를 믿으신다면 최소한 그 문제에 있어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요.."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퀸 Joe는 나를 조금만 옥탑방에 가두고
전국 구백만 백성들의 머리 속에 공주는 없다고 믿게 만들었지.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방에서 그 시커먼 옥탑방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웠어.
그런데 넌 왜 믿지는 못하고 마음을 조이며 나를 의심하는 거니?
그래. 그렇게 옥탑방에만 갇혀 지내던 나. 어느 날 마음을 정하고 결심을 했어.
공주란 신분이 들킬까봐 신경 써서 옷도 입고 머리도 하고
오랜만에 나가는 바깥 구경에 무슨 말을 할까 고민도 하고
옥탑방에 갇혀 있을 때완 다른 느낌에 설레임을 안고 궁전을 나섰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
그런데 넌! 내 속도 모르고! 맘도 모르고!
나를 믿지 못하는 너에겐 정말 괘씸한 마음 뿐이야. 하지만 이번 한 번만 용서할게.
그래도 난 공주니까. 내 괴로운 날들은 한편의 드라마였어.
그러니 내 아픔의 이야기는 제발 더 이상 묻지마"
"정말 죄송해요 공주님.. 하지만 저도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니까요? 정말이요.
다만, 모두 제 맘 같은 건 아니니까요. 공주님이 입장을 확실히 밝혀주셔야 여기 있는 애들도
공주님을 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단지 그래서.."
"아니 세일러, 넌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우리가 언제 공주님을 믿지 못했다고? 웃겨 정말.
공주님, 우린 단 한~~번도 공주님을 의심해 본 적 없어요. 아시잖아요. 저도 공주기 때문에 사실...
첨 보는 순간 딱 알아봤답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시니까 입장을 속이고 계시구나..해서요
그래서 일부러 처음에 공주님께 무례를 범했던 거에요. 제 맘 이해하시죠? 우린 같은 공주잖아요."
"에이~~~~ 여기 있는 아무도 누구도 날 몰라 줄 때, 유! 가 거지같은 여자라고 날 놀렸을 때,
변장해서 공주가 거지 됐을 때, 잠만 자는 니가 나 무시했을 때, 나 기막혀 화 삭혀야 했을 때,
난 속으로 말했지. 아무리 그래도 나 너보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이런 식으로 데니왕자는 아가씨들에게 자신을 올래 공주라고 철석같이 믿게 한 것이다. 물론 아가씨들은 속으로는 진정 100% 믿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올래 공주라고 주장하는 바에는 한 마디도 대들지 못했다. 만약 이 여자가 말한 것이 모두 100% 사실일 경우, 이 여자가 누구더냐. 바로바로 자신들이 그토록 사모해 마지않는 데니왕자님과 한 날 한시에 태어난 친족이지 않은가. 아가씨들은 서로 다투어 올래 공주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노력을 하였다. 반지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한편 왕궁에서는...
"머시라? 왕자가 사라졌다고?"
"그렇다니까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그 귀신이... 한 명도 아니고 둘이 나타나서는..
도대체 왕자님은 어디 있냐고.. 귀신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고..
그건 귀신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럼 어서 사과를 만드시오."
"사과요? 아니 여왕폐하는 사과는 지금 누구한테 사과를 하신다는 거에여~~"
"정대신!!! 지금 하편까지 왔는데 아직까지 이 소설 제목도 모르시오?!
얼른 독이 든 사과를 만들어서 숲 속으로 왕자를 찾으러 가야 할 것이 아니오!"
"사실은 알지만 일부러 그런 거에요. 왜냐하면 저에겐.."
"또 안 좋은 추억이오? 알았소. 할거면 빨리 해보시오."
"네. 저에겐 사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 몇 년 전 졸업식 때 일이었어요.
교장선생님 추천으로 졸업생 대표가 된 저는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받게 되었죠
아시다시피 제가 은근히 어른들에게 먹히는 얼굴이잖아요...
저는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단상위로 뛰어올라갔죠.
그런데 그만! 제 몸무게를 못이긴 단상이 부러진 거에요~~!!
사색이 된 교장선생님은 그냥 졸업장 받은 셈치고 얼른 내려오라고 하셨죠...
전 그 말에 화가나 소리쳤어요~~!!
교장선생님 제 몸무게 많이 나가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다 알면서...
왜 저를 졸업생 대표로 뽑으셨나요??? 네??!!
그랬더니 교장선생님은 졸업생 중에서 너만큼 나이 많이 먹은 애는 없다고...
고등학교를 6년 동안 다닌 애는 우리학교 역사상 니가 처음이라고...
우리학교가 무슨 초등학교냐고.. 학교 다니는 내내 등록금을 DC해달라 하질 않나..
교장선생님하고 친구를 먹지 않나.. 어쩜 넌 끝까지 이기적이냐며...
6년 내내 말썽 피운 것도 모자라 여기서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건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졸업식을 2번 죽이는 거라고...!!
전 그제서야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사과의 노래를 불렀지요...
뚱뚱한 건 질색~ 그래서 나는 선택~ 덕지덕지 붙은 체지방 내가 뺐어~ 내가 뺐어~
이렇게 많은 살들 내가 뺐어~ 내가 뺐어~"
하지만 퀸 Joe는 그건 이미 지난 번 브레인 서바이벌에서 다 본 거라며,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제 이미 본 지겨운 개그는 그만 집어치우고 어서 빨리 독이 든 사과나 만들라며 정 대신을 다그쳤고, 권력의 시종인 정 대신은 할 수 없이 사과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은 가슴에 고이 묻은 채 퀸 Joe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입 냄새를 이용해 독이 든 새빨간 사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 이 집이 아닌가.."
사과장수로 변장을 하고 숲 속으로 들어온 퀸 Joe는 바로 이 집이다, 하고 찾아간 곳에서 나온 쭉쭉 빵빵 아가씨들에게 놀라 뭔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는데 더군다나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미녀라서 퀸 Joe는 이럴 줄 알았으면 독이 든 사과를 더 많이 만들어 올걸 그랬다고, 사전에 아무 눈치도 주지 않은 작가에게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 집이 아니긴요. 들어오세요. 어서요. 어서 들어오시라니깐요"
자신의 옷소매를 붙잡아 끄는 아가씨들의 반응에 퀸 Joe는 더욱 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집 안에는 또 다른 아가씨 한 명이 상석에 앉아 도도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퀸 Joe는 잠시 그녀는 왜 저런 자리에 당당하게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지 살폈다. 그런데 역시, 20년 간 밤낮 왕자와 한 궁전에서 살고 있던 퀸 Joe 는 아무리 변장을 하고 있어도 곧 그녀가 데니 왕자라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지금 자신도 변장 중이기에 내색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걸 깨닫고 내가 찾기는 바로 찾아왔구나, 작가와 왕자가 한 통속이 되어 아무리 나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는 짓이란 생각을 하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호호. 이 집에는 정말 예쁜 아가씨들이 많으시네.
자, 여기 미인들만 먹을 수 있는 사과를 내가 가지고 왔는데 좀 드셔 보실라우?"
"정말 미인들만 먹을 수 있는 사과에요?"
"호호. 그럼요, 미인이 아니면 이 사과는 먹히지를 않아요."
"근데 공주님 말씀이 맞았네? 오늘쯤 사과를 파는 웬 못생긴 여자가 찾아올 거라고 하더니.."
"모... 모... 못 생긴...-_-"
"못 생긴 거 맞잖아요. 어쩜 그렇게 못 생겼어요? 눈 버리겠네 정말.."
"호호.. 아니 얼굴은 이렇게 예쁜 아가씨들이 무슨 말들을 그렇게 싸가지 없이.."
"댁처럼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호박으로 못 생긴 것보단 낫지 뭘 그래요"
"메...메주...-_- 말...말이 좀 지나친 거 아니에요??? 그런 외모 지상주의는 이제 그만.."
"아줌마 됐고. 얘들아. 너희는 표현을 해도 어쩜 그런 구시대적 표현밖에 못 하니.
메주 호박이라니. 요즘은, 퀸 Joe처럼 생겼다, 이게 가장 딱 들어맞는 표현이야."
"아! 그렇구나. 공주님은 역시.. 저희야 여왕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죠~"
"몰랐구나? 그 여자 진짜 못 생겼어. 얼마나 못 생겼는지 말로는 아무리 해도 설명이 안 돼."
"그렇구나. 아우~! 정말 난 못! 생긴 것들은 인생 왜 사는지 몰라~"
"우리 같은 미녀들이 그런 걸 알 필요가 있니?"
"하긴, 우리야 알 필요 없지. 근데 이 퀸 Joe 처럼 못생긴 아줌마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니 이것들이 정말! 나 이거 안 해. 나 안 해 나 안 해 나 안 해!
야! 너 내가 모르는 줄 알어?! 뭐 공주? 공주? 웃기시고 있네. 이게 진짜~!!!"
아가씨들의 싸가지 없는 말에도 꿋꿋이 참아내던 퀸 Joe는 그만 데니 왕자의 발언에 한순간 이성을 잃고 참을 만큼 참았어 더 이상 못 참겠다! ....하며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왕자에게 다가가 쓰고 있는 가발을 벗겨내고, 안경을 집어 던지고, 얼굴에 다닥다닥 그린 흉측한 점들을 손바닥으로 마구 문대 지우며 악을 쓰듯 소리를 질렀다.
"봐! 보라구! 공주는 무슨 공주! 얘가 바로 데니 왕자야 이 바보들아!
그리고 똑똑히 봐라! 내가 바로 퀸 Joe 잖냐! 니들은 어렸을 때 책도 안 봤냐?
독 든 사과 가지고 팔러오는 여자, 나잖아! 하여간 얼굴만 이뻤지 머리는 텅텅 비어서는. 쯧.
근데 내 얼굴이 그렇게 못 생겼냐?! 왜 말들을 못해! 말해봐! 말해봐! 말해봐!"
"......."
"......."
"......."
"......."
하지만 아가씨들은 이제 어엿한 남자의 모습으로 앞에 서 있는 왕자와 퀸 Joe를 번갈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말이 없었다. 그리고..
"뭐지 이건?"
"그러게. 얘네들 뭐니?"
"뭐긴. 사기꾼들이잖아."
"그렇지? 얘들아 안 되겠다. 장화랑 홍련이 좀 불러와 봐."
"근데 장화랑 홍련인 이 시간엔 안 돼. 아직 낮이잖어"
"아, 됐어. 장화랑 홍련이까지 부를 게 뭐 있니. 정말 웃기고들 있어.
어쩐지.. 처음부터 자기가 데니 왕자님이랑 쌍둥이니 뭐니 할 때부터 알아봤대니깐."
"그러니까. 그리고 사과 파는 웬 못 생긴 여자가 찾아 올 건 또 어떻게 알았겠어?
사람 감정을 이렇게 농락 할 수 있는 거니? 왕자님 땜에 우리가 이러고 사는 것도 서러운데, 뭐?
지가 우리 왕자님이라고?"
이럴 수가. 아가씨들은 진짜 데니 왕자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데니 왕자는 너무나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도대체 왜. 와이. 이런 조각 같은 얼굴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불구, 어째서 아가씨들은 자신을 왕자라고 믿지 못하는 것일까. 도대체 왜. 와이!
"저기여.. 제가 진짜 데니 왕자거든여..?"
"아니 그래도 끝까지 이것이!"
"저기.. 아가씨들... 얘 진짜 데니 왕자 맞아......요."
"야!!! 죽을래?! 정말 끝까지 우리 왕자님 모욕할 꺼야?!! 앙?!!"
"저기여..진짠데여.. 진짠데...내가 데니 왕잔데.."
"안 되겠다. 얘들아. 문 잠그고 거기 망치 가져와. 도끼도."
"채찍도 가져갈까?"
"응. 그래. 그것도. 아, 그리고 그거, 뭐더라? 쇠톱도 가져와. 또 뭐가 있지?"
"그러지 말고 그냥 장화랑 홍련이가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방에 보내는 건 어떨까?"
"그럴까? 하긴 이런 것들 땜에 기운 뺄 필요는 없지. 이것들 꽁꽁 묶어서 골방에 가둬버려"
"알았어. 근데 오늘 장화랑 홍련인 늦을 텐데.. 왕자님 찾으러 간댔잖아"
"그럼 뭐, 좀 기다렸다가 안 오면 귀찮지만 우리가 처치하지 뭐."
"그러자"
이리하여-_- 데니왕자와 퀸 Joe는 꽁꽁 묶인 채 골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얘.. 데니야.. 너도 이제 한 물 갔구나.. 이런 줄도 모르고.. 난 그 매직거울인지 뭔지 말만 믿고.."
"여왕.. 그거 몇 년식 버전이야?"
"그거? 2003년. 하긴.. 요즘이 어떤 시댄데. 하루가 다르게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는 마당에.. 아이고.."
"......"
"너도 충격을 먹긴 먹은 모양이구나.. 에휴... 그럴만하지.. 내가 너였음 벌써 혀 깨물고 죽었다."
"......"
"애가 아예 말을 못하네.. 쯧쯧.."
"시끄럽고. 이리 와 봐."
"아니! 너 어떻게 그 밧줄을!"
"내가 당신 그냥 두고 혼자 가도 되지만, 20년 간 같이 산 정을 생각해서 봐 주는 거야. 알았어?!"
"응응. 데니야. 정말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내가 잊지 않을게. 정말이야"
"내가 당신 그 말 믿을 거 같아?!"
"아니야아니야. 저 끔찍한 여자들로부터 살려만 준다면 내가 정말 이제부턴 너 안 괴롭히고.."
"조용히 해. 다 들리겠어!"
"알았어 알았어."
꽁꽁 묶은 밧줄을 용케 풀어낸 데니 왕자는 퀸 Joe의 밧줄도 풀어주며 아가씨들 몰래 이 집을 탈출하기로 했다. 문에 바짝 귀를 대고 바깥 동정을 살피니 아가씨들은 각자, 신데렐라는 구두를 닦으러 간다고 했고, 세일러 문은 무도를 연마하러 도장에 간다고 했고, 슬리핑 뷰티는 또 그렇듯이 잠을 자러 간다고 했고, 인어공주는 그럼 자기는 수영을 하러 간다고 했다. 행선지까지 정확히 밝혀주는 아가씨들의 친절(?)에 왕자는 때는 이 때다, 집 안에는 잠자는 슬리핑 뷰티 외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살금살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냅다! 뛰는데...
"저기요"
"헉..!!"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치는 손길에 왕자는 너무 놀라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오금을 저린 채 우뚝 서고 말았다. 이미 퀸 Joe는 그 짧은 다리로도 저만치 달려가 이젠 보이지도 않았다.
"돌아보지 마세요. 전 홍련이에요. 지금은 낮이라 제가 보이지 않을 거에요."
그것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대사 한 마디 없던 막내 홍련의 목소리였다.
"저는 언니들의 부탁으로 대신 말씀을 전하러 온 거니까 잘 들어주세요."
"네..네네...뭐.. 뭔데여...하실 말씀이.."
"왕자님, 저희는 왕자님이 진짜 데니왕자님이시란 걸 알고 있어요."
"......."
"그리고.. 왕자님이 퀸 Joe와 나즈굴로부터 왕위를 무사히 지키실 수 있다는 것도 믿어요.
언니들이 전해달래요. 잠깐이지만 왕자님과 함께 했던 시간 행복했다구요.
그리고 저희가 처음에 몰라서 무례하게 굴었던 것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무사히 왕궁으로 돌아가셔서 꼭.. 나라를 지켜주세요.. 기다릴게요.."
"......."
"약속해 주실 거죠?"
"그래.. 약속할게."
그리고 더 이상 홍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왕자가 뒤돌아보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가 이렇게 유치하냐고? 사랑은 원래 유치한 거다. 알면서-_-
"오늘은 좋은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참된 친구..
이것은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을 못하는
이 바보 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 있느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
저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제가 참된 친구가 되 드릴게요.
아프고 힘들고 외로울 때..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구두를 닦을 때나,
또는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할 때나, 또는 밤낮으로 잠을 잘 때나,
또는 걷기가 힘들어 수영을 할 때나, 또는 한밤중 어딘가를 헤매고 다닐 때나..
언제든지.. 매일 밤 안 데니가 보내는 이 키스를 기억해주세요.
그럼.. 내일도 저랑 키스하실 거죠?"
이 말도 안 되는 한 여름밤 이야기의 끝은 이러하다.
왕궁으로 돌아간 데니 왕자는 퀸 Joe를 왕권에서 물러나게 한 뒤, 흉악한 나즈굴로부터 독립을 함으로써 왕위에 올라 강건한 나라를 세웠고, 그저 자신과의 키스가 소원인 나라의 모든 여인들을 위하여 매일 밤 전파를 통해 두 시간씩 키스를 날리는 것이었다. 이런 게 무슨 키스냐고 따져 봤자, 어차피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설도 즐겁게 읽어주는 당신. 왕자가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입술이 아주 부르틀 지경이라고 뻥치자. 그러다 보면 진짜 키스보다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