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우리 직장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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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조지부 사무실에 들렸더니 어느 기관사님이 물었습니다.
벽에 걸린 액자의 글자를 가르키며 저렇게도 쓰느냐고...
결론 부터 말씁드리면 밝을명(明)字는 옛날에는 그렇게 썼답니다. (인터넷상에서 보면 임진왜란 이전에는 그렇게 썼다고 된 곳도 있네요) 서예하는 사람들은 옛 문화를 추구한다(好古)는 차원에서 일부러 그렇게 古字를 쓰기도 하지요. 설마 액자을 쓰는 서예가가 밝을명(明) 자 조차도 모르고 붓을 잡지는 않겠지요.
한자 구성원리를 설명하면서 會意(뜻의 모임)라 하여 해(日)와 달(月)이 모였으니 밝지 않겠는가 라는 해석은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고요, 원래는 밤에 달이 떠야 눈으로 사물을 식별할 수 있고 인식체계가 발달된다는 의미에서 눈목(目)변에 달월(月)을 붙여 썼다고 합니다. 관광지 사진에 보니 삼국지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사당 현판 글씨도 그렇게 되어 있군요.
그점은 그렇다치고요. 이왕 이야기 나온 김에 액자 해석이나 한번 해볼까요.
출전은 어디인 지, 또 쓴 사람은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1CB4F54CF4C240D)
梅橫畵閣有寒豔(매횡화각유한염)
雪照書牕生夜明(설조서창생야명)
매화는 화려한 누각에 피어 찬 기운의 멋을 한 껏 자랑하고
눈빛이 서창(글방 창문)에 비추어 달밤의 정취를 일게 한다
梅 매화 매, 橫 가로 횡, 제멋대로 횡, 방자할 횡, 畫 그림 화, 閣 집 각
畫閣(화각 : 단청을 한 화려한 누각)
豔(고울 염, 艶과 통용되는 같은 글자)
照 비출 조,
牎 창문 창(窓, 窗과 통용되는 같은 글자)
그리고 서예작품을 쓸 때에 있어서 문자는 사회적인 약속인데, 나만이 아는 너무 독특한 자형을 고집하면 안되고 , 또한 오랜 세월동안 워낙 자형이 다양하고 변천되어 왔기 때문에 너무 섣불리 <이것은 틀렸다>라고 이분법적으로 단정해서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 사천성 성도에 있는 武侯祠(무후사, 유비와 제갈공명 사당) 현판 사진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어질량 보다는 밝을량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유비와 제갈공명의 만남...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천고에 빛난다는 뜻으로...... <명량천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A313A54CF59A036)
첫댓글 좋은글 잘봤습니다. 밝다는건 어둠속에서 느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삼호아우의 지식이 날로 돋보이는구려. 내 눈에는 남송 김영묵선생님 예서가 돋보여서겠지만 별로 잘 쓴 글씨가 아닐세. 그리고 자기 호를 쓰면서 집재와 다스릴제자를 구별도 못하면서 작품을 내놓다니 더 공부하라고 일러주소..
吾師 雪舟선생님도 밝을 명자를 가끔 눈목변에 쓰실 때가 간혹 있어었요, 그리고 해석을 아주 잘 했군요
호는 초당 선생님의 말씀이 맞겠으나 혹 작자나 본인이 몰라서 일 수도 있겠지요 또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군요
吾師 雪舟선생님도 가끔 눈목변에 쓸때가 가끔 있으셨지요 . 그리고 해석을 아주 잘 했군요.
호는 초당 선생님의 말씀이 맞겠으나 지어준 사람이나 본인이 잘 몰라서 일수도 있고 또 일부러
거기에 맞다고 구런수도 있겠지요
요즘 책을 보면 가끔 집재를 다스릴제자로 인쇄된 것을 발견합니다. 컴퓨터 치는 사람이 한문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못을 범하고 있지요. 소인도 컴퓨터를 칠 때 당호에 집재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다스릴제자를 칠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몇 년 전에 어느 대학교수가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자신의 호에 다스릴제자를 써붙여 놓은 것도 보았습니다. 호에서 다스릴제자를 일부러 사용할 수 있을까요? 있다면 예를 들어 주십시오. 송담 선생님이 살아계신다면 즉시 전화로 물어서 명쾌히 알수 있을텐데 몹시 아쉽습니다.
전통문화연구회에서 고문진보, 한시 강의를 하는 공주대 퇴임 신용호 교수가 쓴 <선현들의 자와 호>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잠깐 보니 모두 齋를 썼네요. 齊를 쓴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호를 짓는 원칙을 크게 구분할 때 所處以號라하여 자기와 인연이 있는 지명,처소를 인용 하거나(퇴계,율곡,다산...), 所志以號(자기가 지향하는 삶, 철학)관점에서 짓거나(사임당, 면앙정, 망우당...), 그리고 所遇以號(자기가 처한 환경, 여건) 관점에서 무슨 거사, 무슨 옹... 또 所蓄以號 (玩好하는 물건) 등이 있다고 했군요. 堂號에서는 당연히 齋를 써야하고, 所志以號 차원에서 굳이 쓴다면 齊 자를 쓸 수도 있겠으나, 용례는 없는 것 같습니다
三乎아우! 고맙네. 齊를 일부러 쓰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오 대부분 齋를 알지 못하여 齊를 쓰는 것으로 간주하여야 할 걸세. 號를 받거나 지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출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네. 예를 들면 一蠹. 그런데 巨山과 같이자신을 대단히 높여 호를 짓는 위인이 있다는 걸세. 아무튼 이번 액자로 인해 공부가 되었네.
맞습니다 집재 자 (齋) 號가 우리나라 역사상에 가장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수업하고 있는
할머니 號가 思 齊 이도순인데 아마도 見賢思齊에서 사제를 호로 삼은 것 같습니다. 中齊 禹京祚 란 분이 제게
논어 수강을 하고 있는데 중용의 中 과 논어의 견현사세의 齊를 썼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