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토쿄에서 방송 기획과 제작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어 편협적일 수는 있지만..저의 의견을 올립니다.
일본에서의 한류는 하루 아침에 잠시의 붐으로 갑자기 일어난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긴 시간 잠재되어 오다가 겨울 연가로 분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의 한류는 양국의 경기 불황과 관계가 깊습니다.
일본은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에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까...버블때 가던
하와이나 유럽 여행이 줄었습니다. 그 대신 값싼 한국과 동남아 투어가 각광을
받게 되었죠. 사실 경기가 좋을 때는 일본의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한국 투어를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건설 노동자나 택시 조합 등의 한국 단체 투어가
많았던 시절...기생 관광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학생들 조차도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던 버블때와 달리..HIS 라는
여행사가 생기면서 한국으로 값싸게 졸업여행을 가는 젊은이들...물론 초기엔
여행에 돈을 쓰기보다는 면세점에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명품은 갖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비싸다고 느끼게 되고 주머니 사정으로 구입하기
힘들게 되니까 한국의 면세점에서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고 봅니다.
그런 일본의 불황시기에 맞은 한국의 IMF는 한국 여행으로의 상승 효과를 가져 왔습니다.
첫째가 환율의 변화였습니다. 70년대 3배 정도였던 환율은 80년대 약 5배 정도되어
유지되어 오다가 IMF 시기에 14배까지 뛰는 기 현상을 보였으므로 일본 돈의 가치가
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한국으로 많이 여행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방송 제작 회사들도 한국으로 로케를 많이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절반의 제작비로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불경기로 미국이나 유럽 로케는 거의 힘들었고
국내 제작비보다도 적게 드는 한국은 외주사들 입장에서는 좋은 소재였습니다.
실제 저도 98년에는 한국으로 촬영을 많이 갔었으니까요.
그러면서 일본의 주말 낮 시간대에 많이 방송되는 여행 프로그램에는
거의 매 주 한국의 맛있는 갈비집과 때밀이와 맛사지를 소개하는 방송들이 나왔습니다.
이 것이 무의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일본의 젊은이들 중 기성세대와의 차이를 축구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성 세대가 좋아하는 야구를 부정하고..그 대신 축구 좋아한다는
것으로 개성을 보이려고 했습니다. 첨에는 축구가 몇 명이 하는 경기인지..룰 도 잘 모르
면서..축구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월드컵 공동 개최도 아마..불황과 관련이 있으리라 봅니다. 경기가 좋았다면 단독 개최
를 고집했을테니까요.그런데 공동 개최로 인해 한국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한국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봅니다.
또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나..2000년 경 젊은이들 사이에는 고추가루 붐이 잠시 있어...
매운 음식이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좋아들 했었지요.
그리고 이 무렵 한국의 영화 쉬리가 일본에서 힛트를 치면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구요.
그런 연유로 일본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 했습니다.
제가 한국을 소재로 후지 TV에서 레귤러 방송을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이 프로그램이 예상외의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
어 붐이 일기도 했습니다. 방송의 영향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여기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의 특징은..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가수나 음악에...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젊은이 전체에서 보면 특이하다는 평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한국이 어디있는지도 잘 모르는 젊은이가 많았었는데...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봅니다.
2002년 드라마 공동 제작으로 원빈 주연의 프렌즈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테레비 아사히에서
한국 드라마의 자막판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만..역시 NHK에서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의
한류 붐을 표면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NHK가 젊은이들이 잘 안보는 재미는 없는 방송이긴 하지만...아침 드라마나 대하 드라마
등과 시사 교양 프로 및 뉴스는 NHK를 봐야 조금 교양있어 보인다는 느낌으로 체면상 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합니다. 기성 세대의 동류 의식..이 어김없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봅니다.
신뢰성도 있습니다. 민방에 비해 NHK는 검증된 것들을 방송한다는 신뢰를 말합니다.
공영 방송으로서 질 높고 엄선된 것들을 방송 한다는 일반적인 이미지입니다.
아주머니들이 겨울 연가의 팬이 많은 것은 NHK의 주 시청자가 비교적 연령층이 높다는
것과 일본의 드라마 붐이 일었던 70년대의 정서와 지금의 한국 드라마가 비슷하다는 점이
많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민방들은 10대와 20대에 타겟을 맞추는데 비해 일본의 아주머니
들이 볼만한 것은 실제 NHK가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민방의 드라마는 거의 젊은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 요즘 시청율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상에서 일본에서의 한류는 이러한 여러가지 요인이 겹치고 그 결과가 겨울 연가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열거 해 보겠습니다.
배 용준씨의 인기와 성공을 계기로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이 몰려 오고 있습니다만..
처음 그 인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우연이었다면 과언일까요?
일본의 연예계의 인기는 우연보다는 의도적으로 메너지먼트 회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한류의 인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많이 놀라기도 했고
당황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걱정하는 것은 팬들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인기가 단명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지 않고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각개 전투식으로 너도 나도 몰려 옴으로 인해 체계없이 혼란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장 원리에 의해 경쟁이 필요하며 기회를 보면서 적극적으로 두드리는 자세를 비난
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연예계 구조나 시스템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
하고 한국의 연예인은 한국식으로 일본을 공략하고 있어...
지금은 일시적인 붐으로 크게 문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연예계에
과연 한국 연예인이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겁니다.
단기적으로 크게 벌고 빠지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지금 상태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일본 연예계에서 장기적으로 성공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일본 연예계를 공부하고
유수의 업체와 제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연예계의 차이는 무척 큽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연예인 월급제뿐만
이 아니라 모든 시스템에서 판이하게 틀립니다. 모든 것을 열거 할 수는 없지만 계약 조건
부터 많은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방송계는 몇 개의 큰 메너지먼트 회사와 몇 개의
광고 대행사가 쥐고 흔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계열을 이룬 중소
업체와 출판사들..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서 독립한 개인 사무실 단위의 연예인이 있습니다.
한국만큼 방송사의 힘이 크지도 않습니다. 업계가 치밀하게 주관하여 이끌어갑니다.
또한 일본의 방송을 비롯한 연예업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그런데 한국의 연예인은 아직 거의 일본의 업체와 제휴를 한 연예인들이 드뭅니다. 그래서
단명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도 합니다. 계약 조건이나 처우등의 조건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렇다고들 합니다. 한국은 한 명의 연예인 단위로 방송국과의 친분 등으로 방송국이
만들어주는 스타가 많다 보니까 특정 연예인 중심으로 커 왔습니다. 일본은 만들어 진 연예인
이므로 특정 연예인이 중심이라기보다는 매너지먼트 회사가 업무와 계약의 중심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제휴가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한국의 연예인은
개인적으로 일본의 다양한 업종의 여러 업체로 부터 여러가지 제안을 받아 그 중에 맘에 드는
일을 골라서 하다보니 겹치기도 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보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개성있는 연예인이며 각각 특성이 있다고 봅니
다만 일본에서 보면 한국의 연예인으로 통틀어 보기 때문에 사진집을 내더라도 그게 그것 같
고 이벤트를 해도 그게 그거 같다고들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내에서는 한정적 활동을 하고
있어 정보가 부족하여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연예인의 한계이기
도 합니다.
얼마 전 배 용준씨의 멋진(?) 사진집이 일본에서 발매가 되어 많이 팔리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일본의 팬이 배 용준씨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에고로
제작한 것이어서 지금까지 쌓은 이미지가 적잖게 손상되었다고 봅니다. 또한 일본 방문시의
팬이 다치는 사고도 뉴스로 화제는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매너지먼트의 부재와 비체계적이고
즉흥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일본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배 용준씨의 앞으로의 방일시에는 경찰과의 신경전이 더 치열해 질것이며 숙소도 잡기
에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업계에서는 현재는 팬들의 열성과 붐이 있기 때문에 방관하고 있습니다만..언젠가는
기회가 된다면 한류를 엎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쟁의 원리에서 당연한 것이겠죠.
일본에 뿌리가 없는 한류는 불리합니다. 후속타가 부족한 현실에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인
기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자존심이 강하여 다루기 어렵고 많은 돈을 요구하는 한류 스타들이
지속적인 활동이 없이 오래동안 인기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 걱정되는 것은 일본 업계를 잘 파악하지 못하여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위장된 검은 돈을
받고 어쩌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렇겠지만 일본도 흥행
사업에는 야쿠자를 비롯한 검은 돈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특별법 제정 이후 회사로 위장
된 조직이 많고 연예 사업을 비롯한 흥행 사업에 손을 많이 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곳은
처음에는 좋은 조건으로 해 달라는 대로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상식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일본의 야쿠자를 한국의 조폭과 같이 보면 안
됩니다. 이 세계도 양국간이 많이 틀리죠.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하니까...많은 드라마들이 몰려 오고 있습니
다만..한국에서는 비슷한 소재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만들어져서 괜찮을지 몰라도 일본에
는 특정 연예인 중심으로 몰아서..또는 시청율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몰아서 방송 되는 관계로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가 간격없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식상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맨날 기억 상실에 이복 형제에 애틋한 사랑 이야기뿐이냐고요.
또한 드라마 가격이 터무니없이 너무 비싸져서 좋은 드라마가 외면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시청율도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고 있기에 한국 드라마 담당자는 곤욕스러워
한다고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일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주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단기적이고 확 타올랐다가 꺼지고 마는..그래서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고 마는...
그래서 일본 내에서의 한류가 일시적인 붐으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그리고..한국 내에서의 일본 한류 열풍에 대한 보도 기사의 거품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인기몰이의 일환으로 쓴 과대 기사도 보입니다만 기사를 쓰는 기자 분이
일본을 잘 모르거나 검증없이 또는 한국의 정서로 기사를 쓰는 분이 많다 보니까 여기서 보
면 이상한 기사가 많습니다. 그런 기사를 읽은 한국 독자들은 잘못 된 정보로 착각하거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기사는 소설이 아닐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두서없이 생각했던 점들을 써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이견이 있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만...그냥 참고 정도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문제라는 것이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면 좋겠습니다만 아직 제 짧은 소견으로는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구요. 제 생각은 있습니다만...시장 원리에 의해 정리가 되겠죠?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첫댓글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광복후 처음으로 겪는 아시아에서의 한류붐을 어떻게 소화해야될지 몰라서 그런듯합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도 하고 또 노력하고 재기해서 한류를 더 넓혀나가리라 봅니다. 오늘의 한국엔터산업이 이렇게 각광받을줄 몰라서 그런지요. 우린 잘할수 있습니다. 한국인이니까~
그나저나 야쿠자(왜구), 삼협회(지나)랑 거래하는 연예인 없었으면 합니다. 모르고 걸리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