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해안선 따라가는 드라이브 코스 '최고'
안개 속의 금문교·케이블카… 이국 정취 물씬
이 세상에는 비록 가보지는 못했어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그런 도시가 있다. 미국들인이 가보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손꼽는다는 샌프란시스코는 바로 그런 도시 중 하나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차를 몰고 태평양을 끼고 뻗어있는 101번 고속도로를 달려 내려가 샌프란시스코에 가보자.
밴쿠버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차를 한번도 쉬지 않고 달린다고 해도 꼬박 24시간 정도는 걸린다. 시급을 다퉈 급한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닌 이상 태평양을 끼고 해안선과 수평으로 마주 달리는 101번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이틀 정도 잡고 중간에 오레곤주의 오티스나 뉴포트 부근에서 1박을 한 후 다음 날 저녁에 샌프란시스코에 들어가도록 일정을 짠다.
미국 국경을 지나 시애틀을 거쳐 올림피아에서 태평양 쪽으로 방향을 틀면 101번 고속도로를 만나게 된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길이 나있고 오르막 내리막이 자주 나와 운전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태평양을 곁에 두고 달리는 드라이브의 맛이 충분히 그 보상을 해준다. 밴쿠버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려면 BC주, 워싱턴주, 오레곤주, 캘리포니아주 등 4개 주를 거치게 된다. 오레곤주에서 캘리포니아주로 넘어갈 때는 주 경계선에서 과일이나 야채를 소지하고 있는지를 검사 받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 반입을 금지하고 있는 품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금문교를 지나 샌프란시스코로
드디어 그 유명한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지나 샌프란시스코에 닿게 된다. 참고로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금문교를 넘어 들어갈 때는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면 적어도 2-3일 정도는 이곳에서 묶어야 한다. 금문교를 지나면 101번을 따라 가다 보면 골든 어린 자녀를 둔 가족 여행객들이 둘러볼만한 과학관인 'Exploratorium'이 나오고 그 옆에 호수를 끼고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가 있다. 이곳은 영화 '락(Rock)'에서 숀 코넬리가 딸을 몰래 만났던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여기를 둘러보고 나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로 이동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우선 이곳에 숙소를 정하고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한다.
피셔맨스 워프에는 꽃게와 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노점이 즐비하다. 특히 조갯살을 넣고 만든 클램 차우더는 이곳을 대표하는 별미. 피셔맨스 워프에 있는 퍼블릭 마켓에 들어서면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늘어선 횟집만큼이나 많은 가게에서 속을 파낸 둥그란 빵 속에 클랙 차우더를 담아 판다. 피셔맨스 워프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방문자 숫자가 세계 3위에 꼽히는 관광 명소 '피어(Pier) 39'에 닿는다. 이곳은 원래 화물용 어시장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양한 2층 목조건물이 들어찬 곳이 됐다.
피셔맨스 워프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섬이 하나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영화 '락(Rock)'의 배경이 되었던 알카트래즈 섬. 한때 알 카포네와 같은 악명높은 죄수들을 수감했던 이 곳은 이젠 관광지로 변모되어 피셔맨스 워프에서 이곳을 오가는 관광 페리가 운영된다. 워낙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여름 성수기에는 2-4주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로스 앤젤레스와 함께 미국 서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다양한 민족 구성과 개성 있는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을 둘러보려면 샌프란시스코의 마스코트 케이블 카를 탄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영화에서라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다운타운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유니온 스퀘어 주변에는 메이시스 백화점을 비롯해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 있다. 밴쿠버의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조용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곳은 색다른 긴장감과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차이나타운 역시 빠뜨리지 말고 둘러보아야 할 곳. 그랜트 애비뉴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 차이나타운은 8만 여 명의 중국계 인구가 모여 살고 있으며 붉은 색상으로 단장된 중국문을 지나면서 펼쳐지는 현란한 색상의 중국식 건물과 중국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연달아 늘어서 있어 중국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몬터레이와 페블 비치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정도 차로 내려가면 몬터레이라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가 나온다. 한 화가는 몬터레이를 두고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최고의 접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몬터레이는 대형 수족관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페블 비치'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몬터레이 수족관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며 돌아보는데 3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타이거 우즈가 US 오픈 우승을 얻어내기도 했던 페블 비치 골프장에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 코스(유료)를 따라 내려가면 예술의 도시 카멜에 닿는다. 카멜은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냈던 곳으로 유명한 곳.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
밴쿠버로 돌아올 때는 내륙으로 뚫려있는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한다. 101번 고속도로처럼 다이나믹한 맛도 없고 풍경도 지루한데다가 한여름에는 내륙 지방의 더위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좋은 점은 101번으로 가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점. 또 열정적으로 태양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해바라기들과 싱그럽게 물이 오른 옥수수 밭을 보며 밴쿠버에서 보기 드문 더위의 갈증을 느낄 수 있다.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다 보면 아무리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라고 하지만 아직도 동양 사람이 드문 곳이 많아 맥도널드 같은 곳에 들어서면 백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꽂히는 색다른 체험도 각오해야 한다.
떠나기 전에 잠깐!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은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정도이며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반소매 여름옷만 챙기면 추위에 떨기 십상이다. 긴 소매와 점퍼 등을 잊지 말고 챙긴다.
* 순식간에 안개가 끼는 등 날씨가 변덕스럽기 때문에 갑자기 앞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더라도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을 할 때는 각별히 주의한다. 언덕길이 많으며 운전자들의 난폭 운전이 심하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호텔이 많이 있지만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방 얻기가 힘들다.
*중간중간에서 밥을 해먹을 계획이라면 전기 밥솥과 밑반찬, 컵라면 등을 준비한다. 가스통은 열 받으면 위험하므로 아이스박스에 넣고 다닌다.
*장거리 여행 전에는 차량 점검이 필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BCAA에 가입해둔다. 회원 가입은 회원 가입은 버나비에 있는 BCAA 본사(4567 Canada Way)를 직접 방문해 신청하거나, 인터넷(www,bcaa.com)이나 전화(10877-325-8888)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BCAA에 가입하면 지도와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야영장에서 캠핑을 할 계획이라면 캠프그라운드 체인인 KOA를 추천할 만 하다. 도시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4인 가족이 하룻밤 묶는데 미국 달러로 50달러 내외다. 통나무집처럼 생겼는데 안에는 2인용 침대와 2층 침대가 있고 매트만 깔려있으며 침낭과 담요 등은 지참해야 한다. 전기 시설이 되어 있어 아침 저녁에 밥을 지어먹을 수 있고 바비큐도 할 수 있다. 샤워 시설은 공동 사용. 웹사이트는 www.ko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