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 스님 ①
마음이 청정한 것이 부처요,
팔만사천 무진한 부처님이 있다 해도
사람의 마음이 청정한 그 자리가
참된 부처인 것이다.
-경봉 스님-
가을 물 긴 하늘에 秋水長天
위와 아래가 원융하고 上下圓融
한 빛 갈대꽃에 一色蘆化일색로화 (갈대로)
밝은 달이 왕래하네 明月往來
달이 들물에 잠겼으니 광명을 감추었고 月沈野水光明藏
난초가 봄 산에서 옛 부처의 마음을 토해 내네 蘭吐春山古佛心
영축산이 깊으니 구름 그림자가 차고 靈鷲山深雲影冷
낙동강이 넓으니 물빛이 푸르도다 落東廣濶水光靑 (濶 넓을활 넓을괄)
1978.4.30.
■ 경봉스님 (1892년~1982년)
1896년 밀양 한문사숙에서 사서삼경 수료
1907년 성해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30년 통도사 불교전문강원 원장
1941년 재단법인 조선불교중앙선리참구원 이사장
1949년 통도사주지
1953년~1982년 통도사 극락선원 조실
경봉 스님 ②
인생의 양잠良箴
병을 다스리는 데 약을 많이 먹어야 되는 것이 아니니 신선의 환단이란 약은 콩알만큼만 먹어도 모든 병이 낫는 것처럼, 종사의 법문은 많아야 좋은 것이 아니라 눈만 꿈벅하고 손만 들어도 그 속에 법문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山頭月掛雲門餠裝 산머리에 걸린 달은 운문의 떡이요
門外水流趙州茶 산문 밖에 흐르는 물은 조주의 차로다
단中何者眞三昧 이 가운데 어떤 것이 진삼매인가
九月菊花九月開 구월 국화는 구월에 핀다네
예전에 운문이란 큰스님은 누가 법을 물으면 “떡 자시게” 했다는 데서 운문병雲門餠이란 말이 생겼다. 그런데 떡이나 주면서 떡 먹고 가라고 하면 제법 괜찮은데 떡은 주지도 않고 “떡 자시게” 한다. 또 조주스님은 조주고불趙州古佛, 즉 조주 옛 부처님이라고 할 정도로 큰 스님인데 그 스님께 법문을 들으러 가면 “차 마시게” 하시니, 이것이 그 유명한 조주청다趙州淸茶의 옛 가풍인 것이다.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널리 일체 중생을 보니 모두가 여래의 지혜와 부처님의 덕상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모두가 동불중생同佛衆生이요, 곧 근본 진리는 부처님과 중생은 한가지로 여래의 지혜와 덕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 일체 중생의 여러 가지 환화幻化가 곧 여래의 원만하고 묘한 마음이 되는 것이니 이 마음 밖에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뚜렷이 깨달은 이 묘한 마음을 버리고는 다른 것을 구할 것이 없다는 부처님도 다만 이 마음자리 하나 밝힌 사람이며 현재의 모든 성현들도 미음을 닦으려고 이 산 저 산을 다니고 있지만 도를 깨치려면 오직 이 법을 의지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팔만사천법문과 종사의 모든 법문이 오직 이 하나이니 밖을 향해 구하지 말아야 한다. 물은 젖는 것이 물의 성품이요, 불은 뜨거운 것이 불의 성품이요, 소금은 짠 것이 소금의 성품이며, 사람은 지각하여 아는 마음자리가 곧 자기 본성품인 줄 알아서 이 심성자리를 물들이지 말고 자기 성품이 본래 뚜렷이 이루어져 있는 줄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인 것이다. 중생이 곧 부처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데 놀랄 것이 아니라 이 몸을 끌고 다니는 소소령령한 이것이 여여如如한 부처인 것이다.
인생의 어진 잠언이 있어 소개하여 본다.
· 겸화사양謙和辭讓이니, 사람이 처세함에 있어서 가정과 사회와 국가 사이에 겸손하고 화목하고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 손기이인損己利人이니,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이롭게 해야한다. 부처님은 나도 이익이 되고 남에게도 이익을 주는 행원을 실천하시니,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신 것은 중생을 위하여 나오신 것이다.
· 물래순응物來順應하고사과심녕事過心寧이니, 물건이 오면 순응하여 주고, 작고 큰 어떠한 일을 막론하고 일을 지낸 뒤에는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한다.
· 구물망언口勿妄言하고 물위망상勿爲妄想이니, 망언을 하지 말며 망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생각이든 한 생각 일어나면 그것이 참되다, 망발이다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비진리의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