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장,
성철은 아버지의 표정에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보!
일찍 오셨네요.“
민희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리라는 것을 알면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남편을 향해 인사를 하면서 조금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우선 앉으세요.
그리고 따뜻한 차를 준비해 가지고 올게요.“
“고맙소!
너도 그리 앉거라!“
형우는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여유를 가진다.
생각대로 화를 낸다고 해결된 문제는 아니다.
친구들의 모임에 나갔던 형우는 점심을 먹고 나서 아내가 혼자서 점심을 먹었는지 궁금해서 집으로 전화를 했었다.
아내가 막내아들이 온다고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들어 친구들의 양해를 구하고 바로 일어서 집으로 돌아온 길이다.
마음이 독하지 못하고 여린 아내다.
막내아들의 말에 얼마나 힘들어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급하게 온 길이다.
민희는 차를 가져와 남편 앞에 놓는다.
“당신은 내 통장을 좀 가져다주시오.”
“네!”
민희는 안방으로 들어가 남편의 통장을 가져와 남편 앞에 놓아준다.
“성철아!
우선 내 통장을 보아라.
네가 그토록 궁금해 하는 내 통장에 얼마나 많은 돈이 저축이 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라!“
성철이 앞으로 통장을 밀어준다.
성철은 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면서도 통장을 들어 펼쳐본다.
“어떠냐?
네 생각대로 많은 돈이 저축이 되어 있느냐?“
”아버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만 하더라도.........“
“그래, 네 생각대로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잘 들어라!
그동안 그 임대료에서 너희들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을 끊고 나서 나는 내 임의대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단체에 반을 기부한다.
그리고 반액을 가지고 용환이와 용수를 가르치며 네 형수의 병원비를 감당했다.
그 많은 병원비며 아이들의 학비를 너희들이 언제 단 한 번이라도 도움을 커녕 걱정이라도 해 본적이 있었니?“
”...........................“
“네 큰형은 그 작은 수입을 섬 주민을 위해서 모두 쓰고 있다.
그러니 큰형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냐?
그리고 네가 아는 내 연금으로 우리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생활비로 쓰인다.
네가 말하는 이 집의 소유권 네 어머니의 명의로 되어 있고 네 어머니의 몫이다.
그런데 네가 이 집을 탐내는 이유가 뭐냐?“
“아버지!
탐내는 것이 아니라 융자를 받아서 빌리려는 것입니다.“
“빌려?
말로는 빌린다고 하고 단 한 번이나 가져온 적이 있느냐?
이 집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한다.
난 내 자식들의 욕심을 안다.
그래서 애초부터 이 집을 내 어머니의 명의로 이전을 하면서 네 이모들 이름으로 근저당 설정을 해 놓았다.
은행에서 잡아 줄 수 없을 정도로 근저당 설정을 해 놓은 것을 네가 풀어 줄 것이냐?“
“..........참으로 너무 하십니다.
어찌 자식들을 믿지 못하시고..............“
“내가 자식들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냐?
네 어머니가 어떤 일을 겪었느냐?
그리고 또 어떻게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봐라!
이제 겨우 잠잠해지고 조금 편안해지려는 마당에 네가 또 다시 우리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워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거라!“
“.........................”
성철은 앞이 캄캄해진다.
이젠 그 어디에서도 자금을 마련할 곳이 없다.
“난 내 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일찍 어미를 잃은 너희들에게 원 없이 모든 것을 다 해주었다.
또한 내 젊은 청춘을 너희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너희들 모두 열심히 가르치고 짝을 채워주면서 살아갈 수 있는 뒷받침을 남들보다 더 많이 해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 누구도 이 애비의 삶을 생각해주고 걱정하는 자식들이 없다.
애비가 어떻게 살아가든 그저 돈에만 욕심을 내고 애비를 돈으로만 취급을 하고 애비도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주는 자식들이 있었니?“
”...........................“
성철은 아버지의 뼈아픈 말씀에 대꾸할 말이 없다.
“아버지도 너희들처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외롭고 쓸쓸한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생각하는 자식이 있었느냔 말이다.
너희들을 보면서 더 이상 재산을 물려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모든 분야에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때에 사업을 확장시키겠다는 네 생각이 과연 올바른 생각인지 묻고 싶다.“
“아버지!
불황이라는 것을 저도 압니다.
허지만 남들이 모두 불황이라고 몸을 도사리고 있을 때 오히려 호재가 되는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좋은 조건으로 호재를 누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쯧쯧쯧!
모든 사람들은 다 너만 못해서 그러고 있는 것이냐?
내 네 생각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네 능력대로 하라는 말이다.
부모의 힘을 빌려서 부모를 등에 업고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다.
그런 능력도 우리에겐 없다.“
형우는 다 식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성철은 그런 아버지를 말없이 바라보다 그대로 몸을 일으켜 나간다.
“여보!
그대로 가게 놔두실 것인가요?“
”그냥 두시오.
이제는 모든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오.“
”여보!
그러지 말고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돈을 줍시다.“
”안 될 말이오.
절대로 그 돈과 집은 그 누구도 건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요.
만일 내가 당신보다 먼저 죽는다고 해도 그것은 당신의 남은 생을 위해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오.
내가 죽고 나서 또 다시 혼자가 되어 고생을 하는 당신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오.“
“.......................”
민희는 남편의 그런 철저한 계획에 감동을 한다.
집을 언니와 동생의 이름으로 근저당 설정을 해 놓을 때까지도 남편의 그런 계획을 알지 못했던 민희였다.
또한 자신의 모든 현금을 아내의 통장으로 자동이채를 하지 않고 직접 현금을 빼서 넣어주는 치밀함도 모두 그런 계산에서 나온 것임을 안 민희는 남편의 깊고 큰 사랑에 감동한다.
“내 이럴 줄 알고 빨리 오기를 잘 했지.
당신이 성철이를 감당 하지 못하는 여린 성품이니까!“
“당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마 당신이 오지 않았더라면 내 통장을 내어주었을 겁니다.“
“그랬을 것이오.
승산이 있는 것이라면 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원하는 자금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오.
그러나 위험천만한 일을 하려고 하는 저 놈에게 돈을 주면 그대로 다 날아갈 판인데 무슨 수로 그것을 감당하겠소.
당신은 그저 모른 척 하시오.“
”실망하고 가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오.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도 하겠지만 그런다고 우리까지 말려들어 갈 수는 없는 일이잖소?
자식들을 내가 잘못 키웠으니 어쩌겠소?“
형우는 그저 긴 한숨만 내 쉰다.
“들어가 한숨 주무세요.
공연히 당신을 신경을 쓰게 해 드렸지요.“
“그러지 말고 우리 나갑시다.
바람이라도 쏘이고 들어오면 한결 기분이 개운해지겠지?“
”네, 그러지요.
용수는 자정이 다 되어서 들어오니까 기분전환도 하고 맛있는 외식이라도 해요.“
두 사람은 기분을 풀기 위해서 외출을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둘만의 외출인 것이다.
용수와 단 세 식구만 남아 있는 집이지만 늘 할 일이 많은 민희는 잠시도 짬을 내어서 나갈 시간이 없다.
큰 집을 빈틈없이 치우다 보면 오전 시간은 대부분 청소를 하는 것으로 보내야 한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큰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음식을 해서 보내곤 한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유혜영은 그런대로 잘 견디어 내고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보내는 나날이다.
남편의 보건소 곁에 새로 지어진 집이다.
방이 두 개인 작은 집이지만 그런대로 아담하고 예쁜 집이다.
바다가 한 눈에 보이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집에 혜영은 마음을 빼앗긴다.
참으로 평화스럽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만 같고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조차 잊곤 한다.
작은 섬 주민들 또한 의사선생님의 부인인 혜영을 존경하고 따른다.
의사부부를 위해 싱싱한 해산물을 가져다주고 늘 펄떡펄떡 살아있는 생선을 가져와 회도 뜨고 매운탕도 만들어 함께 나누곤 한다.
워낙에 생선회를 좋아하고 즐기는 혜영은 입맛이 돌아온다.
서울에서 아무리 고급스러운 횟집이라고 해도 이렇게 싱싱하고 맛좋은 생선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혜영은 회를 보기만 하면 달게 먹곤 한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성일이 또한 얼굴에 웃음꽃이 번진다.
그들은 새롭게 신혼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많은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의사로서 환자인 아내를 돌보는 것 또한 자신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그러나 혜영은 바닷가의 생활에 젖어 들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건강이 나날이 좋아진다.
이젠 가까운 갯벌에 나가 조개도 캐고 게도 잡으면서 즐겁게 생활을 해 나가곤 한다.
상차림은 늘 각종 해산물이 가득하다.
서울에서 시어머님이 보내주시는 밑반찬과 함께 생선과 해물들로 이루어진 밥상이다.
“여보!
정말 밥맛이 아주 꿀맛이에요.
이렇게 밥을 많이 먹다가는 비만이 되면 어떻게 하죠?“
”하하하..........
당신이 비만을 걱정할 때가 되었나?
비만이라면 사양이지만 그래도 아직 살이 찌려면 더 많이 먹어야 할 것이오."
이런 섬 생활을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성일이의 근심은 날아가 버린다.
혜영은 생각보다 빨리 적응을 하며 섬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참으로 보기 좋고 흐뭇한 모습에 성일은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여보!
이번 병원에 가는 길에 집에 가지고 갈 생선들을 구입해야겠어요.
어머님과 아버님도 생선회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좋은 것으로 구입을 해서 두 분을 위해서 해드리고 싶어요.“
“그럽시다.
김씨아저씨께 부탁을 하면 좋은 생선을 잡아다 주실 거요.“
성일은 이제 무엇이든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내가 고맙다.
예전에 이기적이고 차가워 보이는 아내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는 푸근하고 정이 넘치는 모습의 아내가 더없이 사랑스럽다.
이제 매달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고 육 개월이 되어서야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간다.
완치 판정이 날 때까지 얼마를 더 병원에 가야 하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병원약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자연과 더불어 식이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새벽이면 아내를 데리고 섬을 한 바퀴 돈다.
아내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어 하던 아내는 이제는 힘들어 하기보다는 즐기고 있다.
그만큼 체력이 보충된 탓도 있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체력을 보강시키고 단련 시켰기에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혜영은 집안 살림도 열심히 하면서 보건소의 일손을 돕고 있다.
남편 혼자서 해 내는 일이 안쓰럽게 생각한 혜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남편의 일손을 돕는다.
보건소는 하루가 다르게 청결해지고 환자들의 불편한 곳을 찾아서 해결해주기도 한다.
마시는 물도 준비를 해 놓고 힘겨워하는 환자를 위?해 쉴 수 있는 곳도 마련을 하며 눈에 뜨이는 일감을 놓치지 않고 해 내곤 하는 혜영이다.
“너무 피곤하게 일을 하지 마오.
당신은 아직 피곤을 쌓이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이오.“
”걱정하지 말아요
이 정도의 일로 피곤을 느끼지 않습니다.
당신이 너무 일이 많아서 늘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지금 당신의 모습이 참으로 천사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 참으로 좋소.“
“호호호.........
나 같은 사람이 천사처럼 느껴지니 당신도 이젠 늙어가는 모양입니다.“
두 사람은 마주보며 큰 소리를 내어 웃는다.
병원에 가기 하루 전날 그들은 서울 집으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싱싱한 횟감을 싣고 가는 혜영의 마음은 흐뭇하고 즐겁다.
민희는 아들부부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섬으로 내려가서 처음으로 집에 오는 아들부부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보고 싶기도 하다.
둘째와 막내에게 연락을 해서 함께 모이기로 한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민희의 마음은 바쁘기도 하지만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보고 깁니;다 감사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