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서울경제
지난해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에 서명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의 새 출발을 알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이 정점에 달했던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며 북한 비핵화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판문점선언의 핵심이었던 북한 비핵화 의제는 이후 1년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을을 하고 있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더 만났고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됐지만 비핵화 로드맵은커녕 북한의 핵 신고서 작성을 위한 의견조율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성과라면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정도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은 국제 사회의 우려대로 영변 핵시설 같은 빈껍데기 시설물 폐기로 제재 해제를 얻어내겠다는 생각이고 미국은 핵을 포함한 대향살상무기의 전면 폐기와 제재 해제를 맞바구는 '빅딜'로 맞서고 있다.
하노이 북미협상 결렬 이후 다급해진 문재인 정부가 중간단게의 성과를 염두에 둔 '굿 이너프 딜'로 또다시 중재자로 나섰지만 미국은 물론 북한에서조차 외면받는 분위기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 하지 말라"는 북한의 냉담한 반응은 중재자론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도 외명하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해 남북협력에 매달리고 있으나 지난 1년간 협상과정에서 이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제 문 대통령은 성과가 불투명한 어설픈 중재자 역할에 집착하면 안 된다. 혹시라도 북러회담에서 거론된 6자회담에 대한 기대를 가질지 모르나 이 역시 과거 협상에서 확인했듯이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지렛대만 더 키울 뿐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포괄적 합의 없이는 단계적 이행도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야 완전한 비핵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자료출처: 동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집권 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은 푸틴에게 "한반도 정세를 공동으로 조정 연구해 나가자"고 말했다. 대북 영향력에서 중국에 밀린다고 생각해온 푸틴도 "조선반도 문제의 해결법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푸틴은 또 북한의 체제보장과 6자회담 체제 가동을 주장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 뒷배를 보아달라고 요청했고, 러시아가 6자회담을 촉구하고 나섬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둘러싸 외교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어제 회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에 따라 연말까지 모두 돌아가야 하는 1만여 명의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푸틴은 "양자 관계에서 경제통상 및 인적교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제재를 피할 뒷구멍을 열어 줄 가능성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고 했고 푸틴은 방북 초청을 수락했다. 김정은은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에 자력갱생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중 -러를 등에 업고 미국과 장기전 태세로 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나 홀로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등 ‘'북한 바라기'만 하고 있다. 미국과는 엇박자를 내고 일본과는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간다. 남북관계에 조급증을 낼 것이 아니라 미일과의 공조 체제를 공조히 재정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