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다
상대가 가진 단어를 헤아리고
그가 구사하는 어휘에 적응하며 그의 진심을 알아나가는 일,
그 과정을 결코 창피해하지 않으며,
없었던 용기를 짜내는 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조금의 노력도 없이 '나는 이미 안다'며 잘난 척하는 일은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 옛날 열심히 종이에 적어가며 알파벳을 외웠던 것처럼,
생전 처음 본 곳을 여행할 때
가방이 터지도록 준비물을 챙기는 마음처럼
그렇게 사랑을 시작하는 거다
사랑은 여행이니까
사랑은 상대의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이니까
- 김신회, '남의 사랑이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