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맛집 한군데 발굴했네!
2024년 6월 21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열엿샛날
오늘은 낮이 가장 긴 시기를 뜻하는 24절기 중
열 번째에 드는 절기 하지(夏至)이다. 생각컨데
절기는 먼 옛날 농경시대에 만들어 졌기에 모두
농사와 관련이 되어있다. 옛 속담에서 보다시피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 라는
것을 보더라도 하지 무렵이면 논에 물을 대느라
분주한 농부 모습을 빗대어 이르며 하는 말이다.
하짓날 이른 아침 자칭 농부라고 하는 이 촌부는
날씨부터 챙겨본다. 이른 아침 기온은 12도인데
한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릴 것이라는 예보이다.
그나마 기대가 되는 것은 오후 몇 시간 비소식이
잡혀있다. 제발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어제도
여느날처럼 밭에 물주기를 하느라 저녁무렵 두어
시간을 이 밭 저 밭을 돌아다녔었는데...
어느 책에서 보고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싸리꽃이 피면 여름이 왔구나!"라고 했던
구절이 생각난다. 아주 자그맣고 빨갛게 피는 꽃,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예쁘구나 하는 싸리꽃이다.
낮이 가장 긴다는 절기 하지에 맞춰 피는 것일까?
밭에는 방울토마토, 오이꽃이 피고 열매가 달려
여름이 왔음을 실감케 된다. 연일 때이른 6월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물주기를 열심히
했더니 농작물들도 고마워 할 줄을 아는가 싶다.
가뭄에 꽃도 피고 열매가 열리고 있으니...
갑작스레 어지럽다며 한이틀 컨디션이 좋잖았던
아내가 월정사에 다녀왔으면 했다. 절에 가는 건
언제라도 환영이다. 드라이브 삼아 국도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인 우리 부부이다. 특히
월정사를 가는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집에서 출발 장평을 거쳐 속사, 진부를 지내가며
여러가지 풍경을 볼 수 있어 좋다. 농촌의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감자, 옥수수가 많은 봉평과 달리
월정사 입구 진부는 대파, 당근 농사를 많이 짓는
곳이다. 이런저런 시골 정취를 느끼며 스쳐지나는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산골살이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재미이며 즐기게 되는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월정사에서 나와 이따금씩 가는 다이소에서 나올
무렵 점심때가 다 되었다. 아내는 당연히 진부에
갔으니 해물짬뽕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단다.
촌부 생각은 좀 달랐다. 또다른 드라이브 코스를
달려 대화의 칼국수집에 갈 생각이었다. 맛집이란
소문을 들어왔기에 꼭 한번 가서 맛보고 싶었다.
아내도 그러자고 하여 진부에서 정선쪽 가는 길로
가다가 대화쪽 국도로 접어들어 모릿재 넘어가는
길인데 한적한 첩첩산중 산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좋았다.
대화장골목 입구에 있는 안미칼국수,
맛집 한군데를 발굴했다며 좋아하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표현해야만 할까? 양도
엄청나고 새우, 바지락, 홍합같은 싱싱한 해물이
가득인 건 물론이고 표고버섯, 청경채, 부추, 숙주,
호박같은 채소도 듬뿍이고 특히 칼국수는 얼마나
듬뿍 주시는지 결국 다 먹지를 못하고 남겨야했다.
콩국수도 맛이 좋아 소문이 자자하다는데 다음엔
콩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자랑삼아 하시는 말처럼
들렸는데 힘들어 점심 장사만 하고 준비한 재료가
다 소진되면 그 전에도 문을 닫는다고 했다. 맛을
보라며 안주인께서 콩국을 한 대접 주셨는데 아주
걸죽한 것이 맛도 좋았다. 콩국이 거무틱틱하면서
녹색을 띄는 것으로 봐서 일반콩이 아닌 서리태로
콩국수를 만드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거나 또다른
맛집 한군데를 발굴했다며 좋아하는 아내의 웃는
모습에 촌부도 덩달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