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AP 통신은 Merriam-Webster 사에서 “authentic”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Authentic의 사전적 정의는 “진정한, 순수한, 가식이 없는, 믿을 만한, 사실에 기반한” 등의 의미를 함축하는 형용사입니다.
겉모습과 실제가 다른 것을 authentic 하다 할 수 없습니다. 원목 가구처럼 보이지만 무늬 목을 입힌 경우 겉모습과 실제 가구의 본질은 다르기 때문에 authentic 이 아닙니다. 순한 사람과 순한 척 연기하는 사람도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진실하게 보이는 사람과 진실한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실력이 있는 체하는 사람과 명실상부한 실력파는 다릅니다. 실력이 받쳐 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근거 없이 자신의 소망이 담긴 낙관론을 펼치며 bluffing을 일삼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능한 사람도 구분하기 어렵지만 속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사람이나 사물의 authenticity를 판별할 수 있는 실마리를 고전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논어 제9편 27장 子曰 歲寒 然後 知松柏之後彫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다음 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나중에 시듦을 안다.
○명심보감 交友篇 路遙之馬力 日久見人心
길이 멀고 서야 말의 힘을 알게 되고, 날이 오래고 서야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
○영어 숙어 (only) time will tell.
시간이 흐르면 (혼돈스러운 상황의) 진위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충신이 나타나고 혼란기를 틈타 지조가 약한 기회주의자들은 그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집안이 옹색할 때 효자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어려운 개혁의 과정을 거쳐 어떤 참신한 인물을 공천 하느냐에 따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여 입법권을 확보할 것인지 지금부터 약 110일후 그 전모가 드러날 것입니다. 경쟁하는 양정당의 시대정신에 대한 준비와 각오 그리고 선거에 임하는 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최후의 승자를 가릴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 조짐을 예견하고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낙연 전 더불어빈주당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 금태섭 전의원, 양향자의원 등의 상호 작용과 반작용이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최종 승자를 국민이 투표로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해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이맘때는 우리는 연초에 세운 계획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천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었는지 살펴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습니다.
부자나 가난한사람은 물론이고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해에 사용할 시간은 모두 동일 합니다.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는 관점에 보면 시간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가 많은 해는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본 경험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는 크게 반성하고 후회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8학년 2반을 졸업예정인 필자의 경우 저물어 가는 2023년 주요 시간 활용통계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등산 누적회수 약 100회 (주 2회) 1회당 소요시간 약 3시간
○주일미사 50회(매주 토요일 특전 미사 또는 일요일 교중미사) 카돌릭 평신도로서 의무 이행.
○칼럼 글쓰기 43회(매주 1회) 혹서기 휴식 및 하계가족여행으로 인하여 연 52회목표달성 미진.
○나머지 시간은 흔적 없는 잡동사니 일상활동에 충당했습니다.
필자의 경우 뚜렷한 흔적이 남지 않은 일상생활에 50% 정도의 시간을 과용하여 이상적인 시간 활용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몇 가지 되지 않는 연중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주일미사, 등산과 글쓰기 덕분에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예년과 같이 유지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인간 지조의) 진위가 참모습을 드러낸다”는 이야기를 하다 경로가 약간 이탈되었습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시간의 흐름과 authenticity의 관계를 음미할 수 있는 백거이(白居易)의 한시 방언((放言)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대에게 의혹을 푸는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릴 텐데
그러면 거북점을 치거나 박수무당과 점쟁이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오.
진짜 옥인지 알려면 사흘 밤낮을 꼬박 태워보면 될 것이고
좋은 재목인지 가리려면 만 칠년을 오롯이 기다리면 될 것 이오.
주공은 두려워했다 지요, 유언비어가 떠도는 동안
왕망도 겸손하고 공손했지요, 왕위를 찬탈하기까지는,
만약에 바로 이때에 이들이 죽어 버렸다면
그들의 일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또 알 수 있으리?”
지면관계로 한자원문은 생략합니다.
나라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낙관론과 비관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인 정치지도자는 표면적으로는 낙관론을 내세우면서도 내면으로는 비관론을 펼치는 이중성향의 조화로운 인물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상적인 정치지도자가 위선이 판치는 현실세계에 존재 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정치적인 리더와 그를 보좌하는 참모진의 역할의 분업으로 균형감있는 관점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지도자는 그 속성상 극도로 낙관론 적인 주장 펼치며 앞장서서 나라의 어려운 일을 능동적으로 처리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반면에 속성상 표면적으로 낙관론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의 낙관론을 차질없이 이행할 치밀한 계획과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조기대처능력 등 비관적인 관측을 기조로 일을 처리 할 능력 있는 참모들의 보좌를 받는 것이 필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이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국정수행에 구조적인 결함을 노정하며 서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문에 여러 차례 보도된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까십성 보도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낙관론을 보완하기 위한 참모들의 레드 팀 역할을 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집단 오류는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국정운영의 매우 큰 허점입니다. 강서구청장선거와 월드엑스포 유치 전 참패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17일 금태섭 전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 ‘새로운 선택’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내년 총선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금태섭 전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30석의 의석을 얻어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교도보를 확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 민주당 대표도 지난 17일 채널 A 뉴스에 출연하여 신당 창당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자신이 세인들로 부터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위기감과 그런데도 정치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절망감, 정치를 꽤 오래한 사람으로서 정치가 이 지경이 되게 한데 대한 깊은 책임감’이 자신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제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야당의 유력정치인과 자천타천의 정치인들이 혁신을 표방하는 정치적인 변혁 움직임이 authentic 한 것인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기 위한 위장술인지 시간을 두고 유권자들이 최종적인 판정을 내릴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