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 언덕
이인규
학교 가는 길, 밀 밭이 5월이면 푸르게 하늘거리다 누렇게 익어간다.
밀대는 보리보다 덜 억세다.
밀을 따서 손바닥에 넣고 비벼대면 덜 영근 밀알이 남는다.
입에 넣고 한참 씹으면 밀껌이 된다. 쫀득 쫀득 씹어지던 그 맛!
원인 모를 어지러움에 시달려던 내 유년, 결석이 잦고 늘 혈색 없고
말수 적은 나는 친구가 없었다.
반은 결석, 반은 등교 하던 그 시절,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닮고 싶던 소녀!
철길에 지천인 크로바 풀숲에 묻혀 크로바꽃으로 만든 꽃 화환, 꽃 목걸이,
꽃 팔찌 야무지게 엮어 만드느라 서쪽에 노을이 물든 지도 모르던 내유년 시절
단테의 신곡에 묻혀 밤이면 지옥을 헤매던 무섭던 날, 천등 번개에 새우 등이 되어
벌벌 거리던 날...
12살 나는 언니가 가져다 논 책은 다 읽어갔다. 의미도 모르면서 친구도 없으니
책 읽는 게 소일거리였다
이발소 가는 게 제일 싫었던 나, 다른 여자애들은 상고머리를 깎는데 나는
단발머리를 깎는 게 싫었다.
내 기억으론 상고머리가 조금 비쌌던 것 같다. 머리 깎은 날은 늘 울던 기억이 난다.
헌옷 물려입기 여름하복 교복은 정말 입기 싫었다. 중2 사춘기 시절 나는 울음 울던 날이
많았던것 같다.
집에 자주 오시던 삼촌은 나만 보면 " 야, 뱁새 잘 있었나."
눈이 적다고 놀려대시는 그 삼촌이 그렇게도 밉고 싫어 넓은 집 귀퉁이에 숨어,
가시면 슬그머니 나오던 기억이 다 잊어버린 기억 끝에서 대롱거린다.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 이 노래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