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기곰♡ 56탄) 무주택자의 판교 대응법-2005/05/01 11:25

[코주부(정윤규)]

요즈음은 정부의 정책이 한달에도 몇번씩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7일 정부 발표를 포함한 지금까지 나온 판교 정책을 바탕으로 해서, 판교에 대한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판교는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노란자위 중에 하나이며, 많은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꿈을 실현하려는 곳으로 기대되는 곳입니다. 신도시중 최고를 자랑하는 녹지 비율은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도 맞고, 강남에서 10K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어느 신도시보다도 좋아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주거지 3대 선택 기준인 교통, 교육, 환경에서 벌써 교통과 환경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다 판교가 단순히 베드타운으로 건설되지 않고 벤처 단지 등 직주 근접 도시로 개발된다면 그 가치는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판교 시세가 현재 신도시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분당의 시세를 웃돌 것이라고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판교 신도시의 분양 물량은 총 2만 1천 가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 물량도 공공 임대 주택 4천 가구가 포함된 수치이며, 이는 연간 소요 신규 주택 수 40만 호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물량입니다. 수도권에 사는 40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무주택자가 37만여 명임을 생각해 볼때 경쟁률은 아파트 청약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탄이나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양주 옥정, 남양주 별내, 고양 삼송 등 신도시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교가 아파트 청약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에는 정부의 역할이 상당했습니다. 판교에 대한 환상을 국민에게 심어준 것이 그 원인입니다.

첫번째 환상은 판교는 강남의 대체지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세울 때마다 판교를 강남의 대체지로 키우겠다는 공언을 거의 세뇌수준으로 해왔기 때문에 “판교 = 제2의 강남”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환상은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연동 분양제를 실시한다면서, 마치 획기적으로 낮은 분양가에 공급을 할 것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05년 11월이 되면 이러한 판교에 대한 환상이 무참히 깨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 판교는 강남의 대체지인가? >
첫째, 판교는 강남의 대체지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강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지금의 분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돌이켜보면 알수 있습니다.

1970년대 강북을 중심으로 한 서울이 과밀 현상을 보이자 강남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게되고, 명문 학교의 강남 이전 등 여러 인센티브를 주면서 강남 이전을 부추겼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에 부응해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들이 대거 강남으로 이주를 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정부의 유도에 의한 이주였지만 고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주민이 아파트를 위주로 모여 살다보니 중산층 위주의 탄탄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이에 따라 학군도 자연히 더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학군과 커뮤니티의 관계는 그 동안의 제 글에서 여러 차례 밝혀드렸기 때문에 다시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현상이 아니라 미국등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커뮤니티와 학군간의 관계가 서로 상승 작용을 벌이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유인 조건이 돼 오늘날의 강남을 만든 것입니다. (물론 강남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이것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강남이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1990년대 초 분당이 생기고 나서입니다. 강남의 낡은 30평대 아파트를 팔면 분당의 40평대의 새 아파트로 이주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강남 주민 중 일부가 분당으로 이주했었습니다. 거리상 강남과 가장 가까웠던 분당으로 강남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의 5개 신도시의 분양가는 별 차이 없이 분양됐지만, 오늘날 이들 5개 신도시들 사이에도 집값 차이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인정하기 싫든 좋든간에 분당의 입지가 경제적으로 앞선 강남 주민들을 끌여들였고, 이것이 차별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입니다.
강남 개발의 역사, 분당 개발의 역사를 보면 판교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에서는 판교가 강남 대체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판교가 분당보다 입지가 좋은 것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강남의 대체지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강남 사람들이 판교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아시다시피 강남 사람들이 판교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강남 사람들이 판교로 이사를 가야할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강남에 사는 유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될 확률은 로또보다 낮습니다. 또한 분양권 전매 제한으로 몇 년간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인프라만 잘 갖추어놓았다고 판교가 강남의 대체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냉정히 말해 판교는 강남 대체 도시가 아니라 분당 대체 도시로 보아야 합니다. 정부의 희망 처럼 판교가 강남 대체지가 되려면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합니다.

< 판교 분양가는 과연 싸게 공급될 것인가? >
둘째, 판교의 분양가는 기대보다는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기존의 분양가보다 몇십 %나 싸지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에 몇몇 정치인도 동조해 오늘의 기형적인 판교 분양 방법이 탄생한 것입니다. 기존의 분양가보다 몇십 %나 싸게 공급할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원래 정부에서 의도했던 분양 방법은 25.7평 이하에 청약하는 서민 실수요자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중대형 아파트는 조금 비싼 분양가에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부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나 건설비는 뻔하므로 화끈하고 획기적으로 분양가를 낮출 방법이 없자 약간의 트릭을 쓰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평당 부지 조성 원가가 평균 1000 이라고 가정하면(숫자의 단위는 큰 의미가 없음), 중대형 아파트용 부지는 무제한 채권입찰제를 통해 1200쯤에 받고, 여기서 조성된 재원으로 25.7평 이하 아파트용 부지를 800쯤에 공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원가연동제를 통하여 분양가가 획기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시민 단체나 일부 정치권의 압력에서도 벗어 날수 있으며, 정부에서는 손해보지 않는 땅 장사를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쪽에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중대형 아파트용 부지를 무제한 채권입찰할 경우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2천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도 정부에서 여론을 떠보고자 일부러 흘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보도후에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판교가 2천만 원이라면 강남은 3천만 원쯤은 가야 하지 않냐는 인식이 퍼지게 되고, 분당이 판교에 비해 뒤질 것은 별로 없으니 판교에 버금가는 집값을 형성할 것 아니냐는 인식이 분당에서도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강남과 분당의 급매물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며 호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개발한 판교가 강남 집값을 더 올려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정책을 바꾸어서 2.17 판교 대책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2.17대책의 핵심은 중대형 아파트용 부지 입찰 방식을 ‘채권입찰제와 분양가 병행입찰제’로 바꾼 것입니다. 땅값은 받을 것 제대로 다 받고, 대신 분양가를 낮추자는 이야기 입니다. 업체가 자체 이익을 줄이던,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를 줄이던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고심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책이라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희망 사항처럼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강남이나 분당의 아파트값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양가를 1천5백만 원 이하에 묶어야 하는데 아무리 건설사에서 건축비를 줄인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으므로 부지 매입 가격을 정부에서 원하는 만큼 비싸게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중대형 아파트용 부지 값은 실제 조성 원가보다 비싸게 책정하고, 소형 아파트용 부지는 실제 조성 원가보다 싸게 책정해서 원가연동제의 명분을 살리려던 정부의 계산은 틀어지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이러한 입찰 방식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오버헤드(회사 유지 비용)가 많이 드는 대기업 건설업체는 지방에 근거한 중소기업보다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판교가 갖는 상징성을 생각할때 원가 이하 입찰도 생각할수 있지만, 판교에서는 삼성 래이안이나 LG 자이의 브랜드는 찾기가 조금 힘들 것입니다.

그러면 판교 아파트용 부지의 분양 원가가 왜 비쌀까요? 신도시는 도로등의 조성 비용이 땅값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재건축보다는 당연히 비싸게 분양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입니다. 물론 판교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규 도로 개설등의 의무는 국가에 있으므로 국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모든 법리적 해석을 떠나서 2만 1천가구의 당첨자의 시세 차익을 위해서 전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25.7평 이하 아파트의 분양가는 원래 정부에서 목표했던 가격보다 다소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전망입니다. 그러므로 당첨만 되면 막대한 시세 차익이 보장될 것으로 알려져서 제2의 로또라고도 불리웠던 판교 분양은 기대만큼의 시세 차익을 보장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안은 그동안 정부의 발표보다는 기대 수준을 낮추라는 이야기이지 판교 자체가 매력이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판교를 분당과 같은 신도시 중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신도시라고 인식하면 정확할 것입니다.

< 맺음말 >
여기에 더 문제인 것이 높은 경쟁율에 있습니다. 그 동안 정부에서 지나치게 판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놓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무주택자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판교에 목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경쟁율은 몇백대 일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일지라도 판교에 당첨될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판교 이후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더구나 판교 분양은 단 한번이기 때문에 2005년 11월 이후에는 탈락자들이 그동안의 환상에서 깨어나 다른 방도를 한꺼번에 모색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대안에 대한 경쟁이 가열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라도 기존 주택이나 다른 분양 아파트 등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로또야 당첨만 되면 인생이 바뀌는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청약 자격 우선순위가 앞서 있고, 판교에 꼭 청약을 하고 싶다는 분이라면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방법으로서 분양 직전 기존 주택을 계약하는 것인데, 계약일과 잔금일 (등기일)까지는 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이 기간을 청약일을 걸쳐 놓는 것입니다. 무주택자 자격으로 청약이 가능하고, 청약에서 떨어지더라도 닥쳐 올지 모를 후폭풍에 대한 준비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집마련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판교만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판교 그 이후를 반드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코주부(정윤규)]

오래전 기사지만 글쓴이의 판교 분석력이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