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들 오자마자 운동간답시고 수산한못 방향으로 가길래 오늘은 좀더 본격적으로 걸어보자며 차로 납치해서는 성산일출봉 주차장 쪽으로 달려 갔습니다. 성산지질트레일을 크게 돌 작정입니다. 5시가 넘었으니 저녁을 아예 먼저 먹이는 것이 나을 듯 해서 해장국집에서 한그릇씩 해치우고 나선 만보행!
꽃샘추위가 한결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아직은 찬기운이 제법 날카롭습니다. 원래 겨울추위보다 꽃샘추위가 더 매서운 법입니다. 그러려니 하는 계절에 맞게되는 추위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하곤하지만, 봄이 오는 중에 기습적으로 몰려드는 꽃샘추위는 늘 당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매년 꽃샘추위가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하고나서야 '제법 매섭네'를 되뇌이게 됩니다. 겨울에 비해 이미 무장해제된 옷차림인지라 썰렁함이 뼛 속까지 파고드는 느낌! 그러니 봄이 오는 과정은 아픔이고, 풀릴 듯 말 듯한 희망의 고문이기도 합니다. 대기 뿐 아니라 대지까지 덥혀져야 진정한 봄날이 되니, 아직 동토를 다 풀지못한 대지의 심술일 겁니다.
주간센터보낼 때의 옷차림에다 겉옷을 하나씩 더 입히고는 성산지질트레일을 작정하고 나섭니다. '빨리 걸어야 뱃살빠진다', '뱃살빠져야 신장에 있는 나쁜 돌 다 빼낼 수 있다'를 계속 주입하며 태균이를 종용합니다. 준이는 머리아픈지 감싸쥐려고 했던 것조차 잊어버리고 잘 따라옵니다. 준이의 간헐적 두통 제거를 위해서라도 운동은 필수인 듯 합니다.
지난 이틀간 꽃샘추위 속 미친듯 바람이 불어대더니 대기질이 얼마나 깨끗한지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 바위조각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잡힐 정도입니다. 오전에 센터가는 길, 눈 앞에 성큼 다가와있는 한라산의 우뚝한 모습은 압도당할 정도입니다. 매일 한라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보니 실제 거리와 상관없이 날씨에 따라서 가까와졌다 멀어졌다 합니다.
제주도 날씨와 풍경은 여전히도 새로운 면이 많습니다. 작년 4월 한달살이를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1년살이는 작년 7월부터였으니 올 6월까지는 아직 새로운 나날들입니다. 같은 장소를 맴돌고 있는데도 어찌 이리 매일이 새로운지요!
기울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녀석들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보고, 일몰배경 엄마 사진도 태균이가 잘 찍어주었습니다.
아직 해가 지기 전 성산지질트레일 일대는 한적함 그 자체입니다. 바다풍경을 보는 데크길이 공사에 들어가서 사람들 발길이 더 끊긴 듯 합니다.
무려 만이천보나 걸었으니 마지막 천보 정도에서 태균이와의 거리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준이랑 얼른 먼저 주차장으로 가서 다 오지못한 태균이를 차에 태워왔습니다.
운동은 참 좋은 듯 합니다. 식당에서 두통의 신호를 보내던 준이가 걷는 동안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주니 도파민부스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고마운 걷기입니다. 이 걷기가 이렇게 다양하게 전개되어도 매번 다른 자연에서 할 수 있으니 이 극한 행복을 어찌할까요? '행복할것'이라는 올레길 도중 조명이 딱 좋습니다.
첫댓글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일단 운동화 신고 나서기~!
걷기만 해도 고개들어 주변의 자연만 보아도
행복해지니 행복은 어찌보면 어렵지 않네요~
"일단 운동화 신고 나서기" 마음속에 새겨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