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에 흔히 사용하는 손이 있지요? 무얼 하든 그 손으로 하면 더 편하고, 쉬워요.
그런 만큼 더 잘하고 싶은 기대감도 있기 마련이지요.
오늘은 평소에 사용하던 손이 아닌, 반대 손으로 그림 그려볼거에요.
이렇게 해보는 이유는,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대를 내려놓고 그리는 감각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에요.
정갈하게 흐트러진 곳 없는 그림도 어딘가 부족해보일 때가 있지요.
아이들의 그림은 삐뚤빼뚤하지만 정겹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은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 일거라 생각해요.
오늘도 어린아이가 된 마음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온전히 집중해보면 좋겠어요.
마치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처음 접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해보자고요!
주제를 가지고 그림 그리기 전에 재밌게 연습해 볼 거에요.
종이에 동글동글 원을 그려보기도 하고, 쭉쭉 선도 그어 보고, 내 이름도 써봐요.
단순한 모양 따라 그려보며 반대 손으로 그림 그리는 감각을 느껴봅니다.
이것만으로도 참 재밌겠지요^^
이번에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볼 건데요,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온 단어를 뽑아 그림 그려볼거에요.
반대손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조금은 엉뚱하게 그려보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내 마음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낯선 감각을 느끼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아봐요.
차례대로 1장 씩 총 3장을 뽑을 거에요.
(1) 바람에 흔들리는 / 찌릿찌릿한 / 말랑말랑 부드러운 / 하늘을 날고 있는 / 춤 추고 있는
(2) 나무 / 과일 / 새참 / 옷 / 자전거
(3) 동무 / 배움터 / 비밀의 숲 / 놀이터 / 바다 / 밥상
(1)번과 (2)번을 더해 만들어주고, (3)번은 풍성하게 꾸며줄 요소에요.
예를 들면, (1)하늘을 날고 있는 (2)새참 주변으로 함께 날고 있는 (3)동무들을 그려볼 수 있겠지요^^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그리는 것과 마구 쉽게 그리는 것은 달라요.
떠오르는 것을 마음껏 펼치되 정성껏 그리기,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표현해보기.
이렇게 두가지 약속해요^^
잘 쓰지 않던 손을 쓰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손에 힘이 풀릴 수 있어요.
그럴 땐 잠시 멈춰서 손을 잘 풀어주면 좋겠지요.
다 그리고, 뽑은 단어들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반대손으로 그림 그리면서 어땠는지 돌아가며 나눴어요.
수빈 -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 나무들 + 놀이터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는 빈 놀이터를 그렸다.
해가 쨍해 덥기도 하지만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빈 놀이터가 좀 쓸쓸하지만 바람이 함께 놀고 있다.
바람이 그네를 흔들고 나무들도 흔든다.
왠지 이런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서 이 놀이터로 그렸다.
+ 처음에는 잘 안그려져서 답답할 줄 알았는데,
그리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게 신기했다.
현우 - 훨훨 날아다니는 / 과일들 + 배움터
과일들이 날아다니며 학교 위에서 학생들에게 군침을 돌게 하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데 "맛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렇게 계속 연습해본다면 평소 사용하는 손보다 더 잘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 - 쭈뼛쭈뼛 찌릿찌릿한 / 옷들 + 밥상
쭈뼛쭈뼛 찌릿찌릿한 옷을 막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찌릿찌릿하게 각을 그었다.
밥상을 좀 집중적으로 표현했다. 밥 먹는 모습, 밥 뜨는 모습, 밥 만드는 모습, 책 보는 모습,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왼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를 표현했지만 어설프긴 하다.
그래도 왼손 특유의 푸근함이 정답게 느껴지길 바란다.
+ 반대손으로 그리면 힘들 것 같고 이상할 줄 알았는데,
그리면서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좋았다.
남희 - 말랑말랑 부드러운 / 새참 + 숲속운동장
한 동무는 흙먼지 날리는 데 아침빵을 쌓아놓고 먹는다.
그리고 축구하는데 공이 그 쪽으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잘 보면 고양이가 있는데 걔는 우리가 축구하면 보러오는 얘다.
+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그리면서 익숙해졌고, 생각보다 재밌게 그렸다.
오른손으로 그릴 때는 잘 그려지면 좋고, 못 그려지면 좀 그랬는데
반대손으로 그리니 부담이 없어 좋았다.
하민 - 신나게 춤 추고 있는 / 자전거 + 동무들
자전거가 웃기게 춤 추고 있고 동무들은 그걸 보고 웃는 모습
이 자전거는 학교 마당 앞 누군가 세워둔 자전거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정말 웃길 것 같아서
'풉! 쟤 좀 봐!' 라는 말을 넣었다.
+ 반대손을 잘 쓰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대손으로 그림 그리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재밌었다.
그림을 보면서 반대손으로 그린 것 같지 않아 신기했어요.
그림 그리는 동안 금새 적응한 것도 있겠지만,
약속한 것 처럼 정성껏 그리기 위해 애썼기 때문도 있을 거에요.
재밌게 그림 그리는 학생들 따라 저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첫댓글 반대손으로 그림그리며 만나는 낯선 감각, 낯선 세계가 흥미롭고 재밌었을 것 같아요~~
그림에서도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