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선수의 모 스포츠 신문사 사진 기자 폭행 여부 진위 공방으로 전국이 떠들석하다. 정치적인 안건보다 김병현 선수와 사진기자가 벌이는 진실 게임이 오히려 세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진실은 분명히 존재하고 밝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하나의 게임처럼 비춰지면 문제가 있다. 김병현 선수는 기자의 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한데 반해 모 스포츠 신문은 진실성에 의심이 가는 목격자를 내세워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해당 스포츠 신문이 사진기자의 취재행위를 옹호하기 위한 일련의 보도에서 스포츠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 '꼬리에 꼬리를 문' 의혹 투성이
고소인측이 내세운 사건의 목격자라는 노모씨의 존재가 김병현과 사진기자가 벌이고 있는 진실 게임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라고 볼 수 있다. 노모씨의 목격 증언에 진실성이 결여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필요하다면 법원까지 가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전국민을 상대로 떳떳하게 증언해야 할 카메라 앞에서는 자신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요구했다는 점.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러 나온 사람이 뭐가 두려워서 자신의 얼굴과 신분을 감춰야 했단 말인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앞으로 다가올 자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벌써 의식한 건 아닐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노모씨와 사진기자측 언론 모회사의 유착관계 의혹이다.
현재 스포츠 신문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모씨의 사업(음식업)을 홍보했던 모 스포츠신문의 모기업의 홍보성 기사가 올라와 있다.
노씨는 결코 사건의 당사자와는 전혀 관련없는 제 3자가 아니라 이미 이해관계가 얽혀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노씨의 증언이 객관적인 증언이 아니라 고소인측에게 유리한 편파적 증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노모씨의 증언에 앞서 사진기자의 진단 결과가 2주진단에서 4주진단으로 늘어난 과정에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4주진단을 내려준 병원이 의료지원협약이 체결된 지정병원이라는 점. 2주에서 4주진단으로 늘리는 것도 어느 정도 '유착(癒着)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 진정한 대결구도, '네티즌 vs 언론 기업'
이번 사건의 대결 구도는 처음에는 김병현과 사진기자의 개인적인 사건에 불과했지만,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네티즌 vs 모 언론그룹'의 대결 구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네티즌들이 모 언론 기업의 조직적인 '김병현 죽이기'에 맞서 자발적으로 김병현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이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그럼 왜 네티즌들은 김병현을 옹호하고 해당 스포츠 언론을 집중 성토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일단 김병현이 스포츠 언론에 의한 폐해를 입었던 대상이었다는 연민감과 더불어 국내 스포츠 언론에 대한 '고질적인 불신(不信)'을 이번 사건을 통해 집중적으로 표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번 김병현사건에 대해 신학림 전국 언론노조 위원장과 송해룡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 교수가 해당 스포츠 신문이 인용해 보도한 자신들의 말이 왜곡된 것이라는 반박문을 한 미디어 전문지에 기고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신 언론노조 위원장과 송교수는 자신들이 주장한 내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스포츠 언론이 덧붙여서 자신들이 인터뷰한 것처럼 기사를 첨부ㆍ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스포츠 언론을 왜 네티즌들이 '찌라시'라는 비어(卑語)을 써가면서 애써 폄훼(貶毁)해 왔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스포츠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비대칭 정보'
이번 김병현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국민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스포츠 언론에 대한 해묵은 불신감과 비난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진실게임을 통해 언론이 해야할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언론은 어떤 경우에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최후의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소속 집단의 이해관계로 인해 진실을 왜곡시키는 작업에 앞장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 언론은 다른 언론분야보다 더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만 한다. 정치 언론은 음모와 술수, 모략이 팽배하고 통치행위(統治行爲)와 재량행위(裁量行爲)로 인해 그 잣대가 유동적이지만 스포츠 언론은 이보다 더 엄격하고 공정한 보도가 생명이다.
스포츠의 구호가 뭔가? 바로 공정한 룰에 입각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자는 게 아닌가. 스포츠 언론 스스로가 진실을 조작하고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어떻게 승부조작사건을 질타하고 스포츠계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을 것인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현대는 정보화 사회다. 정보가 바로 자산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언론의 사명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非對稱) 현상'을 완화시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정보원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국민들을 위해 보다 정확하고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게 바로 언론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스포츠 언론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언론에 적용되는 문제다.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에서 주장하는 '비대칭 정보(Asymetric Information)'에 의한 정보유통체계 왜곡은 결국 사회 전체적인 정보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시키게 된다.
거기에 스포츠 언론이 앞장서서 정보의 흐름을 자의적으로 왜곡시키고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편향 기사를 창출해 낸다면 도대체 국민의 알권리는 누구를 통해 충족시켜야 하는가. '굶주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경우'와 다른게 뭔가. 시대 오류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발트 크래머가 지은 상식의 오류사전에 보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표현이 왜곡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크래머가 이 책에서 펼치고 있는 주장은 다음과 같다.
건강(육체)보다는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면 얼마나 바람직할까'라는 의도로 쓴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Juvenalis) 시 한 구절이 후세의 체육 교관들에 의해 '건강한 신체가 정신보다 우선 갖춰야 한다'는 정반대 의미의 자의적인 취지로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정보를 선취(先取)한 자에 의해 기존의 정보는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왜곡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 스포츠는 가장 '고귀한 영역'
인간의 영역 중 가장 순수하고 깨끗해야 할 스포츠와 스포츠를 대변해야 할 언론마저 세상과 진실을 왜곡한다면, 지구상에서 신뢰할 만한 더 이상의 고귀한 가치는 없다.
진정한 사명감을 가진 스포츠 언론이라면 이번 김병현사건을 계기로 천길의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는 스포츠 언론의 현 위치를 진단하고 자성(自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병현 선수가 이 사건이 터진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토로한 말 중에서 필자의 가슴을 헤짚고 들어온 한 구절이 있다. 바로 '미국에서 야구를 하게 된 게 행운'이라는 그의 말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직설적인 표현과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왔던 그가 넌즈시 돌려서 한 대표적인 표현 중의 하나다. 자신의 고국 '한국이 아닌' 미국을 행운(幸運)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그럼 뭐가 불운일까. 'BK'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다.
첫댓글 오랜만에 보는 명쾌한 칼럼인거 같아 올립니다. 칼럼의 내용이 스서의 편집방침과 다를수 있다는 말은 있지만..스서니 그래도 이런글이 올라올수 있는것 같네요...
아주 딱 좋습니다...
"노모씨의 증언에 진실성 결여" 이일동님의 이대목에 대략 올인합니다.
경찰은 뭐하는지???
본의아니게 엄청난 결말을 볼수있을듯....굿데이 조만간 폐간될지모르니 소장용으로 한부씩^^>....
스서는 그나마 똑똑하내요,, 다른 바보 찌라시들은 앞날도 내다 보지 못하고 궁뎅이랑 한배를 타니,,
짝짝짝~~~~
좋은 글이네여....다른 신문에서두 이런 글좀 많이 볼수 잇엇으면.... 스투, 스조, 일간두 스서좀 본받길.....
정말 우리들의 노력이 어느정도 먹히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괜찮아 하면서도 연일 신문 방송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데... 병현님의 진심을 들어주느느 언론이 하나만 있더라도 꿋꿋히 진실을 밝혀야 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