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꽃이 좋아 산골에 산다네!
2024년 6월 29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오월 스무나흗날
동이 트기전이라 어두컴컴하다.
먼저 목공실 현관의 온도계를 살핀다.
그리고는 날씨 검색을 한다. 버릇이다.
영상 12도에 머문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함이 느껴진다.
산골의 아침이 너무 상쾌하고 좋다.
밤새 내린 이슬에 바짓가랑이가 젖어도
토시를 낀 양 팔뚝이 축축해도 마냥 좋다.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으니...
그새 밭가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이 녀석들은 왜 이렇게 잘 자랄까?
또 호미를 들었다. 그래도 안되면 낫이다.
캐고, 베고, 자르고...
하절기 촌부의 게으름을 일깨우는 녀석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자연의 채찍이다.
아침이 바쁜 촌부의 일상이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조금의 여유를 부려본다.
바로 단지 곳곳에서 뽐내는 꽃들이다.
매일 제각기 다른 꽃들을 보며 산다는 것은
산골살이의 특혜이며 호사를 누리는 것,
눈이 즐겁고 코가 즐겁다. 기분도 좋다.
꽃이 좋아 산골에 사는 촌부이다.
현관을 나오면 꽃양귀비가 인사를 한다.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미소를 짓는다.
"내 모습 닮은 애들이 예쁘게 피었네!"
맞다. 절세 미인 양귀비보다 더 예쁜 내 아내...
앞마당에는 낮달맞이꽃이 만발했고 그 앞쪽
두 줄로 심어놓은 백일홍이 각기 다른 색깔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다.
중앙통로에 양옆으로는 금계국, 야로우(톱풀)
도열하여 지나다닐 때마다 사열을 받는다.
특이한 모양, 어찌보면 해바라기를 닮은 듯한
루드베키아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여름이다.
이제 거의 막바지의 술패랭이꽃도 참 예쁘다.
그뿐인가? 번식력이 대단해 농부님들이 너무
미워하는 개망초도 이제 그 번식을 준비하듯이
하얀꽃을 피우고 있다. 자세히 보면 참 예쁘다.
밭에, 길에, 들에, 산에 지천이라 잡초의 대명사
처럼 여겨지는 것인데 서럽지도 않은가 보다.
하얀꽃으로 촌부의 눈길을 사로잡으니 말이다.
예쁜 꽃들을 살피며 잠시나마 위로와 위안을
받는 아침이다. 아침 햇살이 따갑다. 아무래도
한낮은 또 더울 것 같다. 햇살 퍼지기전에 어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한낮에는 쉬어야겠다.
참, 비소식이 있으니 설마 오늘은 어제처럼
밭에 물주기를 안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