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3R 리뷰 및 전술 분석 - 제주 vs 대전

[오 지 환]

  개막전은 어제와 같은데 어느새 3라운드이다. 각 팀들마다 고유 색이 입혀지고 시즌의 성패를 슬슬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다. 박경훈 감독 데뷔 이후 지난 몇 년 간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제주에게 또 하나의 홈 구장이었다.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며 세 골이나 넣은 경기도 두 차례다. 쉽게 보면 쉬운 경기였다. 예상대로 경기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1:1 무승부에 그쳤다.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이 분명 남을 경기다.

확연히 공격적인 라인업 - 밸런스 조절 실패

  오늘 경기 스타팅 라인업의 목표는 한 마디로 “반드시 이길 경기”였다. 전반적으로 스타팅 라인업의 변화는 최원권 오승범 대신 김봉래 권순형의 투입 밖에 없었고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취지로 보였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역시 미드필드진이었다. 전반전에는 권순형과 윤빛가람이 후방을 받치고 송진형이 자유롭게 전방을 지원했다. 워낙 롱패스나 공격전개 능력이 뛰어난 권순형과 윤빛가람이기 때문에 제주는 원활히 공격진영에서의 볼을 점유할 수 있었다. 반면 문제는 2선과 수비라인 사이의 공백. 지난 전남전에서도 전남이 지속해서 미드필더 후방과 수비라인 사이의 벌어진 공간을 집중적으로 압박해 수 차례의 위험한 찬스를 만들어냈다. 당시 경기는 오승범 혼자 받치면서 수적 열세에 놓였던 반면 이번 경기는 권순형과 윤빛가람이 역할분담 없이 무게중심을 위로 올려버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대전이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하면서 주앙 파울로의 선제골까지 만들어내자 제주는 후반전에 오승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후반전 미드필드 라인업은 제법 안정적이었다. 필자가 첫 주 칼럼에 썼듯이 오승범 - 윤빛가람 - 송진형 라인은 선수들의 역할 조합이 잘 맞아 들어갈 수 있는 라인업이다. 오승범이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커버하고 상황에 따라 윤빛가람이 공수의 밸런스를 스스로 조절했다. 확연히 경기력이 나아졌다. 결과적으로 김봉래가 오버래핑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끝까지 골문을 두드렸으나 득점에는 실패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선수 개별 평가

일년 내내 코에 붙은 테이프는 패션인지 궁금하다.

페드로 - 최근 경기에서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는데 오늘은 2% 아쉬운 모습이었다. 대전에서 박스를 겹겹이 막고 있으니 별다른 수를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특유의 유연한 드리블로 두 차례 정도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김선규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아지송 - 전반적으로 팀에 녹아들지는 못한 모습이다. 측면에서 드리블이 좋지만 크로스 혹은 마무리 패스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어느 정도 양발을 사용하며 브라질 선수 특성상 자신감이 붙으면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오늘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수비가담인데, 대전이 자주 파고들었던 왼쪽측면 - 제주에게는 오른쪽 측면에서 여러 차례 협력 수비를 해주었다. 팀 플레이어다.

강수일 - 정말 많이 성장했다. 공격진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플레이를 해준 선수. 쇄도도 좋았고 수비를 달고 다니며 볼을 키핑해냈다. 또한 후반전 박스 내에서 슈팅 각도가 안 나오자 뒤로 밀어주는 패스를 시도해 송진형이 중거리슛으로 연결하는 상면이 있었다. 되든 안 되든 슈팅각도만 찾던 작년과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아지송과의 꾸준한 스위칭 플레이도 가다듬으면 위력적일 것 같다.

송진형 -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다. 개인적인 MOM. 오늘은 주장완장까지 달고 나오며 팀 내에서 존재를 입증시켜 주었다. 공격 2선에서 지원과 함께 수비에도 자주 가담했으며, 뒷공간을 정확히 찌른 결정적인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몇 차례 허무하게 빗나간 중거리슛이 아쉽긴 하지만 플레이 메이커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윤빛가람 - 왜 기술과 재능 면에서 윤빛가람을 국내 최고로 뽑는지 알 수 있었다. 퍼스트 터치나 순간적인 키핑 능력이 돋보였고 뒷공간을 찌르는 롱패스도 날이 서 있었다. 공수를 넘나들며 제 역할을 했고 서서히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허재원 - 오늘 경기에서는 특별히 평가할 부분이 없다. 수비는 안정적이었고 공격에는 어김없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정경기에서는 유용한 자원.

이용 - 아쉬운 활약이었다. 전반전에는 무난하게 가는 듯 했으나 후반 들어 몇 차례 집중력을 잃는 모습이 있었다. 중앙수비수라는 포지션만큼은 90분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져선 안 된다. 오반석과의 호흡도 간간히 아쉬웠으나 발을 맞춘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유의 활동폭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오반석 - 무난히 제 역할을 해 주었다. 제공권이 특히 돋보였는데 경기 막바지 정성훈의 투입 이후에도 결코 공중볼을 내주지 않았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피지컬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다. 침착함과 노련함만 기른다면 홍정호의 복귀 이후 남은 한 자리를 위해 한용수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김봉래 - 첫 선발에 첫 골. 신인으로 이보다 좋은 경기는 없을 듯하다. 이전 경기에서도 교체투입되어 활약했으나 특성을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선발로 투입된 오늘 경기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사실 아쉬운 활약이다. 공격 상황에서는 활발한 오버래핑이 좋았고 골마저 기록하는 등 재능을 뽐냈지만 오른쪽 수비는 구멍에 가까웠다. 안정감과 피지컬적인 부분이 떨어진다. 앞으로도 최원권이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낼 때 교체투입이 자주 될 것이다. 성장을 기대해본다.

박준혁 - 무난한 활약이었다. 주앙파울로의 골은 별 수 없었고 사실 상대의 유효슈팅 자체가 2회 밖에 되지 않았다. 후방 스위퍼로서의 역할은 안정적이었고 별다른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오승범 - 후반전에 권순형과 교체되며 경기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었다.

마라냥 - 조커로 들어가며 뭔가 기대하게 만들었으나 아직은 기다려 줄 때이다.

오주현 - 승부조작에 연루되었었으나 징계에서 풀리며 합류한 남원 출신 토박이 선수. 평가할 만한 부분은 없었으나 수비 상황에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최원권의 부재와 측면 수비수의 전술적 가치

  오늘 경기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은 사실 최원권의 결장이다. 최원권은 작년에 주장을 맡았었고 선수 경험이나 커리어 면에서 팀 내 최고이다. 베테랑이며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이렇게 자주 결장하는 건 큰 문제다. 특히 오늘 경기는 원정임에도 공격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공수 밸런스를 조절해줄 수비의 중심이 필요했다. 워낙 성실한 프로로 알려졌지만 이렇게 필요할 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고 항상 팀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철저한 몸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오늘 경기에서 짚고 넘어갈 만한 부분이 바로 제주의 측면 수비수 문제이다. 이에 앞서 제주의 전술에 대해 간단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 내에서 템포가 빠르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패싱 축구를 구사한다. 후방에서는 천천히 볼을 점유하다가 미드필드라인 넘어가서는 빠르고 공격적인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간다. 2010년 박경훈 감독의 인터뷰 중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축구 스타일을 접목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경기 전반적인 부분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바르셀로나와 유사하고 페너트레이션 스타일은 빠르고 다이렉트한 레알 마드리드와 유사하다. 두 축구는 분명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측면수비수의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수비전술은 항상 진화해 왔고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파해법은 모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포백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고 난 이후 수비전술에 남은 단 한 가지 난제는 바로 측면수비수의 오버래핑을 막아내는 것이다. 평범한 능력을 가진 상대 측면 수비수라면 측면 미드필더나 공격수의 수비가담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로, 바르셀로나의 알바와 알베스 같은 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측면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상대 수비수에게 위치선정과 밸런스의 혼란을 준다. 전담할 선수 외의 상대가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에서 알베스는 공격수보다 중요한 공격옵션이다.

 특히 이러한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은 점유율 축구를 가져가는 팀에게 더욱 중요하다. 점유율을 가져간다는 것은 지공을 통해 천천히 상대의 빈 틈을 노리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도 상대를 알고 상대도 우리를 아는 상황에서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기술로 압도하거나 같은 지역 내에서 수적 우위를 반드시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경우 개인 기술로 압도하는 경우는 산토스와 자일의 이적으로 힘들어졌다. 페드로와 아지송 마라냥의 기량 발휘 전에는 수적 우위를 활용해 경기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수적 우위를 제공해주는 카드는 바로 측면 수비수다. 오늘 수비적으로는 엉망이었던 김봉래지만 그의 공격력은 이러한 면에서 의미가 있다. 상대가 웅크리고 확실히 제주 선수를 마크하고 있을 경우, 측면 수비수의 공격가담을 통해 상대를 측면에서 순간적인 수적 열위에 놓이게 한다. 김봉래의 뒷공간 침투 득점도 대전 수비의 마크 실수를 이용한 작품이었다.

 필자가 누누이 지적하는 허재원도 이러한 맥락에 놓였기 때문이다. 왼쪽이지만 오른발에 능숙한 허재원은 공격상황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 세트피스로 득점한 사례는 있지만 지공 상황에서의 공격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왼발을 잘 사용하는 장원석의 복귀를 기대해본다. 또한 오늘 경기에서 박경훈 감독은 상대 밀집수비를 뚫어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제주에 측면수비수 자원이 좋지 않은 게 기본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장원석과 최원권이 정상적인 기량을 찾을 경우 충분히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기는 경기를 확실하게 하는 힘 - 세트피스

  제주는 세트피스에 약하다. 수비에도 약하지만 공격에도 약하다. 세계 어딜 가든 강팀은 항상 경기력만으로 승패를 결정짓지 않는다. 특히 최강 전력이 아님에도 매번 우승을 차지하는 맨유의 경우, 비디치와 퍼디난드가 수도 없이 기록한 세트피스 득점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제주가 물론 우승권의 전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제주가 초반 암흑기처럼 하위권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팀 역시 결코 아니다. 잡아줄 경기는 확실히 잡아줘야 하는 팀은 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세트피스에 대한 훈련이 조금 더 이뤄질 필요가 있다. 홍정호나 오반석 서동현 박기동 같이 제공권이 뛰어난 장신 선수들이 있다. 특히 오반석은 작년에 코너킥 상황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제주 중앙수비수로는 최고였으며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을 법한 조용형이 프로 통산 한 골이다. 오반석은 훨씬 싹이 푸르다. 킥이 날카로운 윤빛가람의 합류로 잘만 다듬으면 위력적인 세트피스를 갖춘 팀이 될 것이다.

세트피스에 강한 오반석도 순간캡처에는 약한 것 같다.

서동현과 박기동의 복귀, 이제 시작이다.

  서동현과 박기동이 A매치 기간 이후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경훈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들의 결정력을 기대하는 것보다 전술의 활용폭이 넓어진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두 선수는 엄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서동현은 장신이지만 뒷공간 침투가 빠르고 순간적인 센스가 있어 역습 상황에서 위력적이다. 박기동은 탄탄한 체구를 갖춤과 동시에 발 기술이 좋아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 공격라인을 조절할 수 있다. 본래 측면 혹은 2선 쓰일 자원이었던 페드로가 최전방에서 플레이하는 바람에 공간이 없었는데, 그가 본래 포지션으로 간다면 가지고 있는 개인기와 공격능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주는 서동현을 이용해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전술과 박기동을 활용한 지공 전술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방 스트라이커가 제공권이 좋다면 지금처럼 반드시 빠르고 짧은 패스로 공격전개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들이 천천히 올라갈 여유가 생긴다. 박경훈 감독이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가 FM2013 K리그 리서쳐로 참여하며 서동현을 사기선수로 만들었는데, 이상하게 박기동이 더 잘한다.

 사실 제주는 부상병동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낸 셈이다. 까다로운 전남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고 공격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어진 두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해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부상선수들이 복귀하면 박경훈 감독의 4월 희망론이 현실화될 것이다. 상황이 상황이었던만큼 비판보다는 힘을 실어줄 때이다.

2013.3.16

저작권 - 오지환의 풋볼토크

(http://blog.naver.com/answlwlwl) 

[대런구자철]

좋은글.잘읽었습니다ㅜㅜㅋㅋ

[제주 유나이티드]

저는 이번 대전경기 너무 아쉽고 불만도 좀 있습니다.. 선발명단보고 박경훈 감독님이 대전을 얕보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송진형 윤빛 오승범이 최적의 조합인것 같습니다... 권순형 45분 하는걸 보니 권순형 양준아가 못나오는 이유가 있어요.. 그리고 측면수비도 좀.. 허재원은 어째 작년보다 기량이 하락한것 같아요.. 수비지역에서 볼 트래핑이 너무 불안하고 공격시에도 왼발로 크로스 하기는 하던데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고 김봉래는 뭐 첫선발에 신인이라 ... 그래도 수비시에 위치선정이 안되고 우물쭈물 하는 모습이 보이고요.. 피지컬도 상대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것 같아요. 그래도 위안으로 삼을 점은 중앙수비

[제주 유나이티드]

가 뭐 가끔 불안하기는 하지만 작년보다는 이용 오반석으로도 안정감이 많이 좋아진것 같습니다.. 홍정호 한용수가 돌아오면 수비는 기대해볼만 하네요..
이번 대전전은 아쉬움이 너무 많네요.. ACL을 목표로 하는만큼 우리보다 전력이 약한팀은 확실히 잡아줘야 하는데 승점 1점이 아쉬움이 많습니다. 뭐 제 생각로는 제주가 3위권 전력은 아니라고 생각은 되지만 가능성은 꽤 있다고 생각하기에 확보할 승점은 확실히 얻고 갔으면 하네요 ㅠㅠ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