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밤은 길다.
밤이 긴 만큼 밤참이 생각나는 때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산골마을에선 오늘 밤 누구네 집 기제사가 든다는 걸 손금 보듯 안다.
자정 넘어 제사가 끝날 무렵이면 사랑방에 모여 시간을 죽이던 청년들은 제삿집으로 몰려간다.
가난해도 제사상엔 삼색 나물과 전, 곶감, 대추와 육류를 올렸다.
음복(飮福)은 나눌수록 복이 깃든다고 믿었기에 스스럼없이 제사 음식을 내놓는다.
상차림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비빔밥이다.
쌀밥에 삼색 나물을 넣고 참기름 한 방울씩 넣어 나눠주면 각자 알아서 먹으니 편리하다.
안동 헛제사밥은 제사 지낸 후 나눠먹던 비빔밥 음식문화가 상용화된 경우다.
각종 나물에 비빔밥 형태로 밥을 비벼 먹는데 고추장 대신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전과 산적을 곁들이고 고기와 무를 넣어 만든 탕국과 함께 먹으면 감칠맛과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예전 농번기 땐 집에서 식사 준비를 해 머리에 이고 들에 나가 품앗이 일꾼들과 한꺼번에 비벼서 먹던 풍습이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먹다 남은 반찬을 새해로 넘기기가 꺼림직하여 반찬을 모두 넣고 비벼 밤참으로 먹었던 것이
비빔밥 기원의 속설 중 하나다. 평소 별다른 밑반찬이 없어도 제철 나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게
비빔밥의 매력이다.
최근 세계적 포털 구글이 ‘2023년 올해의 검색어’ 레시피(음식 조리법) 부문에서 한국 비빔밥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 K-팝·K-컬처에 이어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낭보다.
구글은 작년 대비 검색 량이 급증한 검색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가장 주목받은 검색어 순위를 해마다 공개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7일까지의 데이터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의 ‘에스페토스’와 인도네시아의 ‘파페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가 많았지만 스웨덴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한국 레스토랑이 뉴욕의 파인다이닝(고급 외식)을
재창조한 방법’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한 면 전체로 소개하며 K-푸드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K-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이 친숙해진 영향도 크다.
비빔밥이 지구촌에 알려진 계기는 1997년 대한항공이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제공하면서부터다.
웰빙 기내식으로 주목받아 1998년 세계 최고 기내식 상을 받았고, 요즘도 기내식으로 인기가 여전하다.
비빔밥 인기의 비결은 ‘맛’과 ‘색깔’이다.
비빔밥은 오방색의 조화를 두고 만들었다.
알록달록하고 정갈한 음식과 색의 조화는 외국인들의 눈에 고급 음식으로 비쳐졌다.
외국인들은 “여러 색깔의 식재료가 하나로 결합된 아름다운 음식”이라는 평가다.
시고 달고 매운맛이 오묘하게 어울리는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비빔밥은 이질적인 식재료들이 고추장, 참기름 등과 버무려져 새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한 조화의 미학이다.
싱싱한 야채를 넣으면 야채비빔밥이 되고, 불고기를 넣으면 불고기 비빔밥이 되듯 인생의 비빔밥에
행복을 넣어 버무리면 행복한 맛이 된다.
첫댓글 혼자만의 식단중 가장
편리한 식사 ~~^^
그렇습니다.
제일 편리한 식사죠.
건강식이고 영양도 좋지요^^
예,그래서 가끔 먹습니다.
모든영양소를 한그릇에 담아서...비쥬얼도 맛도 예술이지요...ㅎ
맞습니다.종합 영양제죠 ~ㅎ
인생의 비빔밥..ㅎ
참기름을 첨가하지 않아도 굿이지요.
예전 제사를 지내고 탕국에 갖은 나물을 첨가한 하얀 비빔밥도 일미였어요.. 지금은 제사음식이 따로 없으니 그 맛이 보고프네요..친정 아빠처럼 ㅎㅎ
맞습니다.
참기름이 안 들어가도 최고의 음식이죠.
말씀대로 나물 비빔밥도 좋구요.
오늘 정모에 못 나오시는군요.
본지 오래 됐습니다 그려 ~ㅎ
비빔밥~~
점심식사 후 인데도
입맛이 도네요
또한 막걸리 안주에도 최고입니다~^^
역시 닉네임대로 막걸리가 들어가는군요 ~ㅎ
전 비빔밥이 제일 좋습니다~^^
미투입니다.
전주비빔밥,콩나물 비빔밥 ~ㅎ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갑자기 비빔밥이 먹고 싶네요...
곧 함께 먹을 수 있는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