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하순에 쓴 글입니다^^)
두 번 째 관문, 미국 입국 심사 받기
ESTA는 무사히 잘 발급 받았으니, 다음은 미국 입국 심사를 준비할 차례이다.
미국에 입국한 모든 사람들은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통과를 해야만 미국 땅을 밟을 수가 있다.
그리고 자국민의 입국심사와 외국인의 입국심사는 그 난이도 면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에 입국한 외국인들에게 나름의 입국심사를 하게 마련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오만함이 기본에 깔려있어서,
미국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에게 유난스럽고도 고압적인 질문 세례를 퍼붓는다고 한다.
그 입국심사는 대상자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인데,
대상자가 소지한 비자 종류, 대상자의 나이, 성별, 자기 나라에서의 신분과 직업 등등에 따라 달라진다.
입국심사의 주된 목적이, 미국에 들어와서 불법으로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입국 목적, 체류 기간, 소지한 현금, 체류할 장소, 미국내 연고지 등을 질문에 따라 정확하게 말해야 하고,
돌아갈 비행기 티켓도 보여줘야 하고, 자국에서의 재직 증명서 등등도 떼어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심하게 버벅대거나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거나 하면
세컨더리 룸이라는 별도의 장소로 보내져서 거의 취조 수준의 닥달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엔 미국 땅은 밟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내 참 더러워서... ㅎㅎ 그러나 어쩌겠나? 준비를 하는 수 밖에.. ㅠㅠㅠ
짧디 짧은 영어로 입국심사를 받을 일이 두려워 잔뜩 쫄고 있는 엄마를 위해
(아빠는 아예 모든 준비에 신경 1도 안 씀, 마눌이 뭐든 혼자서 다할 것으로 믿고 있네, 하이고.. ㅠㅠ)
딸내미는 예상 질문과 답을 파일로 작성해서 보내주며 엄마를 안심시키느라 애를 쓴다.
엄마 걱정 마, 그 사람들 허구헌날 심사하며 사람 알아보는데 도가 튼 사람들이야,
사람 봐가며 하지 아무에게나 심하게 하지 않아.
젊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에게는 질문이 빡쎄다고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I-20 (입학 허가서) 보여주니까 별 질문도 안하고 통과시켜줬어.
하물며 엄마 아빠처럼 나이 든 부부가 공부하는 딸 보러 간다고 하는데,
어려운 질문 안할 거야, 쫄지 말고 예상 질문이랑 답변만 잘 기억해서 말하면 되고,
문장으로 말하기 힘들면 핵심 단어만 말해도 돼, 쫄지 마, 알았지?
쫄지만 않으면 돼, 처음에 웃으며 인사하고 눈 마추치며 자신있게 말해,
가족은 보통 한꺼번에 심사하니까 엄마랑 아빠 중에서 한 사람만 주로 답변하면 되구.
우리 엄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힘내!
이런 격려에 힘입어서 ㅎㅎㅎ 보내준 파일을 숙지하고 외우고...
그러는 한편으로 또한 두려웠던 것은, 우리가 타고갈 항공편이 직항이 아니라 환승이기 때문이었다.
인천에서 시카고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인지 아시아나인지의 독점 노선인데
미국 내에서 한 번 환승하는 외국 항공사의 노선에 비해 가격이 무려 두 배나 차이가 났다.
우리는 최저가를 찾아서 유나이티드 항공의 인천 출발 - 샌프란시스코 환승 - 시카고 도착의 비행편을 골랐는데
두 사람 왕복 요금이 197만원인가 했었고
우리 나라 국적기의 인천 - 시카고 직항 왕복 요금은 한 사람 몫만 2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직항을 탈 수가 있나? 돈이 남나? 두 배 요금은 절대 못 내지!
그런데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시카고 행을 갈아타는 환승 시간이 1시간 반 정도인데
그날 그날의 입국심사 상황에 따라 그 시간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입국심사는 국제선 비행기에서 내린 공항에서 받으므로
환승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심사를 받고난 뒤 시카고 행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것인데
그 시간에 들어온 비행기가 많으면 입국심사 줄이 길어져서 자칫 환승 비행기를 놓칠 수도 있다니!
만약 그렇게 환승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 유나이티드 항공 측에서 다음 비행기를 태워준다고는 하지만
다음 비행기 타려면 또 여러 시간 대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누굴 붙잡고 어떻게 안내를 받는단 말인가? 영어도 잘 못하는데...
아... 걱정된다.. 무섭다... ㅠㅠㅠ
자, 그래도 어쩔 것인가?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하는 수 밖에.
환승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서
위탁 수하물을 환승 공항에서 찾아서 다시 부치는 시간이라도 줄이려고 큰 가방 안 챙기고
부부가 각자 기내용 캐리어 하나 씩 끌고 배낭 하나 씩 메고 탑승할 수 있도록 짐을 최소화하였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끌어다놓고 걱정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스리며 준비를 했다.
그렇게 준비를 해서 드디어 1월 7일 출국일,
인천공항에서 저녁 6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점심 먹고 2시 쯤 집을 나섰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출국일 기준 하루 전에 받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기에
전날에 비싼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추가 비용 내고 영문으로 음성 확인서를 챙겼다.
여행을 계획했던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되게, 우리가 떠날 무렵에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미국내 감염 상황이 심각했지만
엄마 아빠 만날 날만 눈빠지게 기다리는 딸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2주 전에 맞은 부스터 샷이 만들어줬을 항체와 kf-94 마스크의 방어력을 믿기로 하고...
최대한 조심에 또 조심을 하기로 다짐을 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가 끊은 표는 이코노미. 좌석 추가 요금 전혀 없는 가장 싼 자리를 택했는데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열 시간 동안, 환갑 진갑 넘긴 부부가 그 자리에 앉아 가는 일은 거의 고문이더라...
너무 너무 고생했다. 돈 아끼려다 무릎 나갈 뻔.... 아주 미련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돌아올 때는 돈 더 내고 한 단계 위 좌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왔다)
게다가 더 미련했던 것은 ㅎㅎㅎ 기내 감염 막으려고, 마스크 안 벗으려고,
그 긴 시간 동안 기내식을 전혀 안 먹었다는... ㅎㅎㅎ
(우리 딸이 미국 가던 날도 그랬는데, 모녀가 셋트로 아주 그냥... ㅠㅠㅠ)
나만 미련했다. 남편은 먹더라. 나는 끝까지 안 먹으며 먹는 남편을 째려봤다. ^^
게다가 가는 길은 계속 밤길, 지구 자전의 순방향으로 가는 건지 아님 역방향으로 가는 건지 몰라도
출발할 때부터 밤이었는데 가는 내내 깜깜한 밤중,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칠흑 같은 태평양 위를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문득 공포스러웠다..
아... 나는 비행기 오래 타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
잔뜩 긴장해서 입국심사 줄에 서고 보니..
주여 감사합니다! 줄이 아주 짧다. ㅎㅎㅎ
이 시간에 공항에 들어온 비행기가 우리 비행기 밖에 없는 걸까?
입국심사 부스가 얼추 예닐곱 개? 그러니까 줄도 예닐곱 줄인데, 우리가 선 줄엔 우리 앞에 딱 세 팀 있다.
이 정도면! 환승 비행기를 놓칠 일은 없겠네, 안도를 하면서
예상 질문을 차분히 떠올리려고 하나... ㅎㅎ 쫄았다, 아무 생각이 안 나네... ㅠㅠㅠ
앞의 세 팀은 큰 문제 없이 통과를 했고, 드디어 우리 차례!
나는 남편과 함께, 덩치가 산만 한 흑인 여성 심사관에게 다가서며,
딸의 당부대로 웃으면서 명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우릴 빠르게 훑어 보더니, 마스크 내리라고 하고 얼굴 사진 먼저 찍고 나서 질문을 시작한다.
미국에 왜 왔나? 딸을 만나러 왔다.
딸은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하나?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 섐페인 캠퍼스에서 박사 과정 공부한다.
돈은 얼마나 가져왔나? 백 달러 갖고 왔고 주로 카드를 쓸 거다.
며칠 간 머물 건가? 열흘 간 있을 거다.
언제 귀국하나? 1월 15일에 귀국한다.
이렇게 다섯 개의 질문을 마친 뒤에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스캔한 뒤, 여권에 스탬프 찍고 사인을 해주고서,
좋은 여행 되라고 하면서 통과를 시켜주네! 와우~~~ 이게 다야? ㅎㅎㅎ
아... 엄청 긴 예상 답변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 외웠고
돌아가는 비행기 E티켓과 딸 유학 증명 서류와 남편 재직 증명서와 호텔 예약 서류 등등 죄다 영문으로 인쇄해 왔는데
긴 말도 안하고 아무 서류도 보여달라 안하고, 이렇게 허무할 수가, 아니, 이렇게 다행일 수가! ㅎㅎㅎ
이렇게 입국심사를 쉽게 통과했다는 이야기! ^^
우리는 입국심사장을 나와서 부지런히 환승게이트로 갔는데
가는 도중에 한글로 '환승'이라는 표지판도 붙어있는 걸 봤다. 얼마나 반갑던지. ^^
환승 게이트 입구에서 짐 검사 한 번 더 받고, 드디어 주어진 시간 안에 무사히 시카고 행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아, 정말 다행이다. ^^
그렇게 4시간 가량을 비행하여 저녁 7시 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딸과 감격의 상봉 후
택시를 타고 20분 넘게 달려서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에 당도하여
미국에서의 첫 밤을 보내게 되었다...
아이구, 달항아리 정말 사설이 길지유? ㅎㅎㅎ
입국심사와 환승에 대한 걱정이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에,
그 내용을 미주알 고주알 다 쓰고 싶었네요.
아, 진짜 준비 과정에서도 여행 과정에서도 고생 많이 했거든요..
이제 다음 편에서 진짜로 시카고 여행담 올립니다. 사진도 많이 챙겨놨어요.
에구, 1편 2편 모두 낚시 글 같네요. ㅎㅎㅎ
아무튼 엄청 긴 글 다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
3,4 편은 내일 올릴게요오~~` ^^
존 행콕 센터에서 내려다 본 시카고의 야경! 황홀했습니다. ^^
첫댓글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니 잠이 깨서 우연히 읽게 된 달님의 기행문에 따님이 저의 사위와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다고 (어바나 샴페인) 해서 해외지역 방이지만 반갑기도 해 뎃글 남깁니다.
사위는 컴퓨터 쪽 학부 졸업을 하고 군입대로 귀국해서 대체 복무로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딸아이 만나 연애하고는 돌아가지 않았죠. 부모님은 박사과정까지 밟아야한다고 미국가기를 종용하셨지만,딸과 헤어질 수 없다고. ㅎ .
여튼 달항아리님의 우여곡절 시카고 방문 축하합니다.
이제 돋보기 써야 글도 볼 수 있어서 점점 글 쓰기도 읽기도 힘드네요.
지금도 눈물 닦으면서(안구건조로)...
우왕~~ 리진님 사위, 엘리트 중의 엘리트네요!
일리노이대 공대는 전미 최고 수준이잖아요!
미국 최고의 대학이면 곧 세계 최고구요.
사랑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 정착,
로맨틱의 끝판왕입니다. ^^
우리 애는 사회과학 공부해요.
따님 부부는 향후 미국에 정착할 수도 있겠네요.
미국은 재미 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 있는 지옥이라고 하더군요.
리진님 반갑습니다. 글이 길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달항아리 아마도 미국은 안갈겁니다.
사위가 어릴때부터 아버지직장 따라 모스코바에서 또 유럽에서 학교다니다가 고2때 한국와서 고교 졸업하고 다시 미국 대학 갔다더군요.
정보기관에서 대체복무 하다가 딸 만나 몇년 연애하고 결혼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마쳣어요.지금은 대기업IT쪽 에 스카웃되서 위례에서 살아요.딩크족으로 결혼 8년째네요.
@리진 오호, 사위가 러시아에서 공부했군요.
미국 가 있는 이 둘째가 대일외고 다닐 때 러시아어를 공부했는데
아주 적성에 맞는다고, 러어를 학부 전공으로 하려고 했더랬어요.
러시아의 에르미타쥬 미술관에 가보는 것이 저희 부부와 아이의 로망입니다. ^^
리진님 따님 부부와 같은 우수 유전자는 후손을 낳아야 국가적 이익인데
딩크족으로 살고 있다 하니 제가 다 아쉽습니다. ㅎㅎ
귀한 따님 부부 축복합니다! ^^
네네,,,글을 읽고는
주무실것 같아서 ,,,
주일 이었고 하루 종일 바빴어요,
그래서 이제서 인사 드립니다!
일리노이 주는 여러번 지나 다녔는데
시카고 시내에는 항상 바이패스로 다니니까
중심가에는 피해서 다니는 거지요.
늘 궁금했던 시카고 소식
그리고 따님 계신곳좀 소개 해 주세요,
사진 많이 찍어 놓으셨다고 하니까
기대 만땅 입니다!~~~
감사 감사 합니다,,,함께 해 주셔서요,,,
저도 글 함께 올릴께요!~~~
또 뵈어요...
우리 다정하신 방장님, 지금 애 데리고 우리 엄마 계신 추모 공원에 가야 해서,
이따 오후에 댓글 또 쓸게요ㅎㅎ
항상 감사드립니다!
미리 철저하게 준비를 했기에
심리적 전문가들인 입국심사원들에
어려움 없이 통과를 했던것입니다.
오랜세월 터잡고 살고있는 시리즌 딸네집에
방문하는데 입국을못해 스튜어디스가 나와 가족을찾기에
시리즌 확인 드라이브 라이센스 확인서 만들어
제출해 입국한 사례도 있으니까요.
공감의 댓글 감사합니다! ^^
지금 나가야 해서 이따 오후에 다시 댓글 더 쓸게요.
@나이컨 아이구, 영어가 짧아서 입국심사를 두려워한 이야기를 쓴 건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ㅎㅎ
유머도 풍부하시고 사람을 대하는 시각이 긍정적이신 좋은 분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나라 미국에서 늘 행복하시길요! ^^
자랑스런 따님 두셔서 무척 부럽습니다.
미국 입국 쉽고 친절합니다.
한국의 무표정 직원들에 비하면 웃는 얼굴이 좋지요.
저야말로 텍사스에서 성공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에스핀님의 자제분이 너무도 부럽습니다! ^^
맞아요, 미국 사람들 표정도 밝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 건네고요.
기본적인 친절이 몸에 배인 문화 같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고국을 방문한 교포들은,
한국 사람들의 경쟁에 찌든 고단한 표정과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태도를 견디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달항아리
달항아리님 말씀대로
미국 사람들은 표정도 밝으며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별 경계심없이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개중에는 아주 몰상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LA 살 때 한 번은 우체국엘 갔는데
우편물 접수 창구에 있던 뚱뚱한 흑인 여성이
저를 동양인이라고 우습게 본 건지 어쨌는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얼마나 느릿느릿 시간을 끌던지
열딱지가 나서 대판 싸운 적도 있습니다 만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개개인의 인격 형성에 따라
아주 형편없는 인간들도 많습니다
시카고 여행기는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스 네, 우리 애가 그러는데 백인들보다도 흑인들이 동양인에게 더 적대적이라고 해요.
채스 방장님은 미국에서 거주하신 경험이 있으시군요.
영어로 싸움이 가능하셨다니, 대단하신 회화 실력이십니다.
우리 애는 미국 가자마자 다음 날부터 영어로 수업을 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막상 일상 생활 속의 회화는 어려웠다고 해요.
이제 2년 반 지나니 귀도 다 트이고 아무 어려움 없이 회화도 능통해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