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블루베리 따는 재미
2024년 7월 7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유월 초이튿날
시도 때도 없이 느닷없이 왈칵 쏟아지는 비,
장마철이라서 그렇겠지? 요즘같은 날씨에는
우산이 필수이다. 그런데 우산은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 나갈 땐 비가 내려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들어올 땐 비가 그쳐 어딘가에 두고
오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껏 수없이
경험을 했다. 그러니 우산은 내 손에 있어야만
내 것이지 내 손을 떠나면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엊그제 일을 나갔다가
오는 길, 이웃 마을 형님 차에 편승을 했는데
짐칸에 우산을 놓고 그냥 왔다. 그것도 모르고
있다가 비가 내려 나가려는데 우산이 없는 것
아닌가? 그때까지 우산을 어디에 놓고왔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형님 차에 있어
일 나가는 날 갖다주겠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장마가 소강상태인 모양,
새벽에 비가 후드득 몇 차례 반복했는데 오늘
날씨예보에는 비소식이 없다. 그런데 바람이
예사롭지않게 제법 세게 분다. 살랑거린다는
표현보다는 조금 더 세게 분다고 할까? 아주
느낌이 좋은 바람이다. 꿉꿉하고 칙칙한 오늘
같은 날에는 이렇게 부는 바람결이 너무 좋다.
장마철에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바람이 고마운
바람이다. 비도 그쳤고 간간이 불어주는 너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뭔가 일을 해야 되겠지?
아침 기온은 20도에 머문다.
어제 아침나절에는 아내가 운동을 하는 사이
블루베리를 조금 땄다. 주로 아내의 몫이기는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을 하는 장마철이라서
비가 내리지않는 틈을 타서 따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우리집 블루베리는 우리가 심은 것 4년
생 16그루, 지난 봄 마을 아우가 준 것 6그루,
모두 합쳐 22그루이다. 우리 것은 아직 어려
그리 많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많이
땄다. 마을 아우가 준 것은 성목(成木)이기는
하지만 꽃이 필 무렵에 옮겨심기를 하여 아마
올해는 수확이 변변찮을 것 같다. 그렇긴 해도
뒤늦게 꽤 따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 아내가
땄으며, 어제 촌부가 1kg 남짓 땄는데 앞으로
두어 번 더 따면 끝날 것 같다.
우리는 블루베리를 길러 수확하는 것을 꿈꿔
왔었다. 자그마한 묘목을 심어놓고 블루베리
열리기를 학수고대하며 열심히 물을 주었고
거름도 시기에 맞춰서 주었다. 정성을 다했다.
그랬더니 녀석들은 잘 자라주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아내는 아침마다
냉동 블루베리, 사과, 바나나에 귀리가루와
손수 만든 요거트를 넣고 일정 양의 우유를
넣어 잘 갈아서 주스를 만들어 마시게 해준다.
그런데 이제는 블루베리도 자급자족을 하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된 것이다. 아직은 돈으로
환산을 해봐야 얼마 안되지만 이것만으로도
만족하게 된다. 아마 내년부터는 더 많은 양의
수확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촌부도 보람되고
기쁜 마음이지만 특히 아내가 얼마나 흐뭇해
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작지만 큰 보람으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는 우리, 욕심 부리지않고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우리는 이렇게 살았고, 살아가고, 살아가려고
하는 산골 부부의 산골살이인 것이다.
오늘은 어머님 7주기 기일이다. 집에서 지내는
제사를 종교식으로 하기로 하여 사찰에 위패를
모셨고 기제사도 절에서 모시고 있다. 그리고
두 분의 기제사도 아버님 기일에 맞춰 한번만
지내기로 했다. 전통을 무시하고 너무 간소화
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우리 형제들 모두
합의를 하여 내린 결론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허전한 마음이라면서 아내가 위패를 모셔놓은
멀리 인천 용화사에는 못가지만 우리가 다니는
오대산 월정사에 잠시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어제 오후에 다녀왔다. 오늘 같은
날에만 어머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늘
죄스러운 마음이다. 살아생전 제대로 효도를
못하고 속만 썩인 불효자라서 늘 마음 아프다.
돌아가신 후 이렇게 한들 무슨 소용있겠는가?
부처님 앞에서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못난 불효자의 용서도 함께 빌고 왔다.
월정사를 나와서 진부에서 잠시 농협마트에
들렸는데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려 둘러봤다.
중앙로에 도로를 차단하고 무대를 설치하여
공연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여름 축제라며...
아내에게 가보자고 했다. 줌바댄스 페스티벌
리허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연령대 구별없이
여성들이 에어로빅을 하듯이 춤을 추고 있어
잠시 보다가 왔다. 별의별 축제가 다 있는 것
같다. 밤에 공연한다고 했으나 우리가 참여할
그런 공연은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