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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병훈, 왜 상무에 불합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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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군체육부대 농구 종목에 지원한 16명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선수임에도 8명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LG 유병훈. 상무 지원자들은 유병훈이 체력측정에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며 그의 탈락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
[루키] 이재범 기자 = 요즘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도 엄청 힘들다. 지난 2월 육군 7.9대1, 해군 14.9대1, 공군 15대1의 입대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의무경찰은 지역에 따라 30대1의 경쟁률을 넘을 때도 있어 ‘의경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경찰청은 최근 공정성을 위해 의무경찰 최종 합격자 선정을 면접에서 추첨으로 바꿔 결정한다.
농구 선수들의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경쟁률은 일반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매년 조금씩 변하지만, 보통 2대1 정도다. 상무는 경기전적 60점, 체력 15점, 대표경력 20점, 잠재역량 5점이란 심사기준에 따라서 입대 선수를 선별한다. 이것만 보면 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13일 발표한 상무 농구 선수 합격자 명단을 보면 이상하다. 지원자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합격 후보 유병훈(LG)이 떨어졌다. 지원자 전체에서도 가장 좋은 기량을 가진 것으로 보였던 유병훈은 왜 떨어졌을까? 상무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떨어질 리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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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선수는 국내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를 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 또 한 번 더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위한 관문을 한 번 더 뚫어야 무난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
◆ 의문의 시작!
지난 3월 상무에 지원한 농구 선수는 박지훈(동부), 배수용(모비스), 장민국, 박재현(이상 삼성), 유병훈, 주지훈(이상 LG), 한호빈, 김만종(이상 오리온), 김윤태, 석종태, 이한림(이상 KGC인삼공사), 정희재, 박준우(이상 KCC), 김현수, 최지훈, 김경수(이상 케이티) 등 총 16명이다. 이들 중 박지훈, 배수용, 장민국, 박재현, 한호빈, 김윤태, 정희재, 김현수 등 8명이 합격해 지난 18일 입대했다.
상무는 농구선수를 한 해에 9명씩 선발해 총 18명으로 운영한다. 이번에 8명을 선발한 건 오세근(KGC인삼공사)의 조기 전역 영향이다. 오세근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상무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제대했다. 지난해 경북 문경에서 세계군인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상무는 이 대회에 최고의 전력으로 참가하기 위해 오세근의 전역으로 비어있던 한 자리를 보충, 지난해 10명을 선발했다. 현재 상무에는 10명의 선수가 복무 중이기에 올해는 8명만 선발한 것이다.
평소보다 정원이 1명 줄었다고 해도 기량이나 프로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고려한다면 유병훈은 무난하게 합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상무에서 발표한 합격자 명단에는 유병훈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상무 입대 전형은 서류와 실기로 나뉜다. 서류전형은 지원한 16명 모두 합격했다. 실기전형은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 발표자료의 안내사항을 보면 체력측정, 신체검사, 인성검사로 이뤄져 있다. 선수들의 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연습경기는 없다. 상무 입대 신청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실제로 연습경기를 하지 않았다.
신인왕 출신인 이현민(오리온)이 2009년 상무에 지원해 탈락한 적이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현민은 체력측정(배근력(허리힘), 윗몸 일으키기, 100m 달리기, 10m 왕복달리기, 1.5km 달리기)에서 성의 없이 임해 탈락했다고 한다. 유병훈이 이현민과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번에 상무에 지원한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유병훈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A선수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유병훈의 체력측정에서의 모습을 기억했고, B선수는 “모든 선수들이 30분 전에 도착(집결 일시 8시 30분)해서 모두 열심히 체력측정에 임했다”고 A선수와 마찬가지 대답을 했다. C선수는 “그럴 성격의 선수가 아니다”라고 유병훈을 감쌌다.
D선수는 “유병훈 선수가 왜 떨어졌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무에 지원했던 대부분 선수들이 유병훈 선수는 합격할 거라고 여겼다”며 “체력측정하기 전에 ‘경기전적의 점수 배점이 높지만, 체력측정도 15점이나 되기에 소홀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모두 열심히 했다. 유병훈 선수는 선후배들에게도 잘 해서 인성에서도 문제될 게 없었다”고 다른 선수보다 상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 의문의 증폭!
앞서 상무의 심사기준 배점표에서 경기전적이 100점 중 60점이라고 했다. 경기전적이 상무 합격 여부에 큰 역할을 한다. 복수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경기전적의 가장 큰 기준은 세 시즌 출전경기수다. 상무의 모집 요강에도 경기실적증명서는 연맹이나 협회에서 발행한 개인경기실적이며, 여기에는 ‘경기출전 실적(횟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나와있다.
유병훈은 세 시즌 기준 142경기(54-54-34)에 출전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의해 20경기 출전 정지 당한 걸 제외하면 최근 세 시즌 동안 부상으로 한 경기도 빠지지 않았다. 상무 지원자 16명 중 가장 많은 출전 경기수다.
더구나 이번 합격자들의 프로 데뷔 후 세 시즌 출전 경기수를 살펴보면 유병훈을 제외한 2위부터 9위까지 합격했다. 10위부터 16위까지는 떨어졌다. 물론 데뷔 1~2년차 선수들의 경우 대학 시절 경기수를 제외했지만, 세 시즌 출전 경기수가 상무 합격 여부와 밀접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다른 년도에서도 출전경기수가 많은 선수들이 대체로 합격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동안 상무 입대 지원자 중 프로에서 세 시즌 기준 1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총 27명이다. 이들 중 상무에 탈락한 선수는 이현민(159G)과 유병훈(142) 밖에 없다. 이현민은 체력측정의 영향으로 불합격했다고 하지만, 유병훈은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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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체육부대에 합격한 8명과 유병훈의 최근 3시즌과 2015~2016시즌 출전 경기수 비교 |
상무는 이번에 가드 4명, 포워드 4명을 선발했다. 유병훈과 합격한 4명의 가드와 기록을 비교해보면 유병훈의 탈락을 더 이해하기 힘들다. 간단하게 경기수와 평균 출전시간만으로 해당 선수가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병훈은 세 시즌 기준 출전시간도, 지난 시즌 출전시간도 합격한 가드 4명의 선수보다 더 많다.
합격한 4명의 포워드들까지 포함해도 유병훈의 최고 출전시간 1위에는 변함이 없다. 포워드 장민국이 세 시즌 평균 18분 39초 출전해 유병훈과 1분 이내의 편차를 보였다. 지난 시즌 기준으로 2위는 김현수의 17분 35초로 유병훈보다 1분 40초 적다. 유병훈은 2014~2015시즌 식스맨상도 수상했다. 최근 3시즌 기록만 놓고 비교한다면 상무 지원자 중 유병훈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경기 전적 다음으로 높은 배점은 국가대표 경력의 20점이다. KBL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가드 중 박재현이 2008 18세 이하(U-18) 국가대표, 2011년과 2013년 유니버시아드(U) 국가대표, 2013년 동아시아대회 국가대표 등 가장 화려함을 자랑했다. 한호빈은 2013 U 대표, 유병훈과 김현수는 2008 U-18 대표를 지냈다. 합격한 김윤태는 대표팀 경력이 없었다(포워드 중에선 김만종(U-18, U-19 대표)과 배수용(U 대표)이 국가대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유병훈은 경기실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국가대표 경력에선 가드 경쟁자인 김현수나 김윤태에 밀리지 않는다. 체력측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잠재역량의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많이 코트에 섰던 선수에게 최하의 점수를 줄 수 없다. 총점도 5점이기에 편차가 크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이라면 말이다.
유병훈의 상무 합격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학 시절 불법스포츠 도박으로 인한 징계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김현수가 합격한 걸 보면 불법스포츠 도박이 합격 여부와 전혀 무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성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게 아니라면 유병훈이 떨어지는 건 이상하다. 인성검사도 500문항 가량의 대학 등에서 실시하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고 한다.
매년 상무 합격자 명단을 보면 예상을 빗나가는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간혹 나온다. 보통 상무에서 필요한 포지션이거나 그 실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번처럼 지원자 가운데 최고로 보이는 선수가 떨어진 경우는 최근에 없었다.
탈락 이유가 보이지 않는 유병훈은 상무에 왜 떨어진 것일까? 상무 관계자는 “선수선발 심의위원들이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선수를 선발한다. 33개 종목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매년 잡음이 나와서 엄격하게, 예를 들면 선수 선발 시기가 되면 여러 곳에서 청탁이나 부탁 전화가 오는데 체육부대장도 임의대로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심사한다. 만약 의혹이 든다면 해당 선수가 이의제기를 하면 된다”고 공정한 심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