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의 노래와 울오빠

[향원김영옥]

'높은 산은 부른다 메아리가 들린다 흰구름이
넌즈시 떠간다
산새들도 노래부른다
휘파람 불며가자
저산 너머로
정답게 걸어가는 하이킹 코스에는 산들바람이
산들산들 소근소근
그대여 내 사랑이여
젊은 날의 꿈이여'

위의 내용은 울 오빠랑 어린시절 자주 부른 노래다

가사를 까먹고 둘이서 더듬거리며 불러본다

오빠야
이 노래 제목이 뭐고?
몰라 하이킹의 노랜가!
아참 맞다 오빠야

엊저녁엔 니가 모기
잡느라 투닥거리는 바람에 잠을 깨서 이 노래를 아홉 번이나 불러도 잠을 못 자고


모기 한 마리를
잡았다 아이가

오빠야
나도 피가 툭 터지는 
놈을 세 마리나 
잡았다

그건 니가 방충망 
창을 단디 안 닫아서 
그렇지 뭐

오빠랑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매가
밤잠을 설친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그래도
오전엔 또 날 마다
5분거리 공원을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오빠야를 따라다니며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었지

저녁엔
식탁에 마주앉아 조근조근 얘기도 하면서

전설같은 까마득한
온갖 옛얘기엔 
웃음보가 터져 
눈물나게 웃기도 
했다네

첫날 내 살던 
정든 집에 들어설 땐
사랑채 뒤안에서 
나오시는 백발의 
울 오빠가 하도 
낯설어


오빠야아 오빠야 맞나?
그래 누고? 옥이가!
하며 반가워 어쩔 줄 
모르시는 울 오빠

순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돈다
 
잔디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나딩구는 낙엽을 바라보노라니
쓸쓸하기 그지 없다

넓은 집안이
왜 그리도
휑하고 썰렁해
보이는지

옛 사람도 가고
옛 모습도 사라졌다

북적이며 살던
열 식구 대가족이
세월에 떠밀려
이젠 우리 다섯 
남매만 흩어져 산다

이미 세상을 등진이야 어쩌랴만
일본 산지 오래된
막둥이 남동생이
눈에 밟힌다

오빠야 형님은
어데 갔노
오늘 저기 
먼 데로 갔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오빠는
서울사는 외동
딸내미의
부모효도관광
일본여행을
한사코 마다하고
 
처랑 딸내미는 
오빠께 등 떠밀려 
여행가고
 
덩그러니 
오빠 홀로
집을 지키신다네

가슴이 철렁한다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여행도 잘만
다니셨는데

기력도 많이 
쇠하고 용기도 
없으신가 보다

언제나 조용하고 
깔끔하고 
모범적이고

마을에선
소문난 효자요
여러모로
칭찬이 자자한
곱상스런 울 오빠

서울에서의
공직생활이 오죽
지겨웠으면

아파트도 마다하고
일세기를 
훌쩍 넘긴
그 옛날 고향집에서

어느덧
백발의 실버가
되었을까나

볼 수록 애틋한
핸섬보이
올드 울 오빠야

고교모자가 더 없이
어울리고
교과서의 영어를
큰 소리로 읽고

데니보이
오솔레미오 등을
원어로 노래하면 
동생들은 
절로 배우고

그렇게도 총명했던
울 오빠야

어느새
느닷없이 순수한
영혼을 가진
동심으로
돌아간 듯 하다

그런 오빠와
이런 저런 온갖
희노애락의 
지난날과
엄마 생각에

난 그만 울컥하여
숨통이 끊어져라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으니...

오빠의
황당함이 역력하다

동생이 엄마방에
엎드려
까무라치 듯
울부짖는
모습을 감당하질
못하여

마루에서 멍하니 
바라보던
울 오빠
 
그래
울고싶을 땐
실컷 울어야지
하면서
달래다 달래다
그냥 집을
나가셨다

조금 후엔
또 전화를 하신다
이제 좀 괜찮냐며

오빠야
엄마가 보고싶다

그래
그렇다고 뭐 엄마가
다시 살아오시나

오빠의 충격이
오죽했으랴
 
난 그런 오빠께
오빠야 내일은
꽃 사들고
엄마한테 가자

그래 알았다
울 오빠는
내 맘을 읽고 계신다

오빠야
엄마는 다알리아를
유난히
좋아하시는데 없네

그 날은 둘이서
오랜만에
주과포랑 흰국화
백합화 다발을 사들고 산소에도 다녀왔다

그 날 늦게
올케가
여행에서 돌아오고
집안에 사람사는
훈기가 넘친다

서로 반겨 맞이하고
또 다시 헤어진다
 
그토록
기다리게 해 놓고

올케도 엄마처럼
내가 떠나온다니
안타까움에
애태우며
 
또
텃밭에서 키운
튼실한 고추를
한 보따리 따서
오빠차에 싣는다

집에 가서
다 나눠 주라네
서리맞으면
말짱 헛 것이란다

동생 생각이
남 다른
오빠랑 올케는
승용차로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고 서로
아쉬움의
작별인사를 한다

단디 가라는
당부와 함께

기약없는 재회
한 없이 씁쓸하고
가슴이 짠하다

그래도
이번 일 만큼은
정말 후회없이
잘 했구나 싶다

이젠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는
울 오빠와의 만남

더 없이 소중하게
간직하리라


어차피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 아니런가
 
세상사 모든 일이
어디 나 뿐이랴
 
우리 모두
그럭 저럭
한 세상 이라오 
 -끝-
2024년 2월 6일
부산온천천예쁜꽃들
(나의 산책코스)

[石友,박정재]

반갑고,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향원김영옥]

첫 댓글 넘 감사합니다 즐건 명절 보내시고 늘 무탈하시길요

[흰수정]

향원김영옥님 어린시절 또 나이 먹고 지금시절 향수를 부를는 그 마음 한참 잘 읽으며 머물다 갑니다
옛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세월은 거슬러 한번 가보았으면 ~~~설명절 잘 지내시구요 감기도 조심하셔요

[향원김영옥]

네 그래요 오빠랑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 온 듯 합니다 섣달 그믐 밤인 오늘은 잠을 자면 눈썹이 쇤다는 까치 설날이죠 억지로 또 한 살 먹네요 만수무강하시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