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밀양'으로 칸을 찾았던 송강호는 기자회견에서 "작년에는 경쟁 부문이라 솔직히 수상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올해는 축제를 축제로 즐길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지난해 칸을 찾았을 때 송강호는 '놈놈놈'을 찍던 중이었다. 당시 번개맞은 듯한 헤어스타일은 영화 속 열차털이범의 모습. 이 얘기를 하며 정우성은 "(송강호) 형이 이 작품으로 다시 칸을 찾게 된다는 암시였다"는 재치 있는 말로 웃음을 유도했다.
영화에서 현상수배범 사냥꾼으로 나오는 정우성은 "어렸을 때부터 서부영화의 광팬(열렬한 팬)이었다"면서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남자에 대한 개인적 판타지가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프라하에서 신작을 촬영하다 다른 배우들보다 하루 늦게 칸에 도착한 이병헌은 "중국의 사막에서 '놈놈놈' 찍을 때의 어려움보다 칸에 시간 맞춰 도착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농담을 던진 뒤 "악역은 처음이었는데 이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감정들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에는 좁은 반도를 벗어나 대륙으로 뻗어나가고 싶은 민족적 열망도 반영되어 있다"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만주 벌판을 달리는 추격전 같은 장면도 그런 경우"라고 했다.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놈놈놈'은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 송강호는 "관객 숫자가 목표가 아니라, 잃어버린 한국영화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놈놈놈'은 이 배우의 소망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한국 영화의 자신감 회복은 지금 칸에서부터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