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에서]
이 땅에서 가장 느린
기차를 얻어타고
빈 손을 흔들며
아무것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기를
하루는 길 아닌 길을
걷다가
하루는 길 없는 길을
걷다가
또 하루는 길을 잃고
헤메다가
갈 데까지 가서
길 밖에서 떠돌다
이 땅에서 가장 작고
깊은 암자(庵子)에
들어가
빈 손으로
기도할 수 있을 때
기도할 수 있기를
아님
기도 밖에서 기도하기를
침묵 밖에서 침묵하기를
그렇게 길 밖에서
/ 강세환
* I wish I could pray with empty hands.
오늘은 우리 본당의 두 분 신부님 모두 9월 5일자 서울대교구 사제 인사 발령에 의하여 "대기" 발령을 받고 본당을 떠나시며 아마도 마지막 이임 미사를 집전하실 것을 예상하고 11시 교중 미사에 참례하였다.
이번 주간 평일 내내 손님 신부님들이 와서 미사를 봉헌하시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본당 신부님이 이 미사를 봉헌하시는 것이다.
말씀을 아끼시려고 강론 본론에는 정작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애써 숨기기라도 할 양으로 서울주보 2면에 게재된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이 쓰신 [깊이 있는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치려 하다가 말미에 약간의 심경을 표시하는 것으로 마지막 강론 시간을 마치는 것을 예의 주시하였다.
그러다가 영성체 예절이 끝나고 평화의 인사까지 마친 다음, 비로소 주보 공지 시간에 드디어 그 비장의 말씀들이 쏟아지는데, 오늘은 가히 웅변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
만장한 교우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참으로 사제의 길은 험난함에랴 싶어 바로 두 손 모아 화살 기도를 바치고는 하엿다.
특히 우리 레오 신부님을 비롯한 친척 신부님들을 떠올리며, 우리 본당을 떠나시는 두 분 신부님들이 모두 성인 사제 되게 해 주십사 간절히 기도를 바친다.
사제를 위한 기도를 더 열심히 바쳐야겠다고 다짐도 한다.
미사 참례 후 집에 막 올라 가려던 중, 아내가 데레사 반장과 함께 교우가 하는 추어탕집으로 가서 식사나 하고 가자고 하여 세 명이 함께 이동.
그 집은 온통 교우들 천지.
한편, 아침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과 관련하여 상세한 설명을 요청한 나의 오랜 친구인 재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Y 친구에게 실제 사례를 곁들여 가며 카톡으로 메시지를 만들어 보내 주었다.
그가 흡족해 하며 감사 표시가 즉시 되돌아 왔다.
집에서 SNS 활동을 조금 더 하다가 3시 반경 집을 나서 이발과 목용을 하기 위해 길음동으로 이동하였다.
일요일 답게 이발 대기자가 내 앞에 한 명 더 있어 대략 1시간 여 기다렸다가 머리를 깎고 사우나를 하며 묵주 기도 20단을 봉송하였다.
그 사이 사우나탕에 들어 가기 전과 나온 후에 숱한 지인들과 카톡 메시지를 교환하느라 더 부산하였는데, 모레(5일, 화) 저녁에 있을 오페라 관람권 배부로 잠시 더 분주하였지 싶다.
사우나탕에 들어 가기 전에 미리 약속한 대로 길음동성당 4구역 형제 한 명과 식사 약속을 해 둔 터라 그를 만나 종전에 늘 가던 장수감자탕집으로 가 小자 하나를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두 명이 먹기에는 벅차 결국 뺘\다귀 하나를 남기고 나올 수 박에 없었다
한편 안토니오 형제가 폐암에 걸린 환우에게 좋다며 버섯들이 잔뜩 든 작은 가방 한 개를 건네며 차로 우려 먹으면 대략 2~3개월은 갈 것이라며 주길래 감격하기도 하였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선물이어서 말이다.
감사! 감사! 또 감사!
그와 헤어져 시내버스편으로 집 앞에 당도.
묵주 기도 10단을 더 봉송하고 귀가하였다.
그새 흘린 땀이 있은지라 막 씻으려 하는데, 아일랜드의 둘째 딸 정아 아네스와 화상 전화가 연결이 되어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일부터 학교에 본격적으로 등교하게 된다는 귀염둥이 크리스틴이 화제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였다.
아일랜드 가족 모두 무탈하게 잘 지내기를 두 손 모아 화살 기도를 바친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