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9 章 불귀객의 유언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냉운은 허기를 느꼈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는 꼼짝 않고 하루
해를 보낸 후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냉운은 아직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진퇴유곡(進退維谷)의 곤
란함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처지였다.
'침사관도 거쳤지 않느냐?'
그는 아직 용기를 잃지 않았다. 불귀객이 되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가운데 뼈를 묻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죽음의 관문을 돌파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불사검제께서 도저히 뚫을 수 없는 함정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텐
데…… 알지 못하는 길이 있을 텐데……."
길은 어디 있단 말인가?
냉운은 궁리 궁리하다가 해가 완전히 떨어진 후 묘한 생각을 하게 되
었다.
"길이 있다면…… 분명 지하(地下)에 있을 것이다."
머릿속이 확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백장하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하통로가 있기
쉽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냉운은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의 허기를 잊을 정도로 흥분되어
근처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눈이 가물가물했고 다리를 옮기기가 태산을 옮기는 것같이 괴로웠다.
그러나 중단한다는 것은 죽음을 택하는 일이니 걸음을 중단시킬 수
는 없는 일이었다.
지하통로를 찾는 가운데 밤이 되었다가 새벽이 밝아왔다. 백장하를
따라 두 차례 왕복을 거듭했으나 통로로 여겨질 만한 곳은 찾아내지
못했다.
더 걷고 싶어도 이제는 다리가 떨려 걸을 수 없을 지경.
"으으……."
냉운은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했다. 전신 뼈마디 중 성한 것이 하나도 없는
듯 전신이 욱신욱신 쑤시고 사지가 뒤틀렸다.
병세를 호전시켜 줄 구전신단은 이제 없다.
냉운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고, 강변을 따라
십여 걸음을 걸은 후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이대로 죽어야 하나?"
냉운은 한 곳에서 발을 멈추고 백장하 건너편을 바라봤다.
높다란 언덕이 유난히 거대하게 느껴졌다.
신비(神秘)가 호흡을 압박했다. 천하제일인의 신화가 간직된 금단의
땅, 그 너머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 단 한 사람
도 없지 않은가.
"나도 무림기인전을 직접 보지 못하고 죽어가야 하나?"
냉운은 씁쓸히 중얼거리며 천천히 주저앉았다.
한아름은 됨직한 돌덩이에 걸터앉은 순간이었다.
쿵!
갑자기 아랫도리가 허전해졌다.
"어엇?"
냉운은 자신이 깔고 앉으려 한 돌덩이가 푹 꺼져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자지러지게 놀라고 말았다.
돌이 내려앉은 곳, 동혈(洞穴)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언뜻 보면 너구리굴같이 좁은 굴이었다.
"이, 이것이 혹시 내가 지난밤을 새워가며 찾아다녔던 지하통로의 입
구가 아닐까?"
냉운은 중얼거리며 얼른 안으로 뛰어들었다.
쿵!
그는 일 장 정도 떨어져 내렸다가 돌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습기 차고 차가운 돌바닥이었다.
그러나 꽉 막힌 장소는 아니었다. 수직으로 십삼 척 떨어졌다가는 수
평이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길고 좁은 석도(石道)의 시작 부위였다.
인공(人功)의 흔적이 역력했다.
냉운은 얼떨떨해하다가 글씨를 보게 되었다.
동혈 위에서 흘러드는 미광(微光)이 석벽의 한쪽을 비추이며 냉운의
눈 안으로 들어오게 된 글씨였다.
<이곳을 발견하는 순간, 무림기인전의 외사관(外四關)을 통과하는 것
이다.>
반갑기 그지없는 불사검제의 친필이었다.
<무림 기인전은 일곱 개 관문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그 중 네 개는
외부를 보호하고 세 개는 내부를 보호한다. 일곱 개 관문을 다 통과
한 후 노부 불사검제를 보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온 사람은 지극히
뛰어난 지혜를 지닌 사람임에 틀림없다. 여기 와 이 글을 보게 된 사
람은 노부의 절세적 무공을 능히 익힐 천하기재(天下奇才)다. 하나,
노부는 전인이 올바른 심성(心性)의 소유자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
인전 내에 삼관(三關)을 두었다. 그것마저 통과한다면 노부 불사검제
의 전인이 되는 영예를 얻게 되는 것이다.>
불사검제는 지극히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림지신(武林之神)으로 군림했고 천하 사람들을 벌레같이 취급
한 기인이었다.
남을 조롱하는 것을 죄로 여기지 않았던 도도하고 거만한 사람이 불
사검제였다.
어찌 생각하면 냉운과 비슷한 일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냉운은 너무도 미약한 일개 소년이고, 불사검제는 죽어 신으
로 여겨지는 일세 기인이 아닌가!
두 사람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 것
이다.
냉운은 자신의 생각이 적중했다는 것을 알고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불사검제께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셨군. 나의 생각이 계속 적중되
는 것으로 보아 만일 내가 관문을 만들었다 해도 불사검제가 만드신
것과 같은 관문을 만들었겠군."
냉운은 옷을 털고 일어나 석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길은 아주 곧았다. 어두웠으나 벽면을 더듬으며 걸어가자 아무런 방
해를 받지 않았다.
통로의 끝은 석문(石門)이었다.
굳게 닫힌 석문, 그 밖이 바로 누구도 밟아 본 바 없다는 무림기인전
이다.
"저 밖이……."
냉운은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림기인전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는 생각이 구름 위를 나는 듯한 기
쁨을 안겨 주었다.
석문에 손을 대고 밀자.
삐이이이 ―.
육중한 석문이 아주 가볍게 열리며 빛이 내리쪼였다.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열세 계단이었으며, 계단 하나의 높이는 한 자 정도였다.
냉운은 지친 몸을 끌고 계단을 밟아 지면으로 오르게 되었다.
백장하 바로 옆에 난 반경 두 자 되는 네모난 동구(洞口)가 계단의
출구였다.
백장하 물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독수가 동구 속으로 스며들기 십
상이다 싶을 정도로 백장하와 인접해 있는 동구였다.
냉운은 계단의 맨 위쪽을 밟고 나서 무림기인전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르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기어 올라갔다.
"헉헉!"
언덕의 높이는 오 장에 달했다.
기어오르자니 팔꿈치가 벗겨지고 숨이 턱에 닿을 듯 급박해졌다. 무
림기인전이 그 너머에 있었기에 힘이 생겨난 것일까?
그는 오 장 언덕을 단숨에 기어올라 맨 꼭대기에 올라서게 되었다.
발아래 굽어보이는 거대한 석조전(石造殿) 하나가 있었다.
높이 삼 장 정도 되는 정방형의 건물.
아름드리 석주 열여덟 개로 지탱되고 있는 석조전의 빛은 지붕부터
주춧돌까지 흰빛 하나였다.
거대한 흰 코끼리가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저, 저것이 바로 무림기인전이구나!"
냉운은 무림기인전이 지척지간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일각(一刻
)이라는 시간을 소모했다.
환상 속의 순간인 것만 같았다.
자신이 무림기인전을 내려다보는 언덕 꼭대기에 서 있다는 것이 믿어
지지 않았다.
"가, 가 보자!"
냉운은 중얼거리며 언덕의 아래쪽으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열 걸음 휘청휘청 내려갔을까.
"백, 백골이구나!"
냉운은 무림기인전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는 한 구의 백골을 보게 되
었다.
기이한 형상을 한 백골이었다. 상반신만 있고 하반신은 없는 백골이
었고, 걸치고 있는 것은 낡아빠진 홍색 승포(僧袍)였다.
죽기 전 신분이 승려였던 백골의 두 손뼈는 무림기인전 쪽을 향해 쭈
욱 펼쳐져 있었다.
"무림기인전 바로 앞에서 죽다니……."
냉운은 백골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다.
'비룡신군도 백장하를 넘지 못해 돌아서지 않았던가? 여기서 죽기는
했으나 백장하를 넘은 이상 절세고수임에 틀림없다.'
냉운은 궁금함을 느끼며 백골 바로 곁으로 다가갔다.
한 가지 기이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백골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길쭉한 보따리가 그것이었다.
다른 것은 다 썩었는데도 그것만은 썩지 않고 은은한 은광(銀光)을
흘려내고 있었다.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는 병기(兵器) 같은데?"
냉운은 호기심을 느끼며 은빛 길쭉한 보따리를 손에 잡고 들어 보려
했다.
"으음……."
냉운은 힘을 써 보따리를 들려 하다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손을
놓고 말았다.
"너무 무겁군."
언뜻 보기에 가볍게 보이는 물건의 무게는 냉운이 상상하지 못할 정
도로 무거웠다.
쌀 몇 가마니 무게는 되는 듯했다.
"이런 무거운 물건을 지니고 있다니……."
냉운은 백골에 대해 더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
백골의 형상을 찬찬히 살펴보던 냉운은 백골의 유난히 큼직한 손뼈
근처에 글씨의 흔적을 보게 되었다.
"천축문(天竺文)!"
냉운은 백골이 범어(梵語) 몇 자를 새기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범어에 능통한 냉운은 얼른 글씨를 읽게 되었다.
<천축혈마(天竺血魔)가 남긴다.
나는 천축국(天竺國) 제일고수(第一高手)이다. 나는 천축국에서 일
초(招)를 받아내는 상대를 찾지 못했기에 중원제일인이었던 불사검제
를 찾게 되었다. 하나, 나는 불사검제의 무공과 나의 무공을 비교해
보기 전 죽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내가 불가(佛家)를 떠나기
전, 스승으로 삼고 있던 혈승(血僧)께서 전수한 보도(寶刀) 백관계
도(百貫戒刀) 때문이다. 나는 천룡신법(天龍身法)으로 백 장을 날았
으나 백관계도의 무게 때문에 최후 순간 독수에 빠지고 말았다. 하반
신이 순간적으로 썩었고 독이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곧 죽게 된
다. 불사검제가 만든 관문에 의해 죽는 것이 원통할 뿐이다. 언제고
이 글을 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한스러움을 알고 나를 사부로
섬기기 바란다. 전인에게 백관계도와 혈마경(血魔經)을 남긴다. 그
것을 익혀 불사검제의 무림기인전을 박살내기 바란다.>
천축혈마는 백오십 년 전의 인물이었다.
그의 명성은 당시 천하제일이었다.
냉운은 알지 못하지만 그는 무림기인전을 찾았다가 살아 나오지 못한
수만 명 무림인 중 가장 유명했던 다섯 사람 중 하나였다.
일컬어 오대불귀객.
천축혈마는 오대불귀객 중 최후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이 불귀객의 명단에 오른 후 무림기인전의 명성이 더욱 높
아지지 않았던가.
천축혈마는 원래 승려 출신. 살인이 지나쳐 승려의 직함을 뺏겼고,
그 일로 인해 더한 마두가 되어 천축을 피로 물들였던 거마 중의 거
마였다.
천축의 무인들은 아직도 천축혈마가 남긴 피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
다.
하나, 냉운은 무림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는지라 천축혈마가 어느 정
도 고수였고 그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는 조금도 알지 못했다.
"흠, 여기서 죽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백관계도라 하는 무거운
보도 때문이었군. 백 관이나 되는 물건을 갖고 백 장을 뛰어넘다니…
…."
냉운은 혀를 내두르며 그의 유언을 음미했다.
<나의 전인이 되어 무림기인전을 때려부숴라.>
얼마나 뼈에 사무쳤으면 그런 유언을 적었겠는가?
"이분의 무공이 불사검제보다 나은 것일까?"
오대불귀객은 무림기인전에 들기 전 당시 무림의 일인좌에 올랐던 자
들이었다. 그들은 패배를 몰랐기에 일생의 승부처로 무림기인전을 택
했던 것이다.
누구의 무공이 강했는지 냉운이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냉운은 유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옷자락 틈에서 한 권의 책자를 보
게 되었다. 양피지로 만들어진 비급이었다.
<혈마경(血魔經)>
그것은 천축혈마가 평생 연구한 무공을 수록한 비급이었다.
주로 도법(刀法)과 내공(內功), 신법(身法)에 관한 것이었고, 얼른
뜻을 알 수는 없으나 심오한 구결인 것 같았다.
냉운은 그것을 뒤적이다가 품안에 간직했다.
"장차 불사검제의 무공과 이 무공 중 어느 것이 뛰어난 것인지 알 수
있겠지."
냉운은 혈마경을 간직하고 무림기인전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무림기인전이라는 다섯 글자를 갖고 있는 금빛 편액(篇額)이 의젓하
게 걸려 있었다.
그 바로 아래 철문(鐵門) 하나가 있었다.
철문에는 금고리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 세 치 깊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문을 열면 지옥도(地獄道)에 들게 된다. 지옥도는 기인전의 외삼관
중 첫째 관문이다. 육욕(肉欲)이 있는 자는 여기서 단념하라. 그대는
이미 절세고수로 평가되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말라! 그리고 노
부 불사검제가 원하고 있는 전인(傳人)이라면 주저 말고 문을 열어라
. 노부의 전인이 어찌 노부가 만든 지옥도를 두려워하는가!>
역시 거만한 말이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듣고 문을 밀어붙일 것이다.
냉운은 글을 읽은 직후 금고리를 잡고 힘껏 밀었다.
끼이이 ―.
문이 시원스레 열리며 복도가 나타났다.
폭이 일 장 정도 되는 복도의 천장은 야명주로 인해 화려히 빛났고,
아래쪽은 붉은 융단으로 인해 황궁(皇宮) 같은 찬란함을 만들고 있
었다.
지옥도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길이었다.
"들어가자."
냉운은 주저하지 않고 복도에 발을 댔다.
그 순간, 활짝 열려졌던 문이 닫혀지며 주위가 지척을 분간할 수 없
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어둠.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
지 않는다.
냉운은 선뜻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우두커니 서 있었고, 귓전으로 격한 심장의 박동음이 두방망이
질 하듯 크게 들려왔다.
냉운은 손바닥 가득 땀을 쥐었다. 어둠의 공포가 불현듯 금단의 영토
에 와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
이럴 때 어둠을 불사르는 내공이 있다면 좋으련만, 그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냉운은 일각 정도 머물렀고, 그러는 동안 어둠과 친숙하게 되었다.
어둠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그의 입가에 사라졌던 미소가 만들어졌고, 바로 그 순간 상상치 못했
던 일이 벌어졌다.
끼이이이 ―.
혼백을 한순간 날려 버릴 듯한 역겨운 소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향인지라 그 공포스러움은 가
히 극에 이를 정도. 안계를 상실했기에 청력에만 의존해 있던 냉운에
게는 너무도 전율스런 소리였다.
암흑의 공간을 찢어발기는 소리. 악마의 예리한 손톱이 다가와 전신
을 갈가리 찢어 버리는 착각이 일어났다.
냉운은 소리에 의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푹 쓰러지게 되었다.
"욱!"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사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귀음곡에서 들은 소리에 비교될 수 없이 강력한 살기(煞氣)를 지닌
음파가 그의 전신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삐이이 ―.
혼백을 한순간 앗아가는 소리. 그 공포스러움을 이기지 못하면 신지
를 상실하게 된다.
"으으, 정신을 차려야 한다."
냉운은 이를 악물며 겨우 일어나 걸음을 내디뎠고, 그 순간 발밑이
푹 꺼져듦을 느끼며 자지러지게 놀랬다.
쿵!
그는 다섯 자 정도 떨어져 내렸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차가운 돌바
닥에 주저앉았다. 여전히 암흑의 공간이다. 손을 휘저어 봐도 주변에
만져지는 느낌은 일어나지 않는다.
악마의 소리는 여전히 귓전을 맴돌았으나 공포감은 처음보다 덜했다.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도 혼미했다.
무엇이 앞에 도사리고 있는지, 그 어떤 죽음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보아지 않고 들리지 않으니 느껴지는 것도 없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사면이 밀폐된 석실 중앙, 그가 조금이라도 앞
을 보는 상태였다면 벽면에 돌출된 기이한 형상의 조각들을 보았으리
라.
마귀(魔鬼)와 야차(夜叉), 수라신(修羅神) 등이 얽히고 설켜 서로 물
어뜯고 있는 형상의 조각.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조각들이다.
근육은 긴장감에 팽팽히 당겨져 있고, 툭 불거진 핏줄에서는 새빨간
핏물이 튀어나올 듯하다.
또한 사악함이 깃들여 있는 눈, 그 눈은 하나의 공포였다.
냉운은 안력을 잃은 상태인지라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았다면 조각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마력(魔力)에 정신을 빼
앗기고 미쳐 버리고 말았으리라.
하늘이 도운 것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아 어둠 속에서 장님같이 되어 있는 것이 그를 지옥
의 관문 안에서 살아남게 만든 것이다.
지옥도는 하나의 놀라운 기문진(奇門陣)이었다.
불사검제가 창안한 지옥쇄혼진도(地獄碎魂陣圖)가 바로 지옥도였다.
눈과 귀, 그리고 피부와 혓바닥, 코로 인한 감각으로 사람을 마비시
키고 결국에 가서는 피가 말라죽게 하는 기문진이 그것이었다.
담력이 작은 사람은 일각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하나, 냉운은 사방을 살필 수 없기에 지옥쇄혼진도의 위력 중 삼분의
일 정도만을 느낄 뿐이었다.
휘익!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그를 휘감았다.
그 바람에는 고약한 비린내가 깃들여 있었다.
"피…… 비린내다."
냉운의 눈알이 새빨갛게 변했다.
냉가장 안의 시산혈해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들게 된 냉운은 원한의 불꽃이 가슴을 확 사르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
"원, 원수……."
냉가장 안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며 보이는 사람을 가차 없이 죽이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떠올랐다.
"아악!"
홍의중년인 하나가 가슴을 부둥켜안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너무 낯익었다.
"아, 아버지……."
냉운은 아버지가 심장이 박살나 죽어 가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어 미
친 듯 달렸다.
"아버지! 소자가 왔습니다."
냉운은 처절히 외치며 걷다가 문득 누군가 등덜미를 움켜쥐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흐흐……, 네놈 혼자 살 수야 없지. 네놈도 저승으로 보내 주마!"
악독한 말소리와 함께 시뻘건 손바닥이 눈앞을 가렸다.
"원수!"
냉운은 악을 쓰며 뒤쪽에 있는 사람을 향해 두 주먹을 쳐댔다.
꽝!
"으윽!"
손바닥이 으스러지는 것같이 괴로웠다.
"으하하하……, 네놈이 감히 나를 죽일 수 있느냐? 으하하하, 네 아
비를 따라 저승으로 가거라!"
득의한 웃음소리가 귀에 가득했다.
복수심이 구름같이 피어올랐다.
'원수와 함께 죽겠다.'
내운은 갑작스런 용맹을 발휘해 벌떡 일어나 와아! 하는 소리를 내며
무작정 치달렸다.
수많은 마귀가 그를 둘러싸고 비웃음을 던졌다.
"히히히……!"
"으흐흐……, 가소로운 놈!"
"죽어라!"
냉운은 두 주먹을 미친 듯 휘두르며 달려갔다. 눈가에서 혈루(血淚)
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곧장 십여 걸음 달렸을까.
쿵!
차가운 돌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크으으……!"
이마와 코가 깨어져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으으으……!"
냉운은 눈앞이 아찔해 비명 소리를 내며 사지를 벌벌 떨었다.
모든 것이 환각이었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다. 지옥도 안의
오묘한 조화에 희롱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냉운은 분루를 흘리며
겨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방향이 분간되지 않았다.
어디서 시작해 어느 쪽으로 달렸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목숨이 끝나는 순간이 바로 앞에 있는 것같이 여겨졌다.
"어리석게…… 이런 꼴이 되다니……."
냉운은 자기 자신을 책망하며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열 걸음 갔을까.
냉운은 석벽 면을 희미하게 밝히는 광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흰빛이 흡사 꿈 속같이 떠올라 벽면 하나를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
"저것이 무엇일까?"
냉운은 눈가를 찌푸려 가며 빛이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걸음을 내디
뎠다.
잠시 후, 냉운은 빛을 발하는 물건이 작은 옥환(玉環)이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그것은 다 썩어 빠진 해골의 왼쪽 식지에 끼워져 있었다.
"여기서 죽은 사람이 있다니……."
냉운은 백골이 길게 누워 있는 곳에 이르러 발을 멈췄다.
아주 오래 전에 죽은 시체의 오른손은 벽면에 박혀져 있었다.
냉운은 백골을 보고도 무서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백골을 자세히 살피다가 백골의 오른편 벽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씨를 쓰고 죽었군."
냉운은 글씨를 알아보려 했으나 안력이 모자라 글씨를 잘 알아볼 수
없었다.
"빛을 내는 옥환을 글씨 근처로 갖다댄다면 글씨를 볼 수 있겠군."
냉운은 손을 내밀어 백골의 왼손 뼈를 쥐고 글씨 근처로 갖다 댔다.
뚝!
백골의 손뼈가 어깨에서 분리되어 냉운의 손에 덜렁 쥐어졌으나 그리
무섭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과연 옥환을 갖다대자 희미하던 글씨가 선명히 나타났다.
<노부 무영천존(無影天尊)이 불사검제를 존경하며 이 글을 남긴다.>
백골의 임자는 무영천존이다.
그는 오대불귀객 중 넷째 되는 사람이었다.
천축혈마보다 일 배분 높은 선대의 기인인 바, 그 역시 살아 생전 적
수를 찾지 못했던 일세 기인이었다.
<노부는 두 가지 절예를 얻어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했었다. 그 재간은
무영비급(無影秘 ) 안의 신법(身法)과 옥환비기(玉環秘技)라는 것
이었다. 노부는 무림에서 적을 찾지 못하게 되자 무림기인전을 찾아
불사검제와 실력을 겨루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 그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노부는 놀라운 경신법 한 가지로 기인
전의 외사관을 통과해 여기 이르렀으나 결국 불사검제가 마련한 지옥
도를 뚫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 불사검제는 노부를 수천 배 능가하는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노부의 무
공도 뛰어난 것이기는 하나, 경신법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불사검제
의 무공과 비교될 수 없이 천박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죽는 것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오직 하나, 노부의 시시한 절기나마
전인을 두지 못하게 되어 실전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누구건 이
글을 보게 되는 사람은 노부의 전인으로 삼겠다. 노부의 품안에서
무영비급을 꺼내고 노부의 왼쪽 손가락에서 무영옥환(無影玉環)을 빼
내라. 그것을 전수하겠다. 대신 언제고 노부를 잘 묻어 영혼이 저승
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 하늘가를 방황하는 일이 없도록 해 주기 바란
다.
끝으로, 이곳에 이르게 되었으면 지옥도를 나선 셈이라는 것을 밝힌
다. 노부는 최후 순간, 심마(心魔)에 들어 죽게 된다.
하나, 놀라운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무영천존은 담백한 상태에서 죽어 갔음에 틀림없었다.
분함을 간직하고 죽어 간 천축혈마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여기까지 오신 것으로 보아 존경받을 기인이시다."
냉운은 무영천존의 유언을 지키리라 생각하고 그의 시신에 네 번 절
했다.
그 다음 그는 무영천존의 썩어빠진 옷자락을 뒤져 낡은 비급 한 권을
찾아냈다.
<무영비급(無影秘 )>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절기가 수록되어 있었다.
그 대부분은 경신법에 관한 것이었다.
천축혈마는 도법에 정통한 사람이었고, 무영천존은 경신법 일가에 있
어서 고금에 드문 수준에 오른 기인이었다.
냉운은 비급을 거둔 후 시신의 왼손에서 옥환을 빼냈다.
장식이 별로 없는 옥가락지였다.
왼손 식지에 끼워 보니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잘 맞았다.
"살아 무림에 나가게 된다면 무영천존의 이름을 날릴 만한 일을 하겠
다."
냉운은 맹세의 말을 하며 시신 곁을 떠났다.
묻어 주는 일은 나중에 하기로 하며…….
스무 걸음 정도 걷자 문 하나가 나타났다.
무영천존의 말 그대로 냉운은 지옥도를 다 벗어난 셈이었다.
"저 밖은 또 무엇일까?"
냉운은 중얼거리며 문을 밀었다.
끼이이 ―.
문이 열리며 눈이 아찔해졌다.
밖은 아주 밝은 실내였다.
굉장히 큰 방인데, 천장에 수백 개의 용안(龍眼)만한 야명주가 박혀
있어 실내를 대낮같이 밝히고 있었다.
가운데 탁자 하나가 있었다.
탁자 위, 금비(金碑)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기인전 내일관을 거친 것을 축하한다. 그대는 칭찬받아 부끄러움이
없는 천하의 준걸이다. 그대를 위해 약간의 음식물을 준비했다. 금비
를 옆으로 밀면 허기를 메울 수 있는 물건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을
먹고 기인전 내이관인 극락관(極樂關) 안으로 들기 바란다.
불사검제.>
한 자 높이 금비는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말투가 한결 누그러져 있지 않는가.
냉운은 자신이 불사검제의 칭찬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며 탁자 곁으로 다가갔다.
금비에 손을 대려 할 때.
"글씨가?"
냉운은 돌로 만들어진 탁자 위,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
다.
금비 바로 아래.
<불사검제! 곧 네 목을 취한다. 육십 년 전, 네게 패한 후 은거해 한
가지 절기를 터득했다. 그것으로 네 오만한 머리통을 부숴 버리겠다
.>
아주 힘찬 글씨였다.
그것을 남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아주 오래 전의 인물
이 쓴 글씨임에 틀림없었다.
냉운은 그 글 밑에 다른 사람의 글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빈도(貧道) 천뢰(天雷)는 호승심에 끌려 여기 오게 되었다. 천신만
고 끝에 다섯 관문을 뚫었다. 한데 빈도보다 앞선 인물이 있다는 것
을 이제 알게 되었다. 빈도는 이제야 오만함을 버리게 되었다. 죽음
은 곧 닥치리라. 하나, 죽더라도 시험대를 떠나지 않겠다.>
그 글씨 밑으로 다시 글씨가 있었다.
시대순으로 새겨진 글씨임에 틀림없었다.
<귀검마성(鬼劍魔聖)은 고금의 제일고수이다. 불사검제의 비급은 곧
내 손에 들어오리라. 나는 현세의 신(神)이 될 작정이다.>
처음 쓰여진 글씨는 원한에 가득 찬 글씨였다.
천뢰라는 도인이 남긴 글은 침착한 가운데 쓰여졌고, 마지막 귀검마
성이란 사람이 쓴 글은 패도적(覇道的)이었다.
"이분들은 지옥도를 넘어선 분들이구나!"
냉운은 삼 인의 절세적 무공에 탄복했다.
그와 함께 서운함이 생겼다.
만에 하나 불사검제의 비급이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간 후라면, 세 사
람 중 한 사람이 비급을 차지한 후라면 냉운은 텅 빈 장소를 향해 죽
을 고생을 하며 다가가는 셈이 아닌가!
그러나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네 번째 이른 셈이군."
냉운은 무엇인가 기념의 말을 남기고 싶었다.
그는 날카로운 것을 찾다가 품안에서 쇠붙이 하나를 찾아내 돌탁자
표면을 긁어 글씨를 새겼다.
<기인(奇人)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지위에 오르다니, 모두 천지신
명의 가호가 있기 때문이리라. 살아 강호에 나가게 된다면 정의(正義
)스럽게 살리라.
냉운 남김.>
냉운은 글씨를 새긴 후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만약 내가 얼마 못 가 죽고…… 수십 년 후 누가 여기 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나 냉운이 무공을 모르는 십칠 세 소년이라는 것을 모
르고 일세 기인으로 오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중얼거리다가 금비에 손을 댔다.
'불사검제가 무엇을 남기셨을까? 오래 되었으니 부패되지 않았을까?
냉운은 잔잔한 호기심을 느끼며 금비를 옆으로 밀었다.
그르르릉 ―.
탁자가 가볍게 진동하며 금비가 옆으로 밀려났다.
순간, 쇠사슬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금비가 밀려나간 장소에서 서
서히 솟아오르는 넓적한 돌판 하나가 있었다.
그 위, 옥합(玉盒)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신기한 장치군."
냉운은 불사검제가 기관학(機關學)에 정통한 기인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옥합을 손에 쥐었다.
"무엇이 들었을까?"
냉운은 궁금해 하며 뚜껑을 열어 보았다.
말할 수 없이 냉량(冷凉) 청아(淸雅)한 향내가 일어나 심신을 편안하
게 만들었다.
"옥지(玉芝)!"
냉운은 상자 안, 크기가 손가락 하나만한 버섯 비슷한 흰빛 줄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영약으로 불리우는 옥지가 이렇게 많이 있다니…….'
냉운은 그 물건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영약 천년옥지(千年玉芝)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식량이라니……."
냉운은 감개무량해하다가 한 가지 기이한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옥합
에 손길이 닿은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대로다."
냉운은 탁자 위 글을 남긴 세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오만한 사람들인가!
불사검제가 남긴 식량 따위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자존심 강한 세
명의 기인. 그들의 절기는 무림기인전을 세운 불사검제에 비교될 수
있는 것일까?
"대단한 분들이다."
냉운은 자신이 늦게 태어나 그들을 보지 못하는 것을 유감으로 여기
며 옥지 한 개를 입으로 가져갔다.
군침이 입 안을 채웠다.
사실 지독히 허기진 상태가 아니던가!
냉운은 옥지를 입 안에 털어 넣으며 우물우물 씹어 보려 했다.
그러나 씹을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옥지는 침에 닿는 순간, 향기 좋
은 액체로 변해 목구멍 안으로 흘러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으음……."
한참 굶주린 상태이니 식욕의 왕성함은 냉운이 평생 처음 느낀다 해
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했다.
그는 옥지 수십 뿌리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뱃속으로 넣은 후에야
약간의 포만감을 느꼈다. 그래도 더 먹고 싶었으나 냉운은 상자 뚜껑
을 닫는 쪽을 택했다.
"후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오게 되어 이것을 찾게 될 때, 빈 상자를
보게 할 수야 없지."
냉운은 옥지 중 반 정도는 먹고 반 정도는 남겨 두었다.
나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할 경우를 생각해서.
허기를 채운 후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갑자기 졸음이 느껴졌다.
피로가 확 풀리는 동시에 몸이 나른해지는 것이다.
단전에서 기이한 열류가 생겨나서 사지백해로 흐르며 졸음이 더 강해
졌다.
약효의 강함은 냉운이 이기지 못할 정도였다.
"으음……."
냉운은 선동(仙童)같이 웃음 짓는 표정이 되어 탁자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깊은 잠이었다.
하루, 이틀…….
냉운은 닷새가 지나도록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무려 열이틀간 내내 잠들었다가 어느 순간 정신이 맑아졌다는
것을 느끼며 눈을 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