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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서여인은 더욱 진아의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펴본다.
예전과 같지 않게 안정된 모습보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자꾸만 정신이 다른 곳으로 가 있는 듯 실수를 한다.
물 컵을 쏟기도 하고 손님이 오시는 것을 보면서도 멍하니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고 서 있을 때가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박희영이 진아를 찾는 전화다.
“진아야, 전화 받아라.”
진아는 서여인이 건네주는 수화기를 잡는다.
“여보세요.”
“진아야, 나야!”
“응, 그래!”
“어때? 생각 좀 해 봤어?”
“어.........아, 아직!”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할 거 있어?
하루라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없니?“
“............................”
진아는 희영이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린다.
그런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서여인이다.
“우선 내일이라도 나하고 함께 우리 가게에 와 볼래?”
“아, 아니!
여기 일을 그만 둘 수 없어!“
“바보야!
힘들게 일을 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그래?
너 아니라도 거기서 일을 할 사람이 줄을 서 있다.
그러지 말고 내일 내가 데리러 갈게!“
희영이의 단호한 말이다.
“아냐!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어!
그럼 바빠서 이만 끊을게!“
진아는 얼른 수화기를 놔 버린다.
조금만 더 들고 있으면 희영이의 말에 대답을 할 것만 같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그것은 아닌 것만 같다.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런 길로 들어서고 싶은 생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돈을 그렇게 쉽게 벌 수 있다면 부모님이 평생을 왜 그렇게 고생을 하시며 살아오셨을까 싶다.
또한 세상에 대가가 없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진아는 더 이상 희영이를 생각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또 하지만 시간만 있으면 떠오르는 희영이의 모습이다.
서여인은 그들의 대화가 무엇인지를 대충 짐작을 한다.
영업이 다 끝나고 뒷정리가 거의 끝나간다.
“진아야!
오늘은 내가 너희 집까지 데려다 줄게 함께 나가자.“
서여인의 말에 진아는 잠시 놀란다.
“사장님께서 왜요?
저희 집하고 방향이 다르잖아요?“
“응, 그러나 너하고 함께 이야기를 하려면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럴 수 있지?“
“네!”
서여인은 진아를 태우고 출발을 한다.
“이렇게 하셔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진아는 미안한 마음이다.
“이진아!”
“네!”
“요즘 희영이하고 자주 연락을 하고 그런 것이니?”
“아니요.
얼마 전 제가 조금 늦은 날 희영이가 저희 학교로 찾아왔었어요.“
“그랬어?
무슨 말을 하던?”
진아는 희영이의 차림새와 돈을 겁 없이 쓴다는 말을 한다.
“그래, 그러면서 너도 술집에 나가자고 말을 하던?”
“네!”
“네 마음은 어떠니?
희영이의 그런 모습들이 부럽니?”
“솔직히 말을 하면 부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술집에 나가서 돈을 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진아야!
난 네가 희영이처럼 그렇게 세상을 아무렇게나 막 살아갈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술집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넌 아직 알지를 못한다.“
“...........................”
“진아야!
네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족들을 위해서 살고 싶니?“
“............................”
“만일 그럴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희생을 해서 동생들이 다 잘된다고 가정을 하자.
이다음 그 동생들이 과연 누나의 그런 희생을 알아주기나 할까?
오히려 짐이 될까 싶어서 누나를 만나지도 않을 수가 있지 않겠니?
남의 눈에 뜨이는 것이 부끄러운 누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니?“
”.............................“
”이 세상에 희생이라는 것은 없다.
자신이 희생을 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 그 삶에 자신이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 또한 있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자식들 이다음 그런 부모가 짐스러운 것이 왜겠니?
자식을 위해서 희생을 하고 살아오셨으니 당연히 노년에 그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으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신다.
그러나 이 세상은 부모님의 희생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보답을 하며 살아가는 자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
“부모 자식도 그런데 하물며 형제자매들이 알아줄까?”
“..........................”
“그런데도 네 자신을 모두 버리고 부모형제들을 위해서 희생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니?”
“실은...........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 넌 희영이 말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을 버리고서는 그 어떤 것도 소중할 수가 없다.
내가 있어야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만 다른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서여인은 그렇게 진아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어도 서여인이 하고자 하는 말들을 입을 통해서 표현을 해 낼 수가 없다.
그저 이 정도로도 진아가 알아듣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그동안 마음이 많이 흔들렸던 것 사실입니다.
누구하고 의논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무하고도 의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엄마나 아빠하고는 이런 말들을 털어놓고 말을 할 수가 없고요.
그러지 않아도 힘들게 살아가시는 부모님에게 공연한 걱정을 안겨드리는 것만 같아서 차마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진아야!
네가 그렇게 말을 해주니 나야말로 정말 고맙다.
이제부터는 나를 사장이라고 하지 말고 언니로 생각하고 의논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의논을 하면 성실하게 아는 만큼 대답을 해 주겠다.“
“네!
정말 언니처럼 생각을 해도 되겠는지요?“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말로 얼마나 좋겠니?
나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너 같은 동생을 두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서여인은 진아가 진정으로 자신을 언니처럼 그렇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참으로 편안합니다.“
“그래, 그 마음 변하지 말고 우리 성실하게 살아가자.
그리고 희영이 전화는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해 주어도 되겠지?“
”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느덧 진아가 사는 동네로 들어선다.
“저기 버스정류장 앞에 세워주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집 가까이까지 데려다 줄게!”
서여인은 진아의 집골목 앞까지 데려다 준다.
“어서 들어가!”
“안녕히 가세요.”
진아는 차가 골목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보다 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비로소 집으로 들어간다.
“이제 오는구나!”
진아 보다 한 발 앞서 들어온 엄마 김소희다.
늦게까지 일을 하고 들어와서는 늘 가족들 아침을 준비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드는 엄마다.
“엄마!
내가 아침에 일어나가 하면 되는데 뭘 하세요?“
”넌 피곤하지 않니?
공부하랴 아르바이트를 하랴 너는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니?“
”그래도 저보다 더 못한 애들에 비하면 호강을 하는 거지요.
엄마 아빠 덕분에 자고 먹는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해도 큰 호강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해주는 우리 딸의 마음이 참으로 곱다.
불평을 가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다 불만일 것인데도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구나!“
“엄마!
우리라고 언제까지 고생만 하면서 살아가겠어요?
이제 우리들이 다 자라고 제 각각의 길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노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암!
그래야지, 내 새끼들이 그래야 하고말고.
우리처럼 평생을 남의 집 허드레 일이나 하면서 살아가지 말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에서 우두머리가 되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 가르쳐야 하는데........“
김소희는 말끝을 흐린다.
이제 고등학생인 아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든 대학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가면서 적금을 붓고 있다.
다행이 아이들의 터울이 삼년씩이어서 그래도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다시 적금을 부으면서 큰아들의 대학입학금 마련에 고심을 한다.
큰아들 진구는 진아처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상위권에 들어 있다.
부모가 힘이 있다면 조금만 밀어주면 다른 집 아이들보다 월등히 실력이 향상될 수가 있을 것인데 그 뒤 바침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안쓰럽다.
아이들은 남들처럼 학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남들에게는 지지 않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고 신통하기만 하다.
공부방이라도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진구 역시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집으로 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서는 동네에 있는 독서실로 가서 공부를 한다.
학원에 보내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진구다.
그런 진구를 위해서 진아는 매달 조금씩 용돈을 쥐어준다.
동생의 학비를 보태줄 수는 없어도 용돈을 조금씩 주는 것으로 부모님의 힘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진아는 서여인의 말을 깊이 음미를 한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이 소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고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한다.
포기한다는 것은 인생자체가 없는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한 자신의 인생이다.
진아는 더 이상 희영이의 말을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 나간다.
이제 방학이 되어 오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열지 않기에 엄마를 대신해서 식구들의 아침을 준비해서 동생들을 챙겨주고 나서 집을 나선다.
오전에 문을 열고나면 식사보다는 간단한 차가 주문이 들어온다.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기에 시간을 보아가면서 틈틈이 공부를 한다.
서여인은 그런 진아를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박희영은 오늘도 전화를 해 보지만 진아와 통화를 하지 못한다.
늘 바빠서 전화를 바꾸어 줄 수 없다는 주인의 말이다.
점심 전이면 바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엇이라고 대꾸를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박희영은 그런 주인여자에게 화가 난다.
희영은 몇 번을 더 전화를 하다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가게로 들어가지 않고 진아가 출근하는 시간을 알고 있기에 근처에서 진아가 출근하기를 기다린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아의 모습이 보인다.
“이진아!”
진아는 희영을 본다.
“왜 그렇게 통화하기 힘들어?”
“그랬니?
아마 네가 바쁠 때 전화를 한 모양이구나?“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전화를 바꿔 줄 수 없다는 것은 네 인격을 무시하는 거 아니니?”
“바쁠 때는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했어!
그럴 정도로 급한 전화가 올 곳도 없으니까!“
“그렇다면 네가 나에게 전화를 해 주었어야지.
나를 아침에 이렇게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
“내가 너를 여기까지 오게 했니?”
“다른 말을 더 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결정을 했니?”
“응, 분명하게 말하지만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너 참으로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이런 곳에서 일을 해 봐야 몇 푼이나 벌어?
그렇게 벌어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기나 하겠니?
그러지 말고 내 말을 다시 생각해 봐!
이 모든 것도 다 너하고 너희 가족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
“고맙기는 하지만 이제 나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니 나도 평생을 가난하게 산다고 해도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네 말처럼 뼈골까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몸에 배었으니 별 고생도 아니고 말이다.“
희영은 그런 진아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본다.
“더 이상 너하고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출근시간이 늦기 전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그럼 잘가!“
진아는 급한 걸음으로 가게로 들어간다.
희영은 그런 진아를 더 이상 잡지 않는다.
희영으로서는 진아를 자신과 같은 부류로 만들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고 같은 동지로서 의지하고 기대고 싶었다.
자신과 같이 가난한 집안의 이진아라면 자신의 말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러기에 아깝지 않게 불고기도 사 먹이며 공을 들였다.
“아직 고생을 덜 했다는 말이지?
그래, 두고 보자.
네가 언제까지 버티는 것인지 두고 볼 것이야!
넌 반드시 나에게 연락을 하고 말 것이니까!“
희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돌아서 가 버린다.
반드시 이진아는 자신에게 연락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진아는 가게로 들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희영의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휴지통 속으로 던져버린다.
더 이상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환경대로 살아가리라 마음을 먹으며 일을 시작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진아는 그 해 겨울방학을 더욱 열심히 일을 하며 지낸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돈이 모아진다.
새 학기의 등록금을 하고도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
비로소 진아는 자신의 통장에 잔고가 생기는 기쁨을 맛본다.
제 5장,
학년이 올라가고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등록을 한다.
지난번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이 초조하지 않아도 등록을 하기엔 충분한 돈이 모였기에 진아는 편안한 마음으로 등록을 마친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제 시간에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늘 밤 열한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마음은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등록을 하지 못한 친구들이 보인다.
휴학계를 내고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진아는 그래도 자신이 처한 형편이 그다지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김소희는 진아가 아무런 불평도 없이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견스럽다.
아르바이트 역시 성실하게 하는 모양인지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한 곳에서 꾸준하게 일을 하는 것만 같아 더욱 믿음직스럽다.
일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거나 힘들고 짜증스러움을 느끼면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곤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돈을 모으기보다는 쓰고 다니는 돈이 더 많게 되어 등록금 마련이 상당히 힘들어지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소희다.
한곳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꾸준하게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진아가 그만큼 성실하게 일을 한다는 것이고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기에 김소희는 그런 딸이 대견스럽다.
아무리 힘들어도 대학은 반드시 졸업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진아는 서여인이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임을 얻는다.
외출을 할 일이 있으면 이제는 진아에게 금고 열쇠까지도 맡기고 다닐 정도로 서여인은 진아를 피를 나눈 형제처럼 믿고 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근무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나서는 진아는 더욱 열심히 근무를 한다.
이제는 남의 가게가 아니라 언니가 하는 가게라 생각하고 자신의 일처럼 몸을 아끼지 않는다.
서여인은 이제 진아에게 시급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일정액의 액수를 정해서 월급으로 주기로 한다.
그것이 목돈이 되어 더욱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다.
매달 계획을 가지고 살아갈 수가 있다.
진아는 교통비이외에 다른 용돈을 쓰지 않는다.
교통비와 등록금을 위해서 저축하는 것 이외에 엄마를 드린다.
적은 액수이지만 김소희는 딸의 그런 돈을 그대로 저축을 한다.
단 한 푼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되는 돈이다.
딸의 모든 땀과 눈물방울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돈이기에 그 어떤 돈 보다 더욱 소중하고 귀한 값어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집안은 가난하지만 서로가 사랑하고 위해주는 가족이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가족들이다.
이민철은 그런 자식들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자식 하나라도 삐뚫어지게 나간다면 무엇으로 막을 수가 있을 것인가?
부모의 무능력으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주지 않는다면 대책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자식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이민철은 하루라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마음처럼 날씨가 도와주지 않고 일거리가 그렇게 생각처럼 들어 오지않고 있는 것이 더욱 초조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아는 것도 없지만 주먹에 쥔 자금도 없다.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오직 현장에서 몸으로 뛰고 몸으로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이민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민철은 일이 없는 날에는 리어커를 끌고 나가 폐품을 줍는다.
그대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가족들에게 미안스럽기도 하고 무엇이라도 몸을 움직여 한 푼이라도 건져보려는 마음이다.
길바닥에는 아주 작은 돈이지만 널려있는 것을 본다.
술병에 깡통 박스 그리고 헌 책들과 헌 옷가지들이 심심치 않게 널려져 있는 것을 주워와 종류별대로 나누고 고물상에 가서 팔면 작은 액수지만 손에 쥘 수가 있다.
이민철은 그런 돈들을 따로 통장을 만들어 저축을 해 나간다.
매일 하는 것이 아니고 일이 없는 날에는 쉬지 않고 계속해 나간다.
김소희는 그런 남편을 만류한다.
“여보!
그렇게 하다 몸이라도 해치면 큰일입니다.
그러지 말고 편안하게 집에 계세요.“
”무슨 소리요?
집에서 가만히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보다는 정말 좋고 생각보다는 많은 돈을 벌수가 있는데 왜 하지 않아?
한 푼이라도 필요한 우리에게 그 수익 또한 적지 않은 것인데 그것을 알면서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
”그래도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지요.“
”그러는 당신은 어디 하루라도 편안하게 쉬는 날이라도 있소?
당신을 보기에도 부끄럽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아빠의 모습보다는 그렇게라도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소?“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허지만 그러다 당신이 병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우리 같은 바닥 인생들은 일을 많이 한다고 병이 나지 않소.
평생을 몸뚱이 하나로 살아가는 우리네는 그렇게 쉽사리 병마가 찾아오지도 않으니 그런 걱정을 하지 말고 당신이나 조금씩 쉬어가면서 일을 해요.“
부부는 서로가 조금씩이라도 쉬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김소희는 조금도 쉴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위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니 들어가는 목돈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한 번에 수 백 만원씩 들어가야 하는 대학이다.
아이들 다섯을 대학에 보내려면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한다고 해도 자신들의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모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입학금이라도 해 주어야 스스로들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학비를 조달해 가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맏딸인 진아를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는 김소희다.
진구 또한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열심히 공부를 한다.
이제 진구의 수능이 코앞이다.
더욱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독서실이 문을 닫기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진아는 그런 동생을 위해서 늘 야식을 준비를 해 둔다.
주인언니에게 말을 해서 그날 팔리지 않은 음식을 조금 싸가지고 와서 늦게 돌아오는 진구를 위해서 준비를 해 준다.
서여인은 그렇게 동생을 생각하는 진아가 참으로 기특해 보인다.
동생을 위해서 가게에서 그날 팔리지 않은 음식을 가져가겠다고 말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서여인은 그런 진아를 위해서 일부러 조금씩 준비를 해 준다.
김소희는 그런 서여인의 정성이 너무 고맙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진아를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것만 같아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이 진구의 수능이다.
서여인은 엿과 찰떡이 들어있는 상자를 준비를 해 놓고 진아를 부른다.
“진아야!”
“네!”
“오늘은 이것을 가지고 그만 퇴근을 해라!”
“언니, 아직 시간이 멀었는데요?”
“내일이 네 동생 진구의 수능일이잖니?”
“.......................”
“자, 이것을 진구에게 주고 내일은 네가 누나노릇을 하렴!”
“네!”
“내일은 진구를 따라서 수능 장에 데리고 가고 수능이 끝나고 나면 진구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하루 쉬도록 해라!”
따로 봉투를 내어준다.
“언니, 언니의 마음 정말 고맙습니다.
허지만 그 마음하고 이것만 받을게요.“
진아는 떡과 엿이 들어 있는 상자만을 받는다.
“네가 일을 끝내고 돌아가면 이미 진구가 잠을 잘 시간이 아니겠어?
그렇게 되면 이것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니?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퇴근을 하고 내 말대로 해!“
“허지만 내일 여기도 바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어떻게 출근을 하지 않고 동생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겠어요?”
“이곳은 아르바이트생을 더 쓰면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내일 아르바이트생이 두 명이 더 나오게 되어있다.“
진아는 그런 서여인을 보며 고맙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언니!
정말 그렇게까지 해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어서 가봐!”
서여인은 진아의 등을 밀어주며 퇴근을 하도록 해 준다.
그러지 않아도 진아는 낮에 진구를 위해서 찹쌀떡을 준비해 놓았다.
밑으로 동생들이 네 명이나 되기에 동생들까지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진아다.
자신의 수능일 때에는 아무도 그런 것을 챙겨주지 않아서 조금은 허전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 진아는 동생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들게 해 주고 싶지 않았다.
진아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는 동생들을 위해서 뭔가 조그만 것이라도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서여인이 챙겨준 봉투에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돼지고기 두어 근 정도는 살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진구의 시험이 끝나고 나서 돼지고기를 사다 가족들을 먹게 할 생각으로도 진아의 마음은 즐겁다.
다행이 아직 진구는 잠을 자지 않고 있다.
“어?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오는 거니?“
아빠인 이민철은 진아가 아직 일하고 있을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행여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스러움에 묻는다.
“아빠!
주인 언니가 내일 진구 수능이라고 이것을 사 주면서 진구 가져다주고 내일 진구를 수험장까지 데려다 주라고 했어요.“
”그래?
참으로 여러모로 정말 고마운 사람이구나!
우리 진구까지 이렇게 챙겨주시는 그 마음 너무 고마워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민철은 너무 고마워한다.
“진구야!
이것은 누나 가게의 주인언니가 너에게 주라고 보내준 것이고 이것은 내가 너를 생각해서 준비한 거야!“
“와! 누나 정말 고마워!
이런 것을 받고 보니 정말 내일 최선을 다해서 실수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실수하지 않으면 네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가 있을 거야!
동생들하고 나누어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은 잠을 푹 자!“
진구 밑으로 진희 진숙이 진우가 우르르 먹을 것 앞으로 다가온다.
남매들은 서로 맛있게 나누어 먹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진아는 마음이 흐뭇해진다.이른 아침부터 진아는 진구가 먹을 밥을 정성을 다해서 준비한다.
늘 그랬듯 금년에도 수능 일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
“진구야!
옷을 단단히 입고 가야 한다.“
엄마 김소희가 출근을 하려고 준비를 다 하고 진구가 걱정이 된다.
“엄마!
아무 걱정도 하지 마세요.
누나하고 함께 가는 것이니까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그래, 엄마도 누나가 같이 따라가 주는 것을 알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은 저녁 일을 하지 않고 들어오겠다.
가서 떨지 말고 평소의 네 실력을 잘 발휘하기를 바랄 뿐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아에게 정말 고맙다.
어제 네가 준 돈으로 엄마도 고기를 사가지고 일찍 들어올게!“
“네, 엄마!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김소희는 진아로부터 주인언니가 주었다는 돈을 받는다.
진아 말대로 그 돈으로 고기를 사서 모처럼 온 가족이 풍성한 저녁을 해 주리라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진아 또한 진구와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시간 늦지 않게 일찍 출발을 하자.”
“누나, 몹시 추운데 옷을 든든하게 입어!”
엄마가 했던 말을 그대로 누나에게 하는 진구다.
무엇보다 누나가 함께 가 준다는 것이 진구로서는 반갑고 좋은 일이다.
엄마나 아빠보다도 누나를 많이 의지하고 믿는 진구다.
진아는 진구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교문 앞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리며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는다.
몹시 추운 날이지만 오후가 들어서면서부터 다행스럽게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기온이 상승한다.
진아는 발을 동동 구르며 진구가 실수 없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수험생들이 반 정도 나왔을 때 진구의 모습이 보인다.
“진구야!”
“누나, 하루 종일 여기 서 있었어?”
“그래!”
“추워서 감기 들겠다.”
“아니, 추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시험은 어땠니?“
”그냥 아는 문제는 풀고 모르는 문제는 대충 찍기도 하고........
아마 생각보다 잘 나오진 않을 것 같아!“
“그래,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된 거지.
어서 집으로 가자.“
남매는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수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로 인해 지하철역은 많은 혼잡을 이루어 낸다.
수많은 수험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이제는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귀가를 하고 있는 길이다.
유치원에 입학을 하면서 지금까지 십삼 년 이상의 세월을 오직 공부라고 하는 굴레에 매여 자신들의 시간을 저당 잡히는 기분으로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오늘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그 시험을 잘 보았던 잘 보지 못했던 가슴이 후련해진다.
진구 역시 시원한 기분으로 누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겁다.
진구는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싶어 한다.
건축설계서부터 신축까지 건축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자신의 집을 멋지게 짓고 살아가고 싶은 꿈이다.
문과가 아닌 이과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진구를 진아는 남자로서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소희는 오전 청소 일을 끝내고 오후일은 빠지고 집으로 오면서 시장을 보아온다.
모처럼 가족들을 위해서 집안일과 맛있는 음식을 해서 온 가족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해 주려는 마음이다.
진아가 준 돈으로도 충분하게 고기와 야채 그리고 과일을 산다.
이제 진아와 진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밑의 세 아이는 엄마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연신 주방으로 오가면서 입맛을 다시며 먹고 싶은 것을 참느라고 고생을 한다.
모처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사과를 본 아이들은 형과 누나가 어서 오기만을 기다린다.
평소에는 음식에 대범해 보이는 아이들이었지만 이렇게 엄마가 집에서 고기와 과일을 사가지고 와서 음식을 하는 것을 보는 아이들은 신이 난다.
“엄마!
내가 수능을 볼 때도 이렇게 고기도 사고 과일도 사서 준비를 해줘요?“
이제 고등학교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진희의 말이다.
“엄마가 이렇게 준비를 해 주는 것이 좋으니?”
“그럼요.
그리고 수능이 끝나면 집에서 이렇게 잔치를 해 주는 것이 너무 좋아요.“
“오냐!
우리 진희나 진숙이 그리고 진우 때는 지금보다 더 잘해 줄 수 있었으면 엄마도 얼마나 좋겠니?“
”엄마,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언니나 오빠처럼 대학생이 될 거예요.“
”그래!
내 새끼들 다섯이 모두 대학교를 나오면 우리 집이 얼마나 보기 좋고 영광이겠니?
엄마나 아빠는 너희들이 그렇게 대단하게 잘 자라주는 것을 보기만 해도 모든 고생이 헛되지 않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너희들 모두 그렇게 키우기 위해서 엄마나 아빠가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김소희는 그렇게 자신이 낳은 아이들 다섯이 모두 대학교를 나와 든든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주기만을 고대한다.
제 6장,
부부는 다섯 아이들의 입에 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우며 행복해한다.
자식들의 입에 맛난 음식이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엄마, 아 하세요.”
진아가 상추에 고기를 싸서 엄마의 입에 가져다 드린다.
“어서 너희들이나 먹어!”
“엄마, 고기가 충분하니까 엄마도 아빠도 어서 드세요.”
진아는 엄마의 입에 넣어드리고 다시 한 쌈을 싸서 아빠의 입에도 넣어드리며 동생들이 먹는 것을 바라본다.
참으로 맛있게 먹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이다.
엄마의 고추장 불고기 맛이 또한 일품이다.
어디를 가든 엄마의 손맛처럼 맛있는 돼지고추장 불고기는 없을 것이다.
“엄마! 정말 맛이 있어요.
아마 엄마의 이 솜씨로 식당을 하면 대박이 날 거에요.“
”누나, 난 엄마가 식당을 하시게 하지 않을 거야!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아빠 엄마를 편안하게 모시고 살 거야!“
진구는 엄마가 식당을 하면서 고생을 하시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우리 자식들이 있어서 아빠와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없으면 우리는 무슨 재미로 살아가겠니?“
”그렇지만 저희들이 있어서 고생을 많이 하시잖아요?
저희들만 없으면 엄마나 아빠가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희들로 인해서 너무 고생을 하시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진아의 말이다.
“진아야!
엄마와 아빠는 지금까지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너희들로 인해서 늘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마음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하는데 뒤 바침을 해주지 못해도 당당하게 대학에 합격을 한 너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고 행복한 줄 아니?“
“그러나 새벽부터 일을 하러 나가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서 살림을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진아야!
엄마는 그래도 너무 행복하다.
그런 일자리라도 있어서 일을 하러 나갈 수 있고 내 자식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줄 아니?
욕심 같아서는 내 자식들 모두 고생을 시키지 않고 마음껏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뒤 바침을 해주고 싶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너희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구나!“
“우리는 엄마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하시고 고생하시는지 다 알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우리들 모두는 엄마 아빠를 편안하게 모시며 우리 집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우리도 우리 자식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보고 싶다.
이제 모두 하나씩 대학을 졸업하고 너희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다른 사람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기쁘단다.“
부부는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 올 것임을 믿고 있다.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한은 자식들이 풀어주고 있다.
부모의 그 마음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식들이 공부를 잘 해주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이민철과 김소희는 늘 가슴이 뿌듯해진다.
“진구야!
일류대학이 아니라도 좋다.
네가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류대학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아빠가 아는 것은 없지만 학교가 일류라고 공부를 더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은 다 내 자신이 할 따름이라는 생각이다.“
“네!
반드시 일류대학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실력에 맞추어 응시를 할 것입니다.“
진구는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누나처럼 뛰어난 실력이 아니다.
학교를 낮추어서 자신의 실력에 맞게 응시를 할 생각이다.
재수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집안 형편이기에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구 또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말이 아르바이트지만 진구는 현장에 나가 일을 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도 가게나 상점이 아닌 현장에서 스스로 익히고 터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고 보수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치고는 다른 곳보다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구의 예상대로 진구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진구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경기도의 지방 대학에 합격을 한다.
지하철로도 갈 수 있기에 응시를 한 것이다.
부부는 그래도 재수를 하지 않고 대학에 합격을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동안 진구의 대학입학금을 위해 들어 두었던 적금이 만기가 되어 입학금을 납부해 줄 수가 있기에 부부는 흐뭇한 마음이 된다.
그러나 이제 또 진희의 입학금 마련을 위해 다시 적금을 시작한다.
그 적금을 붓기 위해서 다시 또 열심히 일을 해야 하지만 그것조차 즐겁고 행복한 부부의 마음이다.
이렇게 자식들이 하나씩 대학교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부부다.
또한 다섯 아이들 모두 지금까지 큰 병 없이 무탈하게 자라준 것이 고맙고도 고마운 부부다.
그저 가벼운 감기몸살로 약을 지어다 먹이면 거뜬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하는 아이들에게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듯이 건강 또한 유지해 나가면서 무탈하게 자란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이 부부에게는 큰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진구는 입학을 하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제 학교 강의가 있기에 현장엔 나가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먼저 학생으로서 충실하게 강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편의점 일을 맡는다.
오후 시간부터 자정까지 해 나가는 일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이기에 자정까지 일을 하고서도 걸어서 올 수가 있어 별 무리는 없는
곳이다.
이제 졸업반이 된 진아는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를 한다.
졸업을 하기 전에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 이곳에서 나오는 보수도 적지 않은 것이지만 보수만을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의 앞날에 대한 발전이 있는 곳으로 취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서여인 역시 이제는 가게를 그만둘 생각이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지만 이제는 가정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족들하고의 의논한 결과다.
서여인의 가족들 역시 엄마가 집에서 있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가족들의 바람으로 가게를 내 놓은 서여인이다.
그렇지만 진아가 좋은 곳에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가게를 할 생각이다.
서여인은 진아가 마음 놓고 취업준비를 하도록 많은 것을 도와준다.
진아는 서너 군데 취업시험을 본다.
어느 곳이든 취업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다행이 두 군데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는다.
“언니!
어디를 선택할까요?“
”그러게 말이다.
두 군데 모두 대기업인데 한곳을 선택하기 쉽지 않겠다.
네가 마음에 드는 기업은 어느 곳이니?“
”일단 두 곳 모두 면접을 봐야겠어요.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 면접까지 합격을 하고 나서 결정을 하자.”
이제 진아는 모든 문제를 서여인과 상의한다.
피를 나눈 언니처럼 친구처럼 모든 것을 자세하게 알아봐주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는 서여인이 진아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다.
진아는 면접에서도 두 군데 모두 합격을 한다.
진아는 서여인의 판단에 따라 Y그룹으로 선택을 한다.
“진아야!
넌 잘 해 나갈 수 있을 거야!
이곳에서처럼만 하면 어디를 가든 윗사람들의 눈에 들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을 하면 네 실력을 인정받을 것이고.“
”언니!
그동안 정말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이곳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편안하게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모두가 언니가 여러모로 보살펴준 덕입니다.“
“어디를 가든 다 내가 할 탓이다.
너는 사회생활도 잘 적응하고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언니가 가게를 처분하고 나면 언니를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하죠?“
”시간이 나면 우리 집으로 놀러와!
그리고 언제든지 의논할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찾아오고. 알았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첫 출근을 하기 위해 진아는 옷을 준비를 한다.
그동안 아무거나 대충 입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함부로 옷을 막 입어서는 안 된다는 서여인의 가르침이다.
진아는 비싼 옷은 아니지만 얌전해보이고 사회초년생답게 깨끗한 옷차림을 하고 출근을 한다.
처음으로 발령을 받은 곳이 바로 전무님의 비서실이다.
비서실에는 비서실장과 다른 여비서가 있다.
진아는 첫 출근을 하면서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전무님실로 간다.
“아, 어서 오시오.
새로 입사를 한 이진아씨죠?“
비서실장인 듯한 남자가 예의바르게 진아를 맞이해준다.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이진아 잘 부탁을 드립니다.“
”이쪽은 미스박, 서로 인사들을 하세요.“
“어서 오세요.
만나게 되어서 참으로 반갑습니다.“
미스박은 입사 삼년 차 여비서다.
상냥스럽게 진아를 맞이해 준다.
“미스리, 전무님께 인사를 드립시다.”
실장은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대답을 기다린다.
“들어오세요.”
전무님의 음성을 듣고 나서야 문을 연다.
“전무님!
새로 입사한 비서입니다.“
정규호전무는 진아를 바라본다.
“아, 어서 오시오.
입사성적을 내가 보았소.
그리고 내가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지.“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진아 전무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진아는 고개를 크게 숙이며 인사를 한다.
“그래요.
우선 실장님께 일을 배우면서 잘 해 나갑시다.“
진아는 전무님의 후덕하게 보이는 첫인상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 나갑시다.”
실장은 다시 진아를 데리고 나간다.
“이곳이 미스리가 근무할 책상이오.”
실장은 자리를 지정해주고 나서 비서로서의 여러 가지 업무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우선 당분간은 우리가 하는 것을 자세하게 봐두는 것이 좋을 것이오.
비서란 직업이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여러 가지를 잘 살펴서 판단해야 할 때가 많고 전무님의 그 날 그날의 스케줄을 그리고 일주일간의 스케줄 더 나아가서는 한 달 동안의 모든 스케줄이 비서의 머릿속에 기록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고 많은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은 것이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는 대로 배우겠습니다.“
실장은 진아의 그런 태도가 흡족하다.
요즘 젊은 아이들의 태도는 다소 건방지게 보이기도 하는데 이진아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안심을 한다.
전무님으로부터 이진아라는 신입사원을 영입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실장은 조금은 불만스러웠었다.
더구나 우수한 성적으로 공채를 통해서 입사를 하는 여직원이다.
명문대학을 나와 우수한 실력으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대게 다소 건방져 보이고 예의라는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기에 입사하고 얼마동안은 서로 힘들고 많이 가르쳐야 하지만 대게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선배동료들의 말을 잘 따라와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장은 이진아의 첫인상과 행동들이 마음에 든다.
실장은 모든 것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하나하나 알아듣기 쉽도록 일을 가르쳐 준다.
진아는 다른 직원들보다 출근을 일찍 한다.
청소부가 모든 기본적인 청소를 해 놓는다고 해도 전무님 실은 더욱 꼼꼼하고 세밀하게 청소를 하고 가꾸어 놓는다.
또한 사무실 청소도 어느 것 한곳도 소홀히 하지 않고 청결하게 해 놓고 내방객들을 위한 찻잔과 모든 비품들을 잘 손질해 놓는다.
사무실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조그만 소품이라도 진아는 분위기를 보아가면서 바꾸어 놓곤 한다.
차 한 잔을 만들어도 모든 정성을 다 한다.
진아는 늘 바쁜 업무 속에서도 선배를 깎듯이 존중하면서 챙겨주곤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실장의 마음에 든다.
정규호전무는 새로 입사를 한 이진아에 대해서 무심해진다.
비서실에 직원 한사람이 결혼으로 인해서 그만두고 공석이 생겨 새로 입사하는 여직원으로 요청을 했다.
뛰어난 성적으로 입사를 한 이진아라는 신입사원을 요청한 것이지만 이내 그 일을 잊고 만다.
이제 새롭게 이사를 한 집에 아직도 정이 가지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안하고 죽은 아내에 대한 모든 것을 잊을 수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한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두 번 와서 청소와 세탁을 해 준다.
거의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있는 정규호전무다.
아내와 사별을 한 것이 이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규호전무는 이제 막 사십 줄에 접어든 중년이다.
그의 아내는 오랜 병석에 누워 있다가 이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이미 모든 것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아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버리고 나자 모든 것이 허전해지고 쓸쓸해진다.
아들이 하나 있지만 아내가 오랜 병석에 있기에 미국에 있는 아내의 친정에서 아이를 위해서 데리고 간 것이다.
그래도 설마 아내가 다시 일어나 주려니 했던 정규호다.
아내의 친정에서 유전적인 병이라고 한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의학으로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희귀병이라고 하는 아내의 병이다.
서로 사랑해서 만난 것이 아니고 조건에 맞추어 맞선을 통해서 만난 사이다.
어른들의 결정에 의해서 결혼을 했고 그렇게 부부로서 삶을 살아온 세월이 십 여 년이다.
삼십 중반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고 만 아내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 미국에 있는 처갓집엘 간다.
아들은 이제 일곱 살이 되었지만 아버지와 정이 들지 않아서 그런지 아버지를 봐도 썩 다가오질 않는다.
그런 아들을 보기 위해서 미국으로 가는 정규호는 아내가 없는 지금은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허지만 아들을 데리고 와서 키워달라고 맡겨놓을 곳이 없다.
정규호는 아들을 그대로 처갓집에 맡겨놓기로 한다.
어차피 자신도 언제까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재혼을 생각하고 있는 정규호로서는 아들이 미국에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들 또한 아빠를 따라 나서려는 생각이 없다.
그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아들이다.
그런 아들을 보기 위해 매년 미국으로 잠시 들어가 보지만 정규호 역시 아들과 특별한 정이 있을 수가 없다.
자식이라고 해도 곁에서 끼고 키우지 않으니 정이 붙지를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정규호는 그런 아들의 모습이 때로는 낯설기도 하다.
마치 남의 자식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규호는 자신의 재혼을 위해서도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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