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힘들게 만들었던 진짜태양초 가루가 3킬로그램이나 남았다.
아내는 내가 만든 고춧가루를 아꼈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너무 매워서 맵지 않은 고춧가루를 사서 쓴 결과일 것이다.
올해도 고춧가루는 자급을 하고도 조금은 여유가 있을 듯하다.
김치냉장고에 보관되어있는 고춧가루를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왔다.
당초에 씨앗을 모두 빼고 가루로 만든 것이기에 고추장 담그면 좋을 듯싶다.
아내가 부산에 바람을 쐬러 갔다.
이 때다 싶어 미리 준비하였던 엿기름, 찹쌀가루, 보릿가루, 메주가루, 조청, 매실원액, 소금 등을 진열해 놓고 고추장 담그기에 돌입한다.
남자가 뭐 부엌에서 요상한 짓거리 한다고 하겠지만, 일단 부엌살림을 해보면 재미도 느낀다. 평소에 요리를 취미로 하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 음식재료를 만지는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오래전에 공부를 했기 때문에 곧바로 작전이 개시되었다.
엿기름 1 킬로그램을 5리터의 물에 세 시간 담가 손으로 싹싹 비벼 짜내고 고은 체로 걸러서 놔두었다가 맑은 윗물을 조심스레 따라내어 들통에 담아 가열하였다.
그리고 끓기 전에 찹쌀가루 1.2킬로그램, 보릿가루 0.5킬로그램을 넣어 주걱으로 잘 풀어가며 한 시간 넘게 저어가며 물의 양이 4리터쯤 되도록 졸였다.
맛을 보니 엿기름의 단 맛과 미숫가루 맛이 어울려 감주 비슷한 것이 그런대로 좋아 한 컵을 점심대용으로 먹었다.
따뜻해 질 때까지 식힌 다음에 메주가루 1 킬로그램, 고춧가루 3킬로그램을 차례로 넣어가며 범벅을 만들고 조청 1.2킬로그램, 매실원액 0.7킬로그램을 넣어 주걱으로 범벅을 곱고 고르게 만들었다.
미리 준비한 끓인 소금물 2리터를 적당히 부으며 휘저으니 좀 수월하다.
그래도 주부가 혼자하기 꽤나 힘이 들 것이다(넓은 양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들통에 그대로 범벅을 했다. 미련하게도)
주걱을 내려찍고 옆으로 휘젓고 땀을 한참 내고나니 범벅의 색깔이 빨갛게 되고 맛있어 보인다. 맛을 보니 칼칼한 매운맛과 단맛, 그리고 짠맛이 어울려 자꾸 간을 보게 된다.
맛이 짱이다.
한 스푼은 족히 먹었다.
주걱을 계속 휘저어 범벅이 고르게 된 후에 항아리에 담고 굵은소금을 위에 덮었다.
남는 것은 작은 용기에 담았다. 발효되기 전에 먹을 것이다.
고추장 담그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각 재료를 넣는 비율도 각자 제 나름이다.
한마디로 지방마다 다르고, 집안마다 다르고, 담그는 이의 마음대로 취향대로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로 만드는 것이고 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처음 담그는 일이라 여러 가지의 고추장 담그는 방법 중에 남자 혼자 만들기 쉬운 방안을 선택하고 내 취향에 맞추어서 만들어 보았다.
남자라고 못할 일이 아니다.
재미도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마누라가 놀랄 일이다.
고추장 담근 비율을 대강 계산해보았다.
고춧가루 22%, 메주가루 7%, 찹쌀과 보릿가루 13%, 조청 9%, 매실발효액 5%, 물 엿기름 소금 44%로 13.6킬로그램의 고추장을 만들었다.
우리가족 일 년 먹을 양은 될 것 같다.
(2007.10.12)
첫댓글 ㅎㅎㅎ.
보기 좋아요. 저거 다 드시고 또 담그셨지요?
고추장담그기 처음 한 이후 2년에 한 번씩은 꼭 담그지요.완전 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ㅎㅎ
고추색깔이 엄청곱네요ㆍ
맛도 아주 좋았지요. 첫 작품이 성공작이라 그 이후 아내는 아예 고추장담그기를 할때에 손가락도 대지를 않는답니다.
세심하기도 하십니다
저는
엄두는 커녕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맛있어 보입니다
한 번 시도해 보시지요.ㅎㅎ 재미도 있습니다.
맛나보입니다 숙성되고 여름에 상추 나물에 밥 비비 먹어면 꿀맛 이겠습니다
예전 어린시절에 고추장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지만 밥에 고추장만 넣고 비벼먹은 때가 많았지요.
지금은 나물 몇 가지 있으면 당연 고추장비빔밥입니다.
대단하시네요
저는
고추장을 한삼년에 한번씩 열근정도 담습니다
저는
쌀엿대신 벌꿀을 넣기도합니다
훨씬 영양가치도 있지만 깊은맛이 납니다
일년정도 항아리에 그대로 두었다가 일년뒤에 먹기 시작합니다
우리집양반도 퇴직후에는 살림을 직접해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저는 글쎄요 ᆢ하는데 석전님보니 할수있을듯 합니다
제 손아래 손위 동서들이 팔십후반인데, 제가 하도 움직이고 마눌 위하라고 잔소리 해대는 통에 집안일을 아주 잘 열심히 돕고들 지내지요.
그 거 안하면 처형 처제보고 따슨밥 주지 말라했거든요. ㅎㅎㅎ
그 보다도 여사님들이 칠십 넘으면 그 만한 대접을 받아야지요?
여사님들은 어느땐 꼼짝하기도 싫은 때가 많다고들 하더군요.
그럴땐 저는 알아서 슬슬 긴답니다.ㅎ
이제는 살람꾼이 되셨으니
마나님은 손 탈탈 털고 마당쇠님만 바라보며 행복해 하실겁니다 ㅎㅎ
그렇긴 하지만.... 여사님들은 잘해주면 더 더 더 잘해주어야 만족하니 도대체 지족을 모릅니다요! ㅎㅎ
세 번 잘 못하다가 한 번 잘해야 좋지 않을까요?
어릴때는 어머니와~ 어머니가하늘나라가신후 누님을 도왔었는데
이제는 옆지기와 함께 고추장,된장을 담습니다.,..
지금도 곁에서 도우는 조수역인건 어릴때나 지금이나 같지만요~
앞으로는 주도적인 살림을 해보세유~~~~!
세상이 편해질 수도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