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옛 농촌에서는 물이 풍족할 때 집중적으로 모내기를 해야 하기에 가장 일손이 딸리는 시기입니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은 비를 기다리다가 때를 놓쳐서 이른 장마철 들면 낫으로 웃자란 머리를 잘라내고 마냥모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때가 바로 이맘때였지만 요즘 시대는 매화틀에서 타령하듯 탑승형 이앙기에 앉아서 모내는 풍경이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품삯도 안 나오는 쌀값이야 나중일이고 우선은 농사짓는 손들이야 편해서 좋겠지마는 지나가는 구경꾼들에게는 아쉬운 옛 생각 간절합니다. 함지박 밥 고리 나오면 지나가는 사람 불러서 곁자리 앉히고 숟가락 들려주었지요. 이 세상 제일 맛있는 밥은 집에서 먹는 밥이고 그 다음이 자기네 집이라는 간판도 있지만 어림없는 소리. 이 식당 주인이 무쇠 솥에 지은 들판의 못밥을 먹어 봤더라면 분명 간판은 달라졌을 겁니다.
[화성문화원 기봉서 원장의 인사]
화성문화원(원장 기봉서)에서는 농촌 생활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모내기를 가시리마을에서 재현하여 마을 축제와 도시민의 전통문화 체험의 장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5월 22일. 고향의 흙냄새를 잃은 지 오래인 도시의 아이들과 어른이들이 가시리마을로 모였습니다. 이날은 가시리 마을이 200여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오시리마을입니다. 꿈속에서도 입맛 다시며 헛소리 앓던 들녘의 못밥을 드디어 오늘은 구경이라도 하려는가? 인근 동네의 잔칫날만 손꼽아 챙기는 각설이처럼 며칠 전부터 설레며 기다리는 사람들 많았을 겁니다.
[가시리정보화마을 배규성 위원장의 인사]
이 날의 행사는 못자리 모찌기에서부터 모내기 전 과정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서 한 팀이 모를 내는 동안에 다른 팀은 쑥개떡만들기와 부침개 부치는 체험을 하고 마지막에는 떡판에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빚으며 외갓집처럼 가시리마을의 후한 인정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가시리는 마을의 형상이 밥 숟가락을 닮았다해서 숟가락 시(匙)자를 써서 시리, 시동이라 연원하였고 지금은 아니지만 바닷물이 드나들던 시절을 고려하면 오른손에 영낙없이 숟가락이 잡힐만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더하여, 마을에 2~3백년은 조히 되었을 무성한 엄나무가 버티고 있으니 이 엄나무의 가시가 숟가락과 벗하여 가시리라 불려옵니다.
[아나운서 같은 능숙한 진행으로 눈길을 모은 화성문화원 홍영덕 사무국장]
어쨋거나 오늘은 가시리마을이 아닌 오시리마을로 불린만합니다.
전통 모내기 행사를 기획한 화성문화원 기봉서 원장님도 오시리, 홍영덕 사무국장님도 오시리, 남양 두레패 산울림과 안병선 상쇠님도 오시리, 6월 지방선거 입후보자들과 많은 운동원도 오시리, 그리고 모내기 체험 신청자 120여 명의 가족들과 인근의 도우미를 포함하여 한 200 여 분 넘게 가시리로 오시리...
[국악협회 화성시 지부장, 남양 두레패 상쇠 안병선씨]
국악협회 화성시 안병선 부지부장이 모심는 소리를 흥겹게 메기면 모꾼들이 받아서 다섯 마지기의 논에 한 석 한 석씩 못줄을 따라 꽂아 나갑니다.
여 기 저 기 꽂 드레도 보기나 좋 게 꽂 아 주 오
여기도 하 나 저 하, 저 기도 또 하 나
여 기 저 기 심 드레도 사 방 줄로만 심어 주 게
여기도 하 나 저 하, 저 기도 또 하 나
이 논 배 미 어서 심 고 장 고 배 미로 넘어 가 세
여기도 하 나 저 하, 저 기도 또 하 나
[여기~ 저기~ 꽂드래도~ 삼배출 나게만 꽂아 주오~]
허리를 굽혀서 모를 내다보면 얼마가지 않아서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옵니다.
여럿이 하다보면 뒤쳐질 수도 없으니 꾹 참고 하다보면 자연 새참 고리 나오는 쪽으로 눈이 자주 가게 마련입니다.
때 맞춰서 치마저고리 받쳐 입은 두 아낙이 싸리 광주리에 새참을 이고 나옵니다.
무논에서 흙 묻힌 일꾼이나 논두렁에서 구경만 하는 입꾼들이나 먹을 때만큼은 사람 입은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오늘 정보화마을 인빌뉴스 사랑방에 마실 오신분들에게도 기회는 균등합니다. 가시리마을 아주머니가 이고 오신 새참 시식위원으로서 전통 모내기 행사에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삶은 돼지 고기에 두부 김치 그리고 막걸리. 술 못드시는 분들에게는 살얼음 낀 시원한 감주를 권해 드립니다.
[꿈 속에서도 만나기 어려웠던 어머님의 새참 고리]
전통 모내기 체험 행사의 의의
무릇 살아있는 생명은 먹어야 삽니다. 곡기가 끊기면 바로 이 세상 하직이라 그래서 농사를 천하의 대본이라 하였고 조선 태조부터 마지막 순종 임금까지도 선농단(先農壇)에서는 봄 가을로 제를 지내고 왕이 친히 밭을 갈고 백성들에게 농사의 소중함을 알렸습니다. 사정이 변하여 요즘은 휴경제가 도입되어 나라에서 도시락 싸들고 벼농사를 말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남양 두레패 산울림의 길놀이]
손으로 하는 스포츠 종목이나 손 재주로 겨루는 시합에서 우리 민족이 세계 으뜸인 것은 모내기하는 농경민족 유전자의 발현입니다. 휴경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영농작업이 기계화 되어 점점 손쓸 일을 감소시키는 것이 후손들의 섬세한 손재주를 퇴화시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화성문화원에서 년례 행사로 기획한 가시리마을 손모내기 체험행사는 그 시사하는 의미가 자못 크다고 할 것입니다.
[화성시 국악협회 안병선 부지부장으로부터 모내기 소리 배우기]
봄철 모내기 행사와 함께 가을에는 벼 베기 한마당이 축제로 이어지고 매년 수확량이 10kg 기준 쌀 200여 포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쌀은 관내 어르신들의 기로연(耆老宴) 행사와 불우이웃돕기에 활용되는 만큼 이웃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심어줄 것을 화성문화원 기봉서 원장은 참가자들에게 당부하고 함께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뱃심으로 버텨야하는 고된 농사일은 시시참참 먹는 것이 유일한 보람입니다]
[이 아이들은 모내기는 딴전이고 벌써 머드팩의 맛을 알았습니다]
[화성문화원 전통 모내기 재현 행사 프로그램]
[모내기 체험 행사 동영상보기 클릭]
5. 22. 화성시 가시리 정보하마을 모내기 체험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