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함께 웃는 날을 만들자!
“00-01시즌엔 기필코 정상에 오르자” 삼성 썬더스 농구단의 각오는 다부지다.
선수들은 말할것도 없이 김동광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도 그 어느때보다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인의 코칭 스태프가 주전 트리오에게 마음의 편지를 썼다.
현역시절 국내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명성을 떨쳤던 김동광 감독은 같은 포지션의 주희정에게,
삼성에서 현역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어온 안준호코치는 광신상고 후배이기도한 람보슈터 문경은에게,
이제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이민형코치는 새내기 이규섭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대화의 문을 노크했다.
<편집자주>
주희정 선수에게
2000 ABA리그를 마치고 오랜만에 숙소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선수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정겹구나. 특히 독일에서 어깨수술을 받은 후 재활훈련에 열심인 너의 모습을 대하니 가슴 뿌듯하다. 그동안 조금 여유있는 시간은 가졌는지 모르겠다.
2년전 나래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 입게된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때 무척 기대가 컸었는데 너는 결코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열심히 뛰어 주었다. 특히 지난 2월초 골드뱅크와의 경기땐 트리플 더블(12점·10리바운드·15어시스트)까지 기록하여 너의 진가를 보여 주었지.
나도 현역시절 여러차레 트리플 더블을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이 없으니 인정을 받지 못하는구나. 그런 의미에서도 넌 정말 행운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너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늦은 밤 홀로 체육관의 불을 켜놓고 슛 연습에 열중하던 너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 꼭 대성하리라고 믿었다. 평소 내성적인 너의 성격탓으로 가정형편을 잘 몰랐다가 할머님과 아버님 두분 다 병석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곤 너의 효심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지. 그러면서도 경기땐 누구보다 열심히 온몸을 던져 공수에서 투지를 불태웠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땐 진통제를 맞아가며 출전을 자청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이번 기회에 한가지만 부탁하자. 너는 고집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가드로서 스피드도 있고 적극적으로 골밑싸움에도 가담하지만 시야가 조금 좁다는 생각이다. 왼쪽으로 달려가면서도 오른쪽을 볼 줄아는 시야를 기르도록 노력하는게 좋겠다.
올해야말로 우리 삼성이 정상으로 줄달음질 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함께 내년 봄 챔피언기를 품에 안아 보자. 그 날을 꿈꾸며 함께 노력하자.
2000년 7월 김동광 감독이
문경은 선수에게
어느덧 너도 삼성의 고참급 선배가 되었구나.
숱한 화제를 뿌리며 삼성에 입단한 너를 바라보며 명문구단 재건의 선봉장이 되기를 기대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팀내 최고참의 서열에 서 있는 너의 모습을 대하고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곤 한다. 미국 유학중 잠깐 귀국했다가 김동광 감독님의 코치직 제의를 받고 국내에 머물기로 결심한 것은 실업시절 최고 명문구단의 영광을 다시금 친정팀에서 재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2000~2001 시즌이야말로 삼성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싶다.
그러기 위해선 네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선배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여 나 보다 팀을 앞세우는 플레이를 펼쳐야 할 것이다. 프로선수는 명성이나 인기가 아닌 플레이로 평가 받아야 한다. 그동안 국내 최고의 슈터로 자리매김해온 너의 입장에서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찬스에서만 슛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자유자재로 슛을 날릴수 있는 NBA 인디에나 페이서스의 레지 밀러 같은 선수가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지난해엔 몸까지 다쳐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재활 훈련에 열중하느라고 2000ABA 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한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몸관리가 생명인 프로선수로서 부상의 책임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의 선수답게 정상을 향해 함께 이 여름 땀을 흘려보자.
Never gains without pain!
2000년 7월 안준호 코치가.
이규섭 선수에게
엊그제 우리 팀에 막 합류했을 때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농구대잔치 경기도중 부상을 당해 몸이 성치 않은데다 대학생 티가 여전히 남아 있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Summer Camp에서 활약하는 너의 모습을 보노라면 문자그대로 일취월장이란 한자숙어가 실감난다. 경기마다 30점이상의 고득점과 화려한 골밑 플레이로 너를 드래프트 1순위로 뽑은 우리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 결코 빗나가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엄한 것이다.
항상 긴장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언제 누구에게 밀려 벤치신세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너는 대학에서 센터위주의 플레이를 펼쳐왔다. 덕분에 너는 피봇 플레이나 터닝슛 등 인사이드 공격에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그렇지만 프로에선 외국선수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야하기 때문에 골밑싸움보다 외곽플레이에 치중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볼을 잡으면 막바로 패스하는 능력과 스피드를 길러야한다. 또한 파워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재활치료 받느라 10kg이나 불어난 체중을 유지하면서 파워를 기르도록 힘쓰는 것이 좋겠다. 항상 선배들이 강조하는 말이지만 몸관리는 스스로의 책임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너의 몸이 망가지면 그순간 너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항상 겸손한 자세를 지니기 바란다. 우리 팀의 막내인만큼 항상 선배들을 존경하고 앞장서서 궂은 일을 처리함으로써 사랑받는 후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00-01시즌엔 기필코 정상에서 함께 웃으며 새천년을 열어 나가도록 하자.
2000년 7월 이민형 코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