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구역장들이
수요 예배를 마치고 난 다음에 공과 공부를 하였다.
쭈욱 목사님을 사이에 두고 둘러 앉아서 공부를 하는데
다들 고개들이 쑤욱 쑤욱 거북이 목 같이 들어간다.
정말로 어떤 시간이든지 무조건
기도를 시키시기 때문에 행여 내가 기도에 걸릴까봐
목이 움추러 들곤 했었다..
솔직히 지금 같으면 아무리 기도를 잘못했어도
목사님께서 지적하여 이건 잘못 하는 기도라고 하시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교회에도 나오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 젊은 시절에는 그때만 해도 안그랬다.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냥 눈물 바다가 되어서
잘못 했다고 하면서 다시는 안 그럴께오 했던 때니까..
그날의 공과가 바로 이 말씀,\..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부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아~~ 이 말씀인데..
그때 구역장님이 거의 20명은 넘었었다.
공과 공부가 끝나고 목사님께서 성경책을 탁 덮으면서
"자.. 말씀을 잘 묵상하고 이 말씀을 잘 전해야 합니다 아셨지요?"
"........................."
아무도 암말도 안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어? 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요?"
그때 어떤 집사님께서 아주 나즈막하게 한마디 하신다.
"우리가 그렇게 못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라고 해요"
다들 그 말에 공감들을 하고 고개를 끄떡 끄떡 하는데
엄중한 목사님의 목소리가 우리 귀를 때렸다.
"우리가 그렇게 못살아도 말씀은 전해야 합니다!
나도 그렇게 못 사니까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살겠다고 고백을 하고
구역 식구들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해야 합니다,"
^^*
밤 늦은 시간에 끝이 나서 집으로 향하는데
함께 같이 가는 구역장님들이 입을 삐쭉 삐쭉 거린다..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우냐고 함시롱.. ㅎㅎ
그렇게 재잘 재잘 거리고 집 현관문을 딱 열고 들어 섰는데
내 눈에 띄는 서각 액자..
내가 좋아 하는 말씀이라서 이 말씀을 서각으로 파서
액자를 만들어 현관문 바로 열면 보이도록 걸어 놨었다.
지금도 용인으로 이사해서 그대로 걸려 있지만..
현판 앞에서 내 발이 그대로 얼어 붙었다
거실에 있던 남편이 왜 안 들어오고 거기 서 있냐고 하는데도
서각 앞에 발이 묶여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글자 한글자 읽어 가는데..
세상에나 이 많은 사랑에 관한 말 가운데 내가 했던 사랑은
하나도 없었다..
오래 참고? 뭘 오래 참어 화가 나면 그대로 퍼붓고 말지..
온유하며.. 내가 좋아 하는 사람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겉으로는 표현 못해도 속에서 부글 부글 끓고 있지..
시기하지 아니하며.. 맨날 시기하며 살고 있고
자랑하지 아니하며,,,조금만 자랑 거리가 있으면 그냥 입이 근질 거리니..
하나 같이 할줄 아는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그대로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그대로 고개가 푹 숙여져서..
정말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이 쌓여 어쩔줄 몰라 하는데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때 우리가 사업에 망해서 왔기 때문에
솔직히 때꺼리가 거의 없을 지경이었는데 우리가 있는 곳으로
부모님이 이사를 오셔서 걸어 오실수 있는 거리에 살고 계신데
참 이상하게도 엄마는 우리집에 오시면 바로 쌀독을 열어 보신다..
그리고 잔소리.. 그리고 난리.. 그리고 눈물바람이 되신다.
그래서 난 엄마가 집에 오시는게 싫어서 내가 내려 가는데
지금 그 엄마네 집에 안간지 두달째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두달 전에 바로 이 문제로 엄마와 한바탕 다툼이 벌어졌었다
제발 우리집에 오셔서 쌀독을 열어보지 마시라고
엄마만 속상한게 아니고 내 맘은 더 속이 상하니까 제발 오지 마세요
했더니 우리 엄마도 너도 그럼 우리집에 오지마라 하시고
횅하니 가 버리셨다.
나 같으면 그렇게 잔소리 하실꺼면 쌀이라도 사 주시던지..
것두 아니면서 왜 그렇게 딸네미 못 산다고 울고 그러시냐 말이지 했다.
하루에도 몇번 오르락 내리락 하던 내가 두달을 못 가 뵈었으니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랬지만 나도 너무 속이 상해 안 갔었다.
그길로 한밤중에 뛰어서 엄마네 집에 갔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우리 엄마는 별걸 다 꺼내 놓으신다.
김치며 쌀이며 된장이며... 당신 집에 있는건 몽땅 다 꺼내 놓는다.
가져 가라고... 참... 이글을 쓰다보니 눈물이 나네..
엄마랑 부등켜 안고 울었던 날이 생각이 난다..
우리 하나님께서도 이렇게 우리가 잘못 했다고 찾아가면
우리 엄마 처럼 끌어 안고 반기면서 있는것 없는것 다 꺼내 주실텐데..
우리는 참으로 지지리도 못나게 스리 내 맘을 몰라 준다고
칭얼 대며 잘 삐지고 화풀이를 부모님께 한다..
구역예배는...
참으로 은혜 스럽게 잘 드렸다.
있는 그대로 우리 엄마와의 일을 예화로 말했더니
다들 감동 받았다며 자기들도 부모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겠다고 하면서 빙그레 웃음으로 예배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