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탈카메라가 나오기 이전에는 카메라가 크게 세가지정도로 나뉠 수 있었습니다.
첫부류는 주로 프로들이 사용하는 SLR형 카메라죠. 싱글 렌즈 리플렉스방식이고 뷰파인더로 보는것과
필름에 맺히는 상이 일치하며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형식을 말합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누구나 갖고 싶은거지만 7~80년대만 해도 몇달치 월급수준이라..
그야말로 꿈의 장비죠.
오래전에 사진 강의를 받을때 강사가 자기가 카메라만 들고 다녀도 기자인줄 알고 대접(?)을 잘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준적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유신시대 이야기쯤이죠.
두번째는 렌스셔터식이라고 해서 렌즈를 교환할 수 없지만 SLR에 비해 작고 휴대가 편했으며
SLR못지않은 화질에 여러 노출 및 셔터속도를 조작할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다만 렌즈가
지금으로 치면 35mm정도의 단렌즈라 화각이나 줌 등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저장하는데는 더할나위 없이 알뜰하고 또 실패할 우려도 적은 카메라였습니다.
여기서 좀더 가정형편을 고려하면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24장의 필름으로 두배를 찍을 수 있고 작고 귀여운 하프사이즈 카메라..
그리고 아마 여기 사즐모 누님 형님들이 수학여행이나
소풍때 가지고 다녔던 110미리 롤필름 방식 카메라가 있습니다.
그시절에는 사진기술이 얼마나 있느냐는 다음 문제고 일단
사진기 자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한 핵심팩터였습니다.
카메라 자체가 워낙 귀중한 재산이다 보니..
마누라는 빌려줘도 카메라는 안빌려준다는 말이 있을정도였죠.
뭐 나중에는 저 카메라가 차로 바뀌긴 합니다..ㅎㅎ
문제는 지금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것을 사진으로 그대로 옮기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겁니다.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과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죠.
어린시절 처음 바다를 보고 느꼈던 그 광활함을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요?
안개낀 새벽 설악산 공룡능선의 웅장한 자태.. 지리산 노고단의 그 해질녘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을까요? 매우 어렵습니다.
그시절에는 눈으로 보고 느낀것을 얼마나 인화지에 옮길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보고 느끼는 것이 바로 구도였지요.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그중에 어디서 어디까지를
인화지에 옮겨야 하는냐...
그런데 디지탈 카메라가 세상에 등장하고 난뒤에는
오히려 눈으로 보는것보다 더 멋진 세상을 인화지에 또는 화면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보는 세상보다 더 멋진 가상의 세상이 보이게 된거죠.
위 캡쳐는 6월16일 현재 유명한 사진 동호회에서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된 사진의 섬네일을 가져온 것입니다.
아마 몇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평번한 사람들이 맨눈으로는 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지요.
과거의 사진이 현실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것을 목표로 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맨눈으로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죠.
어느게 좋은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KOBA라고 하는 방송 영상 전시회를 가봤는데..(저는 수십년째 매년 갑니다.)
최신 카메라들을 만져보니.. 와... 와... 하는 느낌이 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첨단의 장비로 위에 보이는 환상적인(?) 사진을 찍는게 좋은가..
아니면 그 옛날 필름 110미리 카메라로 대충 촛점 맞고 대충 흔들려도 나온 진짜 현실을
보여준 사진이 좋은가는...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첫댓글 수십년 전
78년에 고모부께서 사우디 현장에서 귀국 하시며 조카 선물 사줄까 하시더니 아사히 펜탁스 카메라를 본인 것은 풀세트로 면세로 사시고,
제 선물은 카메라만 사서 주신 기억이 나네요
당시 고삐리였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도 폼내며 들고 다닌 추억의 선물입니다
스페어로 올림푸스 반자동이던가 하프 카메라와 후레쉬 내장된 일제 카메라 한대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세대를 폼으로 들고 다녔었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