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재활용은 자원의 순환과 같은 역할이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음식을 먹고, 음식을 잘 소화시켜, 영양분을 온몸에 골고루 공급시켜, 몸을 지탱시켜 주는 역할이다. 나머지는 배출되어 분뇨가 된다. 음식이 순조롭게 순환이 되지 않으면 몸에 탈이 생겨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듯, 자원재활용은 반드시 자원의 순환 역할이 원활이 처리되어야 하며, 자원과 환경이 건강한 한 몸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인류는 지난 수세기
동안 비약적인 산업발전을 이룩하여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게 되었지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인해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에 직면하게 되었다. 1992년 유엔 환경회의에서 각국이 공식적으로 ‘지속가능 발전’ 개념을 채택했다. 그 핵심요소 중
하나로 ‘자원순환형 경제사회’ 구축이며, 이것은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래의 대안적 사회
시스템으로 주목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2년 자원순환형 경제사회 구축을 폐기물관리정책으로 표방했다.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자원순환그러나 12년 지난 지금까지 이에 맞는 법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자원순환이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체계에서는 이 법이 재활용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의 잘못된 폐기물 관리 규제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아직까지도, 폐기물로 규정하고 통제하고 있다. 또한 관계 부처도 자원재활용과 순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통계청 산업표준분류표에도 이와 관련한 산업분류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 노인이 후암동에 위치한 고물상으로 수거한 폐지를 팔기위해 가고 있다.ⓒ이승빈 기자
우리나라 재활용 산업 규모는 약47조에 달하는 방대한 시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활용자원을 폐기물로 본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폐기물관리법으로 규제하는 재활용 관련 업종에 200만명이 넘는 재활용인들이 종사하고, 관련 단체도 50여개에 이른다.
재활용에 관련된 고물상은 도심 곳곳에
산재해있으며 대부분 사회취약계층, 장애인, 고령자, 기초생활수급자,
신용불량자 등이 많다. 고물상은 이들의 생계수단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 각 고물상마다 약 20~50여명의 수집인들이 함께 생업을 영위하고 있다.
서울시 기준으로 2,000여개의 영세 재활용 업체에서 약 4만~10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에서 해주지 못하는 복지기능을 고물상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인식전환’ 주장하는 환경부, 고물상은 내쫓아환경부는 쓰레기 제로화 및 재활용산업지원 확대와
에너지자원화를 위해 폐기물과 재활용에 대한 인식변화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인 폐기물관리 규제를 하고 있다. 환경부의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광역시의 경우 1천㎡이상, 일반 시·군은 2천㎡이상의 고물상 사업장은
폐기물 처리업체로 허가받기 위해 상업용지와 주거용지가 아닌 외곽의 잡종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환경부는 개정안이 대규모 고물상에만 해당할 뿐 영세사업자는 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안산시 등 지자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 71조’를 근거로 소규모 사업장에도 잡종지역 이전을 통보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또한 충남 천안에서 7월 26일부터 고물상에 대해 행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에 ‘폐기물’과 ‘재활용자원’을 명확히 구분하여, 법제화 시켜야 한다. 국토부 또한 200만 재활용인의 생존이 달린 입지 문제와 관련해 조속히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가 상위법으로, 새롭게 입법화 추진 중인 자원순환정책 또한 ‘폐기물’ 과 ‘재활용자원’을 구분 정리하여 입법화해야 한다.
지난 6일 ´자원순환사회 전환 촉진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공청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최봉홍 의원이 지난 달 11일 법안을 대표발의한 데 따른 것으로 최 의원실이 주최하고 환경부가 후원했다.
환경부는 이 법의 취지는 자원순환 목표관리제와 소각·매립 부담금제 도입, 순환자원 사용 확대와 폐기물 종료제도 도입 등을 통해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보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원순환에 밀접히 관련된 200만 재활용인(고물상) 단체를 공청회에서 배제시켜 버렸다는 점이다. 계란으로 말하자면 노른자위 없는 계란으로 환경부 와 최봉헌 의원은 계란찜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공청회에서 왜 현업에 종사하는 업계와 단체는 제외시키고 진행했는지, 또 환경부와 최봉홍 의원은 재활용업계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만 전국 관련 고물인이 요구하는 내용은 배제시키고 법안을 통과 시키려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도심에서 고물상이 없다면 각 가정에서 나오는 재활용고물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일주일만 도심의 고물상이 동시에 문을 닫는다면, 도심은 처리 불능으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고물상의 순기능을 정부는 올바르게 직시하고 입지와 취급품목 문제를 규제와 단속보다는 계도와 지원책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이 아니라 재활용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의 정치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1톤수집인 엄영화 재활용동지 추모제 및 7월국회 정상가동 촉구, 폐기물관리법 유예기간 연장법안 처리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