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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모든 것이 공(空)인것을-3
불마왕과 관패의 대결을 지켜보지 못하고 그곳을 떠난 단엽의
신형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사실 관패를 도와주
고 싶어도 그럴 여지가 없었다.
불마왕이나 관패는 느끼지 못했지만, 단엽은 지금 숲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숨어 있는지 알수 있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무서운 몇 가닥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강하고
기묘한 기운이 용취아가 있는 관도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지금
단엽이 느낀 정도의 고수라면 풍백이나 청룡당의 누군가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단엽은 급했다. 지금 용취아에게 다가서는 자의 가공할 능력을
생각했을때, 만약 그가 적이라면 오늘 일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 같았다. 그래서 누대치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지
만, 그것마저 포기하고 우선 그 자리에서 물러 설수밖에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누대치를 쥐어짜서 용설아나 진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냈으리라.
단엽은 살기를 담아 한 가닥의 기운을 용취아 쪽으로 다가서는
인물에게 쏘아 보냈다.
유령신공으로 완전하게 숨기고 있던 자신의 기운을 상대에게 보
냄으로써 일종의 경고를 보내것이다. 한데 자신의 기운을 쏘아 보
내면서 단엽은 상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용취아에게 다가서던 희미한 기운이 멈추는 듯 보이더니 단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일단 단엽의 의도대로 된 듯했다.
단엽은 신법을 멈추었다.
상대는 자신이 쏘아보낸 기운으로 자신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
늠하고 다가올 것이다. 이젠 굳이 서둘지 않아도 된다.
단엽은 잠시 심호흡을 했다.
'오늘 여기 온 고수들의 실력은 모두 상당하다. 대체 세상엔 얼
마나 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단엽은 잠시 자신의 감각을 열어놓고 희미하게 잡히는 고수들의
기를 감지해 보았다. 일부는 너무 멀어서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우
선 몇몇의 기운이 그의 유령신공에 잡혔다.
우선 숲에서 싸우는 두 사람의 기세가 잡힌다.
'이 둘의 무공은 진정 경천동지구나. 누굴까? 그리고 관패와 불
마왕이 싸우는 곳으로도 두 가닥의 기운이........'
숲에 있는 고수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밖에 없다는 것
을 알고 단엽은 자신의 모든 감각을 열었다. 잠시 후 적과 대치
하게 되면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기저기 고수들을 탐지하던 단엽의 눈이 부릅떠졌다.
관패와 불마왕이 싸우는 곳으로 다가서는 기운이 아주 익숙했던
것이다. 적인지 아인지 구분이 안 되는 자에게 처음에 느꼈던 동질
감과는 달리 지금은 적의가 느껴졌다. 잠시 조금 더 상대의 기를
탐지한 단엽의 안색이 굳어졌다.
"흡정음부사공의 기운이다. 그렇다면........."
단엽은 담황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말하던 봉성의
역린.
"관패가 위헙하다."
단엽은 관패가 아무리 십대 사마의 수위에 해당하는 무공을 지
니고 있다고 해도, 삼대 금기마공이 절정에 달한 고수와 싸운다면
결코 그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불마왕과 싸우고 난 후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데 단엽이 잠시 관패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그에게 다가
서던 기운을 놓치고 말았다. 단엽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유령신공의 이목을 속이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단엽은 상대가 자신 근처 어딘가로 숨었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상대의 잠영술은 자신의 아래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단엽은 긴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다는 유령문의 지식에도
유령절기와 필적하는 잠영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다. 아니, 있긴 했었다. 그러나 그 잠영술의 마지막 후계자는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적은 불과 십여 장 근처에서 사라졌다.
'대체 누굴까? 이 정도라면 우내육존에 필적할 것 같은데.'
단엽의 의문이었다.
"세상은 역시 넓구나."
단엽은 시간이 촉박했다. 취아에게 빨리 가지 못하는 것도 힘들
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관패의 위기였다. 과연 자신이 이 미지
의 고수를 이기고 갈 때까지 관패가 버틸 수 있을까?
단엽은 자신의 감각을 최대로 열어 가장 가까운 곳부터 탐지하
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스치던 바람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바람 속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우선 바람을 타고 오는 냄새가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 나는 소
리로 그 물체의 크기와 대략의 모양도 추론해 낼 수 있었다. 또한
그 소리로 그 물체의 성질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우선 가랑잎을 스치는 소리와 고목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달랐다.
또한 바람은 자신이 지나쳐 온 것을을 품에 안고 있따가 단엽에
게 알려주었다.
바람에 흔들려 잔가지가 살랑거리는 소리, 다람쥐가 바람을 가
르고 달려가는 소리도 들린다.
둔덕을 넘어오는 바람은 그 파장이 곡선을 그리고 지나가며, 고
목을 비켜오는 바람은 찢어지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물 냄새, 오
물 냄새 등등.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상대의 모습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렇다
면 상대는 바람을 안고 접근하는 중일것이다.
그는 감각을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바람이 지나가는 쪽에서 오는 상대의 기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
다. 그러나 살아 있는 생명은 나름대로의 기를 지니고 있고, 무공
을 익힌 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기운을 감출 수 있는 능력
이 뛰어나도 완전히 자연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 혹여 그 무공이
무위자연이라는 경지에 이르러 그럴 수 있다 손 하더라도, 그보다
더욱 뛰어난 고수에게는 발각되기 쉽다. 숨었다가 상대에게 다가
서려면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그 순간 상대의 미세한 기가 나타
날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단엽은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약 십 장 정도
의 거리에서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드러나지 않는 기운. 아주 희미한 그 기운을 감지한 것은
그나마 유령신공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기다릴까?'
단엽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기다리는 자가 유리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단엽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상대는 기다릴 수 있지만, 단엽은 기다
릴 수가 없었다. 지금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 촉급했고, 그 상
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단엽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상대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그
기운이 점점 희미해졌다.
삼 장. 단엽은 유령검을 뽑아 들었다.
일 장, 단엽은 걸음을 멈추었다. 희미하게 느껴지던 상대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운이 느껴지던 그곳에 단엽의 시선이 머물렀다.
그 자리에는 사람 대신 하나의 작은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둘 중 하나였다.
그 바위 속에 누군가가 있든지, 아니면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어딘가로 숨은 것이다. 그도 아니면 그 바위로 변신해 있든지.
단엽은 유령신공의 이목을 속이고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움직였
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고도의 은신술인가? 아니면 환술인가?'
단엽은 자신이 지닌 모든 감각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가
까운 곳부터 하나씩 다시 짚어나갔다. 정말 상대는 유령신공을 속
이고 어딘가로 숨은 것일까?
단엽에게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믿었다. 그렇다면 상대는 지금 바위 근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이다.
단엽이 한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등을 떠밀듯이 실바람 한 가닥이 그의 등을 탄다.
단엽의 신형이 움찔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단엽의 시선 안에 있던
바위가 갈라지면서 검 하나가 튀어나왓다. 파공성조차 내지 않는
그 빠르기는 가공할 만했다.
단엽의 검이 비스듬한 자세로 가로질러 올라갔다. 상대의 검을
쳐내는 것이 아니라 비켜내듯이 미끄러졌다.
'칙' 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상대의 검이 옆으로 미끄러지는 순
간 단엽은 바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하나의 그림자를 봐야 했
다. 해가 기울어지면서 생긴 나무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달려
든 상대는 검은 두건에 검은 경장 차림이었고, 키는 겨우 오척이
나 될까 한 작은 체구였다.
그의 양손에는 각각 한 개씩의 갈고리가 들려 있었는데, 그 모양
이 어떻게 보면 호미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낫 같기도 했다.
복면인의 기이한 무기는 유령처럼 허공을 가른 후 단엽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단엽의 검이 한 가닥 빛으로 변했다.
구환유령검법의 제칠식인 유령섬쾌(幽靈섬快)는 무음무서의 힘
으로 상대의 쌍 갈고리를 휘감았다. 두 개의 무기가 충돌하려는 찰
나, 갈고리의 공격이 멈춰지면서 복면인이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회전했다.
단엽의 유령신검 역시 상대가 무기를 거두는 순간 허공에 멈추
었다. 그리고 회전하는 복면인을 향해 재차 찔러갔는데, 그의 검에
서 뿜어진 세 가닥의 검기는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며 복면인의 머
리와 늑골, 척추를 노리고 있었다.
유령삼기(幽靈三氣)는 검기를 사용하는 검법의 최정점에 다다
른 초식이라 할 수 있었다.
단엽은 이 유령삼기에 유령사(幽靈蛇)의 초식을 함께 운용하였
다. 몸을 회전하며 유령섬쾌를 피하던 복면인은 자신을 향해다가
오는 세 가닥의 미세한 기운을 감지하였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검의 기세를 느낀 복면인은 가슴이 서늘해
지는 것을 느꼈다. 이미 상대가 만만치 않은 고수라는 생각은 하
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자
신처럼 기를 감추고 공격해 오는 상대의 검초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회전하던 복면인의 몸이 허공에서 정지하는 듯했다. 동시에 그
의 몸에서 십여 개의 비침이 단엽을 향해 날아갔다.
불과 일 장도 안 되는 거리에서 발사된 비침은 가공할 빠르기로
단엽을 향해 날아왔다. 그러나 파공성이나 아무런 기세도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유령삼기가 상대의 몸을 관통하게 되면 관엽 역시 비
침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을 위기였다.
순간 단엽은 깜짝 놀랐다. 물론 상대의 공격에 놀란 것은 아니
었다.
'무영독침(無影毒針).'
상대의 공격을 파악한 순간, 단엽은 유령보법의 최고 단계인 둔
형잠(遁刑潛)을 십이 성의 유령신공으로 펼쳤다.
마치 환상처럼 단엽의 신형이 흩어지면서 무영독침을 피했다.
그러나 둔형잠 자체가 방어와 공격이 겸해진 무공인지라 복면인을
공격하는 그의 유령신검은 멈추지 않았다.
한데 허공에 있던 복면인이 그 자리에서 흩어지면서 단엽의 공
격을 피했다. 그리고 흩어졌던 신형은 어느 새 땅에 내려서고 있
었다.
복면인이 지금 펼친 신법은 무형환(無刑幻)이었다.
단엽은 상대의 무공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무영환, 무영독침, 상대는 무영초자(無影樵者)이거나 그의 후
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대의 실력이나 체형으로 보아 무형초
자일 확률은 거의 십 할이었다.
단엽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체 오늘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모였단 말인가? 더군다나 마
교의 전대 장로인 무영초자라니.'
무영초자라면 마교 전쟁 당시 죽은 것으로 알려진 마교의 전대
장로였다.
마교 전쟁 당시 마교에는 모두 서른 여섯명의 장로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다 죽고 살아남은 자들은 불과 열 명 남짓이었다
고 전해졌다. 사부인 유지학이나 한때 마교의 십기 천마대주였던
풍백의 말에 따르면, 살아남은 자들은 서른여섯 명의 마교 장로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하다고 했었다.
마교 내에서는 그들을 따로 구대 마존이라 부른다고 풍백에게
전해 들은 바 있었다.
풍백에 따르면 , 풍백의 사부인 금강마도(金剛魔刀)가 죽었으니
이젠 팔대 마존이라고 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풍백의 사부가
죽은 뒤 그를 모함한 무리 중에 한 명이 구대 마존으로 승격이 되
면서 명목상으로는 아직도 구대 마존이 존재한다고 봐야 했다.
놀라운 것은 사부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무영초자가 살아 있고,
그가 바로 마교의 구대 마존 중 한 명일 거란 사실이었다.
"우리 유령무학과 겨룰 수 있는 음영(陰影)의 무학이 세상이 존
재한다면 그것은 무영초자의 무영지학(無影之學)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마교의 일맥이지만, 그 무공의 가공함은 능히 유령신공과 견
줄 수 있다. 당시 유령대제께서 그와 겨루어 무려 백여 합 만에 겨
우 이길 수 있었다. 만약 그가 다시 살아온다면 유령신공이 유령종
의 경지가 아니면 무조건 피해라.!"
단엽의 사부인 유지학의 말이었다.
다행히 지금 단엽은 유령종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상
대인 무영초자도 몇 십 년 동안 잠만 자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대 마존의 무서움은 그들 중 한 명인 금강마도의 제자인 풍백
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풍백이 그의 사부를 우내육존과 비교하지 않아도 당시 마교엔
능히 그들과 겨룰 수 있는 고수들이 상당 수 있었으며, 그 이상의
고수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우내육존이 모두 모이고도 모자라 야인족까지 끌어들이고
서야 마교를 이길 수 있었던 것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
었다.
바로 코앞에 내려선 복면인은 무엇인가 착잡한 눈빛으로 단엽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종의 회한 같기도 하고, 추억에 잠긴 시선 같
기도 했다.
"자네는 유령대제의 전인인가?"
단엽은 쓸쓸하게 웃었다.
보통 무림에서 유령대제를 유령마제라고 불렀다. 일부는 유령대
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마
음이 내키는 대로 부르는 편이었다. 한데 그의 적이었던 마교의 전
대 장로 무영초자가 그를 유령대제라고 부른다.
그 한마디로 상대에 대한 적의가 다소 누그러졌다. 또한 마교의
전대 장로가 아닌 강호의 노고수 무영초자에 대한 호감도 생겼다.
그러나 어차피 적이다. 단엽은 두손을 모아 포권을 했다.
"무영초자 선배님을 뵙습니다."
무영초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과거의 대제보다 더욱 강한 듯하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군. 그리
고 그의 후인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쉽게도 전 살아 있고, 상황이 급박해 선배님과 오랫동안 대화
하기가 곤란합니다."
"이해하네. 나 또한 시간을 오래 끌 수가 없는 상황. 그럼 시작
해 보세."
"그럼."
단엽은 상대가 누구인지 안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유령신검이 다시 한 번 유령섬쾌의 초식으로 밀렸다. 동시에 그
의 두 발은 십팔유령환의 보법을 밟고 있었다. 마치 환상처럼 열여
덟 개로 갈라진 단엽의 신형은 하나의 진법을 형성하고 무영초자
에게 짓쳐들어갔다.
한데 같은 유령섬쾌를 펼치는 열여덟 단엽의 속도가 전부 달랐
다. 무엇보다도 무영초자가 놀란 것은 열여덟 명의 단엽에게서 흘
러나오는 기운이 똑같다는 것이었다. 어느 것이 실체고 어느 것이
환상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무영마공으로도 알아채기 어려운 환상들.
"유..... 유령종."
무영초자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지금 단엽이 펼치는 십팔유령환은 유령종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
능한 경지였고, 유령무공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정통한 무영초
자였기에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과거 유령대제보다 한 수 위다.'
무영초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영마공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무영초자는 단엽의 실체를 찾아갔다.
무영초자가 든 두 개의 쌍 갈고리가 마치 춤을 추듯이 돌았다.
일체의 파공성도 없는 두 사람의 기운이 스치듯이 엉키는 듯했다.
동시에 무영초자의 갈고리는 정확하게 단엽을 찾아내어 공격해 들
어갔다.
'과연 무영초자다. 실체와 환상의 미세한 기 차이를 이렇게 빨리
찾아내다니.'
잔재주로 상대를 이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마치 환상처럼 열여덟 개의 신형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그
의 보법이 유령미기로 변화하면서 무영초자가 공격하는 갈고리의
그림자 안으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구환유령검법의 유령만강(幽靈慢강)을 펼쳤다.
'다르다. 기존의 유령검법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것은 더욱 진
보한 유령검법이다.'
무영초자는 단엽의 유령검법이 유령대제의 유령검법과 다르다
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분명 유령신공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
라 검법 그 자체가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과거 유령대제의 유령검법은 음험하고 독했으며, 방어하기가 어
렵긴 했지만, 지금 단엽의 유령검법처럼 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엽의 유령검법은 분명 강했다. 그리고 밀려오는 무형의 검강.
'차앗' 하는 고함과 함께 무영초자의 갈고리가 쌍엽풍인(雙葉風
刃)의 초식으로 변환하였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더욱 가깝게 다가섰
다. 둘다 속전속결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단엽은 갈고리에서 뿜어진 강기가 자신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
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무형검강이 상대의 머리카락을 베고
지나갔다. 둘의 신형이 교차하는 듯하면서 초식이 변화하고 있었
다.
단엽의 유령신검이 구환유령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유령참인(幽
靈斬刃)으로 변화하는 듯싶더니 이내 그의 신형이 갑자기 무영초
자의 앞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무영초자는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으면
당황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경험한 바 있었다.
당시 무영초자는 유령대제의 유령이환공과 구환유령검법의 마
지막 초식인 유령참인에 패했었다. 유령참인과 유령이환공, 둘이
합해지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지니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무영초자였다.
그의 무영마공중에 무영감(無影感)이 십이 성의 공력으로 펼쳐
졌다. 당신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몇십 년의 정력을 쏟아 터득한
두 가지의 무공중 하나였다.
잡혔다. 상대가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곳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그는 감각으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영초자의 갈고리가 열십(十)자로 교차하면서 그의 신형이 환
영처럼 흩어졌다. 동시에 그의 옆에서 나타난 단엽의 무형검강이
흩어진 무영초자의 신형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령참인과 유령이환공이 깨졌다. 단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단엽은 무영초자의 신형이 흩어지면서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자
위협을 느꼈다. 그러나 미처 그가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갈고
리에서 뿜어진 강기가 그의 몸을 열십자로 그어가고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단엽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약 삼 장 밖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는 작은 상처가 나 있
었다. 단엽의 표정이 조금 더 굳어졌다. 상처는 심하지 않았지만
유령이환공을 막아낸 상대의 무공에 놀란 단엽이었다.
하지만 단엽에게는 놀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단엽이 나타날
장소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두 개의 갈고리가 사납게 짓쳐들어
오고 있었다.
이는 유령대제와의 결투 이후에 무영초자가 마지막으로 터득한
'쌍고혈(雙拷血)이란 초식이었다. 오로지 유령대제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두 가지의 무공 중 마지막 하나.
기세도 없었고, 파공성도 없었다.
둘의 대결은 마치 유령들의 싸움 같았다. 근교에서 누가 봤다면
허깨비들이 날아다니며 춤을 추는 것처럼 여기리라.
형체가 없는 것처럼 고요하게 밀려오는 쌍고혈의 여파는 이미
단엽의 신형을 휘감고 있었다.
단엽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오늘도
고운하루
되세요
잘~~**읽었습니다
즐검~!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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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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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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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감사
즐독!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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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