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여자, 임수정
왕성한 호기심으로 연기 이외의 것들을 탐색하면서도, “영화를 너무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임수정. 어린 소녀의
얼굴을 하고 성숙하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자, 영화 <시간이탈자>로 돌아온 임수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럽다!
20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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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Michael Kors Collection
제품.
지난 영화들을 돌이켜봤을 때 본래의 임수정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와 가장 결이 맞는 캐릭터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저에게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를 선사하고 여러 번의 신인여우상을
받게 해준 <장화, 홍련>의 수미가 그 당시 저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역할이었어요. 그리고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의
정인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그렇게 히스테릭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행복>의 은희처럼 착하고 배려심 많고 포용할 줄
아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화나면 말도 굉장히 빨리 하고 거침없고 그렇더라고요.(웃음)
오늘 만나기 전에는 은희에 가장 가까울 줄 알았어요.(웃음)
<장화, 홍련><…Ing><행복><사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에서 정신이든 신체든 아픈 역할을 많이
했어요. 아픈 사람들은 그 병을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특유의 체념과 지혜와 적극성이 뒤섞인 면모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행복>에서 은희가 영수에게 “같이 살아.”라고 먼저 이야기했던 것처럼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고 내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순간들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정말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많은 걸 경험해보려고 하고요.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답을 구할 수 없어요.
취미로 어쿠스틱 기타를 치고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서 레시피를
배우고 직접 젊은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일을 기획하기도 하는 등 연기 이외의 일에 있어서도 부지런히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배우가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에요. 모든 게 너무나 궁금해요!(웃음) 그러다가 기타 연주는 가장 편하게 즐기는 취미 중
하나가 됐고 심리학이든 예술이든 채식이든 많은 것들이 주요한 관심 분야가 됐죠. 어느 순간부터인가 배우고 있을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하고 내가
살아 있다고 느껴져요. 물론 배우로서의 모습도 만족하고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하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조금씩 비중이 넘어가는 시점을 맞은 것 같기도 해요.
그날을 위해 야무지게 준비를 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나요? 모르겠어요. 진짜 넘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윤여정, 김해숙 선생님들처럼 훗날 오랜 연륜을 갖춘 좋은 연기자가 되어
있을지. 그 어느 쪽도 좋지만 계속 끈을 놓지 않으려 해요. 가장 절실히 해보고 싶은 건 글쓰기 작업인데 시도하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고요. 전시나 무용 등도 굉장히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녀요. 나아가 순수예술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후원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보고
할 정도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 그들을 대중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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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팬츠는 CH Carolina Herrera, 뱅글은 Franciskay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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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와 반지는 Valenciaga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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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스티에 톱은 Fleamadonna
제품.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재개봉해서 잘된 이유에 시사점이 있다고 봐요.
많은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기다렸는데 요즘엔
제작이 안 되거든요.
10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영화가 많았어요. 저도 그때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을 제 필모그래피에
남길 수 있었고 그 점에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후배들은 그런 영화를 만날 기회조차
없거든요.”
<스포트라이트>의 레이첼 맥아담스 역할 같은 프로페셔널
직업인도 좋고요. 그런데 제 기억 속에서 수정 씨는 사랑 받는, 혹은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의 모습이 가장 뚜렷해요. 아직은
주체적인 여성이라기보다는 창작자의 로망이 담긴 뮤즈 같은 여자를 많이 연기한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에 <캐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할리우드도 사실 여자보다는 남성 캐릭터 위주의 판타지, SF, 액션 장르 등의 영화가 훨씬 더 많이 만들어지고 흥행도
잘되거든요. <캐롤> 같은 경우는 그쪽 기준으로 보면 저예산영화예요. 저예산영화에서나 좋은 감독과 배우들이 붙어서 여성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다룰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나도 상업영화에서 여자의 역할이 작아진다고, 여자의 이야기가 없어진다고 마음 아파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가 있다면 저예산이든 독립이든 작품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만들어서 보여드려야 관객들에게 이런 감성,
이런 이야기 어때요, 기다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는 거죠. <이터널 선샤인>이 10년 만에 재개봉해서 잘된 이유에
시사점이 있다고 봐요. 많은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기다렸는데 요즘엔 제작이 안 되거든요. 10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영화가 많았어요. 저도
그때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에 그런 영화들을 제 필모그래피에 남길 수 있었고 그 점에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후배들은 그런
영화를 만날 기회조차 없거든요. 생각해보면 케이트 블란쳇 같은 배우도 상업영화에서 맨날 큰 역할을 맡는 건 아니에요. <신데렐라>같은
영화에서는 임팩트 있는 조연이 되기도 하고, 저예산영화에서는 본인의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연기를 펼치듯이 저를 포함한 우리 여배우들도 그런
방향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상업영화와 저예산영화가 같이 만들어지면서 밸런스가 유지되면 영화 산업 전체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인 거죠. 왜냐면 저 진짜 영화 좋아하거든요. 영화를 너무
사랑해요.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영화 <시간이탈자>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작품인가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목격하고 구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어요. 거기서 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가 저예요.(웃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워프 소재는 요즘에는 기획도 많이 되고 이미 드라마에서 활용되기도 해서 대중적으로 접근이 많이 된 상황이라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관객들이 어색해하지 않고 빨리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재미있긴 했어요. 두 시대를 오가면서 그 시대의 공기를 만끽하며 연기를 하는 재미가 상당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곽재용 감독님께서 실로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찍으시는 현장이잖아요. <클래식>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독님 특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표현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들었어요. 멜로의 감성이 영화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두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구해내는 스릴러이기 때문에 추적 신도 많이 나오고 서스펜스가
있어서 그런 점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스릴러와 멜로의 결합처럼 솔직히 복합장르를 볼 때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해요. 어떤 이야기라기보다 기획 상품 같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멜로 장르를 무척 좋아해요. 로맨스, 사랑이라는 것만큼
우리가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없거든요. 그런데 정통 멜로는 점점 관객들에게 인기가 없어지는 현실이다 보니 이렇게 복합 장르로 많이
기획되는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조금 느슨하게 가질 필요는 있다고 봐요. 제 바람은 <시간이탈자>가 잘돼서 조금 더
다양하게 멜로의 감성이 여러 장르에 흡수돼서 관객들에게 흥미를 일으키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끊이지 않고 나오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캐스팅이 절묘한 것 같아요. 수정 씨는
물론이고 1983년의 남자와 2015년의 남자가 그 시대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웃음) 그러니까요. 정석 씨는 이상하게 과거와
참 잘 어울리는 고전적인 매력의 배우예요. 감성도 그 시대에 아주 잘 맞고요. 그런가 하면 진욱 씨는 2015년의 형사에 제격인 모습으로
나오죠. 어떤 조합으로도 ‘케미’가 정말 좋았어요.
이렇게 마주 앉으니 생김 자체가 무척 동안이에요. “저 보기보다
나이 많아요. 저한테 반말하면 안 돼요.”라고 했던 은희가 생각 나요. 문득 지금의 나이가 수정 씨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집니다.
30대 후반이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물어봐요. 그런데 저는 30대는 온전히 저 혼자 즐기고 싶어요. 이기적인
마음이죠? 철저하게 나에 집중해서 살다가 40대 초반에 동반자를 만나서 앞으로의 인생을 같이 꾸려나가면 어떨까 싶어요. 왜냐면 30대야말로
여자에게 가장 좋은 나이거든요. 누군가와 공유할 수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투자할 수도 없는 값진 10년. 세상도 보이고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편안한 나이, 욕심도 야심도 잠재우고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는 나이. 30대가 그래요. 그러니 조금만 더 30대를
즐길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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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과 스커트는 Etro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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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스커트는 Stella McCartney, 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헤어/ 손혜진 메이크업/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