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임산부들의 태교(胎敎)를 아주 중요시 했다.
특히 만물감화설(萬物感化說)을 믿은 당시에는 보기 흉한 동.식물을 식재료
로 한 음식들을 금기시 한 습속이 지금까지 내려오는데, 예를 들어 임산부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오리를 닮는다 든가 꿀을 먹으면
벙어리 아이를 낳는다. 문어고기를 먹으면 뼈없는 아이를 낳는다고 믿어 왔
다.
이런한 금기식품들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여부
를 떠나서 일단 임신을 하면 올바른 품성을 지니도록하는 마음 가짐과 임
산부와 태아(胎兒)를 위해 음식을 가려 먹도록 하였다.
특히 일반 사대부가의 여인이나 궁중에서 왕비가 임신을 하면 소나무는 목
(木)의 기(氣)를 갖인 나무로 간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해주는
기운을 가진 나무라해서 소나무 밑에 앉아 있거나 거닐면서 거문고등 저음
의 악기를 동원해 장엄한 솔바람소리를 재현한 아악(雅樂) "풍입송(風入松)"
을 들으며 솔바람 태교를 했다고 한다. 토방에 솔잎을 쌓고 방을 덥혀 솔잎
에서 송수(松水)를 증류시켜 그 속에 들어가 솔찜질을 하므로 소나무의 강인
한 힘으로 잡병을 물리치고 살결을 곱게하며, 솔향(松香)이 몸에 베게 할뿐
만아니라 뱃속의 아이가 소나무처럼 절개가 곧아진다는 정신적 효과까지 소
나무에서 얻어 낸 것이다.
궁중에서 임신한 왕비에게 진상한 태교음식
1, 소나무에서 바르고 강인한 기운을 얻다.
추석의 대표적인 시식(時食)인 송편을 올벼를 빻아 빚은 것을 오려송편
이라고 한다.
이 오려송편(松餠)을 빚을때, 청태햇콩으로 속을 넣고 곱게 빚어 솔잎을 켜
켜로 깔고 찜으로 무늬와 향이 베이도록 하여 맛과 멋을 더해주고, 떡을 찐
후 솔잎이 붙은 그대로 두므로 솔잎속에 함유된 방부제 성분인 터펜타인에
의한 방부효과는 물론 떡과 떡이 서로 붙지 않도록해 보관성을 높이므로 오
래 두고 먹을수 있게 하였다. 이 송편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
고 지기(志氣), 절개,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겨 임신한 왕비는 물론 어린아이
의 백일이나 돌상에 반드시 오색송편을 차려 놓았다.
백일상이나 돌상에 올라가는 오색송편에는 속를 넣치 않은 송편과 속을 채
운 송편이 올려지는데, 여기에는 해학(諧謔)적인 의미(意味)가 담겨져 있다.
속을 넣지 않은 송편은 아이가 나중에 커서 마음을 넓게 가지라는 뜻이고,
속을 채운 송편은 아이가 커서 속이 꽉찬 사람이 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솔잎의 주성분은 테르펜으로 휘발성 성분이고 솔잎에 7^12% 들어 있어 호르
몬 분비 작용을 돕는다.
이 송편은 쌀가루를 이용한 흰송편만 만들지 않고 푸른색의 쑥송편, 모시잎
을 넣은 모시잎송편, 소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갈색의 송기송편등이 있다.
소나무 한구루에서 얻을수 있는 식품으로 송화가루, 송절, 솔잎, 송진, 송로,
송기, 송이버섯, 백복령, 적복령 아홉가지가 있는데, 이중에 5월에 노란 송화
분을 털어 굴물에 타 먹는 송화수, 송화를 꿀물에 버무려 다식판에 찍어낸
소화다식등도 건뇌음식으로 알려지고 있다.
2, 봄기운에 돋아난 자연의 기(氣)와 향(香)을 먹는다.
우리는 제철에 나는 재료를 이용해 시절음식을 만들어 먹으므로 계절에
따라 적응해가는 체질에 영양 뿐만아니라 자연의 기(氣)를 더 해 주었다.
3월부터 5월에 거쳐 따뜻한 봄기운에 의해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이 부드럽
고 약기운이 있어 맛있다하여 궁중에서는 쑥단자(靑艾團子)와 쑥 송편을 만
들어 먹고, 일반 백성들은 이 외에도 쑥굴레떡이나 쑥국(艾湯), 쑥밥, 쑥범벅,
쑥떡, 쑥술등을 만들어 먹고 음식외에도 쑥뜸질이나 쑥을 태워 해충이나 잡
귀를 쫓았다고 한다.
봄에 말려둔 마른쑥 한포대와 이 빠진 된장항아리 하나만 있으면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한 청빈한 옛 선비의 말도 있드시 쑥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겨
있는 구황음식이기도 했지만 우리네 삶에 좋은 필수품이었다.
3, 왕비의 보양식 순무씨죽
순무는 강화, 김포, 황해도 연백의 특산 작물로 강화에는 삼국시대부터
들어와 재배되어 강화순무가 궁중에 진상되어 고소하고 겨자향이나는 독특
한 맛이 나는 순무로 김치를 담그어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다하며, [명의별
록]에 "순무는 오장(五臟)을 이롭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며 기를 늘리는 식품
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옛부터 임산모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순무씨 죽을 쑤어 먹게 했고, 궁중에서
도 순무시를 삶아서 말린후 다시 삶아 말리기를 3번 거듭하여 가루내어 쌀
과 함께 죽을 쑤어 임신한 왕비에게 올린 태교음식이었다.
그 외에도 찹쌀, 보리, 좁쌀을 3번 5번, 9번씩 삶아 말려 가루를 내 선식(仙
食)을 만들어 임신한 왕비나 병환중인 왕대비에게만 공급하는 기음식이었다.
순무잎은 시금치의 5배가 넘는 비타민C가 함유 되어 있어 생즙으로 마시면
좋고, 순무김치를 담글 때 고수를 꼭 넣어 버무렸다고 한다.
한편 입덧에는 순무짠지, 순무짠지무침이 좋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4, 두뇌를 총명하게 해 주는 죽순요리
임신한 왕비에게 죽순과 해삼, 전복을 넣어 조리하여 진어하기도 했고,
죽순, 송이버섯, 박, 상추, 왕새우 말린 것을 참기름에 볶아서 후추로 양념한
요리와 기름에 볶지 않고 한지에 두 번 싸서 황토를 발라 구워서 요리 하는
방법도 있었다. 죽순속에는 티로신이라는 뇌를 보강해주는 성분이 들어 있
어, 태아의 두뇌를 총명하게 해 준다고 한다.
이렇듯 죽순은 뽕열매인 오디와 뽕어린잎과 함께 선식으로 통 했다.
전복은 태아의 시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해서 태교음식의 죽순요리에는 필
히 전복이 들어 갔다고 한다.
전복을 석결명(石決明)이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전복을 먹고 태어난 왕자는
시력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꿀에 재워둔 밀전(蜜煎)죽순은 왕비의 간식이었
다.
특히 해산물인 해삼, 멍게, 그리고 뼈까지 검다는 오골계에는 성장기에 필요
한 바나디움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데, 궁중에서는 오골계 배안에 해
삼, 멍게, 마늘, 후추, 3증 3포한 찹쌀, 대추를 채워 넣고 백숙으로 고아 임신
한 왕비에게 드렸다고 한다. 예전에 이러한 바나디움 성분의 함유를 알고
조리한 것은 아닐것임에도 궁중에서 임신한 왕비의 태교음식으로 요리해 진
어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옛부터 사위가 처가에 오면 씨암닭을 잡아 대접했지만 왕가(王家)나 정승집
에서는 씨암닭대신 가을무를 채 썰어 무쇠솥에 깔고 쌀을 얹어 물을 붓고
끓을 때 돌굴을 넣고 뜸을 들인후 양념으로 비빈 돌굴무밥을 대접했다고 하
며, 궁중에서는 돌굴밥을 지어 임신한 왕비에게 가을, 겨울에 제공되는 태교
음식이었다고 한다.
5, 붕어요리는 궁중연회음식, 잉어요리는 태교음식이었다.
붕어요리는 궁중연회상에 오르고, 잉어요리는 임신한 왕비의 태교음식으
로 진어 되었다고 한다.
잉어의 눈만 고아서 먹으면 산모의 젖이 많아지고, 잉어를 달인 엑기스에는
18가지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옛부터 보양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잉어나 붕어의 내장을 빼고, 전복, 석이버섯, 해삼, 잣을 양념하여 뱃속에 채
워 넣고 실로 꿰맨다음 한지로 두겹을 싸맨후 황토를 발라 구이를 하면, 열
을 받은 황토에서 적외선이 방출되어 기가 강해지고 독성분을 풀어주어 맛
이 뛰어 나다고 한다.
잉어는 한강 광나루에서 행주사이에서 잡히는 것을 제일로 쳤는데, 여주산
잉어를 진상받아 요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궁중에서 잉어와 닭을 함께 고은 것을 용봉탕(龍鳳湯)하여 역시 보신음식으
로 즐겨 해 먹었다.
잉어는 반드시 살아 있는 것을 쓰는데, 꼬리를 베어 피를 뽑은 후 요리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붕어와 잉어요리에는 설탕, 아욱, 마늘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6, 임산부가 석이버섯을 먹으면 장사(壯士) 아기를 낳는다.
석이버섯을 흑지(黑芝) 또는 석지(石芝)라고 한다. 이 석이버섯은 공해가
없는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등 절벽 바위에 붙어 자라는 버섯으로 한번 포
자가 떨어지면 100년이 지나야 식용이 가능한 상태로 자란다고 한다.
어느 별장이 석이버섯 잡채를 맛있게하여 현종임금의 기력을 강화시켜 참판
벼슬로 승진한 일화도 있다.
조선조 궁중연회에서 빠지지 않던 요리가 석이버섯으로 만든 석이단자이며
임산부가 석이버섯을 먹으면 건강한 장사아기를 낳는다하여 이 석이단자는
임신한 왕비의 태교음식중에 하나였다.
7, 임신한 왕비의 간식 강정과 유과
궁중에서는 물엿으로 콩강정과 검정깨강정을 만들거나 약과(油蜜菓)를 만
들어 임신한 왕비의 간식으러 제공하였다.
두뇌를 총명하게하는 성분인 레시틴이 많이 들어 있는 당분인 맥아당의 기
초가 바로 엿기름이다.
이온교환법으로 만든 최근의 물엿이 아니라 옛날 전통의 방법으로 고은 재
래식 조청을 말한다.
이 물엿으로 궁중에서는 콩강정과 검정깨 강정을 만들어 임신한 왕비의 간
식으로 진어하였고, 하루 세끼의 식사시간 이외에 식혜마시기와 물엿먹기를
해야 했다. 물론 이는 태교음식인 경우고 해산을 한후에는 식혜가 젖을 삭힌
다하여 금기시 해 왔다.
이 강정 이외에도 보리가루에 황해도 연백산 찹살가루를 섞고, 오대산의 목
청(꿀)이나 석청(꿀)을 넣고 진유(眞油:참기름)를 넣어 반죽하여 약과판에 찍
어낸 약과를 기름에 튀겨서 꿀에 재웠다가 왕비의 간식으로 제공하기도 하
였다.
8, 대교음식의 중요성
조선시대 궁중의 태교음식은 영양적인 면이나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
이 현대의 태교음식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궁중에서 태임한 왕비에게 진어하는 태교음식은 우선 태아와 산모의 건강은
물론 출산후 유아의 두뇌발달, 성격형성, 성장발육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
하여 조리했다고 하는 사실이다.
우선 태교음식은 태내환경과 태아의 IQ형성을 위한 충분하고도 균형잡힌 영
양공급이며, 각종 오염물질에 의해 노출된 식재료를 통한 독성물질의 차단이
다.
그리고 대자연의 살아 있는 정기를 받아 들이는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요
리한 제철음식을 먹는데 있다.
조선왕조 왕비들의 태교음식의 예를 들지 않드라도 환경오염이나 인스탄트
식품이 우리 식탁의 많은 비율을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산부들의 태교
음식은 태아를 위해서나 임산부 자신을 위해서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 효지 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