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해파랑길 이후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던 영남 알프스 둘레길...
그 속으로 파고들어가서 품에 안겨보긴 하였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잘 몰랐기 때문에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을 중간에 넣어두고 그 전체 진면목을 살펴보며 내가 올랐던 곳들을 다시 보고 가보지 못했던 산들도 올라보면서 또한 사람들이 넘어다녔던 엣 흔적들을 찾아가보기로 하고서 작년 9월 29일 홀로 첫 발걸음을 통도사 일주문에서 떼어 북으로 향하던 것이 엊그제 같건만, 이제 오늘은 380km에 달하는 20개 구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통도사 일주문에 서게 되는 날입니다...
날은 무척 흐려서 비예보도 있었지만 걷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서둘러 준비하여 해운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시 15분 언양행 버스를 타고 양산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5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각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김밥집을 찾아 김밥을 사고 라면도 사서 인근 이마트 뒤편의 양산환승버스 주차장으로 가봅니다...그런데, 버스에 따라 출발하는 정류소가 다릅니다...우리가 탈 내석행 10번 버스는 이마트 쪽이 아니라 양산역 1번 출구 강변쪽입니다...
길맞은편 정류소는 10번 버스가 내리는 곳이고 이 정류소에서 탑승해야만 한답니다...
실시간 버스도착표에도 안타나던 10번 버스가 정시인 8시 35분 불쑥 나타납니다...깜놀!ㅋㅋㅋ
그렇게 한참을 달려 지난번 마무리했던 외석 양산대대 정류소 좌삼초등학교 앞에 하차합니다...
원래는 저 위쪽으로 해서 연구대 앞을 지나 대자암 갈림길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연구대도 봤고 별볼일 없는 길인지라 외석마을을 가로질러 바로 가기로 합니다...
어느새 접시꽃도 피고...이제 초여름으로 접어드나 봅니다...
구름이 자욱한 가운데 염수봉과 오룡산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외석마을회관과 당산나무를 지나 마을을 관통해서 올라가니 이 공장이 보입니다...
여기서 길은 우측으로 꺾어져 뒷골로 향합니다...
어느 집안의 재실인 듯한 세정제를 지나 바로 좌측으로 꺾어 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산길 초입에는 싱그러운 아카시 꽃들이 활짝 피어 향기를 휘날리고 있습니다...
저 옹이튼 소나무 뒤편 좌측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오늘의 본격적인 걸음의 시작입니다...
시원하고 조용한 편안한 육산의 조붓한 산길입니다...
자그마한 지계곡을 건너 오솔길이 죽 뻗어 있습니다...
뜻하지 않게 대나무숲도 지나갑니다...
그렇게 한 20분여를 올라가면 능선에 다다르는데, 이 능선길은 MTB들이 시합용으로 쓰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측으로 꺾어 다시 10여분을 올라가면...
이렇게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이 길 역시 산악자전거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좌측 임도를 따라 걷다가 임도에서 빠져나가는, 삼감마을 내려가는 길을 찾아 내려가야 하는데 괜히 욕심이 나서 빨리 질러가는 길을 찾아보려고 우측 자전거길을 향해 올라갔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정작 기준이 되는 송전탑은 만났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임도를 찾지 못해 자전거길로 가다 하필 붉은 화살표 2개와 3개짜리 가파른 다운힐길을 만나 미끄러지듯 힘들게 내려오는 고생을 하였습니다...ㅠ
다행히도 통도MTB 옆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서 20구간을 진행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일단 삼감마을까지 내려가야 19구간이 마쳐지고 다시 마을회관 지나 첫 골목길로 올라와 이 통도 MTB를 거쳐 임도로 올라서야 하지만 우리는 19-20구간을 이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볼것 없는 삼감마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필요성을 못느껴 여기서 바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삼감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은 통도MTB 앞을 지나쳐 올라갑니다...
옆의 시설은 업 앤 다운 연습장인듯...
앗! 그런데 사슴축사를 지나자 길이 막혀져 있고 그 뒤로는 양켠에 측백인지 향나무인지 묘목이 죽 심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이 임도를 없애고 원상태로 복원하려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구간은 그리 길진 않고 이렇게 사태가 날 듯한 곳 앞까지 약 200m 가량만 복원하려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뜻밖에도 다운힐 최난도 붉은 화살표 3개가 붙어있는 자전거길 구간이라는데, 이걸 어떻게 내려오는지...?
궁금합니다...
여기가 전망바위입니다...
전망도 좋지만 이미 시간이 12시가 넘어 저 바위 아래 편평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
식사후 길은 약간 오르막이더니 이후로는 슬슬 내려갑니다...
곳곳에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경치가 대단합니다...
길도 길이지만 멀리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이렇게 아래서 볼수 없는 영남알프스와 인근 산군들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두 개의 긴 바위가 서로 포개진 듯한 모습의 희안한 모습...
우리는 핫도그 바위라 불렀는데, 내용물은 좀 부실합니다...ㅎㅎㅎ
이후 길은 쑥 고도룰 낮추어 모 기숙학원을 지나 법수사 갈림길로 가게 됩니다...
법수사 절 자체는 무슨 역사적인 사찰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로 아래 마을인 삼수마을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곳입니다...
고려 공민왕때 벼슬에 나아가게 된 이전생이란 사람은 이곳을 지나던 중 여기가 매우 좋은 땅임을 직감하고 양산부원군이 된 다음 이곳으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게 되었는데, 바로 그 첫 집터가 이 법수사였다고 합니다...
그는 슬하에 세 아들을 두었는데, 각각 징석, 징옥, 징규였고 어릴적부터 똑똑하면서 무예에 힘써 하루는 학당에 다녀오다가 도둑 50여명과 만나 그들을 몽땅 때려눕혔다는 일화가 있지요...그리고 그들은 모두 커서 무과에 합격하여 조선초기에 장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마을의 이름이 바로 삼수, 즉 세 명의 장수를 뜻하는 바가 되었으며, 그의 아버지였던 이전생이 양산부원군이어서 이 고을 전체의 이름이 오늘날의 '양산'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법수사 아래 자그마한 토담이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삼수마을입니다...
멀리 천성산이 구름 속에서 그 두 봉오래의 모습을 드러내줍니다...
길은 도로와 만나 잠시 아래쪽 삼수하리 마을회관앞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길건너편 삼장수 유적지로 향합니다...
삼수상리 마을 입구에는 이렇게 삼장수의 기념비석이 서 있습니다...
마을길 골목으로 들어서면 삼수상리 마을회관 옆에 이렇게 세 장수가 이곳의 산신으로 모셔지는 당산이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세 장수가 태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이들 가운데 둘째인 이징옥은 세조에 의해 김종서 장군이 참혹하게 피살되자 단종의 복위를 위해 자신이 있던 함북도의 여진족을 규합,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며 반란을 꾀하였다가 죽임을 당했지요...
이렇게 멋들어진 집들이 이 근처에는 즐비합니다...
천성산이 바라다보이는 마을 맨 끝 언덕을 따라 소나무가 운치있는 길이 마을 밖으로 뻗어 이습니다...
마을을 나오면 길을 건너 들판길을 걷는데, 이것이 참으로 멋진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미 이렇게 모내기가 끝난 곳도 있고...
끝없이 펼쳐진 푸르른 당근밭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때깔이 그닥 예쁘진 않지만 자운영도 이렇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농로를 지나니 초산마을...농협사업소를 돌아 도로로 올라서서 조금만 걸으니 이렇게 멋진 쉼터가 있습니다...
이 쉼토는 이제 영남알프스 둘레길의 마지막 쉼터가 될 듯합니다...
앉아서 커피 한 모금과 시원한 물을 마시며 제법 아파오는 발을 쉬어봅니다...
쉼터 맞은편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들락거려 보니 한정식집을 겸한 갤러리입니다...
입구의 조형물이 재밌군요...피노키오의 코 위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ㅎㅎㅎ
다시 마지막 걸음을 옮겨봅니다...
하북교 다리 앞에서 좌측으로 천변을 따르니 여태껏 이곳을 찾아와도 볼 수 없었던 운치있는 길이 지산마을로 이어집니다...
이제 영축산과 신불산의 봉오리들도 잠시 구름을 벗어나 우리를 환영하듯 반겨주고 있습니다...
천변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영모정이란 재실이 나오고 그 맞은편으로 이렇게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멀리 통도사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해탈교가 보이니 이제 다왔나 보네요...
드디어 통도사 일주문에 도착!!!
만세를 외치니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모르고 깜짝 놀랍니다...ㅎㅎㅎ
이렇게 해서 이런저런 사연들을 남긴채 영남 알프스 둘레길의 기나긴 대장정이 막을 내리게 되어습니다...
그간 성원과 격려를 해주셨던 모든 분들과 특히 함께 걸어주셨던 분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다음은 어디를 걷게 될까요...? 아름다운 걷기는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위와 같이 걸었습니다...
윗 지도의 푸른 굵은 선과 아래지도의 붉은 선을 따라 마지막 구간들을 완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점심식사때 마셨던, 우리나라식 캔와인이 아직도 생각나네요...ㅎㅎㅎ
수고하셨어요 ^^
감샤...ㅎㅎㅎ...오늘 성벙되셨는지?
@남저 옙 성벙입니당~ 지금 2차중이내요 ^^
감축드리옵니다. ^^* 380km의 대장정을 완료하셨군요. 양산의 지명 유래도 알게되고, 푸르른 당근밭도 첨 봅니다. 피노키오(?) 조형물도 잼나구요. ㅋㅋ. 덕분에 영남 알프스 둘레길 잘 감상하였습니다. ^^*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죠...ㅎㅎ
축하드립니다...군데군데 아는데도 보였고 눈으로 같이 잘 걸었네요...^^
이쪽은 잘알려진 곳이니...ㅎㅎㅎ
축하드립니다. 다니신곳에 한 자락도 함께 못해 아쉽지만,,, 올려주시는 포스팅으로 늘 즐거웠습니다. 다음 발길은 이제 어디가 되실지요?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5.17 14:28
완주 축하드려요^^
허잇! 감사합니다...ㅎㅎㅎ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
므찌십니다!
고맙습니다...걷는 연습 잘해서 같이 갑시다...ㅎㅎ
@남저 넵~^^
역시!! 남저님 대단 하심니다.^^
별말씀을...ㅎㅎㅎ
드뎌 밀양을 마감하셨군요 ㅎㅎ 지속성 완성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밀양다음 양산까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