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직전, 1999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10일 일정의 패키지 여행을 어머니와 같이 갔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서 이태리 로마에서 끝나는 짧은 여정이었죠.
1. 파리에 도착하여 만난 도도한 현지 가이드의 옵션 강요에, 이번은 안속는다는 어머니와 저의 결심도 잠시...80~100$정도를 내고 파리 유람선과 에펠탑 관람을 신청했죠. 다들 아시겠지만, 파리는 한국보다 8시간 늦게 시간이 흐르니 여행 첫날은 32시간입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의 유람선을 탄 시각이 저녁 8~9시, 한국에선 새벽 4~5시쯤이죠. 투명 유리에 씌워진 유람선 맨 앞줄에 앉은 저를 포함한 우리팀은 추위에 떨며 앉자마자 졸았습니다.
에펠탑으로 자릴 옮겼을 때는 피곤하고 졸려서 죽을 맛이었죠. 파리의 멋진 야경이 아니라 추위에 떤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2. 디종에서 루째른으로 이동하는데 얼마나 차가 막히는지 새벽 2시에 졸면서 저녁 먹었었지요.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의 루째른 ...그 예쁜 모습을 영원히 못 잊을 겁니다.
3.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데도 역시나, 교통이 너무 복잡해서 저녁 8시에 점심 먹었습니다. 피렌체 관광은 저녁 야경으로 끝났습니다.
4. 로마에 도착하니,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네요. 맘 맞는 언니 둘과 외국인 수녀님께 얻은 크리스마스 미사 초대권을 들고 몇만이 모인다는 바티칸 시궁의 광장에 자릴 잡고 20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미사를 밤 9시부터 기다렸지요.
같이간 언니중 한명은 감기가 너무 심해 따뜻한 화장실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11시가 되기 전에 자릴 비웠습니다. 남은 우리들도 12시 정각에 미사가 시작되자 추위에 지쳐버렸습니다.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중앙단까지 걸어나오시는 교황의 너무나도 느린 발걸음에 .... 겨우 시작한 미사를 포기하고 화장실에 가 있을 언니를 데리러 갔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서 그 언닌 아직도 세명쯤을 남기고 건물 밖에서 콧물을 훌쩍이고 있더군요.
어쩔 수 없는 무리한 일정이라 쇼핑한 시간도 없었고, 루브르 박물관도 1시간 내로 관람해야 했지만...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여행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