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개인별 대출을 더 조이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연간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내년에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올해보다 1~2%포인트 낮은 4%대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개인별 DSR 한도가 40%(제2금융권 50%)로 낮아지고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이 기준을 적용한다. 정부는 "갚을 수 있는 소득 범위 내에서 빌리는 관행을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전세대출과 중도금대출을 DSR 산정에서 제외해 실수요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정부가 사실상 대출총량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DSR 적용 대상을 늘리는 방식이다. 현재 DSR 적용 대상은 전체 대출자 2000만명의 12% 수준이다. 내년 7월에는 30%에 육박하며 약 600만명이 DSR 규제를 받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부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해 1800조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한국처럼 증가율이 두 자릿수인 곳은 거의 없다. 가계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관리에 나설 필요는 있다.
하지만 총량에만 매달리는 정책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총량 규제로 은행 대출이 막히면 당장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금리가 높아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에 수요가 몰려 풍선효과가 생기면 정부는 또 다른 규제를 내놓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소득이 낮은 청년과 서민층의 내 집 마련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은행의 자율성을 저해해 시장 비효율성과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출자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총량 규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며 개인 상환 능력 등을 감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