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늦게 딸내미가 내려왔다.
엄마 아빠랑 동생도 보고 싶고,
덤으로 숙제를 하기 위해서 왔다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덤은 우리인 것 같았다.^^
녀석의 숙제는 특이한 지형과 암석에 대한 조사와,
본인이 모습이 담긴 현장 촬영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까 의외로 자기가 살던
울산 지역에 특이한 구조가 많더라며,
갈만한 곳을 적어왔으니 나랑 같이 답사하자고 한다.
토요일 아침에 밥숟가락을 때자마자 집을 나섰다.
먼저 흐르는 물에 곱게 다듬어진 언양 작괘천의
작천정 앞에 있는 바위를 찾았다.
바위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계곡에 흐르는 물이
너무 더러워 물가에 앉아 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 다음에는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에 갔다.
암각화 자체는 선사시대에 인간이 돌에
각종 물체의 모습을 새겨놓은 인공물이지만,
그 지역의 돌들이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암각화로 가는 오솔길은 매우 평화로웠다.
다들 어디 갔는지 점심때가 다 되어 가는
한 낮인데도, 지킴이와 우리 말고는 인적이 없었다.
산이건 계곡이건 벌판이건 가리지 않고,
시야에 보이는 것은 온통 푸른색 일색이었고,
저쪽에 무리지어 있는 백로 떼의 모습이 매우 한가로웠다.
오솔길을 걷는데 갑자기 딸내미가 소리를 지르기에
덩달아 놀라면서 발 아래를 보내려다 보니,
짙푸른 색의 비단개구리가 한가로이 노닐다가
제놈 놀란 듯 오줌을 내갈기며,
잽싸게 길가의 풀 무더기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선사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는
그 동안 물밑에 감춰져 있다가, 세상에 알려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길고 긴 세월의 흔적인지, 흐르는 물을
사이에 두고 보는 음각으로 새겨진 사슴, 고래,
사람 등등 온갖 모양들은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는
극히 일부만 보였고, 보이는 부분도 희미하기만 하였다.
아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 찾으면,
햇빛이 암각화를 옆으로 비추기 때문에
음영이 뚜렷해져 선명히 보일텐데...
그 다음에는 범서 선바위...
태화강 상류의 하천 가운데 우뚝 서있어
특이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지만, 강바닥에는
이물질이 잔뜩 끼어 있었고, 흐르는 물 역시
인간들이 의해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그 다음에는 주전 바닷가를 지나 강동 바닷가에 있는
주상절리를 찾았는데, 육각형 모양의 통나무 형상을 한
돌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였다.
보통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자연이 배경으로 들어가지만, 그날만은
주인공이 자연이라 딸내미는 구석에 자그마하게 넣고,
바위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도록 했다.
작은 구슬 만한 둥그런 몽돌 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들이 얼마나 이쁘던지...
한참동안 쪼그려 앉아 보다가 사진도 담았다.
* 강동 해안가의 자잘한 몽돌들
* 파도가 밀려들고 나갈 때마다 사라락 대는 소리를 들어 보셨는지...
* 반구대 계곡앞에서... 웬지 녀석의 눈이 슬프게 보인다.
*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고즈넉한 오솔길에서..
* 저 곳이 바로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곳으로 개울이 가로 막고 있다.
* 암각화에 새겨진 형상을 열심히 찾고 있는 딸아이
* 울주군 범서에 있는 선바위. 얼핏봐서는 구분이 안가지만 선바위 뒤에 태화강이 흐르고 있다.
* 언양의 작괘천. 딸아이가 서 있는 바로 뒤에는 작천정이 있다.
* 강동 해안가에 있는 주상절리. 마치 육각형으로 된 통나무를 눕혀 놓은 듯하다.
* 참 가지런히도 쌓여 있다.
* 주상절리의 구조를 열심히 살펴보는 녀석...
*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 예쁘기도 하다.^^
* 이곳에 앉아 파도도 보고 저 멀리 가는 배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