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발 사건>
대학 2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큰 비가 온다는 뉴스에 통발 몇 개를 물목마다 설치했다
참고로 비가 올 때는 통발 아가리를 거꾸로 설치한다
왜냐하면 고기가 거꾸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예보대로 큰 비가 왔고 평소에 낚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저녁을 먹고 생전 처음으로 낚시에 도전했다
물레방앗간 밑에 대나무 막대기에 낚싯줄을 매달아 지렁이를 미끼로
집어넣으니 1초도 안 되어 메기가 덥석 무는 게 아닌가
낚아 올리는 게 아니라 메기의 힘에 놀라서 뒤로 던지면
20센티 정도의 메기가 잡히는 것이었다
불과 십 분만에 이십여 마리를 잡았으니 초보 낚시꾼의 쾌거였다
더 잡지 못한 건 미끼가 다 떨어졌으니 잡을 수가 없었다
지렁이를 더 만지고 싶지도 않았고....,
문제는 이튿날
통발을 수거해서 들통에 푸는데 두 번째 통발에 물고기 대신
커다란 뱀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통발을 풀자니 뱀이 덤벼들 것 같아 풀지도 못하고
그러기를 삼십 여분 정말 뾰족한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가 작대기를 준비하고 친구 더러
조심스레 통발을 풀어 보라고 하니 이 친구도 겁을 먹어
통발을 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이래저래 시간만 보내다가 내가 통발을 풀었다
그리고는 걸음아 날 살리라고 도망가니 뱀이 따라오지를 않는다
내가 잡아 놓은 물고기를 그놈이 다 먹어치우는 줄 알았으니
그리하여 다시 살금살금 접근하니
여전히 그 뱀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보던 뱀과는
모양새가 달라 더욱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뱀은 길이가 긴데 이놈은 짤막한 게 금방이라도 점프하여
뛰어들 것만 같아 잔뜩 겁을 먹고 있는데
꽁무니를 빼고 더 긴 작대기를 찾아 건드려 봐도 쉽게 달려들지를 않으니
더 겁이 났다 나를 노리다가 한 방에 덥석 물것 같았기에,
그러기를 또 한참
지나가던 이웃집 노인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나는 짤막한 뱀에 대해 설명했고 노인이 통발로 다가가더니
그 뱀을 덥석 잡는 게 아닌가? 그때 그 노인이 얼마나 존경스럽던지
그리고는 이거 뱀 아니고 가물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때 가물치를 처음 보았고 가물치도 뱀의 일종으로 알았으니
그리하여 가물치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나 놀란 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 민물고기 파는 데를 지나가면
아직도 가물치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첫댓글 ㅎㅎㅎ...그가물치 그시절이라 오염이 안돼어 참 영양가 있을텐데...ㅎ 저는 어릴때 알았어요 딸부잣집이라 저부터 동생까지 엄마가 가물치 열심히 드셔 아들낳으라고 하지만 끝내 딸이였지요...ㅎ
요즈음은 낚씨해도 가물치 잘 없어요. 그만큼 환경이 오염되었다는 뜻이겠지요. 언덕님은 겁이많은 친구들중 그나마 용기있으셨나봐요.ㅎ 가물치가 몸에는 참 좋다든데요ㅎ
언덕님의 추억은 싱싱한 자연속에서 길어오시는것같네요..지금도 자연과 벗하시는것 같아 부럽습니다. 제아이들에게 자연과 벗함을 나누어주지못하는 아쉬움이 크네요.재미있는 추억에 절로 미소 머금어지네요
가물치를 참 늦게 알았지요 역시 아는 것이 힘입니다 세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