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찾기)
어제는 '정비의 날'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은 정식 여정이 되는 이틀째인데,
첫잠에서 깨어난 한밤중부터 나는 오늘의 여정 계획을 세워야만 했다.
찜질방에서 핸드폰 전원을 충전하면서 미리 지도를 다운로드(와이파이 존에서) 받아놓아야 했기 때문인데,
그래야 길잃기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내 계획은, 여기 충주를 출발해 '충주호'를 거쳐 '단양'에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그게 '최단 거리'이자, 호수를 끼고 가기 때문에 경치도 아름다울 터라,
다른 경로로도 뜨긴 하던데, 내가 원하는 코스는 아래와 같았다.
그런데 네이버 상의 '길찾기' 지도로는, 내 의도와 부합되게 나오는데(아래),
정작 가장 중요한 '맵스미' 지도상으로는(아래. 실제로는 이 지도를 참고로 하면서 달려야 하기 때문), 충주호 북쪽 코스가 그려져 나왔고,
그래서 남쪽 중간 지점으로 '도착지점'을 변경해서 남쪽으로 가려고 해도,
위 네이버 코스와는 달리, 그 아래의 구불구불 '자전거 도로'로만의 지도가 나와서,
중간의 지름길은 국도의 갓길을 타고 가도 될 텐데, 왜 자꾸만 빙빙돌아가라는 거야? 하고 짜증까지 내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나는 호수 풍경도 좀 보면서 가고 싶은데, '맵스미' 지도상으로는(위) 호숫길은 하나도 없이 맨 내륙으로만 가는 길이어서,
에이, 그냥 남쪽으로 가지! 하고 내 임의로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두기까지 했는데......
그게, 그러니까 '맵스미' 지도가 옳았다는 걸 알아채는 건, 출발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래 지도를 보면(아래),
녹색방향으로 가려던 내 의지는 잘못 된 코스였다는 것인데, 특히 중간의 붉은색 구간은,
내가 자전거로 갈 수조차 없는(갓길도 없는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달리는 아주 위험한) 국도였던 것인데,
그걸 사전에 알 수 없었던 나는,
결국 이 일로 인하여 이 여행의 모든 일정이 뒤바뀌는 결과를 맺고 말았다.
그러니까, 충주 도심에서 출발했던 나는(위 지도 하얀 선),
도심에서부터 길을 잃어 한 시간 여를 헤맸고, 제 길을 찾은 뒤에도 여전히 붉은 선으로 가려고 현장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도무지 안 되겠기에(교통사고 날 것 같아) 되돌아나와, 그 아래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지금 이 얘기는, 그 결과를 먼저 알린 것으로, 이 날의 내 여정은 출발부터 꼬이고 있었다는 말이고, 지금부터 그 얘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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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기분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아니, 안개인지 안개비인지가 끄물끄물 내리는 우중충하고도 습한 아침이었다.
그런데 쉽게만 생각했던 도심을 빠져나오는 길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던 나는, 도심에서 거의 한 시간 정도를 헤매느라 아침부터 진을 빼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제 길을 찾을 무렵엔(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아래),
이미 몸이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그때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이제 제 길로 들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정작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달리게 되면서,
위 사진 정면으로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대신, 한가로운 길로 가겠다는 현실감 없는 생각으로 직진을 했는데,
그 길을 한참을 타고 오르막까지 올랐더니 한 마을이 나왔는데, 길은 그 마을에서 끊긴 거나 다름없고(국도와 만났지만), '지름길'로 보였던 도로는,(처음엔 그래도 그 쪽으로 가겠다고 신호등까지를 건너긴 했는데)
4차선 국도였지만 갓길도 없었고 차량들이 어찌나 많고 씽씽 달리는지,
이 길을 타는 건 곧, '자살행위'구나!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 그래서 '맵스미' 지도가, 날더러 이 길은 안 된다고 계속해서 우회하는 화면만을 띄워댔었구나! 하고 그제야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그러다 보니 차라리 그런 '맵스미' 지도가 고맙게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 길로 가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지도를 탓하며 내 멋대로 움직였던 거니까.
그렇지만 어쨌거나 나는 힘들게 올라왔던 오르막을 내려 돌아가야만 했다.
아침부터 벌써 몇 번을 헤매는 거야? 하는 억울함이 앞섰는데, 6시 경에 나왔는데 어느새 9시가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 오늘 일정이 심상치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어제는 맑음, 오늘은 흐림'이었던 것이다.(그 전날 여러가지로 재수가 좋았고 즐거웠던 것에 비해, 오늘은 뭔가 시작부터 계속 안 좋은 식으로만 흐르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이제 또 '남한강 국토 종단길'을 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용하고 경치가 좋기는 했다.
그렇지만 벌써 몇 시간 째 헤매느라 진이 빠졌던 나는, 흥이 오르지도 않았다.
더구나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하기만 해서, 그저 생각도 없이 페달만을 밟다가 오르막이 나오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식으로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빼어난 산세와 강이 어우러진 풍광이 점점 아름다워져서,
결국 '수주 팔봉'이란 곳에서는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경치도 구경하고 뭔가 요기도 할 겸......
그런데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나는,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거기에 멈춰, 찜질방에서 채워온 물도 마셨고, 초콜릿도 하나 먹었다.
(이른 아침에 나오다 보니 먹을 거리를 살 수도 없었고, 또 요즘엔 뭔가 사가지고 다니면 날씨가 더워서 쉬 상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경치를 구경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할 수밖에 없었고(벌써 길에서 잃어버렸던 시간이 얼만데 느긋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
무거운 몸으로 다시 출발을 해야만 했는데,
한참을 가다 다리를 건너 달리다 보니,
조용한 산촌의 초가을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푸근해지는 마음으로 그런 걸 사진에 담기도 했는데,
길을 따라 또 가다 보니, 아까 그 '수조 팔봉'을 빙 돌아 그 반대편으로 가는 코스였다.(아래)
그러면서 이제는 '수안보' 온천 주변으로 '월악산'자락에 본격적으로 들아가는가 보았다.
그런데 오르막 내리막을 두어 차례 반복하다 또 길을 잃어,
오늘 왜 이런다지? 이러다 해 지기 전에 '단양'에 도착하지 못하는 거 아냐? 하는 불안함이 생기고도 있었다.
아무리 산길이라고는 해도 사실 오늘 여정도 그리 멀다고 볼 수는 없었는데, 그래서 느긋하게 저녁 무렵엔 목적지에 도착할 줄로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낌새가 이상해지면서(헤맨 게 너무 많다 보니) 기운만 빠지고 해놓은 건 별로 없는 꼴이었던 것이다.
어제는 잘 먹었지만, 그게 오늘로 이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고 아침부터 쫄쫄 굶은 채 나는 그저 지루한 길을 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내가 '단양' 방향으로 가는 국도(지방도)를 타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배는 고프고 기운도 빠진 상태로,
어딜 가서 뭔가를 사 먹어야 할 텐데...... 하면서 페달을 밟고는 있었지만,
그러다 이번엔 또 국도를 탈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거기엔 갓길이 있어서...
차가 뜸할 때만을 골라 갓길로 정신없이 달리다, 뒤에서 차 소리가 들리면 멈춰 섰다가 또 달리는 식으로, 약 몇 Km정도는 그렇게 달려,
결국 '단양' 방향으로 빠지는 36번 국도를 만나게 되었다. (아래)
그런데 이 길은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 내리막이 수도 없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사람을 여간 지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물론 내리막은 좋지만, 금방 끝났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다 보니 짜증만 가중되고도 있었는데,
주변은 본격적인 '월악산'자락인지, 호수도 보였고 산세도 험해지고 있었지만,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그저 묵묵히 달리거나(내리막) 자전거를 끌고 오르기를(오르막)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뒤쪽(아래 사진)이 월악산인가 보았다.
이젠 허기가 져 어딘가에 가서 뭔가를 사 먹어야 할 텐데,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것도 내 입이 짧아서 생긴 현상이었다. 아무 거나 사먹지 않으려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만을 상상하다 보니......)
첫댓글 여행은 고생과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삶을 돌아보게 한다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다 늙어서 고생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월악의 정기가 활주로에 내릴때~
제가 복무하던 충주 19전투비행단 단가 가사 초반부분인데 같은 산 일 수도 있겠네요
예, 그 동네가 월악산을 끼고 있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