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워너비의 히트곡 ‘살다가’를 만든 작곡가이자 그룹 바이브의 멤버 류재현은
살다가 살다가 요즘처럼 거절할 일이 많은 적도 처음이다.
일주일에 평균 4번 “SG 워너비와 비슷한 곡을 작곡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SG 워너비에게 곡을 써준 다른 작곡가들의 전화통에도 불이 났다.
그들에게 오는 전화는 에디터처럼 SG 워너비의 인기에 대해 취재하려는 용건이거나
SG 워너비 스타일로 곡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태반이다.
작곡가 김도훈은 ‘휘성’이나 ‘거미’ 등 소울 R&B 스타일의 작곡으로 유명했는데,
그가 쓴 SG 워너비의 ‘죄와 벌’이 히트하면서 비슷한 곡에 대한 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Timeless’를 쓴 박근태 작곡가와 ‘광’을 쓴 조영수 작곡가도 마찬가지다.
작곡가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그런 곡 좀 그만 쓰자”라고
자제를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류재현 작곡가는 “그런 곡 한 번만 더 쓰면 가요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서로 협박한다”며
웃을 수만은 없는 농담을 전했다.
곡 의뢰의 90%가 SG 워너비 스타일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그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가요계는 SG 워너비의 클론들인 ‘SG 워너비 워너비(wannabe)’가 지배하고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처럼 되고 싶어 SG 워너비라 이름 붙인 이들을,
다시 닮고 싶어하는 ‘SG 워너비 워너비’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워너비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무대 위를 장악한 워너비들은 본인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SG 워너비와 비슷하다”라는 말을 듣고 있는 발라드 그룹 V.O.S나 MtoM, 먼데이키즈 등으로,
지금 가요계는 “SG 워너비 스타일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라는 끔찍한 말까지 나오고 있다.
SG 워너비를 탄생시킨 GM기획은 아예 3인조 여자 발라드 그룹 ‘씨야’에 대해
‘여자 SG 워너비’라고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의 TLC’나
‘한국의 스파이스 걸스’등이 마케팅 전략이었겠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SG 워너비의 리드 보컬 김진호가 씨야의 보컬 트레이닝을 도와줬다는 게
홍보문구가 돼버린 것이다.
무대 아래는 더 간절한 워너비들로 바글바글하다.
이야기 엔터테인먼트의 최영균 기획이사는 “발라드를 하고 싶어하는 가수 지망생들의
거의 전부가 SG 워너비가 되고 싶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류재현 작곡가도 “요즘 오디션 보면 남자는 모두 SG 워너비 스타일,
여자는 씨야나 가비앤제이 스타일로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SG 워너비의 팬인 김유미 씨(28)는 “다른 발라드 가수와 달리 SG 워너비의 곡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일단 집중하게 된다”고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매우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에는 SG 워너비의 인기를 설명해주는 몇 가지 단서가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3일 SG 워너비 3집 발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G 워너비 리드보컬 김진호는
“SG 워너비 스타일이 요즘 인기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미디엄 템포라는 장르가 워낙 인기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청자들이 흔히 말하는 SG 워너비 스타일은, 정확하게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를 가리킨다.
발라드이긴 하지만 템포가 빨라 귀에 선명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미디엄 템포’라는 수식어가 덧붙었다.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를 처음 시작한 그룹은 ‘브라운 아이즈’였다.
GM기획 김광수 대표도 “브라운 아이즈의 음악을 듣고 대중적으로 만들어 본 게
SG 워너비 음악이다”라고 애초의 의도를 설명했다.
브라운 아이즈의 전 멤버들은 억울하겠지만,
그들이 처음 시도한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SG 워너비라는 지렛대를 달면서
무서운 속도로 가요계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디엄 템포 발라드의 인기는, 음악을 듣는 방식의 변화로부터 기인했다.
음악을 듣는 방식에서의 거시적인 지각 변동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까지도 바꿔 놓았다.
지금 세대는 TV나 라디오, CD플레이어와 같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한정된 도구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불특정 공간과 시간에서 무차별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음악은 핸드폰 컬러링이나 벨소리, 블로그에서 시시각각 흘러나온다.
디지털화된 음원은 어떠한 형태로든 변형되어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됐다.
음악을 마우스, 혹은 핸드폰으로 듣기 시작하면서 짧은 시간에 얼마나 강력하게
청자들의 귀를 사로잡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스크롤의 압박에 시달리며 리모컨 없이는 TV를 못 보는 인내심 바닥의 요즘 소비자들은
한 곡을 3분 동안 들어주지 않는다.
박근태 작곡가는 “예전엔 발라드를 1분 이상 들으며 주요 멜로디를 확인했지만,
지금은 어떤 부분을 들어도 곧장 어떤 곡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것은 곡의 인기와 음반 판매량, 선호도와도 관계가 있다.
현재 가수들이 곡으로 벌어들이는 판매 수입은 오프라인 음반 시장보다 모바일 시장에
더 집중돼 있다. SG 워너비의 음반은 지난해 약 45만 장을 팔아 치웠지만,
정작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모바일이었다.
기획사와 음반 제작사에서 생각하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과 모바일 음반 시장에
대한 중요도는 대략 40:60이다. 이 수치는 당연하게도 중요도뿐만 아니라 곡으로
얻는 실수익의 차이기도 하다는 게 GM기획 김광수 대표의 설명이다.
김광수 대표는 “MtoM의 경우 음반 판매는 6만 장이지만,
모바일 수입까지 합치면 앨범 판매 20만 장에 비견할 만한 수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SG 워너비의 음악이 각종 모바일 순위에서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는,
발라드이면서도 비트가 있어 매 소절이 귀에 들어오는 미디엄 템포라는 장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터넷 모바일 순위권 차트를 보면 미디엄 템포 발라드 장르의 곡이 언제나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엄 템포라는 장르가 트렌드화된 것은,
이렇게 음악을 듣는 환경의 변화에 따르는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리드보컬 김진호의 말이 반절의 진실인 것은, SG 워너비의 인기는 단순히 미디엄 템포라는
장르의 인기로 인한 동반 상승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장르뿐만 아니라 창법에서도 기존 발라드와 달랐다.
일명 ‘소몰이 창법’이라 불리는 리드보컬 김진호의 스타일은, 매 소절마다 청중들의 귀를 잡아 끈다. 잔잔하게 시작하는 앞 소절부터 김진호와 다른 두 명의 보컬(채동하, 김용준)은
깊게 흐느끼기 시작해 거대하고 장중한 느낌으로 청중을 압도한다.
그들은 매 가사, 매 소절마다 힘을 단단히 주려는 듯 보인다.
이런 곡 스타일은, 발라드임에도 힘차며 남성적이고 거시적인 느낌을 준다.
김도훈 작곡가는 “한국 사람들은 워낙 발라드, 즉 슬픈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세련된
R&B보다는 약간 촌스러운 느낌의 정서를 좋아한다”고 김진호의 목소리를 솔직히 분석한다.
김진호의 목소리는 강력하게 흐느끼는 남성성 그 자체다.
SG 워너비의 목소리는 ‘우는 남자’의 목소리였고, 이는 대중문화를 사로잡은 코드와도 일치한다.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등 최근 몇 년 동안의 문화계를 관찰해 보면,
여자를 위해 울어주는 강한 남성상이 여성들의 돈지갑을 쉽게 열었다.
그건 자주 쓰는 쉬운 말로 바꿔서 표현하자면, ‘신파’였다.
과거의 신파가 구슬피 우는 나약한 여성 캐릭터들의 몫이었다면, 지금의 신파는 남자들의 차지다.
그들의 노래를 알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뮤직 비디오도
모두 ‘울부짖는 남자들’이 한몫 단단히 했다.
1집 ‘Timeless’ 뮤직 비디오에 출연한 설경구부터
이번 3집 ‘내 사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김동완까지
SG 워너비의 남자들은 모두 목을 젖히고 입을 크게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열과 성을 다해 부르는 SG 워너비의 이런 창법은, 청자들에게 그들이 유난히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해 그들의 호주머니를 쉽게 열 수 있었다.
한 음반에 히트곡이 4~5곡씩 나오는 것도 소비자들이 음반을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됐다.
김광수 대표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후속곡에 신경을 많이 썼고
한 앨범에 최소 4~5곡을 타이틀로 생각할 정도로 힘을 줬다”고 설명했다.
1년을 기준으로 한 음반 판매 집계 순위에서 5위 안에 든 잘 팔렸다는 음반이 10만 장,
많아봤자 20만 장임을 감안할 때, SG 워너비가 팔아 치운 45만 장이라는 판매는 기록적인 수치다.
전체 음반 시장의 점유율로 따지면, 40%에 가깝다. 3집 앨범도 선주문이 20만 장에 육박하는 등 판매 호조의 기미가 보인다.
김광수 대표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잘 팔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지금 가요계에서
그 말은 반절의 진실이다. 대중들은 이효리와 비에 열광하면서도 정작 음반을 사려고 할 때는
머뭇거린다. 그런 이유로 음반 판매량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낸
SG 워너비는 모두가 안전하게 따라하고 싶은 모범 사례다.
트렌드는 지나가기 때문에 트렌드다.
류재현 작곡가는 “비슷한 곡과 가수들만 양산해내는 작곡가, 기획자가 문제”라며
“SG 워너비 스타일을 안전한다고 느끼는 이상 모험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요계 불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작곡가와 음반 관계자 등은 앞으로 당분간은
SG 워너비 스타일의 곡이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두가 ‘SG 워너비 워너비’가 되려고 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엘라 윌콕스가 쓴 시 <고독>의 첫 문장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같이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대중들이 SG 워너비의 아류를 알아차리기 시작한 지금, 최
후에 누가 웃고 울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웃을 땐 같이 웃고 울 땐 혼자 우는 것, 그게 트렌드의 생리기 때문이다. |
첫댓글 그래 그만좀 만들어!!!!! 난 성시경처럼 조근조근한 발라드가 좋다규ㅠ
난 이런노래 풍 별로던데 .. 그냥 꾸미지않고 절제해서 부르는게 더 조은데 여자애들까지 워너비처럼 부르는거 듣고 깜짝놀랐삼............... 안어울리고 이상하던데 하여간 울나라는 머가 유행하면 너도 나도 다 ......... 개성이 없어
완전동감...개인적으로 sg워너비 스타일 노래 다소 촌스럽게 들리던데...그리고 브라운아이즈 노래랑 sg워너비 노래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
하도 이런부류 튀어나오니깐, 질려요. 요즘엔 이쪽계열 노래 잘 안듣게 됨. 남자들은 여전히 좋아하나 보드라구요. 제동생만 해도 맨날 노래부르니.....
좋은글이네요.
진짜 에스지워너비 스타일 질려요ㅠ 노래만 비슷한게 아니구 보컬까지 죄다 비슷.. 다들 너무 울어대니.. 요즘노래 잘 안듣게되요 이제 작곡가들도 자제하는 분위기라니.. 저로선 다행..
김연우.윤종신.클콰.성시경.나윤권.신승훈. 이런목소리가 나는 좋다규~ 완전 요즘엔 한소절에 한번씩 온갖 기교 다 쓰고 그냥 넘어가는 소절이 없는거다. 감정과잉
에스지워너비까진 괜찮지만 진짜 SG 워너비 워너비가 넘쳐나서 누가누군지 모르겠음..
팬카페화 동감..빨리 정비됐음 하네요.
난 솔직히 이런부류의 시초는 브라운아이즈였다고 생각하는데. 그 깊은 소리를 따라하지 못해서 다들 우는거고.
맞소. 벌써 일년이 히트하는 바람에 다른 애들에게 말도 안되는 R&B를 심어준 듯한 느낌을 안할 수 가 없는 것 같소. 이런 비슷한 노래들이 어찌나 넘쳐나는지..
캐동감 브라운아이즈, 바이브 이 둘이 시초인데 증말 갈수록 울고 짜고 기교 점점 과해지고 ㄱ-;
난 아무리 들어도 얘네노래는 별루던데... 셋이 다 따로노는 느낌에,,
난 에쓰쥐워너비 좋은데.ㅋㅋ
개념충만한 글 ㄳ~ 이제 그만들 울어주시라규!!
저도..너무 우는거 별로삼..부담....모두 노래방가면 왜케들 우시냐고..
노래 잘 부르니까 좋은데 질린다구. 한곡듣다보면 너무 과장되니까 오래오래 못듣겠삼..
지겨워 맨날 같은 스탈
씨야 같은 여자 가수들꺼도 너무 별로요 너무 촌스러워 노래가
뜬금없지만 지큐 정말 완소~
우는노래 진짜 시러요. 난 에스쥐노래 트로트같던데 인기많은게 신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