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그녀로부터 날아온 소포.
노란 종이로 둘둘 감긴 첫 포장을 뜯으니, 새빨간 리본이 묶인 상자가 나왔습니다.
카드에는 그녀의 삐뚜름한 글씨로 축하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유치원 생일파티 때 선물해준 색연필 이후로, 그녀는 매년 내 생일을 잊지않았습니다.
내가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소홀해 질수도 있었겠지만, 꼼꼼한 그녀는 날 외롭게 내버려 두지는 않습니다.
포장을 뜯기전,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흔들어 봅니다.
크기와 무게를 보니 이번에는 백과사전인가 싶었습니다.
늘 엉뚱하고, 쌩뚱맞고, 재미있고, 진지하면서도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를 가진 특별한 여자이니, 그동안 생일 선물 역시 꼭 자기와 같은 선물을 했었습니다.
알아 들을 수 없는 피아노 연주를 작곡하였다고 녹음해서 보내고, 한여름에 두툼한 목도리를 보낸 여자.
볼품없이 만든 711장의 그림엽서를 링으로 연결해서 보낸 여자.
한국말 잊지말라며 국어사전을 보내고, 내 가장 친구들 한명 한명을 폴라로이드로 찍어 보낸 여자.
가장 정상적이었던 선물인 십자수로 쿠션을 만들어 보낸 여자.
기대감으로 포장을 뜯은 난 깜짝 놀랐습니다.
두툼한 스크랩북이었습니다.
2004년 6월1일부터 2005년 5월 31일 까지 한국의 여러 신문이 스크랩 되어있었습니다.
신문이 붙여진 하얀 종이에는 그녀의 이야기도 적혀있었고, 색색으로 그림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떤 기사에는 형광색 펜으로 별표를 그려놓고는, "민아~ 이거 꼭 봐~!"라고 씌여있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스티커 사진도 붙어 있었고, 우수꽝스런 만화도 그려져있었습니다.
가장 첫 장에는 그녀의 재잘거림이 담겨져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한국에 있는 제 친구들의 생일축하 메시지도 적혀있었습니다.
아직 그녀가 보내준 스크랩북의 모든 기사를 읽어 보지 못햇습니다.
지난 1년간 그녀가 나를 위해 매일 조금씩 스크랩북을 만들어 갔다는 생각이 들자, 외롭게 느껴졌던 시간들이 모두 날아가버렸습니다.
날 외롭게 하지않는 여자.
그녀의 생일 선물은 늘 나를 담고 있습니다.
첫댓글 구래선??ㅡ.ㅡ;;; 맘에 든다구?? 안든다구??/ㅡ.ㅡ
^^ 울오빠 좋아서 입 귀에 걸려있는게 훤히 보인다~ㅋㅋ
크아~~ 걍 아주 감동의 도가니탕~ 아주 빠져빠져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