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러그드 사소한 후기 시작합니다. 사소한-이라고 하는 이유는 네미시스 공연 을 집중해서 볼 수 없었기에 그에 대한 감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인데.. 그게 다 변명거리가 있다보니, 그저 서두에 긴 , 사적인 변명들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하하. 뭔 말인지... 용서하시고 봐주셔요.
이런 저런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야외 락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그린플러그드는 서울에서 열리니 나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고, 더구나 피크닉에 대한 기대감도 커서 두근두근 그린플러그드 가는 날만 기다렸어요.
이번에는 특별히! 서울시민리포터로서 프레스 딱지를 달고 가게 되어 더 기대감이 컸어요. 입장도 무료, 더구나, 펜스 안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혜까지! 17일 새벽부터 일어나 런치 도시락 싸고 돗자리며 텀블러며 잔뜩 싸들고 열시 넘어 출발했어요. 그 때까지도 뭔가 알 수 없는 먹구름이 제 앞길에 몰려오고 있다는 건 꿈도 못꾸고 있었죠.
서서히 몰려오는 먹구름은 자동차가 난지 공원 굴다리 인근에서부터 번져오기 시작했죠. 차가 갑자기 멈춘겁니다. 왜냐구요? 진입하는 차량이 너무 많아서 그야말로 완전히 정체되어 버린 거죠. 차안에 앉아 발만 동동 구르다가 문득 드는 생각! 입장할 때도 만만치 않겠구나, 도착해서도 또 오래 기다리면 어쩌지?
문득 창밖을 보니 사람들이 짐을 들고 지고 마치 피난민처럼 도로 가장자리로 줄을 지어 한 줄로 위태위태하게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사실 11시반 첫 공연은 이미 시작한지 오래고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바로 저거다! 여기서 걸어갈만한 거리는 되나보다, 싶어서 저도 일단 차에서 내렸습니다. 화단을 무단으로 올라가서 캠핑장에 주차하는 자동차, 택시안에 앉아 진땀을 흘리는 사람들, 저처럼 자동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이런 저런 광경을 보며 굴다리를 지나 한강을 따라 걷다보니 드디어 잔디밭으로 가는 샛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햇살도 뜨겁고 벌써부터 다리도 아파 내가 왜 이리 짐을 많이 쌌지?라고 투덜거리며 걷다 뛰다 한 15분 정도 가서 드디어 매표소와 만났습니다.
매표소는 일렬로 늘어선 천막인데 티켓을 예매한 종류에 따라 줄을 서는 곳이 달랐어요. 문제는 열 곳도 넘는 천막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수가 아마 수 천 명을 되는 것 같다는 것. 전 락페스티벌을 처음 가봤기 때문에 설마 이정도로 북적거릴줄은 몰랐어요. 다행스러운 점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안에서 공연하는 밴드의 노래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는 거였죠. 슬프게도 이미 네미시스의 시간은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저 멘트, 목소리는 승호님? 시간대가 비슷한 것도 같은데... 아니었으면 좋겠는데...혹시 공연이 좀 늦어지는 거 아닐까? 하고 간절히 바랬지만, 먹구름은 역시 저를 바로 휘감아 버리더라구요. 픽 쓰러졌습니다. 멘트에 이어 들려오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듣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저는 프레스에서 바로 입장 팔찌를 받았지만 가족들 몫은 어쩌냐구요? 아마 주차하는데만 30분 이상 걸릴거야, 라고 나름 판단을 하고 줄 서는 것을 바로 포기. 입장했습니다. 배낭메고 카메라와 소지품이 든 가방 들고 갤럭시탭까지 한 손에 든 채 촬영 허가증을 목걸이로 데롱데롱 맨 채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네미시스 무대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더라고요.
사람들 사이로 세빈님의 회색 머리카락도 보이고 무대를 왔다 갔다 하는 보컬님도 보이고 연주에 몰두하며 미소짓고 있는 성우님도 보이고... 관중들 한 번 보고 무대 한번 보고 뒤를 돌려 매표소 한 번 보고 하늘 한번 보고... "지금부터 어쩌지?" 하고 멈칫했습니다. 원래 목적은 펜스 앞에서 근사하게 네미시스 공연 장면을 찍는 것이었는데 시간은 늦었고 펜스안에는 어떻게 해야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흑, 프레스 딱지만 받았지 처음이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학습된 바가 없는 애숭이.. 맞아요)
용기를 내서 펜스 안쪽에 서성거리며 걷고 있는 까만 양복 입은 경호원에게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요?" 라고 물었더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시더라고요. "정식으로 허가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딱딱한 대답만. 잠시 화들짝 놀라서 물러섰다가 다시 용기를 내서 다가가 경호원분을 불렀죠. 가까이 가서 프레스 촬영허가증을 보여주면서 "저.. 이거 있으면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다고 허락을 받았는데요.' 그랬더니 그분은 다시 고개를 저으셨죠. "제가 그건 팀장님께 물어보고 나중에, 한시간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허걱! 전 지금, 바로 지금! 촬영을 해야 한다고요! 어느새 공연은 중반부를 접어들어 막바지로 가는 분위기... 어쩔 수 없이 멀리서나마 공연 사진을 찍고 네미시스 공연이 마무리짓는 걸 눈물을 철철 흘리며 봐야 했습니다. 하하, 사실, 나중에 야 알게 된 사실인데 사진은 프레스 촬영허가증만 있으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거였어요. 다른 경호원 분들은 나중에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촬영을 허가해주셨는데.. 하필.. 네미시스 공연 때 계셨던 분이 사정을 잘 몰랐던 듯. 저도 경험이 없어 모르니 강하게 어필도 못했고.. 이래저래 정신없이 공연만 봤습니다.
잔디밭에서 보는 대낮의 공연. 햇빛은 뜨겁고 관객의 표정도 환하고 네미시스 멤버분들의 얼굴도 밝고. 많은 곡을 부르지 않아서 아쉽긴 했지만 클럽 공연과는 또다른 상쾌한 해방감과 명랑함이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워낙 마음이 싱숭생숭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무슨 곡을 들었는지, 심지어는 제가 사진을 찍었는지조차 기억이 잘 안났어요. 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 와중에도 사진은 몇 장 찍었고, 수많은 짐들도 잃어버리지 않고 나름 잘 간수했더라고요.
공연시간이 왜 이리 짧게 느껴졌을까요? 몇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승호님과 세빈님의 헤어스타일이 아주 잘 어울렸다는 것. 조금 길어진 곱슬거리는 머리를 한쪽만 정리해서 붙인 승호님의 헤어스타일은 올댓뮤직 사진에서 봤던 그대로인 것 같은데 네미시스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승호님에게도 잘 맞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사진으로만 봤던 세빈님의 헤어컬러는 조명을 따로 받지 않아도 마치 조명이라도 받은 듯 반짝거리는 느낌이었어요. 저런 컬러가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정말 잘 어울린다 싶었죠. 예전에도 그랬지만 더욱 애니메이션캐릭터스러워졌어요. 제가 최근에 '퍼스널 컬러'라는 것을 접하고 제게 어울리는 색이 오렌지 계열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세빈님은 실버 계열이 잘 맞나봐요. 레드나 블랙보다 훨씬 잘 어울려요. 물론 관리하긴 쉽지 않겠지만요.
아, 그리고 "솜사탕" 부분에서 "아아아아~"' 하는 후렴구를 보컬님이 항상 하기 부끄러워하잖아요? 그래서 관객석에 마이크를 넘기곤 하는데 이번엔 조금 다르게 "아~!" 하고 짧게 탄식하듯 감탄사를 맛깔나게, 아니, 간드러지게 불러서 신선했어요. "솜사탕"은 다른 사람들이 커버해서 부르는 걸 봐도 결코 음역대가 쉬운 곡이 아닌데다가 맛깔나게 부르기는 더더욱 난해한 곡인데, 네미시스 분들만은 정말 웰빙 요리처럼 잘 요리해서 부르시는 것 같아요. 성우님의 애교발랄한 솜사탕은 율동과 함께 하면 정말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독창적인 발랄함의 경지에 이르렀고, 승호님의 솜사탕은 끈적끈적해지다가 상큼하다가 섹시하다가 귀엽다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는 듯. 매번 들어도 재미있어요. 톡톡 튀는 듯한 가벼운 연주도 좋고요. 물론 제가 최근에 가장 빠져 있는 곡은 '애원'이긴 하지만, 이날 공연에선 왠지 솜사탕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아마도 대낮의 야외공연이어서였을까요?
이렇게 저렇게 공연관람을 마치고 저는 다시 후다닥 뛰어서 매표소로 달려가 근 30분 이상을 줄을 서서 티켓팅하고 팔찌 받고 기다림에 지친 가족들과 입장해서 돗자리 펴고 "안녕바다"의 공연을 봤습니다. 공연장을 옮겨 근 10분 이상을 걸어 시베리안 허스키와 이스턴사이드킥의 노래를 멀리서 들으며 다시 잔디밭에 자리 잡고 도시락을 냠냠. 그때서야 느긋함이 몰려오면서 주변 광경이 흐뭇하게 들어오더라고요.
이외의 먹구름 에피소드는 생략. 뭐, 촬영존에 있는 기자분들 중 저만 자동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무지하게 뻘쭘하고 부끄러웠다거나, 햇살이 너무 뜨거워 모자를 썼는데도 가슴 윗부분이 빨갛게 익어 화상을 입었다거나, 도시락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파 뭐라도 먹으려고 저녁 때 식당가를 어슬렁댔는데 여기서도 사람들이 천만대군이라 좌절했다던가, 사진찍느라 무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발에 쥐나 날 지경이었는데 어쨌건 임무라 계속 돌아다녀야만 했다던가 하는 슬픈(?) 얘기들은... 생략. (생략 아니잖아?)
네미시스 외 좋았던 공연은 노브레인과 안녕바다와 자우림. 아, 자우림의 공연은 처음 봤는데 앞에서 촬영하면서 바로 올려다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흡인력이 대단했어요. 여기저기서 "언니, 예뻐요" "아름다와요"라고 말하는데 공연초에 김윤아님께서는 표정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고 심각한 곡만 계속합니다. 멘트 하나 없이 마치 화난 사람처럼... 그게 다 계획된 거였나봐요. 나중에 한번 미소지으며 "이제 놀아볼까?" 하는데 관중 전체가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듯 홀릭해서 엄청난 환호였어요. 누군가 자우림의 공연을 보며 "조련"이란 말도 하시던데... 정말 무대 카리스마는 타고나신 듯 해요.
그린플러그드, 햇살(햇빛?)과 피크닉과 밴드들의 공연이 함께하는 즐거운 자리였고요, 같이 가서 뵙진 못했지만 이쁜이분들도 반가왔고, 네미시스 분들이 출연해서 참 좋았어요. 공연하고 바로 부산으로 달려갔을텐데 여러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부산 공연도 정말 대단했나봐요. 부럽기도 하지만 네미시스의 프로정신과 근성도 철저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단공처럼 긴 공연이 또 있다면 좋겠네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으아!!!!!!!!!!이걸 이제야 봤네요!!! 보는 내가 제가 다 발을 동동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ㅠㅠㅠㅠ 저도 팔찌 교환 줄에서 굉장히 불쾌해하며 기다렸었거든요.... 이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가면서;; 정말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하 이건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도 없고 증말..!!ㅠㅠ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휴
첫댓글 소나여우님 후기도 흡입력 있어요!! 그러고 보니 세빈오빠는 쿨톤인 것 같네요...ㅋㅋㅋ한 때 20대 여성들을 휩쓸고 지나갔던 쿨톤 웜톤 논쟁 ㅋㅋㅋ저도 가슴 윗부분엔 썬크림 꼼꼼이 안 발랐다가 화상입었어요ㅜㅜ
쿨톤, 웜톤, 재미있는데요? 와아~ 그럼 전 웜톤인가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퍼스널컬러(봄, 여름, 가을, 겨울톤)도 한번 알아보셔요. 전 오송미용박람회에서 체험했답니다^^ 가을톤이래요. 덕분에 핑크색 립스틱 모두 서랍안에 들어갔습니다~
ㄷㄷㄷ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ㅜㅜ 다녀오신 분들 이야길 듣긴 했지만... 에고고 락페는 스탭이나 기타 진행이 미숙하면 정말...ㅜ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성 가득 담긴 후기 잘 읽었어요^^
흐흑, 제가 고생한 걸 알아주시니 너무 따뜻한 말씀에 눈물이 다시 철철. 하지만 고생과는 상관없이 공연을 보는 건 참 좋았어요. 생각같아선 저도 비니님처럼 지방 공연도 다녀보고 싶지만 역시나... 서울만...
와~ 수고많으셨어요^^
그플 후기보며 느끼는 거지만 다음에 또 공연있음 가보고싶네요 ㅎㅎ
그죠? 공연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내년에 다시 철저히 준비해서 가보고 싶습니다~
ㅠㅠ 먹구름 후기들 .....하지만 가족과 함께라는 부분에 새로운 추억 또 만드셨네요 ^ㅡㅡㅡㅡ^
먹구름이 여기저기 끼었고 특히나 네미시스 공연을 제대로 못 본건 정말 아쉬운 일이었어요. 저녁 공연이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무럭무럭... 하지만 나중에 가족끼리 얘깃거리가 생긴 건 참 좋았어요. 근데... 다들.. 금액을 알려나?
그린플러그드 같은 야외공연은 확실히 클럽공연과 달리 상큼청량한 맛이있어서 좋더라고요ㅋㅋㅋ 고생많이하셨네요 저도쿨톤인데 세빈오빠도 쿨톤인듯 퍼스널에서 봄가을색이 웜톤이고 여름겨울톤이 쿨톤으로 세분화되는거에요ㅎㅎㅎ 저는 매일 혼자가는데 가족과 다같이 가는것도 좋네요ㅠㅠ
낮공연 정말 상큼 청량한 거 맞아요^^ 아, 그리고 웜톤과 쿨톤이 그렇게 구분되는 거였군요. 음.. 여름과 겨울이 쿨톤? 와아~ 쿨톤이시라니 왠지 투명하고 이지적인 느낌일 듯! 잘 설명해 주셔서 궁금증이 싸악~ 너무 시원해요. 요즘 컬러에 관심이 많거든요!
오!!! 프레스 촬영허가증.. 뭔가 있어보이는걸요??+_+ 능력자??ㅋㅋㅋㅋ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전 너무나 긴 줄 때문에 네미님들의 공연은 다리위에서...ㅠㅜㅜㅜㅠ
있어보이긴요, 초짜랍니다. 흐흑.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리고 다리위에 서 계시 분들 마음이 닳겠다 싶었는데 바로 거기 계셨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전 아랫쪽 반대편 줄에 오랫동안 서 있었어요. 시간이 참 안가더라고요^^
그린 플러그드는 저도 가본적이 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기에 몇시간전에 가서 기다리셔야한답니다. 고생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즐거우셨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하 전 도시락만 신경썼지 줄에 대해서는 예측도 못하고 염두에도 없었던... 식신 1인. 내년에도 가고 싶은데 그 말씀을 들어보니 3시간 전엔 출발해야겠군요... 쯧쯧.. 그런 거였군요....그런.... ㅠㅠㅠㅠ
그플 전 못갔는데 후기로 위안을 ... 후기 잘보고가요^^
위안이 되셨다니 기분 좋은데요! 보람이 느껴집니다~♥
으아!!!!!!!!!!이걸 이제야 봤네요!!! 보는 내가 제가 다 발을 동동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 구르고....ㅠㅠㅠㅠ 저도 팔찌 교환 줄에서 굉장히 불쾌해하며 기다렸었거든요.... 이럴 거라고는 상상도 못해가면서;; 정말 정말 고생이 많으셨어요...하 이건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도 없고 증말..!!ㅠㅠ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휴
앗!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쉬쉬~ 내년엔 부디 준비를 제가 더 많이 하거나 상황이 바뀌길 빌어요^^^ 정말! 줄 장난 아니었죠. 투덜투덜 제 주변도 저 역시도.... 흑흑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