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랜만에 승자의 기쁨을 누렸다. 7월 29일 동시에 시작한 금토드라마 맞대결에서 MBC ‘빅마우스’가 SBS ‘오늘의 웹툰’을 멀찍이 따돌린 채 전파를 탄 것이다. 가령 ‘빅마우스’가 최고 시청률 1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를 찍은 반면 ‘오늘의 웹툰’은 4.1%에 그쳤다. 최저 시청률의 경우 ‘빅마우스’가 6.1%인 반면 ‘오늘의 웹툰’은 1.5%였다.
SBS 제작진으로선 졸지에 너무 참혹한 대진표를 받아든 셈이다. MBC 금토드라마가 압도적 시청률 격차로 SBS를 이긴 건 ‘빅마우스’가 처음이지 싶다. 2021년 9월 17일 신설된 MBC 금토드라마는 ‘검은 태양’(뫼비우스: 검은 태양 포함)ㆍ‘옷소매 붉은 끝동’ㆍ‘트레이서’ㆍ‘내일’ㆍ‘닥터 로이어’ㆍ‘빅마우스’ 등이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금토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7.4%를 찍은 ‘옷소매 붉은 끝동’이다. 나는 비정통사극 배제 방침에 따라 SBS 금토드라마 ‘지금은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시청했다. MBC 입장에선 경쟁사인 SBS 금토드라마라 할 수 있겠는데, ‘지금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최고 시청률은 8%였다.
아무튼 ‘빅마우스’는 시청률 6.2%로 출발했다. 2회에서 6.1%로 주춤했지만, 3회 7.6%, 4회 8.6% 등 시청률은 계속 상승했다. 엑스포츠뉴스(2022.8.9.)에 따르면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이어 경신한 것에 이어 2주 연속 금토드라마 부문 TV 화제성 1위를 차지하기도” 한 ‘빅마우스’다.
엑스포츠뉴스는 “이종석의 활약에 힘입어 MBC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 후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는 작품이 나오게 될지 주목할 만하다”고 했는데, 그리 되었다. 6회에서 두 자릿 수 시청률인 10.8%를 찍은 것이다. 이후 두 자릿 수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빅마우스’는 내내 인기 드라마로 회자되었다.
가령 일간스포츠(2022.8.15.)는 “이렇듯 ‘빅마우스’가 분전하며 지상파 드라마들의 자존심을 간신히 살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지상파에서 방송된 작품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며 SBS 금토드라마 ‘오늘의 웹툰’과 KBS 월화ㆍ수목드라마인 ‘미남당’ㆍ‘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5% 미만 시청률을 싸잡아 들먹이기도 했다.
추석 특선영화 등 특집프로에도 불구하고 결방 없이 본 방송을 이어간 편성도 주효(奏效)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추석날인 9월 10일 밤 시청률이 10.6%인 걸 들 수 있다. ‘특송’ 딱 1편만 특선영화를 선보인 대신 추석날 오후 5시, 밤 8시대 두 차례 재방송까지 ‘빅마우스’에 올인한 편성 전략이라 할까. 나도 ‘빅마우스’ 본방사수로 9월 10일 밤엔 특선영화를 볼 수 없었다.
9월 17일 밤 종영한 ‘빅마우스’의 최종회 시청률은 13.7%다. 최고 시청률이기도 한데, ‘옷소매 붉은 끝동’에 이은 히트작이라 할만하다. 상당 기간 드라마 침체기에 빠졌던 MBC 제작진으로선 쾌재(快哉)를 불렀을 법하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에 “사회정의?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라는 변호사박창호(이종석)의 거듭나는 이야기지만, 그게 상당히 황당하다.
이를테면 황당한 이야기로 인기 끈 ‘빅마우스’인 셈이다. 창호가 희대의 사기꾼 빅마우스로 몰려 수감되더니 현직 구천시장 최도하(김주헌)와 강회장(전국환)의 천인공노할 범죄를 밝혀내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거듭나고 있어서다. 단, 진짜 빅마우스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창호의 아내 고미호(임윤아)가 전사처럼 활약을 펼치다 죽어 황당함을 더해준다.
드라마는 빅마우스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전개와 펼쳐지는 내용이 허를 찌르는 등 재미진 요소가 적지 않다. 가령 노박(양형욱)이 빅마우스로 드러나는 게 그렇다. 구천교도소장 박윤갑(정재성)이 넘버 3인 것도 그렇지만, 특히 창호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김순태(오의식)가 빅마우스 조직의 2인자로 드러나는 건 소름이 돋을 지경의 반전이다.
황당한 이야기라는 전제를 잠시 접어두면 상당한 통쾌감을 안기는 것도 ‘빅마우스’의 강점으로 보인다. 가령 미호가 양어장 폐수 방류 증거물을 갖고 토론회 생방송 현장으로 가져가는 과정이 그렇다. 범죄조직인 빅마우스 회원들이 각계각층에 포진해 있어 가능한 일인데도 최도하 못지 않은 ‘빽’을 동원한 따돌리기가 통쾌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통쾌무비(痛快無比)드라마로 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미호를 긴급 림프종 말기 환자로 굳이 죽게할 필요가 있었나 싶어서다. 당연히 그 긴박하면서도 궁금한 순간에 안 봐도 딜 장면들을 봐야 하는 고역(苦役)을 뒤집어 쓰게 되어서다. 예컨대 난데없는 창호와 미호의 바닷가 데이트라든가 아버지 고기광(이기영)의 울먹이는 장면들이다.
집중도나 몰입감을 해칠 뿐인 그것말고도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다 생긴 패착은 또 있다. 창호의 선거 승리로 도하 응징이 이루어지길 은근히 기대한 시청자들을 배신한 결말이 그것이다. 방사능이 유출된 폐수를 수영장에 풀어 도하가 죽게 하는 복수라니! “착하고 정의로운 빅마우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미호 바람대로 되어버린 창호인 것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벌여놓고 미처 매듭짓지 못한 결말도 불만스럽다. 뉴스를 통한 단죄(斷罪)로 대신한 것도 그렇지만, 그나마 빠진 것들이 있어서다. 아내 장혜진(홍지희)을 살해한 한재호(이유준)에 대한 단죄가 없거나 흐름상 나타날 것으로 궁금증을 갖게한 강회장 아들도 나타나지 않은 채 끝나버린 게 그렇다.
황당한 이야기라는 전제와 상관없이 좀 아니지 싶은 것들도 있다. 가령 빅마우스 2인자로 드러난 윤태를 본 창호는 그냥 놀라는 표정일 뿐이다. 친구인데, “야, 어떻게 된 거야?” 같은 격한 반응이 동시에 있어야 한 게 아닐까? 현주희(옥자연)가 도하 휴대폰을 창호에게 보냈는데, 갑자기 왜 그런 것인지 아무 설명도 없는 게 또 그렇다.
도하가 칼에 베인 곳은 오른쪽인데, 다음 장면에서 왼팔 기브스 차림으로 나타나거나 기자회견 현수막에 주최장소는 있는데, 일시(日時)가 없어 의아하기도 하다. 제리(곽동연)는 적들에게 손이 묶이는 등 포로가 됐는데, 다음 장면에선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되어 나타난다. 어떻게 묶인 손에서 벗어났는지 디테일 묘사가 없어 아쉽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