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이 : 이용포
♡ 초판 1쇄 : 2008년 10월 30일
♡ 펴낸곳 : 푸른책들
♡ 줄거리
영어 공용화 법안이 통과한 2029년에 태어난 제니.
제니에게는 2살 많은 오빠 캐빈이 있다. 캐빈은 제니가 3살 때 세계여행을 떠났던 엄마가 사랑에 빠진 페루 남자의 아들이다. 엄마를 용서할 수 없어서 엄마가 돌아가시고 보내온 우편물도 반송해 버린다. 한글 창제 600주년의 해인 2044년에 그 우편물을 캐빈이 제니에게 전해준다. 고급스런 상자안에는 양반이 아닌 일반 평민,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가 한글로 쓴 최초의 시가 적혀 있는 낡은 천 조각이다. 상자 바닥에 있는 작은 칩을 휴대용 안경 피시에 연결해보니 소설이 하나 들어있다.
뚜깐뎐
연산군 10년(1504년) 생모 윤 씨의 폐출 경위를 알게 된 임금은 참혹한 살육을 서슴치 않았다. 게다가 정사를 등한시하고 유흥에만 골몰하는 나라님에 항의하는 글귀의 나라말 괘서들이 궁궐 담벼락에 나붙는다. 장날 주막집 딸 뚜깐은 봇짐을 수색하는 병졸들과 괘서를 가지고 실랑이 하는 바우뫼를 만난다.
사내아이처럼 서서 오줌을 눈 적도 있고, 아이들에게 닭서리, 콩서리를 지휘하고, 윗말 아이들과 새총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하던 왕초 뚜깐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결혼하고 싶은 서진 도령이 있었다. 그러나 뚜깐은 신분 제도와 남녀 차별이라는 사회적 굴레가 답답하여 세상 구경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글을 배우면 끼워주겠다는 뜰에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썩 내키지 않던 글이 서진 도령에게 서찰을 보내고 싶어 꼭 배우고 싶어졌다.
어느 더운 여름날 나무를 하러 산에 간 뚜깐은 근휘와 양배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도망친다. 뚜깐은 한심한 작자들과 어울리고 자신을 근휘와 양배의 천박한 짓으로부터 구해주지 않고 지켜만 보던 서진에게서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고 큰 슬픔에 빠진다.
글을 배우기로 한 첫날, 뚜깐의 시집 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노름돈으로 쓰려고 빼앗으려던 아버지가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근휘와 양배가 주막에 찾아와 또 횡포를 부려 글 배우기는 무산된다. 답답한 마음에 밤 마실을 하고 돌아오다 서진 도령을 만나 마음도 몸도 무너져 내려 서진 도령의 아이를 임신한다.
임금이 괘서를 보고 나라말 사용을 금지시키자 바위뫼와 뜰에봄이 임금을 갈아치우자고 한다. 그러나 사부는 임금을 갈아치우는 것보다 나라말로 시를 지어 읊고 문을 지어 읽는 일만큼 고귀한 일은 없으니 후대에 남은 글을 많이 작문할 수 있도록 정진할 것을 유언으로 남김으로써 일신을 소중히 여겨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한다.
근휘와 양배의 패악질로부터 딸을 지키려던 엄마는 근휘의 칼에 찔려 죽고만다.
나라말 사용 금지법을 어긴 죄로 군졸들에 쫒겨 뚜깐은 엄마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산속 서낭당으로 도망을 간다.
어매가 똥뚜깐에서 낳았다고 아배가 뚜깐이라 부르면서 천한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뤄워 예쁜 나라말로 된 이름을 갖고 싶어하던 뚜깐에게 사부님이 죽기 전에 “해문이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다.
뜰에봄, 세모돌은 군졸에 죽임을 당하고 뚜깐과 바위뫼는 마을을 떠난다.
엄마는 외할머니한테 한 권의 서책과 열세 장의 자수 비단을 물려받으며 딸에게 물려주라는 유언을 듣는다. 그러나 다 잃어버리고, 자수 비단 한 장만 남는다. 그래서 잃어버리기 전에 읽어둔 스토리를 기억해 내 엄마가 쓴 소설이 뚜깐뎐이다.
남은 자수 비단 한 장에는 “들킬 것을 은근히 기대하며 쓴 ”이란 시가 있다. 그 시는 힘들때마다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내 말을 들어달라고, 엄마에게 위로 받고 싶어 엄마에게 들킬 것을 기대하며 보내놓곤 24시간 만에 지워버리던 제니의 메일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