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9년에 오픈워터 교육을 받고나서 아직도 18회의 로그가 있는 초보다이버이다. 아직도 오픈워터에 머물러있는 것은 작년 이맘때의 엄청난 사건으로 인해, 지난 1년간 다이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드디어 이번 8월에 다이빙을 성공적으로 마치었고, 그때의 생각이 나서 나와 같은 다이버가 다시는 없기를 바라면서 몇자 적는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동해 양양의 리조트에서 다이빙을 할 때 얘기이다. 다이빙 간다는 들뜬 마음에 피곤한 기색 없이 다들 모였다. 토요일 저녁을 먹고 서울을 빠져나와 밤새 달려, 양양군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었다. 남자분들 틈에 오로지 여자는 나 혼자였다. 여자 다이버들의 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였다. 오늘의 나의 바디는 H 님, 나랑 같은 오픈워터 동기였다. 우리는 아야진이란 곳에서 같이 머리를 올렸었다. 그런데 어떻게 나의 바디가 될 수 있었냐면, H 님은 오픈워터 후에 스쿠버다이빙을 열심히 다녀서 실력이 많은 차이가 나게 되었다. 내가 14회 할 동안 50회를 넘게 하여 H 님은 이미 어드밴스드 다이버가 됐다. 그야말로 전생에 바다표범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판장에서 문어와 다른 생선들을 파는 것을 구경하면서, 다른 분들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아침 첫 다이빙 나가는 날 왠지 두렵다는 느낌이 들고,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러나 열심히 장비를 챙겨서 준비 하였다. 날씨는 너무 좋았고, 그야말로 바람 한점 없는 너무나 조용한 바다였다. 보트를 타고 나가는데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빨리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라는 생각만 들었고, 우리의 인솔 강사님은 나를 믿는지 아무런 보충 설명이 없었다. 항상 보트타고 나갈 때 기분이 묘한 것은 있지만, 그날은 다른 날과 조금 다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스크 잡고 입수 풍덩. 바디와 같이 입수하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하강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스크가 얼굴에 착 달라 붙는 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강할수록 점점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눈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아~ 눈이 빠질 것 같았다. 바디에게 손짓을 하지만 바디는 그것을 못 보고 계속 하강을 하였다. 눈이 몹시 아프지만 안되겠다 싶어 내려가서 바디를 잡았다. 나는 상승하겠다라고 엄지손가락으로 위로 가르켰다. 그리고 그냥 올라갔다. 그때 긴급한 상황을 느낀 H 님은 당황하는 나에게 무엇이라고 표현를 했지만, 그때는 무엇이라고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빨리 상승만 하려고 하였다.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눈이 완전히 빠져 나오기 직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보면 눈만 아주 강한 바람에 흡입되는 장면의 영화가 생각났다. 그 장면의 느낌을 경험하였다. 그 장면을 연기하라면 아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만화에서도 눈만 뿅 튀어나오게 그린 만화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올라 가면서 마스크를 조금 들어 보았다. 왠지 압착의 강도가 줄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시 마스크를 또 들었다. 아까 보다 훨씬 편안하였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때서야 바디가 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내가 급상승하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손으로 눈을 가르키면서 눈의 이상을 표시 하였다. 그러면서 배가 있는 곳으로 상승했다. 바디는 괜찮냐고 물었고, 그때는 많이 진정된 상태였다. 푸른하늘을 보니까 아!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트에 계신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지만 귀에 안 들렸다. 배위에 올라 가겠느냐고 묻지만 다시 하강하자고 하였다. 나 혼자서 보트 위에 있기는 싫었다. 바디의 염려스러운 표정을 느끼면서 다시 하강하기 시작하였다. 조금은 긴장을 하면서 천천히 하강하기 시작하여 여러 사람들과 합류하여 바다속 여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좋은 것을 포기하고 그냥 배위에 있었다면…. 스쿠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였다.
보트 위에서 조금 전의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리조트로 돌아 왔다. 샤워를 하고 눈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여 거울을 보는 순간에, 너무 놀라 거울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눈은 사라지고 자주빛 색깔만 남은 것이다. 그 색깔의 부위는 코 중간부분까지 이마도 자주빛 너무 놀라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무서워서 사람들은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였다. 눈의 실핏줄은 다 터졌고 얼굴의 실핏줄도 다 터진 것 같았다. 내가 봐도 무서웠다. 2번째 다이빙은 포기하고 말았다. 2번째 다이빙의 포인트 다른 곳으로 정한 것 같았다. 가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그날 나는 몹쓸병에 걸린 사람처럼 모자를 푹 눌러서 다녀야 하였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모자를 벗지 않고 밥을 먹었다. 그때는 모자가 유일한 방패막이었다. 일행들이 2번째 다이빙을 갔다오면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피를 빨리 돌게한다고 성게를 따온거다. 그날 나는 남자들을 제치고 성게를 실컷 먹었다. 그 덕분인지, 다음 날 나의 얼굴 색깔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흙자주에서 진자주색으로 말이다.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하늘이 노랗다는 말을 실감한다. 조그만 생각을 했더라면 이런 사고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을 말이다. 이론 교육시간에 몇 번을 설명을 듣고, 수영장에서 그리고 그 전의 다이빙에서 몇 번이나 했던 ꡒ마스크 이퀄라이징ꡓ을 잊었던 것이다. 책을 다시 찾아봤다. 마스크 압착? 안면에 착용하면 폐쇄된 공기 공간을 만들어 하강하는 도중 압착이 일어나서 눈이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때 코로 공기를 마스크 안쪽으로 불어넣는다. 이 방법을 마스크 이퀄라이징이라고 한다.
코로ꡒ흥ꡓ한번만 했다면 내 눈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텐데, 나중에 들어보니 H 님은 내앞에서 마스크 이퀄라이징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여주었으나, 너무 당황하여 그저 빨리 상승하려는 빛이 역력했다고 한다. 내 마스크를 살짝 들어줄까도 생각했지만, 혹시 물이라도 들어가서 패닉이 와서 호흡마저 못하는 상황이 될까 봐 그저 급상승 하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상승했다고 한다. H 님은 그때 재빠르게 처리해주지 못했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였다.
지금은 그 사건이후로 눈이 많이 나빠졌다. 그리고, 이제 다이빙 할 때는 내가 아는 것이라도 다시 다른 분들에게 물어 본다. 그래서 그런지 8월 다이빙 때는 많은 설명과 마음을 써 주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아직도 남아 있다. 다시 다이빙을 하니 역시 물속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너무나 쉽게 당황하여, 내 스스로를 조치하지 못하는 자신을 반성해 보고, 긴장을 푸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