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울트라여행_2016_성지순례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52)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단조 Op.23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교향곡 5번 e단조 Op.64
#크로스오버 Pink Martini_Splendor in the Grass
진정한 여행 / Nazim Hikmet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어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진정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꼴찌의 행복>
컷오프를 염두에 두고 달릴 수밖에 없는 양근에서 마재까지의 자전거길
달리기로 두어차례 자전거로도 두어차례 달렸던 아름다운 자전거길
그 길이 이토록 힘든 길이었던가?
당초 계획은 상품리 식당에서 식사 후
30분 정도의 수면을 취하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 잠이 오지 않으니 마재까지 가서 잠을 자기로
동반주자와 의기투합하여 달려왔는데
양근성지 CP에 도착 때도 시간은 지난해보다 빨랐지만
몸의 컨디션은 훨씬 저조하여 페이스가 살아나지 않았다.
에너지 보충이 필요한 나는 동반주자를 먼저 보내고
예기치 않게 양근성지에서 국을 곁들인 밥과 김치로
다소 원기를 회복하여 자전거 길로 들어섰다.
한동안은 그런대로 잘 달렸다.
하지만 다시 페이스는 떨어지고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발바닥은 통증을 호소한다.
몸이 말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마재의 컷오프와 잠잘 시간 확보를 위해
시간을 아껴야 하는 나는 들은 척 하지 않고 계속 달린다.
그렇게 힘든 자전거 길의 달리기도 끝나고
도중에 다시 만난 동반주자와 마재CP에 들어서니
30분 남짓의 수면밖에 할 수 없는 시간이다.
1시간의 여유를 가지려던 당초 계획은 떨어진 페이스로 인해
벌어놓은 시간을 까먹고 말았다.
다행히 30분간의 수면은 다소나마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팔당대교를 지나 들어선 끝없이 이어지는 직선 주로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힘들게 지나고 있는데
마지막 주자의 한 팀이 나를 추월해간다.
그들을 따라잡으려 하나 역부족이다.
지난 해에도 마지막 주자를 따라가지 못해 낙심했는데
올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마지막 cp인 구산성지에서 잠시 휴식 후
남은 시간을 체크해보니 6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제한시간 이내에 한강주로를 주파할 수 있을까?
내심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시내를 벗어나 한강주로에 들어서며 나는 나의 몸에게 말을 건넸다.
지난해처럼 아쉬움을 남기지 말고 원없이 달려보자.
완주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멋지게 한번 달리기의 삼매경을 즐겨보자.
나는 너를 믿는다.
페이스를 올려보니 신기하게도 몸이 가뿐해진다.
초반에는 몸이 말하는 대로 가야 하지만
마지막 스퍼트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내가 맘먹는 대로 몸이 따라와 준다는 걸 실감하고
한강주로와의 한판 승부를 당당하게 시작했다.
앵자봉을 함께 넘어 한동안을 동반주했던
정해홍 러너와 다시 동반주를 한다.
암사고개까지 6k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린다.
이제 잠시 오르막을 걸으며 쉬어가려 하는데
고개마루에 펼쳐진 신기루같은 오아시스!!
강동마라톤 클럽회원들과 오아가다님이시다
어제도 절묘한 곳에서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는데
또 이렇게 강동마라톤 클럽의 도움을 받게 되다니
이것도 아름다운 인연인가.....
따끈한 죽과 과일 등 푸짐하게 먹어 치운 우리는
감사 인사를 뒤로 하고 암사고개를 뛰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한강주로가 끝나는 잠수교까지 꾸준한 페이스로 달려
남산을 넘기 위한 1시간 40분의 여유를 갖겠다는 목표를 갖고 달렸다.
천호대교를 지날 때 쯤
어? 지금 혹시 데자뷰 현상이 온 건가?
고교1회 허정회 선배님이 아닌가?
선배님을 먼저 알아 본 내가 인사를 건넸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 갈종완입니다."
난 그때까지도 선배님이 아침 운동을 나오신 줄 알았다.
그때서야 모자와 햇빛가리개 그리고
고글로 무장한 나를 알아보신 선배님이 말씀하신다.
"아까 카톡으로 암사고개를 넘고 있다고 해서
200km를 달려온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서 나와봤는데
아직은 생생하구만....."
난 선배님이 잠시 얼굴만 보고 가실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앞장서 달리기 시작하신다.
아이쿠, 황송하게도 명동성당까지 에스코트하신단다.
가슴이 또 한번 울컥하며 감동한 나는 부지런히 선배님을 뒤따랐다.
탄천둔치교를 지나면서부터는
다리 하나를 기준으로 워크 브레이크를 하며
지친 다리를 끌고 잠수교에 도착하니
제한시간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선배님이 앞장서 페이스 메이커를 하시니 20여분을 단축한 것이다.
골인지점으로 가려는데
마치 천사와 같은 두 손녀가 나에게 달려온다.
이건 웬 서프라이즈!!
이제까지 한번도 골인점에 나오지 않았던
아내를 비롯한 온가족이 오늘은 골인점에서 나를 맞이한다.
잠시 두 손녀를 안아주고는
앵자봉을 함께 넘었던 동반주자 둘과
레드 카펫을 밟으며 골인 테이프를 힘차게 젖힌다.
그래.
드디어 머나먼 순례의 여정이 끝났고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당당히 완주했구나!!
구산성지에서 5시간 20분만에 한강주로를 주파한 것이다.
2012년 완주 당시에도 6시간이 걸렸고
페이스 가이드 상으로도 5시간 40여분을 계획했는데
20여분이나 빠른 페이스로 한강주로를 주파한 것이다.
마지막 스퍼트가 가능하다는 걸 실증한 셈이다.
기록을 확인하니 41시간 35분
공식 꼴찌의 기록이다.
또 꼴찌?
그런데 늘 민망하게 생각했던 꼴찌가
오늘은 입이 함박만큼 벌어지며 꼴찌의 행복을 만끽한다.
꼴찌가 이렇게 좋은 줄 여태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꼴찌의 행복의 원천>
난 본디 페이스가 느리기 때문에 꼴찌주자로 이미 정평이 나있었고
나는 나 나름대로 그런 분위기에 맞춰
즐기는 울트라를 표방하며 울트라를 즐기며 달려왔지만
다시 돌이켜보아도 민망함은 있을지언정
행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꼴찌의 행복이 막 밀려 들었다.
그 행복의 원천이 무엇일까?
나도 얼떨떨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난해 시간외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고
당당하게 완주한 것은 분명 행복의 원천이다.
완주율 50%에 미치지 못하는
힘든 레이스에서 완주한 것 또한 행복의 원천이다.
예기치 않게 온가족이 완주를 축하해주는 자리에 나온 것도
고교의 대선배님이 200키로 이후 한강주로를 동반주해주신 것도
물론 행복의 원천이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터득한 꼴찌의 행복은
그것과는 다른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떤 그룹에 속했다는 소속감이었다.
나는 완주자와 미완주자의 경계선상에서
완주자의 그룹에 속한 것이다.
나는 비록 꼴찌일지라도
미완주자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완주라는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었다.
그 자격은 1등이든 꼴찌든 동등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꼴찌의 행복이다.
<꼴찌의 행복을 만끽한다>
2012년 7전8기 끝에 첫 완주한 이후
2년 연속 중도포기에, 2015년엔 1시간 30분을 초과한 시간외완주 후
다시 완주에 성공한 당당함이 엿보인다.
꼴찌는 아무나 하나?
나는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이 사진을 보며 힘을 얻곤 한다.
꿈만 같던 당시의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행복한 순간을 다시 맛본다.
<꼴찌의 행복>이 이렇게 가슴 벅차고 기쁜 일이었던가?
한강주로에서 막판 스퍼트의 기운이 아직 남은 것일까?
어떤 완주사진보다 당당함이 엿보이는 이 한 컷의 사진은
오늘을 살게 하는 감사의 선물이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시그널 뮤직>
차이코프스키의 곡은 초연이 실패하거나
초연을 부탁한 명연주가들의 혹평으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다.
심성이 여린 차이코프스키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그는 의연하게 끝까지 자기의 길을 걸어가며
불후의 명곡들을 남겨 주었다.
차이코프스키 또한 꼴찌의 심정을 이해하고
꼴찌의 행복 또한 느끼지 않았을까?
이 협주곡의 첫번째 매력 포인트는 아마도 서주 주제일 것이다.
젊은 날 이 곡의 도입주제를 듣고 가슴 뛰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3악장 주제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서주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대표하는 시그널과 다름없었다.
이런 호쾌하고 웅장한 멜로디와 사운드는 차이코프스키에게 또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제1주제가 전개부를 시작하는 부분이다.
미처 제1주제를 잘 파악하지 못했어도 전개부에서
그 멋진 제1주제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교향곡 5번 피날레 악장에서 보무당당하게 행진하는 주제다.
그러나 이 주제는 1악장의 신음하는 듯한 주제를 거쳐
마지막 악장에서야 당당한 주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것도 코다 부분에서 가장 명료하게 울려 퍼진다.
나는 그 당당한 주제가 내게 처음 울려 퍼지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협주곡의 첫번째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의 두 곡과 달리 곡이 시작되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첫 키스처럼..........
그런데 이 멋진 주제는 서주에서 두 번 나타난 이후
다시는 재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강렬한 것일까?
협주곡으로서의 이 곡의 진가는 현란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카덴짜풍의 패시지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
특히 실황연주에서 미처 눈으로도 따라가기 벅차게
종횡무진 내달리는 건반위의 질주는
심장의 박동마저 멎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Khatia Buniatishvili -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 1, Mov. 1
https://youtu.be/pfli3V_fURU
근래 Khatia Buniatishvili의 실황이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내게 이 곡을 잊지 못하게 하는 연주는 바로 Arthur Rubinstein의 연주다.
나는 이 연주를 아직 신혼이던 시절 제주에서 근무할 때 처음 접했는데
탱글탱글한 피아노의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데다
아내도 좋아하여 함께 자주 들었던 우리 집 애청반이기 때문이다.
Arthur Rubinstein, piano
Boston Symphony Orchestra
Erich Leinsdorf, 1963
https://youtu.be/p-IjyxaSKvA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곡이 초연을 전후하여
그토록 혹평을 받고 냉대를 받은 것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내게는 소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을 제치고
이 곡이 나의 바이올린 협주곡 넘버 원이기 때문이다.
나는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평론가가 아닌 평범한 감상자이기 때문일까?
물론 나도 한번 듣고 이 곡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다.
신혼시절의 어느 날인가
이불 속에서 이 곡을 듣다가 그 멋진 선율에 폭풍감동하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소박한 기쁨이다.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Oistrakh / Philadelphia / Ormandy
https://youtu.be/RlYBDSbTn5A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는
일반적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운명>교향곡으로 통칭하듯이
클라리넷의 어둡고 쓸쓸하며 암울한 운명의 주제로 시작된다.
그러나 e단조의 이 주제는 4악장에서 E장조로 바뀌어
엄숙하고 웅대한 기상으로 승리의 행진곡을 당당하게 노래한다.
실패가 곧 좌절은 아니다.
1악장을 들어보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 가운데서도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분투가 느껴지고
그 가운데 희망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나는 이 4악장 피날레 부분이 내게 처음 들려왔던 때의
그 감동과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명동의 <필하모니 음악실>에서 잠시 졸던 사이
마치 꿈결인 양 들려오던 그 웅장한 소리는
나의 젊은 가슴을 벅차게 했었다.
Wiener Philharmoniker
Herbert von Karajan, 1984
https://youtu.be/ccxooui7xhc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시그널 뮤직을 차용하여
재해석한 Pink Martini의 Splendor in the Grass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영화 <초원의 빛>과 아무 관련이 없는 곡이지만
마치 그 영화의 사운드트랙처럼 들린다.
Caterina Valente이 부른 Tonight We Love는 전혀 다른 감흥을 주는 곡이다.
Splendor in the Grass가 회고적인 느낌이라면
이 노래는 현재진행형이다.
바로 오늘밤 사랑의 밀어를 나누자는 속삭임의 이 노래는
뮤지컬 영화 West Side Story중에서 <Tonight>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오늘밤!!
Pink Martini - Splendor In The Grass
https://youtu.be/QZyp2j3Jabg
Tonight We Love · Caterina Valente
https://youtu.be/pk2lgovd7LU
West Side Story중에서 <Tonight>
https://youtu.be/vXfX5_MZuN0
#차이코프스키_피아노_협주곡_1번
#차이코프스키_바이올린_협주곡
#차이코프스키_교향곡_5번
#크로스오버
#나짐_히크메트
#진정한_여행
#울트라의_매력포인트_2023
#꼴찌의_행복
#후반에도_역동적으로_달리는
#11월은_모두_다_사라진_것은_아닌_달
<추억의 사진첩>
성지순례222 울트라 대회에서
밤 8시 명동성당을 출발하여 하룻밤을 지새우고 나면
청계산 국사봉 오르는 길에 봄날의 새아침을 맞게 된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면 말러의 교향곡 1번 1악장 주제 멜로디인
<나는 오늘 아침 들판을 걸었네>를 흥얼거리곤 했다.
2012년 7전8기로 첫 완주를 하던 해
싱그러운 아침 능선길에 진달래와 철쭉이 함께 어우러져 피어있었고
연두빛 새싹들도 봄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매년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60km 전후인 이 구간은
산길을 걸으며 지친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구간이고
국사봉부터의 내리막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는 신나는 구간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 들판 대신
'나는 오늘 아침 청계산을 올랐네'하고 노래불렀다.
청계산을 내려와 러너스 하이를 만끽하며 손골성지에 도착하면
김밥을 비롯한 에너지 보충원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손골성지에서의 인증샷은 늘 여유있고 즐거운 모습인데
<꼴찌의 행복>을 맛보았던 2016년에도 역시 비교적 여유롭다.
남한산성 CP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나는 양호한 컨디션이었다.
그런데 도마치 고개를 오르면서 겪은 호흡 곤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수년 전 제주대회의 데자뷰와 같은 상황이었는데
제주에서는 눈보라와 강풍으로 인해 호흡 곤란을 겪었다면
도마치 고개에서는 한낮의 더위와 몸안에 쌓인 열기로 인한 것이었다.
제주에서는 한밤중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데 반해
성지순례 대회에서는 강동 마라톤 클럽 등
울트라패밀리의 시의적절한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니
이 어찌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 위기를 넘긴 나는 비록 꼴찌였지만
당당히 완주하며 나의 울트라 사상 가장 멋진 성취를 맛보았다.
성지순례222 울트라에서는 해지기 전에 앵자봉을 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완주를 가르는 시금석처럼 되어있다.
물론 어두운 밤길에 앵자봉을 넘고서도 완주할 수 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면 역시 해지기 전 여유있게 앵자봉을 넘어야
완주의 희망을 품어볼 수 있다.
앵자봉을 넘으려면 천진암 CP에서의 에너지 보충은 필수!!
울트라 마라톤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스포츠이다.
동반주자나 봉사자가 도움을 준다고 해도
결국 두 발로 달리는 건 나 자신이고
오직 내 두 발로 헤쳐가야만 하는 고독한 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떤 스포츠못지않게
패밀리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이다.
울트라 마라톤은 일단 달려야하는 거리가 멀다.
험난한 고개나 산길이 있는 건 기본이고 뙤약볕아래서도 달려야만 한다.
초장거리를 먹고 자지 않고는 갈 수 없으니
그 모든 걸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
나는 결국 고독한 순례자이지만
또한 그 길을 혼자서만은 갈 수 없는
우리는 패밀리인 것이다.
2016년 성지순례222 울트라 대회에서는
울트라 패밀리의 오묘한 조화를 느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많았던 대회였다.
그 중에서도 앵자봉을 함께 넘은 두 주자와
다시 만나 동반 골인한 인연도 반갑고
울트라 역사상 처음으로 가족들이 골인점에 마중나온 것도 뜻밖이었고
무엇보다도 200키로쯤에 불쑥 나타난 고교선배님과의 뜻깊은 동반주는
전혀 각본에 없던 드라마틱한 장면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