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7-09-04 18:37:26
8월 경부합동 금원산 휴양림에서 교장선생님의 제안에 동의한 지리종주 날짜를 9/1~9/3일로 확정 같이갈 인원을 찾던중 8년 후배 옥돌이가 간다고 해서 위로 10년 아래로 8년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 남부터미널이 가까운 옥돌이에게 구례행 버스표를 부탁한다.
출발 2일전 옥돌이로 부터의 긴급한 전화, 회사구조조정안이 주말에 결정이 되어 인사권자인 본인이 자리를 뜰수가 없단다.
먹고살수있어야 산에도 가는법, 버스표는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하루에도 한 두번씩 오는 형님의 산행 준비물과 식단등 전화 받기도 바쁘다.
일기예보는 주말 100% 비가 온단다. 계획을 세운후에는 날씨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준비를 더하여 나가는걸 오랜 동안 본 집사람은 부탁하는 준비물을 덤덤하게 준비해 준다.
9/1(토) 5시기상후 미리 싸논 짐에다가 반찬과 물통만을 추가하여 남부터미널에 도착시간이 7시5분 표를 찾고 2층 식당서 아침을 여유있게 먹고는 7시 30분행 정시 출발. 차안은 제법 사람들로 차있다. 창쪽 내자리는 웬스님이 짐을 잔뜩 놓고 미리 앉아서 눈길 한번 안준다.
나중에 보니 여승이네. 업무상 읽어놔야 하는 책이 있어 책에 눈을 붙이고 있다보니 금산 휴게소인데 비가 제법 굵어졌다.
구례에 도착하니 큰덩치의 노친네(산아래서 보면 그렇게 보인다)가 반갑게 웃으면서 맞아준다. 마음속의 한줄기 걱정이 진실로 바뀌어 지리산 전역이 입산금지란다.
화엄사~치밭목까지의 원계획을 수정, 지키는 초소가 없는 서북능 종주를 하기로 하고 인월로 가기위해 구례~남원~인월구간을 버스로 이동한다.
인월터미널서 우리의 단골 어탕국수집인 두꺼비집을 지나서 구 인월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자 비는 본격적으로 우의를 후려친다.
- 인월정이 있는 월평마을 입구를 지나 산행 들머리인 구인월마을로 들어서는 교장선생님
올라가다가 본 산내면과 흥부골의 갈림길 도로표지판을 보니 문득 10여 년전 산내면의 직원 부친상 상가를 찾아가다가 같은 성씨의 상가안내 표지를 보고 들어가 자칫 문상을 하고 봉투를 내놓을 뻔 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비속에서 혼자 웃는다.
- 흥부골 휴양림쪽의 포장도로를 우측으로 버리고 덕두봉쪽으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 덕두봉에 오르자 비는 더 거세게 오고 하늘이 어두워 졌다. 비옷을 입었으나 강풍으로 오히려 체온이 떨어짐을 느낀다.
- 지리산에선 더이상 사진 찍을 데가 없다는 형님이지만 들이대는 카메라에는 웃으며 모델이 된다. 바래봉 정상서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 바래봉 아래 서북능 처음의 샘. 이 일대는 이전에 방목을 하기위해 나무를 베어 지금까지도 풀만이 무성하나 구상나무 조림이 성공한듯 제법 자라있었다. 샘물앞에는 초소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었다. 팔랑치까지 가는 길가에 인공적으로 심은 것 같은 밤나무들도 아마 방목장과 관련이 있지 않나싶다. 실제 철쭉도 바래봉보다는 팔랑치쪽이 더 많다는 형님의 설명.
- 운봉리와 정령치의 갈림길. 지난달 신세 졌던 운봉의 흑돼지 삽겹살집이 생각난다. 실제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팔랑치(정령치)쪽으로 좌회전. 서둘러 오늘 잘자리를 찾아야 한다.
- 잘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집장만 부터 하고는 물조가 되어 물을 찾아 내려갔는데 비가 많이 오니 얼마 안가 뜨기 아주 좋은 물을 만나 쉽게 목적을 달성한다.
부산의 생갈치로 만든 갈치조림이 오늘 저녁 찌개다. 산위에서 먹는게 집에서 보다 훨씬 맛있게 잘먹어야 한다는게 ㄸㄲ형님의 지론이다. 집 천장을 때리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빨간 두꺼비도 한 모금씩하고.
- 5시기상 아침을 끝내고 집을 다시 부수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형님. 2인용 가루다 텐트는 정상 공격조들이 주로 사용하는 최고 전진 켐프용이다. 막영/철영이 각 5분 정도면 된다.
- 팔랑치를 지나 다시 오른는 계단. 철죽군락지이다. 서북능에는 바래봉부터 성삼재까지 올라야 할 봉우리가 10여개가 되지만 20분이상 오르는 봉우리는 없다. 하지만 헉헉하며 오르다 보면 금새 조금 내려가다가 이내 다시 올라야 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 부운치 못가서 비가 잠시 잦아들자 휴식을 선언하는 대장님. 지겟군들은 어디가고 짐들 만 자빠져 있다.
- 세동치에 도착 막영지 조금 아래에 있는 서북능서 제일 차갑고 물맛이 좋은 샘. 이전에는 네모난 물통과 바가지가 있었으나 누가 옆으로 치워놓았다. 바래봉,정령치와 함께 서북능의 마지막 샘이다. 오전에 인월을 출발해서 당일에 세동치까지는 와야 3박4일에 치밭목까지 가는 종주가 가능하다.
-- 고2때 지리산 방사상등반 시도시 다녀간지 딱 34년만에 다시 찾아온 세걸산. 기념으로 한장 찍어 주신다. 비에 상하의가 물에 빠진 쥐꼴이네. 산행중 바지를 벗어 물을 짜내고 다시 입었으나 그때뿐이었다. 형님처럼 무지하게 비싸고 좋은 하계용 비옷을 살수도 없고. 게다가 요새는 하계용 비옷은 하의만은 안판다던가,,,
- 등로상서 만난 냄비만한 버섯. 당연히 못먹는 버섯이려니 하고 이름이나 알려고 일단 찍어서 집사람에게 물어보니 ㄸ버섯이란다. 그러고 보니 모양이 그러네.
- 북고리봉(1304.5m) 현지 주민들은 남고리봉보다 높다고 큰고리봉이라고도 한다. 물론 남고리봉(1248m)은 작은고리봉이다. 성삼재 전에 있는 마지막 봉우리인 남고리봉은 정상을 우회해 길이 나있어 남고리봉에 가려면 우측으로 난 길을통해 10분정도 수고를 해야 한다.
- 정령치휴게소 모습과(위) 휴게소위의 공원. 공원끝쪽으로 하산로가 있다. 휴게소를 건너면 만복대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기다린다. 이근방서 인월~성삼재까지의 산행중 유일하게 만난 "ㅁ"산악회 일행들을 몇무리 만난다. 금방 버린것으로 보이는 초코렛과 사탕 포장지등이 자주 눈에 띄어 눈쌀을 찌푸렸는데 산악회 이름이 선명한 화살표 종이를 최종 관계자가 하나도 걷어가지 않았다. 홍보목적인가? 산에서 흔히 볼수있으되 제일 보기 싫은 모양새이다.
- 지리산서 아름다운 봉우리에 손 꼽히는 만복대. 시계가 없어 오르내리면서 자태는 보지 못했으나 노고단서 보는 만복대는 아침해를 맞을때 금빛으로 빛나며 황홀함을 준다.
- 비가 안오고 해가 난 날이 였으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줬을 가지가 아래로 뻗은 토종 소나무. 이런 소나무가 능선상에 자주 보였다. 비는 계속 오지만 소나무 아래서 행동식으로 성삼재까지 나머지 길을 대비한다.
성삼재에 도착하여 화장실서 흙투성이의 바지를 벗어서 빠는데 아무리 빨아도 흙탕물이 그치지를 않아 짜서 다시 입고는 노고단까지의 도로를 처량하게(산길서는 비맞고 가도 괜찮으나 노고단가는길에 비를 맞고 걸으려니 그리 느껴진다. 모두들 우산이나 우비를 입고 다녀서 그러나?) 터벅터벅 걸으니 평상시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 50분이나 걸렸다.
- 노고단 취사장서 만난 생쥐. 우리 포함 4명이나 식사중이었으나 아랑곳 하지않고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다. 노고단 취사장의 터줏대감인지 여유가 만만이다.
마지막 남은 소주 몇모금을 새로 만든 김치찌게를 안주 삼아 둘이서 나누어 마신후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는 대피소 잠자리에 들어간다. 취침전에 가지고온 신문지를 구겨서 신발에 쑤셔 넣으면서 내일 아침 산행에는 뽀송뽀송한 감촉을 기대하고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삼도봉까지 가서 직전마을로 하산이다.
아침 5시, 기상해서 아침준비를 하려는데 형님이 그만 하산을 하자신다.
이틀 동안 비를 너무 많이 맞은지라 오늘 6시간 정도 산행을 하기가 싫다시면서,,,
옙, 좋습니다 하고는 천천히 아침 준비를 하려고 다시 누워서 운기조식을 한다.
어제 같이 저녁을 먹었던 젊은 부부가 떠나면서 인사를 한다. 오늘은 비는 안 올것 같으나 시계가 너무 없다.
형님은 결혼 6년차에 아직 아이가 없다는 다른 부부와 한참 이야기를 하시다가 빨리 애부터 낳으라고 하시니 이들은 대답을 않한다.
노고단만 가보고 바로 거제도로 간다는 이들 부부을 뒤로 하고 구례행 버스시간에 맞춰 여유있게 성삼재로 다시 내려 간다.
구례서 목욕후 남원가는 버스에서는 왜그리 잠이 쏟아지던지?
남원서 탄 고속버스에서는 잠이 안와 책을 펴 들었다.
생각지도 않던 기회로 지리 서북능선을 마무리하게 된 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 하나를 머리속에 넣은 결과라서 기분이 좋다. 내가 크게 미끄러진게 2번 형님은 워낙에 거구라서 6,7번?
다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양쪽 팔뚝의 �힌 자욱이 빨리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구간에는 남부능선 못지 않는 울창한 산죽으로 앞이 안보이고 어떤 구간은 개딸기 잎파리의 날카로운 가시에 팔뚝과 심지어는 얼굴까지 �히면서 이틀을 걸은 보람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솜씨가 따르지를 못한다.
다음에 또 다시 갈 날까지 지리야 잘있거라!
형님, 수고 많았습니다. 9월 천화대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