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9월19일 토요일
팔공산 1193M
산이 내가 사는 곳에서 멀어질수록 이동하는 데에 따른 시간 소요가 커, 이번 주에는 일단 금요일 저녁 산이 있는 지역으로 가서 1박을 한 후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가능한 1일 2산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경상북도의 남부이자 대구 북쪽에 위치한 팔공산에 오르기 위하여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타 부근 지하도에서 ‘급행1’을 새벽 5시45분 즈음 탑승하여
동화사에 도착한 시간은 6시30분. 수테골 방향도 있지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동화사 캠핑장 부근 탑골 방향을 거쳐, 채 4KM가 안된 비로봉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수도권 산행을 할 때는 첫 번째 운행하는 교통편을 이용하여 아무도 걷지 않은 고요한 산길을 걸으며 점점
밝아오는 햇살의 청명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곤 하였는 데, 점점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느지막하게 산행을 시작하게 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아침 산행의 싱그러움이 다시 몸과 마음을 두드린다. 빠른 걸음을 늦추며 새벽 공기 속 푸른 빛 감도는 짙은 녹음을 바라보며 저절로 깊은 호흡을
하여본다.
1980년 5월에 지정된, 조계종 제9교구 본산인 동화사가 있는 팔공산을 중심으로 한 도립공원은 교통편이 비교적 자주있어 그곳에 사는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곳 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이미 앞서 오르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내려오고 계신 분들도 있었으며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다. 활력이 주말 아침의 여유와 맞물리며 생기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상쾌함과 잘 정비된 등산로 때문인지 비로봉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1시30분이 걸린 셈이다.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문득 내려 놓았던, 대구역에서 출발하는 9시21분 김천행 기차를 잘하면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바빠진다. 서둘러 인증 후 달려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라 올 때 유심히 보았던 동봉과 서봉 갈림길에서 방향성을 생각하며 들어선 길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에 한번 쏠린 에너지는 쉽게 돌이키지 않는다. 또 경험하는 실수인 것 같았다. 간혹 등산로를 벗어난 정비된지 않은 숲 속은 책 ‘정글’이 생각날 만큼 낯설고
거칠어 당황스럽다.
한 25분 헤맨 후 오를 때와 다른 길로 동화사로 내려오면서 ‘몸은 서두르더라도 마음은 조용히 지켜볼 수 없는지...’ 하는 물음이 집요하게 떠 오론다.
다음 산행지인 황악산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대구역으로 향했다.